[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5 - 上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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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다지 잘 풀리진 않았다.
크리스토프의 부축을 받아 언니의 성의 거대한 얼음 문 앞으로 왔을 때, 나는 내 심장이 얼어붙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엘사가 나를 밀어낸 거다. 또다시. 엘사는 "또 다른 엘사"를 내가 진정시키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자기가 만들어낸 추위 속에 나를 던져버렸다. 그걸 분명 몇 년이고 억눌러 왔던 거겠지. 어쩌면 우리 인생 내내. 늘 그랬듯이, 가련하고 어린 안나 공주에게 세세한 부분까지 말해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우리가 얼마나 앞으로 나아가든, 내가 얼마나 많은 벽과 문을 때려눕히든, 엘사는 또다시 반짝이는 영하의 습기를 우리 앞에 세워놓는다.
"안나, 이것 좀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
"뭘?" 난 차갑게 말을 내뱉으면서도, 지금 우리가 쭈그리고 앉아 있는 이곳에 우릴 내려다 놓은 반짝이는 얼음 슬라이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안개가 된 숨결이 공중을 떠다녔다. "언니가 날 다시 들여보내 줄 것 같지가 않아. 일단 당장은 안 돼. 언닌 가끔 이렇게 고집을 부리니까." 고집은 나도 부렸지만.
"네 머리 말야." 내가 크리스토프의 걱정스러운 눈동자를 쳐다본 순간, 크리스토프는 장갑 낀 손을 뻗어 또다시 하얘진 내 앞머리를 톡 쳤다. "이건... 나 이게 뭔지 알아, 안나. 저번에 봤거든."
내 미간이 일그러졌다. "뭣... 크리스토프, 무슨 말이야, 이걸 본 적이 있다니? 설마 이 근방에서 얼음 마법을 모르는 사람은 나뿐인 거야?"
그러자 크리스토프는 살짝 불편해 보였다. 절호의 기회를 잡은 나는, 다시금 계단을 향해 질주했다. 당연히 나는 곧바로 넘어졌지만, 내가 으르렁거리며 미끄러운 표면을 손톱으로 올라가는 것까진 막지 못했다.
"어쩌려고?" 크리스토프가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만나러... 가야지... 내 언니를!" 나는 신음하고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 올라프가 끼어들었다. "안나는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는 거겠지만, 그게 그다지 도움이 되는 것 같진 않은걸."
"으으! 그래서 날 위로 올려 줄 거야, 말 거야?!"
하지만 둘이 나를 돕는 일은 없었다. 내 새로운 친구와 내 옛날 눈사람은 - 아니, 우리의 옛날 눈사람이겠지만 - 공포에 질려 숨을 삼키기 바빴으니까. 떡 버티고 선 그 눈 거인을 내가 쳐다보기까진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고, 무섭고 폭신한 물체들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이건... 예상 못 했는데."
~ o ~
내 삶은 그 후로부터 무례의 연속이었다. 내 앞에 있던 문들이 그리워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문은 위험하거나 무섭진 않았으니까.
일단, 내 언니가 만들어낸 눈 짐승이 우릴 성 밖으로 던졌다. 기분이 나빴다. 그러고는 크리스토프가 나를 "사랑 전문가"인 친구들에게 데려가서 만나게 해주겠다는 멋진 생각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기 가족이라나. 더 무례한 일도 일어났는데, 난 내 언니나 언니가 생각 없이 만들어낸 듯한 얼음 낀 생물들 말고는 마법 같은 존재를 본 적이 없었다. 트롤이라니. 진짜로 살아있는, 이끼 낀 바위 트롤이라니! 무엇보다도 녀석들은 날 크리스토프와 결혼시키려고 했다. 그 이유는... 사실 나도 몰라! 그냥 그렇게 정해버렸다고! 세상에, 괴짜에다 좀 짜증 나는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날 엘사의 성으로 돌려보낸 것도 트롤들이었다. 그게, 트롤의 왕이 - 아마 녀석들의 현자나 성직자가 아닐까? - 설명하기를 언니의 마법이 내 심장으로 스며들어서, 사실 나도 언제 어떻게 그렇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그래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단다. 오직 진정한 사랑의 행위만이 얼어붙은 심장을 녹일 수 있다면서.
그리고 딱 한 사람 내가 사랑하는 이가 있었다. 그래 뭐, 크리스토프도 나쁘지 않고, 한스는 날 사랑하고, 올라프나 스벤도 친구니까. 우정이 나쁜 건 아니잖아! 하지만 내 삶엔 지구상 어떤 힘으로도 끊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깊게 사랑하는 여왕이 있었고, 그녀도 나를 똑같이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늘 그걸 표현하는 데 젬병이긴 했어도. 그러니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해동될 수 있다면, 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찾아야 했다.
문제는...
~ o ~
"말도 안 돼, 엘사가 떠났다니!"
"이 흔적을 따라 엘사에게 곧장 갈 수 있을 거야." 나를 다독이는 크리스토프의 말은 우리가 아렌델로 향하고부터 아마 열두 번째였을 거다. "걱정 마, 엘사와 만나게 해줄 테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나는 힘없이 묻고는, 크리스토프에게 기대어 몸을 꽉 웅크리며 떨었다. "그, 그렇게 무너지고, 거기다 온갖 말발굽들이..."
크리스토프는 덥수룩한 금발 갈기를 내저으며 제 순록에게 더 빨리 가라고 재촉했다. 거대한 왕국이 시야에 흐릿하게 나타나자 내 심장은 더 짙은 절망으로 차올랐다. 집에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벽난로 옆에 몸을 웅크리고 쉬면서... 언니를 보고 싶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게 절실했다.
크리스토프가 나를 성문에 데려다주었다. 관리인들은 크리스토프를 들여보내 주지 않았고, 난 더는 말싸움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내 신경은 온통 엘사와 엘사의 곁에 가기 위한 투쟁에 향해 있었으니까. 엘사의 눈부신 푸른 눈동자와 하얗고 부드러운 앞머리를 올려다보며, 내 손은 엘사의 가녀린 허리로 향하고...
"한스 왕자님!" 카이가 게르다와 함께 나를 회의실로 부축하며 소리쳤다. 얼음 마법의 영향이 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안 그랬다면 난 지금쯤 걷지도 못할 테니까. 몇몇 관료들이 한스 주위로 모이는 게 보였다. 그 족제비 녀석도 포함해서. 오딘이시여, 대체 저 자식은 왜 사는 거죠? 곁에 오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긴 하는 건가?
"한스! 내... 내 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고 싶어요!"
한스는 벙벙한 표정이었다. "뭐라고요? 무슨 말입니까? 엘사는 아렌델을 떠났잖아요. 이 겨울을 우리한테 떠넘기고 떠났다고요."
"하지만 여기로 향하는 말발굽을 봤어요! 북쪽 산에서부터요! 그... 언니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요. 그게 느껴져요!" 정말 그랬다. 내가 언니의 존재를 느꼈다고 맹세한다. 어쩌면 기분 탓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허풍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한스가 반박하려 입을 연 순간, 다른 근위병이 안으로 들어와 꼿꼿이 서서 경례했다. "여왕 폐하께서 음식도 물도 다 거부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해야..." 그제야 근위병은 내가 있음을 깨닫고 또다시 경례했다. 최대한 깍듯하게. "안나 공주님! 돌아오셨군요! 그럼... 아무 일도 없으셨던 겁니까...?"
"무슨 일?" 내가 물었다. 방 안의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자, 난 미친 듯이 주변을 둘러봤다. "좋아요, 정보가 내 쪽으론 안 굴러와서 좀 지쳤거든요! 대체 이 피오르드는 어떻게 돼 가고 있는 건가요?!"
"다들," 한스가 잘생긴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숨을 내쉬었다. "잠시 좀 나가주시겠습니까. 안나 공주께선 확실히 흥분하셨고, 게다가 뼛속까지 얼어붙고 계십니다. 좀 쉬시게 하자고요. 공주님은 제가 돌보며 불가에서 몸을-"
"아뇨, 갈 필요 없고 얘기도 마저 하세요. 전 일이 있어서." 난 돌아서서 근위병을 가리켰다. "너! 프레드인가 뭔가 아무튼!"
"프리데크입니다, 공주님." 프리데크는 뻣뻣하게 절을 올렸다. 여전히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다들 그러지만.
"내 말이 그 말이야. 언니가 여기 있어?"
"그, 그렇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선-"
"어디 있는데?" 녀석이 망설인다. 또다. "야, 여기서 내가 공주가 아니면 뭐냐고?! 엘사에게로 안내해! 당장!"
~ o ~
그 탑으로 올라가는 것에 나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우리가 어렸을 때, 나와 엘사는 종종 탑에 올라가 한 명이 괴물 역할을 맡고 다른 한쪽을 인질로 잡는 시늉을 하며 놀았다. 자신들의 성이 소리아 모리아 성이라고 상상하면서, 서로 번갈아 가며 공주 역과 - 우린 언제나 공주였고, 놀이는 일탈과 관련되어 있었다 - 영웅, 할보르역을 맡았다. 끝에 가서는 머리 셋 달린 트롤이 우릴 집어삼키고 말 거라며, 꺅꺅거리며 두려움으로 이리저리 굴러다니거나 뛰어다니곤 했다. 우리가 조심히 행동하지 않으면 정말 그렇게 될 거라고 아버지께선 늘 말하셨다.
아버지...
처음은 아니지만, 나는 아버지께선 마법을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신경이 쓰였다. 아버지께선 알고 계셨을까? 어머니께선? 부모님께서도 마법을 갖고 계셨지만 굳이 내게 보여주시지 않은 건 아닐까? 아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부모님께서도 마법을 숨기고 계셨다면 내가 알았을 터다. 그래도, 그 누구도 내게 엘사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으니 모르는 일이다.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소외되어 있었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금방 씁쓸함에 심장이 삼켜지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비밀을 지킨 것만큼이나 나도 똑같이 타락하지 않았던가? 내 언니와 사랑에 빠지면서?
"죄송하지만, 공주님. 지나가실 수 없습니다. 이곳의 규칙입니다."
"네 규칙은 스카디나 따르겠지. 저 사람은 내 언니고 난 언니를 만날 거고, 또... 또 난 공주인데 넌 아니잖아. 그러니 얼른 열어!"
"그거랑 무슨 상관이-"
"명령이다, 문을 열어! 당장!" 명령이란 게 점점 쓸만해 졌다. 그 사내는 한숨을 쉬더니 문을 따고 당겨열었다. "좋아, 여기서 나가."
"뭐라 하셨습니까?"
"내 언니랑 단둘이 이야기할 거야! 네가 여길 돌아다니고 있으면... 좀-" 나는 못 참겠다는 듯 사내를 떠밀었다. "계단통 제일 밑바닥에서 기다리든지 하라고! 됐으니 우릴 방해하지나 마. 그랬다간..." 사형시켜버릴까? 그런 심한 짓은 하는 척도 못 하는데. "그랬다간 널 마부로 보내버릴 거야. 남은 평생 말똥이나 퍼 나르라지!"
솔직히, 중무장한 병사가 계단을 질주해 내려가는 건 처음 봤다.
"거기 누구신가요?" 방에 슬쩍 들어가 문을 홱 닫자 여린 목소리가 기어 나왔다. "그... 말해주세요, 안나를 찾았나요?"
"아니요."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전혀 보이질 않던데요. 아마 사향 소한테 먹혔을 겁니다."
침대 위 푸른색의 인영이 몸을 일으켰고, 백금발의 헝클어진 머리가 올라오는 것이 어둠 속에서 슬쩍 보였다. 세상에, 엘사의 상태는 내 예상보다 훨씬 엉망이었다. 내 평생 완벽하지 않은 엘사는 본 적이 없었으니까. 어렸을 때조차도 말이다.
"제가..." 엘사가 자기 눈으로 직접 날 쳐다보더니 떨리는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우리, 그... 사향 소는 육식 동물이 아니거든."
"아냐?" 나는 신음하며 엘사 옆 바닥에 풀썩 내려앉았다. 감옥이 얼마나 더러운지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 탑에 감옥이 왜 있는 거야? 감옥 같은 게 아닌가? 다른 이름이 있는 거겠지. "사실, 난 어느 마법사 때문에 잔디로 변해버렸어. 그 후에 사향 소가 날 먹은 거지."
"그만해. 한스가 말한 것 때문에 정말 걱정했단 말야. 그런데 넌 여기 와서 걱정한 날 놀리고 있다니. 그런 거 나빠."
"으응, 완전 좋잖아, 나랑 놀고 있다니. 어떻게 놀았는지 기억나?"
엘사는 살며시 미소지으며 조그만 창문을 흘깃 쳐다봤다. 하늘이 완전히 깨어났구나. 나는 엘사가 그렇게 생각했을 거란 걸 알았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멋있잖아, 때로 우리는 똑같이 행동하고, 또 때로는...
"기억나." 엘사가 숨결 속으로 인정했다. "내가 이 위에서 계속 무슨 생각을 했겠니?"
내 얼굴에서 퍼져나온 미소는 태양을 가릴 정도로 환했다. 그 미소가 살짝 사악해지면서, 나는 허리에 주먹을 얹은 채 우뚝 서서 외쳤다. "훗텟투, 기독교인의 냄새가 난다!"
그 행동에 내 언니는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이 곧장 떼구룩 구르더니 엘사가 웅얼거렸다. "아 안나, 제발 그것만은..."
"뭘 빼는 거야, 언니도 알잖아!" 내가 성질을 부렸다. "그냥 트롤을 죽이면 돼, 할보르 - 내 목을 다 자르라고! 그럼 공주의 막내 여동생이 네게 폭 빠지고 말 거야!" 이번엔 진심이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우리가 '근'자로 시작하는 것에 다다르게 된 건 어릴 때 서로 결혼하는 놀이를 너무 오랫동안 많이 해서 그런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런 걸 내가 어떻게 해?" 엘사는 그렇게 물으며, 손을 들어 올렸고...
반짝이는 수갑이 눈에 들어오자 가슴 속 심장이 더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저런 건 난생 본 적이 없었다. 수갑은 손목을 묶은 게 아니라 아예 엘사의 손을 둥글게 감싸고 있었고, 사슬은 수갑 끝에서부터 바닥 중앙에 튀어나온 금속판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 왜 이런 게 존재하는 거야?
그러고 보니... 이 탑엔 언제부터 감옥이 있었던 거지? 여긴 항상 춥고 금지된 곳이었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 소리아 모리아로 여겼던 이곳에 철창은 없었다. 언니가 얼음 마법을 가졌고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내 기억을 더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종합해서 추측해 볼 순 있었다. "엘사, 이 감옥은... 언니가...?"
"나만이 아냐." 엘사는 옅게 한숨을 쉬며 제 차가운 무릎을 내려다보더니 추워 보이는 돌침대를 만지작거렸다. "이 건은 아버지께서 통과시키셨어."
"아버지께서 그러셨을 리-"
"내가 고집을 부렸지. 아버지와 어머니께 이게 최선이라고 설득시켰어. 부모님께서... 날 새장에 넣는 걸 원치 않으셨더래도 말야. 하지만 가끔 사람에겐 새장이 필요해, 안나. 자기 내면으로부터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뭐야 그럼, 언닌 이제... 영원한 겨울이 아렌델을 휩쓸 동안 여기 가만히 앉아 있을 거란 말야? 그건 좀- 언니가 왕국의 의무를 저버린다니 믿을 수가 없어. 아렌델엔 언니가 필요하단 걸 몰라?"
엘사는 미간을 찌푸리곤 또다시 몸을 돌렸다. "아니. 내가 여태 한 짓을 봐. 나처럼 시한폭탄 같은 여왕을 누가 필요로 하겠어? 내 저주를 대체 누가 통제할 수 있겠냐고?"
"저주? 기억 안 나? 올라프를 보지 못 했냐고? 언니와 나처럼 진짜로 살아 있었잖아? 언니가 한 거야! 언닌 저 아름다운 얼음 성도 만들었고, 이 드레스도 만들었고- 정말 예쁘잖아. 전엔 말을 못 했지만."
그래도 언니를 웃게는 했다. 아주 조금.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고, 언니는 다시 생각을 곱씹으며 창문을 응시했다. "네가 이렇게 다정했다니. 어쩌면... 어쩌면 내가 끼어들지 말아야 했을지도 모르겠어."
"뭘 끼어들어?"
"너랑... 그 사람 이름이 뭐였더라? 한스. 아니면 날 찾게 도와준 그 큰 남자라던가."
"크리스토프야. 가만... 내가 방금 만난 남자한테 날 시집보내려는 거야? 이제 와서?!"
"안나, 너라면 널 아껴주는 사람과 함께 행복을 찾을 수 있어. 네가 계속 내 뒤에 딱 붙어서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자신을 속인다면... 네가 행복하지 못할까 봐 겁나. 그리고 나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상처 입겠지. 특히나 그게 내 실수라는 걸 아니까! 내가 평생 원했던 건 네 평안을 보장해주는 거였어. 네가 안전하고, 온전하고 행복하도록."
"그럼 십 년이 넘게 날 밀어낸 건 뭔데? 어? 내가 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정말로 잊은 거야? 언니를, 내 가장 친한 친구를 잃는다는 게 내게 얼마나 상처인지 깨닫지 못한 거야?" 고운 말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난 화가 잔뜩 났었으니까.
"내..." 엘사의 가슴이 빠르게 들썩였고, 미간이 일그러지면서 눈이 가늘어졌다. 마치 무도회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엘사는 또다시 공황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내가 결정한 게 아니었어, 하지만 그게 최선이었잖아? 널 다시 다치게 할 순 없었어. 게다가 우리가 붙어 있으면, 특히 지난 며칠간 우리가 무모하게 돌아다닌 걸 생각해보면... 한 가지 결말밖에 보이지 않는걸."
"엘사..." 내가 실수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난 엘사에게 다가가 어깨에 한 손을 내려놓았다. 역시나 엘사는 몸을 움츠렸지만, 아무런 일도 없자 엘사는 진정했다. "미안해. 아마 언니도 힘들었겠지만, 난 언니가 내게서 멀어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왜 우리가 함께 해결해보지 못했을-"
"'널 다시 다치게 하기 싫었다'라고 했는데 도대체 어디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넌 왜 항상 이렇게 고집이니, 안나?!"
언니의 말에 또다시 이성을 잃을 뻔했다. "'다시'라는 부분이다, 이 멍청아! 내가 상처를 입는 건 언니를 잃을 때뿐이라고!"
"아냐! 트롤들 때문에 기억을 못 하나 본데-"
엘사는 말을 끊고는, 고통에 찬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 그제야, 항상 내가 망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밀어붙였다. 그러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그냥... 뭔가 잘못된 것을 보면 고치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뿐이었다. 시도해 보지도 않고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트롤을 만났어. 걔네가 말하기로는... 뭐, 우리가 곧 뭔가 하지 않으면 상황이 더 나빠질 거라고 하던데."
"뭐가 나빠져?" 하지만 그 순간, 엘사는 나를 보더니 - 정말 자세히 보더니 - 눈치를 챘다. "아아. 오, 안나, 점점 심해지고 있잖아..."
"언니는 트롤을 어떻게 아는데?" 나는 의심스럽다는 듯 물으며, 엘사가 내 시선을 쉽게 피하지 못하도록 앞으로 다가갔다. "가만 - 내 머리가 점점 하얗게 되어가고 있다는 걸 언닌 항상 알고 있었어? 언니가 말한 걸 보니..."
"아니, 아냐. 트롤들이 고쳤댔는데." 숨을 들이켠 엘사의 목소리가 마치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는 듯 꽉 조였다. "난 고칠 수 없어!"
"엘사, 이번만큼은 제발 내 말을 듣고 물음에 대답해줘! 트롤을 어떻게 알고 있고, 언니 말은 이런 일이 저번에 있었다는 얘기야? 그리고 언니가 얼음 마법을 가진 걸 왜 나는 언니의 대관식 때까지 기억하지 못했던 건데? 이유를 생각할수록, 이 미친 짓을 내가 여태 몰랐다는 게 너무 소름 돋아! 언니, 내가 바보인 건 알지만, 그렇게 바보는 아냐!"
순간, 나를 홱 쳐다본 언니의 차가운 눈동자가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런 말 하지 마, 안나. 넌 바보가 아냐. 네 솔직함, 활기, 그리고 때로 네 흥분에서 비롯되는 천진난만함을 멍청하다고 받아들인 적 없어."
저 말을 들으니 왜 기분이 좋아지는 거지? 이상했던 반응에 관해 이야기를 하라고!
"어-어어, 뭐... 정말, 엘사, 고마워. 그게, 그런 말은 생각도 못 했는데. 언니도 내 기분 알 거라 믿어. 아니면 뭐, 모르겠다." 뺨에서 홍조가 빠지도록 안간힘으로 빌었더니 거기에 정신이 팔려 말을 매끄럽게 할 수가 없었다.
"좋아." 엘사는 내가 언쟁하지 않고 자기 말을 받아들였다는 게 정말로 안심이었는지, 눈을 잠시 감았다. 기나긴 순간이었다. "말했듯이, 내가 마법으로 널 상처입힌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나는 널 열심히 보호하려고 했지만. 그리고 거기엔 이유가-"
"제발 좀, 엘사! 날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아직 이해하지 못했어? 특히 내 친한 친구로부터는!" 내 몸은 점점 나를 집어삼키며,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줄 수 있도록 사랑하는 언니에게 다가가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니가 어떻게 알겠어?
"안나, 잠깐-"
"사랑해, 엘사." 내가 숨을 내쉬자 엘사는 구석으로 물러났지만, 그래도 나는 엘사를 따라가 두 손으로 엘사의 드레스를 따라 팔을 쓰다듬었다. 내 밑에서 사슬이 팽팽히 당겨졌고, 팔에 느껴지는 예상치 못한 저항감에 언니가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사슬에 신경을 그다지 쓰지 않은 채 엘사에게 다가가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내가 신음을 내질렀다. 내 언니는 두려운 듯이 속삭였다. "안나? 안나, 왜 그래?"
"으흐응, 이... 아니 이런 건 또 새로운데..." 나는 허벅지에 힘을 주고, 이제 허벅지 사이에 단단히 놓인 쇠사슬에 내 몸을 비볐다. 거세게 솟아오르는 쾌감에 시야가 일순 흐릿해졌다.
"지금... 무슨-" 그 침묵으로 엘사가 눈치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안나, 당장 그거 멈춰!"
"왜? 이게... 그러니까, 나 잠깐만 쉬면 안 될까?" 그다지 설득력은 없는 변명이었다. 사실 나도 내가 하는 짓이 얼마나 타락하고 미친 짓인지 알고 있었지만, 여태 엘사에게 떨어져 있었던 매 순간 때문에 내 욕망은 세 배로 불어났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우리 지금..." 내 얼굴에 떠오른 표정 때문인지, 내가 내는 소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엘사의 뺨이 상기되는 게 보였다. "안나, 우리 중요한 대화 중이었잖니. 제발 네 성욕은 잠시만이라도 미뤄두면 안 될까?"
"나 멀티태스킹은... 자신있..." 노려보는 엘사의 시선에 나는 결국 탐욕스러운 골반을 멈추었다. "알았어! 알았어, 진짜 미안. 전부터 언니랑 너무 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사슬이 나를- 알았어, 닥칠게." 죽일듯한 눈초리를 본 나는 말을 덧붙였다.
"고마워. 이제... 내가 할 말은 네가 듣기 거북할 거야. 그렇다곤 해도 우리가 어릴 때 난 이미 네게 상처를 입혔었지. 네게 이걸 설명할 일이 없었으면 했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도록 해주고 싶었는데, 내게 가까이 오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으면 넌 분명 어떻게든 다가오려고 애를 쓰겠구나. 우리 둘이 뭘 원하든 간에, 그래선 안 돼."
"알았어, 그건... 별로 맘에 안 들긴 하지만. 그래도 나머진 좋아! 우린 그런 얘기를 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얘기도 안 하고서 어떻게 우리 둘 사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어? 그러니까..." 이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겠는데.
"너 엉덩이 움직이고 있잖아."
"그래서? 내 엉덩이가 여기로 왔다가, 저기로 갔다가- 우우, 가면 안 될지도. 알았어, 멈췄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어릴 때 언니가 나를 마법으로 맞혔고 그거 때문에 내 머리에 흰 줄이 생겼고, 언니랑 부모님이랑 나를 트롤에게 데려가서 걔네가 내 기억을 지우고 바로 치료해 준 거지? 얼추 맞아?"
내 언니가 이렇게 완전 넋을 놓은 걸 본 적이 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진짜로 아예 말이 없었다. 언니가 나한테 할 말 같은 게 없어지면 곤란한데. 난 수다쟁이라 누가 내 주둥이를 닫아줘야 할 정도란 말야.
"왜? 그야, 연결하기 쉽게 언니가 쉬운 단서들을 여럿 남겼잖아. 그리고 아까 내가 보기만큼 멍청하진 않다며."
"난 그런 적- 넌 멍청하게 생기지도 않았어! 넌 왕국에서 애인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젊은 여성이야!"
나는 씩 웃으며 속삭였다. "호오, 정말루?"
"안나, 제발 집중 좀 해줘.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겠어? 벌써 두 번째로 너무 가까워졌고, 또 내가 부주의했고, 두 번째로 널 상처입혔어. 내가 왜 네게서 거리를 둬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
물론, 난 순간마다 심장이 조금씩 차가워져 가는 걸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머리를 세게 내젓고는 언니를 노려보았다. "알아. 안다고, 언니의 생각을 이해해. 부모님이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왜냐면 부모님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셨으니까. 그리고 언니도."
내가 천천히 다가가자 언니는 완전히 지쳐버린 표정이었다. 그걸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기는 힘들었다. "안나... 넌 이해했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게 뭔데?"
"진정한 사랑."
"뭐?"
"그 트롤들이..." 일순 나는 몸을 떨었다. 증상이 심해지고 있어서 나는 힘을 짜냈다. "걔네가 말하기를 오직 진정한 사랑의 행위만이 얼어붙은 심장을 녹일 수 있대. 모르겠어? 언니가 나한테 키스하면-"
"안 돼, 안나, 내 말 좀 들어!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해!" 이제 우리의 얼굴 사이에 몇 인치밖에 남지 않게 되자 엘사는 다시 공황에 빠진 듯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엘사의 눈에 고여 있던 눈물 때문에 속눈썹에 서리가 꼈다. "이럴 순 없어. 난 네 애인이 되지 못한다는 걸 왜 모르는 거야? 난 여자고, 네 언니고, 이 나라의 여왕이야! 누구도 우리가 사귀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야!"
엘사의 말은 총검처럼 나를 거칠게 찔렀다. 엘사가 내 심장에 날려 보낸 고드름처럼. 내 눈에 공포가 피어나는 걸 볼 수 있었고, 내 뺨에 냉기가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마법은 이 세상으로부터 나를 앗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엘사는 이 얼어붙은 흐름을 되돌릴 힘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판단할 사람은 그 사람들이 아냐." 나는 숨을 내쉬었고, 이빨이 딱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 엉덩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나, 지금은 좀-"
"안 움직이면 난 얼어붙고 말 텐데. 날 돕고 싶지 않은 거야?" 엘사가 계속 꼼짝도 하지 않자, 절박함이 살짝 내 목소리에 스며들며 미간이 좁혀졌다. "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