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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31 23:35

Praying prey Q&A + 비하인드 설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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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이 좀 많이 두서없을 거야. 나도 최대한 정리해가면서 쓰고 싶은데 완결 이후로 내 머리가 꽃밭이라서 제대로 손가락이 안가 으히히 뉴치게 발싸 

 

 

 

 

 

1.진지하게 그렇게 긴 글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낼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죠? 번아웃이 오지 않던가요?

일단 난 이 PP를 쓰는 시간을 딱 정해놓고 썼어. 12~4월 정도까지는

아침9~10시에 픽을 구상하거나 썼고, 현퀘를 하는 틈틈이 PP의 스토리를 생각하면서 설정에 문제가 있지 않나 끊임없이 생각했어. 그리고 1~2시에 픽을 썼고, 다시 현퀘를 하고, 6~7시에 픽을 쓰고, 현퀘를 하고, 9시부터 11시까진 게임 내지 픽, 혹은 픽을 쓰는 데 필요한 자료들을 조사하는데 시간을 보냈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14년도~15년도 이후 탈갤한 동안...2년 동안은 꾸준히 글쓰기를 했고, 19년도 11월 말 프2 개봉 직전까지는 잠에 들기 전 새벽 감상에 젖어서 짤막한 문구들을 적기도 했어. 물론 대부분의 문구들이 PP에 삽입되진 않았지. 그 문구들은 PP에 넣기엔 너무 낭만적이었지만, 그래도 PP를 쓰면서 인상적인 문장들을 남기는 데 큰 도움을 주었지. 이상한 개소리가 좀 길어지는데 각설하고, 아무튼 딱딱 시간에 맞춰서 픽을 쓰고, 설정을 정리하고, 자료를 조사하는 습관을 계속 기르다 보니까 남들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진지한 분위기의 글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해. 만약 설갤 기네스북이 있다면 초장편 픽 부문에 PP가 들어갔을 거라고 장담할 정도로 PP는 아주 길어. 퇴고작업을 다시 해야 하는 내가 읽기에 버거울 정도야.

그리고 코로나에게 감사해야할 것 같은 게, 사실 재택현퀘가 4월 쯤에 끝날 예정이었고, PP도 그때 어찌어찌 연재 주기를 좀 늘려야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 대충 2주에 2화 정도? 이렇게. 근데 코로나 때문에 재택현퀘가 연장되고 강제되고, 위에 기술된 것처럼 픽 쓰는 습관을 어찌어찌 계속 이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서 뜻하지 않은 연기(내가 분량을 못 자름 OR 글자 수 못 줄임 문제)빼고는 계속 연재할 수 있었던 것 같아. 89~91화 완결편에서 쥬미들이 진심으로 완결을 축하해주는 댓글들이 많이 달린 것처럼, 성실하게 연재했어. 89~91화 당시 댓글들이 하나같이 인상깊었다. 개중에는 이 픽을 정주행한 쥬미들의 댓글들도 있었고, 비 설갤 유저가 단 듯한 댓글들도 있었어. 다른 픽들처럼 엘산나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나름 수요층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내 스스로에게 백세카레 매운맛을 안겨주고 싶네.

 

 

번아웃을 얘기했는데, 솔직히 좀 많이 찾아왔어. 20화 전후로 찾아온 것 같아. .. 이 글을 지금 읽고 있는 네가 알다시피, PP는 쥬미들이 기다리고 고대하는 엘산나 섹스가 진짜 하나도 없어, 그리고 좀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고, 무엇보다도 엄청 길어. 내가 판형을 조금 잘못 잡았는데 지금 제본작업(전체 퇴고 작업) 이전인데도 11P 글 상하 간격 160% A5국판 기준 1,197페이지를 찍었다.

이렇게 장기 연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댓글 수에 연연하게 되는 경향이 좀 커. 이건 내 기준으로 한정된 거니까 이걸 모두의 기준으로 삼진 않았으면 해. 아무튼... 댓글 수가 적어서 개념글에 못가면 그때마다 멘탈이 구멍 난 밀가루 자루처럼 멘탈이 가루가 되어 삐져나와 버리더라고. 아마 20화 이후부터 거의 매 화마다 번아웃이 찾아왔을거야.

근데 그렇다고 난 포기하진 않았어. PP를 읽는, 혹은 읽었던, 혹은 읽게 될 쥬미들은 알고 있거나, 알게 될 텐데 댓글들을 보면 정말로, 진심으로 PP 내의 주제와 등장인물들을 해석하는 장문 댓글들이 적잖이 있었으니까. 그것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내가 제시한, 혹은 의도한 것들이 어떻게 해석되었는지 일종의 철학을 담아 공부할 수 있었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죽음에 관하여란 웹툰의 논어 파트에서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 사람 3명이 모이면 그중 한명은 반드시 배울점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 물론 실제로 3명의 쥬미가 모이면 목질 그 자체가 되어버리지만, 어느 정도 픽 내의 요소들을 가지고 쥬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하길 바랬고, 이는 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보여줬어.

이렇게 거의 매 화마다 장문형 댓글이 달렸던 것 같고 이를 통해 번아웃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어.

 

물론 번아웃이 완전히 나은 건 아니야. 완결을 낸 지금도 난 그 후유증으로 인해 약간의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어. 아주 심각한 건 아니고 신경안정제나 심장안정제 같이 스탠다드형으로 먹고 있어. 약 한 달 정도는 먹고 지내야 할 것 같아. 픽쥬미들은 번아웃 조심해. 나처럼 아득바득 버티면서 쓰다간 병 난다. 진짜.

사실 지금 약 먹고 Q&A 쓰고있는데 이거 좀 너무 졸리다.

 

 

약쟁이가 되는 게 이런 기분인가???

 

 

 

 

 

 

 

 

 

2.가장 맘에 드는 화가 뭐였죠?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어. 내가 넣고 싶은 캐릭터들을 넣고 거기서 내가 원하는 장치를 집어넣고, 이야기를 전개했는데, 콕 집어서 '이게 PP에서 가장 좋았읍니다!'라고 생각한 건 딱히 떠오르진 않네.

 

마음에 들었다기보다는 좀 고심있게 썼던 화들을 꼽자면 1, 10~11, 23, 42~43, 46~47, 48, 49, 56, 5773~74, 75, 78~79, 83~84, 89~91 정도가 있어. 혹시 이 PP를 이제 막 읽으려는 쥬미들은 지금 언급한 화들을 가급적이면 먼저 읽지 않기를 부탁할게. 정말로. 그냥 1화부터 순서대로 읽어줘. 스토리의 전환점이자, 내가 보고 싶어하던, 그리고 너희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핵심이 되는 화들이니까.

 

물론 다른 화들도 마음에 들어. 1화부터 91화까지의 연재 과정은 최대한, 내가 알고 조사한 내용들을 쓰기 알맞은 것들만 추려내는 수작업의 연속이었으니까. 마음에 안 드는 화가 없었어. 그냥 '아 이건 나중에 좀 수정해야겠다'싶은 정도지....

 

그리고 내 입맛에 맞는 설정 범벅으로 채워서 모두 마음에 들어.

 

분량 빼고.

 

 

 

 

 

3.초고 쓰는 시간과 퇴고하는데 드는 시간이 어느 정도 비율인가요?

딱히 시간을 계산하진 않았지만 1주일에 3화씩 올렸다는 기준하에 초고를 쓰는데 40%, 퇴고를 하는데 60%가 들었어. 또한 어떤 장면을 쓰느냐에 따라 비중이 다른데 전투씬 혹은 철학적이거나 시사적인 부분의 경우엔 70~80% 정도의 퇴고 시간을 준비했던 것 같아. 이제 보면 좀 우스운 게 이걸 진짜로 책으로 팔려고 만든 것도 아닌데 이렇게 뇌세포를 갈아버리면서까지 퇴고를 했단게 나로써는 좀 희극 비스무리하게 느끼고 있다.

이제 PP 본편이 완결난 지금은 슬슬 다시 리마스터링 퇴고작업을 시작해야겠지? 60만자+@를 언제 다 하지.

 

8/30일 내용 추가.

 

아직 15화도 작업 못했는데 공미포 12만자를 넘었다.

 

 

 

 

 

 

4.후에 팬아트들을 올릴 건가요??

일단, 난 정말로 팬아트들을 단기간에 많이 받은 픽쥬미에 속해. 진짜 그림 하나하나 모두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개중에는 스포 관련해서 삭제된 독후감도 있어서 올렸다가는 원작자인 내가 되려 스포를 하게 되는 꼴이 되어버리잖아... 그래서 일단 갤에 있는 스포가 없는 팬아트들은 내가 자영업을 할때 올리기도 하는데...

 

8/26일 내용추가

 

아마 스포가 있어보이는 팬아트들은 링크 형식으로 달아볼 것 같아. 차별을 두는 게 아니라 팬아트 자체로 스포가 되어 버리는 게 조금 있고, 일단 스토리를 만들다 보니까 스포가 얼마나 위험한 건지 내 스스로가 잘 알고 있거든. 그리고 삭제된 독후감 짤들을 일단 가지고 있기는 한데, 일단 내가 그 독후감을 올려준 쥬미를 찾아서 어떻게 허락을 받거나, 아니면 그 쥬미가 대신 올려주거나 해야 하는데 

 

 

일단 가이드에 추노 같은 건 하면 안 돼. 그렇다고 여기에다가 '삭제된 독후감 올렸던 쥬미 이 글 보고 있으면~'이라고 쓰면 일종의 저격이 되어버릴 수도 있어.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나 어떡하지.

 

 

 

 

 

 

 

 

 

 

5.한스는 자기가 잡힐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나요? 그래서 길동무 삼으려고 폭탄 설치해 둔 건가요? 아니면 원래 그냥 설치되어있는건데 안나가 운이 나빠서 휘말린 건가요?

 

한스는 좋게 말하면 사람의 심리를 잘 다루고 있고, 안 좋게 말하면 모사꾼과도 같은 설정을 두고 있어. 내가 PP를 쓰면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 디즈니 건 비 디즈니건간에 모두 각자의 설정들을 짜 두었지만, 안나와 메가라 못지않게 시간을 투자해 설정을 짜낸 게 한스인데, 그는 작중 내내 모종의 수단으로 안나의 심리를 장악해 의심을 사지 않게 통스를 쳤지. 그리고 이후에 안나가, 정확히는 안나의 옛 지인과 현 지인의 공작으로 외통수를 쳤고,  도피를 하는 그 순간에도 잡힐 확률을 어느 정도 예상하면서 폭탄, 정확히는 부비트랩을 따로 설치해 두었지. ‘외부세력이 건들지 않는 이상터지지 않는 트리거를 걸어두고 말이야. 그는 민주당을 통한 인맥으로 증인 보호 프로그램의 대상자가 되어 훗날을 도모하려고 했어.

 

아마 한스의 탈출이 성공했다면 남은 자본과 정보로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고 정치적인 연줄을 이용해 감사 등을 피한다거나 해서 또 다른 엘사를 만든다거나, 아니면 안나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을 개체들을 미국 혹은 캐나다 쪽의 인맥을 통해 다시 만들어 냈을지도 모르지

 

다시 돌아와서, 한스는 이 폭탄은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저항이 약한 사람들의 근처에 설치에 누군가에게 죄책감을 지우려 했고, 심지어 자신이 구류될 법한 곳들에도 폭탄을 숨겨놔 안나의 희극을 막으려 했어. PP를 읽는 쥬미들은 알 듯이, 한스는 엘사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이 심했거든. 잡히면 만날 수 없으니까, 세상에 대한 미련을 죽음으로 끊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안나를 부상/죽게 만듦으로써 자신의 시나리오를 비극으로 끝맺고자 했지. 일종의 서브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보면 돼.

안나가 폭탄에 휘말린 것이 운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야. 안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스의 체스판 위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놀아난 것에 가까워.

혹시 아직 이 PP를 읽지 않은 쥬미들이 오해할 것 같아 적어두는데, 갤 가이드에 어긋나는 것은 전혀 적지 않았고, 원작자인 나 또한 가이드에 위반될 내용따윈 전혀 생각해 두지 않았으니 안심하라구!

 

 

그리고 애초에 내가 섹스를 쓸 줄 모릅니다.

섹스 그게 뭔데.

그거 어떻게 쓰는 거냐고.

 

아니 그리고 내용을 보면 섹스씬을 쓰면 안돼.

 

진짜 안돼. 이유가 있어. 내가 잘 쓰든 못 쓰든 여기에다 쓰면 안돼.

 

 

 

 

 

 

 

 

6.안나는 최대 몇 시간 안자고 버틸 수 있나요, 당신 왜이리 안나를 괴롭힌거죠?

딱히 몇 시간 버티는지는 생각 안했지만, 보통 저격수들이 수십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스코프만 바라본다는 것을 가정하고, 안나는 CIA SAD 소속으로 특수 공작을 하기 위해 훈련을 받았고, 어릴적의 NFF 때 당시에도 기초 훈련들을 받았을 테니까 못해도 60시간 이상은 버틸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안나를 왜 괴롭혔냐고 물어본다면 PP 내 세계관에서 안나는 CIA의 블랙옵스들을 성공적으로 마쳐낸 베테랑 요원이고, 민간 업계(블루라운드, 샐리맨더레드 타워 같은 민간군사/용병기업, 더 나아가 ASIC 같은 컨설팅 기업)에선 스카우트 대상 0순위에 해당하는 설정을 가지고 있지. 그래서 안나가 작중에 왜 관련 업계 사람들이 안나의 별명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뒷받침되는 근거들이 필요했고, 그것의 골조가 되는 것이 PP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토리에서 드러나그러니까 제이슨 본 시리즈 같은 영화들을 보면, 작중 내내 주인공인 본의 전투력, 기술력, 그리고 체력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듯이 PP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갔다고 보면 돼아이러니한 것은, PP를 쓸 때 참고한 영화나 책은 거의 없었어. 그냥 설정 파탄 안내려고 계속 에버노트하고 구글어스, 유투브 영상, 게임, 그리고 기타 문서들만 보면서 픽을 썼거든. 연재 중에 보았던 영화 대부분은 PP와 아예 생판 관련이 없는 것들이었고, 그나마 희미한 접점이 있다면 1917밖에 없어. 1917의 후반부를 계속 돌려봤거든. 또 게임 외에 취미시간을 투자할 수가 없었어. PP를 주간으로 최소 2회 이상 16천자 이상 빼곡하게 쓰려면 시간을 엄청 쪼개가면서 써야 했어. 1번 질문의 대답과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돼.

 

 

 

 

 

 

 

7.날 잡고 보면 볼만한 양입니까? 새벽 내에 다 볼 수  있을까요?

지금 내가 판형을 잘못 잡긴 해도 단순하게 잡으면 두꺼운 소설책 2권 내지 조금 얇은 소설책 3권 정도의 분량이라 새벽 내에 다 보진 못할 걸?

이 픽에 관련해서 내가 누누이 말하는데 정주행하다가 소리소문없이 이슬처럼 사라진 쥬미들이 아주 많아. 제발 천천히 읽어줘. 나 삭제 안해. PP가 섹스를 다룬 것도 아니고 주위에 들키면 안 되는 그런 주제들로 이뤄진 것도 아니라서...

댓글도 달아주면 정말 캄사합니다. 중간중간 념글에 못 간게 있는데 그것들 좀 개념에 보내주면 정말로 아가리토 하겠습네다.

 

+Q&A 이후론 전체적으로 한번 다듬으면서 내용 추가가 더 있을거 같음.

 

 

8/17일 내용 추가.

 

존나 많다.

진짜 너무 많다

 

 

 

826일 내용 추가.

 

작년 12월의 나를 죽이고 싶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런 숙제를 남긴거니 시....................

 

 

 

 

 

 

8.최초에 어떤 계기로 어디에 영감을 받았는지?

계기가 딱히 있진 않았어. 그냥 11월 프2로 회전문하기 전에 단순하게 PP의 골조가 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냥 어디다 써야 할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어. 그냥 엘탄절이라길래

 

'오 시발 나도 참여해야지ㅋㅋㅋ 시발 짧게 간다!'

 

란 생각으로 PP를 쓰게 되었어.

지금 생각하면 병신이었네. 진짜 300페이지 정도로 끝날 줄 알았거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8개월의 난 진짜 어떤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한거지?

 

 

 

안나의 캐릭터 설정은 마크 그리니의 그레이맨에서 영감을 받았고, 엘사의 캐릭터 설정은 뭘 영감을 받았다기보다는 현대에서 원작의 능력이 있다면 어떻게 이용되어질까?’란 생각을 가지면서 PP를 쓰게 되었으니까물론, 현실에서 초능력이 반갑게 여겨질리는 없을 것이고, 이러한 현상의 부정적인 단면 중 하나를 보여주는 것 PP거든.

, 혹시 마크 그리니의 그레이맨을 표절했다거나 의심하는 쥬미들이 있을텐데 표절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처음엔 어느 정도 내용을 보면서 오마주하려 했는데 자칫하면 표절이 될 것 같아서 그냥 그레이맨의 주인공 코트 젠트리의 전투력(존나 쎔)과 출신(CIA출신 킬러)만 비스무리하게 뽑아서 내 오리지널 스토리를 썼어.

 

굳이 스토리의 배경을 참고했다고 할 만한건  CIA에서 90년대까지 진행했던 초능력 관련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와 우리가 흔히 아는 MK울트라에 영감을 받았어.

 

 

 

 

아 그리고 그레이맨 존나 재밌음. 절판되었긴 한데 한번 구해서 읽어보셈 제발 존나 재밌으니까! 시발 또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후속작인 온 타깃도 재밌음 어흑흑 제랍알담라

온 타깃도 절판되서 E북으로 봐야해....

또 작중의 전투씬들은 실제 CQB 영상들, 그리고 게임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2019)의 캠페인 내 장면들과 문서화된 자료들을 참고하면서 썼어. 마약 관련해선 독전의 장면 일부를 쓰기도 했지. 또 여러 군사적인, 혹은 음모론을 좀 다루는 유투브 영상들을 참고하면서 쓰긴 했는데, 너무 많아서 모든 링크를 걸긴 힘들 것 같아. 유투브, 뉴스기사, 블로그... 그냥 존나 많아.

 

 

그리고 텍본작업을 하고 있는 지금도 내가 찾아내는 정보들은 늘어나고 있어.

 

살려줘.

 

이제 20% 정리한 거 같은데, 20%에서도 계속 고치고 있어.

 

 

 

 

https://www.cia.gov/library/readingroom/

 

여기에 들어가서 키워드로 검색하면 기밀해제된 문건들은 다 나올거야. 근데 내용이 적잖게 말소되었고, 한글 번역이 안되다 보니까 읽는데 좀 힘들거야.

 

 

 

 

 

 

9.결말은 정해져 있었는지?

정해져 있었는데, 중후반부에 바꿨어. 1번 질문에 써 있듯이, 번아웃을 겪으면서 우울증이라거나 조울증, 공황장애라고 생각되는 증상들이 계속 날 괴롭혔고, 하필이면 처음 생각한 엔딩은 정말로 어두웠어. 거의 영화 미스트 급의 허무주의 엔딩이었지.

그러니까 대충 개괄적인 컨셉상 엔딩은 중반부 쯤이었나 안나가 당텍의 조력을 받아 런던의 블루라운드 본사에 쳐들어가 사장 이두나를 총으로 무참히 쏴 죽이고, 이두나의 시체를 안으며 한스에게서 진실을 듣고 좌절하다 근처 건물 옥상에 있던, 한스에게 고용된 저격수에게 저격을 당할 뻔 했지만, 멜리사가 대신 맞아 죽음에 이르고, 안나와 엘사는 총소리와 신고를 받고 출동한 CTFSO(런던 대테러 무장 경찰)SAS에 의해 그 자리에서 런던 테러범으로 체포되지. 블루라운드가 있는 아가르 스트리트와 다우닝가 10번지랑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 있거든.

참고로 아가르 스트리트는 실제로 런던에 있는 거리야. 초반부 지역 설정 때 시간을 투자해서 조사했거든.

 

 

하지만 총리 내지 총리의 최측근과 인연이 있던 새뮤얼의 로비로 SAS 내지 MI5 요원으로 장기 계약을 맺는다는 조건, 그리고 블루라운드는 정부 공영기업으로 흡수시킨다는 조건 하에 간신히 구속에서 풀려난 다음, 에리얼의 인포카르텔의 도움을 받아 한스를 추적해 사살하는데 성공해. 하지만 이 스토리를 구상할 당시엔 능력 자체에 치료가 아닌 ‘생환이라는 부가요소를 생각하지 않았어. 이 때문에 멜리사와 이두나는 되살아나지 못하고, 이 당시의 엘사의 행방을 알 유일한 사람인 제인은 자신의 분신들(?)과 함께 죽임을 당한 뒤였어. 하지만 에리얼이 겨우 알아낸 정보를 통해 안나는 결국 한스를 죽여 복수를 이뤘지만 엘사를 찾지도 못하고, 남은 건 엘리사 뿐이고, 영국 정부 산하 기관과 강제 계약을 맺게 된 안나는 엘리사의 능력의 잠재성을 고려해 창설한 MI5 산하 기관인 ‘AAA’(Advanced Ability Agency, 대외명 Alternative Astronaut Academy:대체 우주비행사 학원)의 실험체가 된 엘사와 기약없는 이별을 하게 돼. 그리고 그토록 떠나고 싶어했던 슬리퍼 에이전트의 세계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되는 것으로 엔딩을 끝마치게 돼. 이게 첫 번째로 구상한 엔딩이었고, 두 번째로 구상한 엔딩은 첫 번째 엔딩과 줄기는 비슷하되, 엘사를 어찌어찌 찾았지만 엘사는 물의 능력을 겨우 움직이며 두 눈이 먼 상태로 어느 외딴 섬의 등대지기가 되어있었고, 엘사는 안나를 만나고 싶어했지만 안나는 엘사의 상태가 자신이 찾지 못해서라고 자책해 만나기를 주저하지, 대신 작은 엘사를 등대로 보내 엘사의 뒷바라지를 하게 하고, 안나는 아무도 없는 셰필드의 집에서 크리스마스의 눈 내리는 창가를 바라보며 처음으로 담배를 태우다가, 엘사에게 자신이 안나란 것을 증명하려고 얘기했던 '두 공주 이야기'의 잊혀진 부분을 기억했고, 더 이상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며 우는 얼굴로 창밖의 노란 가로등 젖어 날리는 눈송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야기가 끝나, 이게 두 번째로 구상한 엔딩이었어.

 

 

하지만 첫 번째 질문의 대답 중에서 번아웃 때문에 엄청 고생했다고 했잖아. 그 번아웃 때문에 심적으로 미쳐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 PP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정말로 많고, 하나하나 개성과 설정을 부여해야 했지. 그게 디즈니 캐릭터건 비 디즈니 캐릭터건 말이야. 전개하면 전개할수록 스토리에 내 스스로가 이입되었고, 이로 인해 엄청나게 기쁘다가 급 우울해지고 그러다보니까 실시간으로 정신병 비스무리하게 찾아오고... 차마 첫 번째와 두 번째 엔딩을 쓰고 싶진 않더라고, 허무주의로 쓰기엔 내 멘탈이 더 감당 못하고, 만약 썼다간 다음 프로즌 단편 혹은 프3이 개봉이 되어도 내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준으로 내 심리적 상태는 좋지 않았어. 그 상태에 있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안나한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줘야지. 크리스마스는 겨울이고, 눈이 오니까, 그에 걸맞는 눈송이들을 선물로 주는 거야. ㅋㅋ 안나 딱 대 선물 들어간다ㅋㅋㅋ'

60화 정도 썼을 무렵부터 최대한 이 생각에 맞춰서 이야기를 전개시켰어. 그렇게 어찌어찌 너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똥꼬발랄한 두뇌쇼를 한 덕분에, 아렌들은 행복한 엔딩을 맞이했다. 어느 쥬미가 완결 직후 1시간 뒤에 올려준 그 그 팬아트처럼 말이야.

 

 

+까먹고 있었는데 6/29일자에 팬아트 4?이 한꺼번에 올라왔네????

내가 요즘 약을 계속 먹고 있어서 갤 확인을 잘 못하고 있어서 이제 확인했어, 정말 감사해! 팬아트들 보면서 '아 이 장면! 그거그거!'하면서 썼을 당시를 추억하게 만드는 팬아트들도 있고, 무엇보다도 동화같은 색감이 정말로 좋다, 엔딩에서 부업으로 동화 작가를 하게 된 안나가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야.

마지막까지도 난 너희들이 준 팬아트 덕분에 행복하다!(자살 암시 아님!)

 

 

 

 

 

 

 

 

 

 

10.만약 꼬맹이들이 안 돌아왔다면 안나는 어떻게 살았을찌?

안나가 쓰던 소설의 마지막을 쓰지 못했겠고, PP가 연중이 되었을 거야. PP는 작중에서 안나가 쓰는 자서전의 설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구상한 해피엔딩=PP의 마지막 이야기나 다를 게 없기 때문이야. 엔딩이 안 나오면, PP도 연중이 됐을 거야.

 

아마 연중이 됐고, 안나가 PP의 마지막을 쓰지 못해도 안나는 동화책 작가로 나름대로 이름을 날렸겠고, 엔딩의 배경이 된 크리스마스는 김이 빠진 맥주처럼 진행되었을지도 몰라. 그도 그럴 것이, 엔딩 부분인 85~91화 부분 내내 눈이 내리는 날씨고, 엘리사와 멜리사의 능력은 눈을 연상케 하는 능력들이니까. 나름 다른 사람들(제인, 오로라 등)을 초대해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했겠지만, 이따금 대화는 끊어지면서, 몇몇 사람들은 한나를 통해 엘리사와 멜리사를 그리워하며 우울한 생각에 빠질 수도 있었겠다. 그리고 나중에 참지 못하고 크리스마스 이후에 스카와 심바에게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을 거라고 생각해.

 

 

 

 

 

 

 

 

11.제목을 Praying prey라고 짓게 된 이유는?

2017년 상반기로 거슬러 올라가게 돼. 그때 당시에 난 배틀필드1이란 게임을 하고 있었지. 그 즈음에 해당 게임의 팬이 DLC의 컨텐츠로 팬메이드 트레일러를 만들어서 유투브에 올린 거야.

https://www.youtube.com/watch?v=ckcScTAbGY4

이게 그 당시 팬이 만든 영상인데 영상의 대부분에 깔린 배경음이 너무 좋아서 후반부 크레딧을 보니까 Katie Salt란 사람이 All you need is love를 커버(?)해서 올린 노래가 있어서 한 3~4개월동안 계속 들었던 것 같아. 계속 듣다보니 가사, 특히 익숙한 단어들이 들리곤 했지.

https://www.youtube.com/watch?v=ynZr2M2exRE

해당 영상의 226~33초에 ‘Don’t need to be a prey, No need to be a prey’, 335~45초 사이에 ‘no need to be a prey’?란 가사가 두 번 언급돼. 그런데 내가 그 프레이 쪽이 Pray 인지 Prey 인지 도통 모르겠고, 또 내가 언어유희 농담을 엄청 좋아하다 보니까 이 두 단어를 붙여 일종의 짤막한 문장을 만들어 보기도 했어. Praying prey, 기도하는 먹잇감(먹이). 설갤에서 가장 길지도 모를 픽의 제목은 이렇게 탄생했고, 그 당시엔  '언젠간 써먹을 수 있겠지'란 심정으로 메모장에 킵해 두었지. 그리고 작년 12월 말 엘탄절 때 연재를 시작할 때, 잠깐 구상해둔 스토리의 전반적인 부분을 곱씹어 보니, 안나 일행은 계속 쫓겨야 하는 먹잇감의 상태에 놓여 있고, 그럴 때마다 일행의 서로를 사랑하고, 인정하고, 미래를 기도하게 되는 그런 골조가 드러나더라고그래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까, 내가 메모장에 킵해둔 이 짧은 두 단어가 있었고, 곧바로 이 이름 없을 픽은 Praying prey로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어.

 

 

참고로 원래 작중에서 안나가 피아노를 치면서 엘사에게 이 노래를 불러주는 내용을 담으려고 했는데... 이거 영상이 가사 지원이 안되고 가사가 첨부된 영상이 유투브에 없어서 넣지 못했어... 만약에 넣었다면 PP93화로 완결되거나 했는데 이건 정말로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영어를 알긴 하는데 외국 게이머들하고 주로 소통하는 용도로만 쓰지 가사 청해를 잘 모태 흐흑 시발....

 

 

 

 

 

 

 

 

12.소설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요약한다면?

여러 가지 메시지를 담아서 굳이 뭘 하나를 꼽긴 힘들 것 같은데... 몇 가지 메시지를 추려낸다면

절대 선은 없다.’

이타적인 이기주의자가 됩시다.’

그 무엇보다도 맞바꿀 수 없는 것은 가족.’

 

이 정도 될 것 같아. 이게 꼭 정답은 아니야. 내가 누누이 말했든 PP는 원작자인 내 기준이 아닌, 안나를 비롯한 PP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 인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그들의 생각과 의도, 그리고 주변 환경을 생각하면서 메시지를 도출하고, 그것이 정답인 거야. 또 내가 자영업을 할때도 언급했듯 나도 댓글쥬미들이 장문으로 써둔 댓글들을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너희들의 철학을 공부한다고 했어.

사실상, PP의 메시지는 읽는 너의 해석에 따라 정답이 있는 일종의 논술형 문제와도 같다고 할 수 있지.

처음엔 스펙옵스 더 라인이란 게임처럼 강렬하게 메시지를 주고 싶지만, 너희들에게 강제로 메시지를 안겨주고 싶지 않았고, 그러지 않았어. PP는 내가 너희들에게 가르치는게 아니라 내가 주제와 떡밥을 제시하면 너희들과 내가 각자 해석을 통해 픽과 댓글로 창작을 이어나가는 형태니까.(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음.)

존나 어느 게임들처럼 PC 세워놓고 시발, 언에듀케이트 새끼들!’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그런 병신 같은 마인드는 내게 없다구요 섹스섹스!

 

 

8/30일 내용 추가.

 

너티독 tlqkftoRlemfdk...

 

 

 

 

 

 

 

13.죽은 사람도 살릴 정도의 약이 개발되면 그걸 노리는 조직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것 같은데 앞으로 꼬맹이들이 위험해지진 않을지? 사회 파급은 어마어마할 거고? 시즌2가 나올정도로 개판되는 거 아닐지?

 

약까지는 아니어도 엔딩 기준으로 엘사의 피로 만든 일종의 혈청이 개발되었고, 치유하는 능력을 가진 엘사를 추적하려는 외부세력의 움직임은 작중에 한 번 드러난 적이 있었어. 물론 메가라가 작업을 쳐 놓아서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당장 현대사를 보면 나타나는 시사적 요소를 파악하면 국가들이 어떠한 정책 내지 움직임을 철회하곤 하지만 유보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또한 아이들과 안나의 가족, 그리고 주변인들은 지금 당장은 안전할 거야, 영국 MI5, CTFSO, 미국의 CIA의 보호 하에 생활할 테니까. 하지만 런던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예측할 수 없는 테러가 종종 일어나니까, 좋든 안좋든 아이들의 능력이 세상에 밝혀질 때가 올 거야. 아마 그 때가 PP의 두 번째 이야기가 되겠지?

 

 

PP의 두 번째 이야기는 외전 말고는 딱히 생각해 두지 않았어.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고, 그 중 하나가 안나와 직접적으로 대립할 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 어쩌면 안나의 옛 원한을 가진 누군가가 PP의 두 번째 이야기를 열어제낄지도 모르지. 현재 PP의 두 번째 이야기의 제목은 오르톨랑’(가제)로 생각해 두고 있어. 여기에 의미를 담아도 되고, 담지 않아도 돼. 오르톨랑은 아직 시나리오 구상 단계에 머무르고, 이제 막 구상을 시작했거든.

그리고 이 초능력이란 것은 국가 간에 흐르는 정세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 수단으로도 이용될지도 몰라. 그렇게 스토리가 진행이 된다면 아마 오르톨랑은 스케일이 크면서도 PP보다 더 어두울지도 모를 주제를 담고 쓰게 될 것 같아.

기술 윤리라거나 생명 윤리를 좀 더 다루고, 종교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내용을 담고 있을 수도 있어. , 아직 확실히 정한 것은 아니라서 여러 측면으로 천천히 접근해야 하니까 크게 신경은 쓰지 마!

확실히 말해둘 수 있는 것들은 딱 두 가지야. 외전은 무조건 나온다는 것, 그리고 PP:오르톨랑은 최대한 포기하지 않고 구상해 볼 것!

+외전의 이름은 셰필드의 아렌들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짐.

당장은 나오진 않을 거 같아. 일상물 형식으로 쓴다 해도 스토리는 생각해야하고, 오르톨랑까지 고민해봐야 하는데다, 내가 심적으로 안좋아져서 이 병이 나을때까지 제대로 된 픽을 써낼지 의문이다...

 

 

 

 

8/17일 내용 추가.

 

외전 말고 오르톨랑은 지금 시점의 내가 구상하기론 엄청 많은 지식을 요구할 것 같아. PP를 쓰면서 가장 고려했다고 생각했던 건 군사적인 지식, 철학, 가치관이었는데 조금씩 구상을 해보니까 오르톨랑에서는 역사, 교양(?) 등을 더 추가한 다음에 언급했던 요소들을 더 생각하고, 내 딴에는 공부를 하면서 스토리를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아. 잠깐 생각해보니 근미래적인 요소도 좀 고려해봐야겠고

 

아마 PP보다 더 어두운 내용을 쓸 지도 모르겠다. 그냥 느낌이 그래. 어쩌면 오르톨랑은 설갤에서 가장 어두운, 다른 측면으론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픽이 되지 않을까 싶어. ...불편하다는 게 막 뭔 소재주의나 갤에서 금기하는 소재를 쓴다는 그런 게 아니고 하도 집어넣을 게 많다 보니까, 쓰는 나도 생각할 게 많아지고, 읽던 쥬미들도 좀 생각이 많아지게 되거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냥 생각할 게 더 많아진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어. 적어도 내 기준으론.

 

 

8/27 내용 추가

 

확실하진 않은데, 오르톨랑 이후에 다룰 이야기의 주제도 어느 정도 잡히기 시작한 것 같아.

웃긴 건 아직 오르톨랑의 스토리 구상도 채 다 못했는데....

 

 

아바타도 아니고 뭔...

 

 

 

 

 

 

 

14.다같이 캠핑가나요? 해변에 집짓고 행복하게 사나요?

캠핑 같은 이야기들은 외전에서 다룰거야. 그리고 해변에 집을 짓고 살진 않을 거 같아. 왜냐면 이두나의 회사가 런던에 있고 출퇴근하기 힘드니까또 블루라운드 산하 구호단체인 EML의 대표가 안나이기도 하고. 해변이든, 시골이든 그런 한적한 곳에 다 같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이두나와 안나는 사회 인프라가 밀접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렌들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은 채로 엔딩을 보면 런던의 셰필드에서 살고 있지. 그래도 에리얼의 인포카르텔과 메가라의 CIA 팀원들이 MI5CTFSO(영국 대테러 무장경찰)의 공조 하에 아렌들의 신변을 보호해주고 있으니까 아직까지는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이 말은 당장은 아렌들에게 행복한 나날이 펼쳐질 것이고, 이것이 외전이 될 것이란 소리야. 그리고 아렌들에게 불행한 사건이 터지는 날이 오르톨랑이 되겠지.

 

 

 

 

 

 

 

 

15.외전 안나오나요? 외전?

당연히 써야지! 이제야 겨우 드래곤볼내지 사혼의 구슬조각 모으듯이 엘산나들이 모두 모여 대가족이 되었는데 여기서 끝나면 너무 아쉽고 내가 심적으로 힘들어서 일종의 자가치유 형식으로 써보려고 해. 분량은 확실하게 정하질 못하겠어. PP 본편에서도 그랬듯 내가 구상한 스토리의 분량을 내가 몰라요;; 그래도 한 200페이지 이상 쓸 의향은 있고, 아마 외전은 스토리라인에 따라가지 않는 에피소드/옴니버스 형식으로 쓸 것 같아. 하지만 세계관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내용도 서술해야겠지? 예를 들어 89~91화에 언급한 두 개의 상황의 진행을 언급하면서 쓸 것 같아.

적어도 PP 전체 분위기보다 더 밝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가 지금 우울한 글을 못 쓰게 되었거든. 너무 우울해서...

일단 캠핑은 무조건 쓸거야. 시밥 진짜 쓸 거야. 존나 수위는 못쓰지만 존나 발랄하게 쓸 거야 히히히히히힣.... 안나의 su flex 히히히히...

아 미친 잠깐만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데? 몇 명이지????

아니 진짜 왜이리 많아 아니 잠깐만요 하느님?

 

 

대체 8개월 전의 나는 왜... 이렇게 쓴 이유가 있을 거 아니예요.

 

 

 

 

 

 

 

16. 6개월이라는 초장기간에 걸쳐 초장편픽을 성실연재할수 있는 힘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사실 20화 전후로 매 화마다 번아웃이 찾아와서 그냥 픽삭하고 탈주할 생각을 항상 마음속에 담고 지냈어. 그런데도 계속 연재를 한 이유는 여기서 그만두면 독자와의 약속을 어기게 되는 거잖아? 독자는 내 픽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고, 난 독자의 댓글을 읽으며 다음 화를 어떻게 세밀하게 쓸지 구글을 키며 pp를 쓰고....

물론 이게 독자쥬미들하고 공식적으로 맺은 약속은 아니고, 나 스스로 만들어낸 약속이야. 신뢰가 있어야 과정이 순탄하고 결과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고, 이렇게 만들어낸 약속이 매주 성실연재였지, 물논 16천자 이상 쓰는 것도 약속에 포함되고.

또 장문형 댓글이 엄청 도움이 되었어. 나름 쓰면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장치들을 군데군데 놓았는데,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쥬미들이 심도있게 이해하고 댓글을 달아주더라고. 그게 가장 힘이 되었던 것 같아.

여담이지만, 픽들을 읽는 쥬미들은 픽에다 짧은 댓글들이라도 달아줘. 진짜로 이게 시너지가 엄청나. 날 보면 알 수 있잖아. 댓글 몇 개로 공백 미포함 60만자까지 써내서 완결내 버릴 정도로 댓글은 픽쥬미들에게 엄청난 힘을 안겨준다. ㄹㅇ임 진짜임. 내가 겪어보니까 알겠더라!

댓글은 창작쥬미들을 힘내게 합니다.

이 말을 믿지 못하거든, 갤 검색창에 Praying prey를 검색해 보십시오.

댓글의 힘이 얼마나 큰지 분명하게 보여주니까.

 

그렇다고 막 '시발 댓글 쓰세요 시발!' 같이 막 강요를 하거나 그런 건 아니야.

 

pp를 완결 직전의 상황에서 되돌아보니까 나같아도 PP읽다가 탈주하겠더라.

 

대체 이걸 어떻게 다 읽은거야?????

 

 

 

 

 

 

 

 

17.누구보다 신을 안 믿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거친 삶을 산 안나에게 기도란 어떤 의미일까?

솔직히 안나와 같은 삶에 처해 있다면 기도는커녕 인간사의 도의심에 의문이 들 정도로 공허하게 살았을 거야. 그런 삶에 찾아온, 겨우 스쳐지나갈 법한 작은 의심을 통해 안나의 삶은 크게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희망을 발견했지. 그리고 그 희망이 살아주고,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면서 안나는 기도를 하는 법을 배웠어.

안나에게 기도는 단순히 신을 찾는 게 아니야. 안나는 여전히 신을 믿지 않아. 대신 기도를 통해 가족과 지인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소소하지만 안나에게 있어 전부인 아렌들의 평화를 사랑하는 도의적인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이 픽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도'가 되었지.

 

 

 

 

 

 

 

18.엘산나 나중에 섹스해?

사실 섹스에 대해서 전혀 생각해 두지 않았어. 내가 섹스씬을 잘 쓰지 못한다는 단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스토리라인 사이에 어거지로 섹스씬을 쓰고 싶진 않았거든. 그리고 막상 섹스씬을 쓴다면 쥬미들이 PP의 스토리 자체가 아닌 섹스에만 집중할 것 같고 스토리는 묻힐 것 같아서 안썼어.

 

 

아마 PP 외전에서도 엘산나가 섹스할 일은 없을 거라고 봐. 애초에 난 찐득하게 가족애를 다루고 싶어서 PP를 쓴 거지 섹스를 위해서 PP를 쓴 건 아니거든. 만약 섹스를 의도했다면 내가 자료조사는 안하고 40화 안팎으로 완결냈거나 연중 했을거야무리하게 섹스를 쓰기보다는 차라리 내가 생각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써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어.

 

그냥 스토리 하나 멱살잡고 가보자는 생각으로 PP를 썼어. 아니 섹스씬이 나쁘다는 게 아니야. 나도 섹스 좋아해.

 

그냥 내 역량이 딸려서 그런거야.

 

 

오죽하면 어느 쥬미가 PP를 다른 쥬미에게 댓글로 추천할 때 이렇게 말했겠어.

 

 

'여기에 커플링이 하나도 없어.'

 

 

커플링 요소 없이 픽을 써낸것도 존나 신기한데

진짜 어떻게 쓴거지.

내가 써도 내가 신기하네;;

 

 

 

 

 

19.고증은 얼마나 철저하게 이루어진 건지? 엄청나게 했다면 그만큼 고증에 신경쓴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고증이 완벽하진 않아. 그냥 최대한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지키려고 했고, 엄청 충실하게 이뤄냈다면 아마 내가 설갤에서 글을 쓰기보다 아예 출판을 했겠지?

외국 훈련 영상들, 관련 영화들의 전투씬 클립들을 보면서 픽에 쓸만한 것들을 메모하면서 기본적으로 어떻게 안나가 싸울지에 대해 구상했고, 나름 고증이 충실했던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2019)의 캠페인, 그리고 인터넷에 나오는 첩보 용어’, ‘PMC’같은 단어 키워드로 나오는 자료들을 거의 싹 다 읽어본 뒤 PP 내에 쓸 설정들을 추려내 만들어내기도 했어. 그리고 일부 내용은 보안에 저촉되서 쓸 수 없는 대신에 내 나름대로의 설정을 추가시켜 넣기도 했지. 고증을 충실하게 지켰다고는 말은 못하겠어. 최대한 긁어모을수 있는 정보들로 만들어 보고 해도 오류는 분명 존재할 거야. 등장인물들의 직업이 원체 비밀스러워서 일반인인 내가 알아내는 것도 한계가 있고...

 

 

고증에 신경을 쓴 이유는 내 개인적인 습관과도 관련이 있지만, CIA, MI5, 군사기업 등등 설갤에서는 생소한 주제들로 픽을 써보자니 자료를 조사하지 않고 쓰면 그냥 단순하게 동화책마냥 쓸 것 같아서 끊임없이 조사하고, 정리하고, 픽을 썼어. 마냥 썰로 풀어서 쓰기엔 내용이 무겁기도 하고. PP가 엘산나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단 주변 사람들과 세계관에도 어느 정도 정당한 초점을 맞춰서 써야 할 정도로 스케일이 크다 보니까 그만큼의 설정들을 유지할 자료들이 필요하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이렇게 나름 찾아가면서 쓰니까 쥬미들이 더 재밌게 읽어주었던 것 같어. 그렇겠지????

참고로 몇 개의 프롭건을 구입해서 픽을 쓸 때 참고하기도 했지만, 거의 쓸모가 없더라. 흑흑 시발 존나 비쌈.

 

+8/17일 내용추가

 

리마스터/텍본 작업을 하면서 연재 당시와 지금까지의 기간 동안 인터넷에 갱신된 정보들, 혹은 내가 알게 된 정보들을 중간중간 계속 추가해 넣고 있어. 이렇게 해도 완벽한 고증을 이뤄내진 못할거야. 이 작업 또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상반기처럼 픽에 미친듯이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좀 많이 줄어들었거든. 뭐 아무튼... 최대한 찾아내서 PP에 녹여내려고 하고 있어.

 

 

 

+8/28일 내용추가

 

만약 여유가 된다면 여러 나라들의 기밀 해제 처리된 정보들을 좀 찾아서 PP텍본, 혹은 오르톨랑에 넣어보려고 하고 있어. 근데 접근 난이도가...허들이 너무 높아...

 

 

 

 

20.제본해서 개인소장해도 되나요? 제본되면 갤에 자랑해도 되나요?

당연히 가능하지! 난 사정이 있어서 제본을 못하지만 대신 해서 소장하겠다고 하면 그거야말로 픽쥬미에게 있어서 최고의 영광이 아닐까 싶어.

, 지금 현재 갤/대피소에 올라온 것을 제본해도 좋지만, 추후에 내가 시간 날 때마다 PP 전체를 크게 손 볼 생각이야. 스토리는 안 바뀌지만 자료 추가라던가, 뭉뚱그려서 썼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좀 더 세밀하게 쓴다거나 하는 작업을 할 거야, 이른바 리마스터링을 할 거란 소리지. 물론 지금 현재 갤/대피소에 있는 걸 제본해도 무리는 없지만...

아무튼 제본은 사칭만 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가능해!

 

 

 

 

 

 

+만약 리네이밍을 해서 타 커뮤니티에 연재한다거나 하는 일이 있다면 내가 이 계정으로 공지글을 쓰게 될 거야.

물론 이 PP를 표절하거나 스틸할 가능성은 타 창작쥬미들에 비하면 어엄청 희박하겠지만...

이거 표절/사칭해서 뭐하게...

 

 

 

 

 

21.이두나가 제인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크리스마스 지나서 열어보라고 했으니 픽에는 안 나온게 맞지?

이 내용은 셰필드가의 아렌들에서 전개될 내용이야. 일단 PP 본편은 크리스마스 이브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으니까. 무슨 선물인지는 이미 정해 두었어. 아마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거야.

 

 

 

 

 

 

 

 

 +이밖에 쓰지 못한 PP의 설정들 및 잡다한 이야기

 

 

사실 안나의 여정은 러시아를 시작해 ~스탄이라 쓰여진 나라들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내용을 담으려 했으나, 이렇게 되면 너무 많은 경로를 잡아야 한다. 가령 예를 들어 자동차로 간다고 하면 어디에서 어디까지 몇 시간 걸리는 지부터 조사해서 어느 도로, 어느 도시로 가야 할지, 그 곳에서 엘산나가 지낼 법한 장소들을 찾아내야 하는데 로드뷰나 정보, 건물들 영업시간 또는 장소를 담은 사진들이 일체 없는 지역들도 있어서, 쓰다가 내가 울화통으로 쓰러질 것 같더라고. 그래서 스토리의 조류를 좀 많이 바꿨어.

 

 

 

 

원래NFF 중간에 한 번 모습을 드러내는 내용이 있었어. 안나와 엘사가 어찌저찌 이나라 저나라를 건너가다 내전 중인 중동 어느 나라로 흘러들어갔고, 거기서 한스의 추격을 피해 NFF에 몸을 잠시 의탁하려고 했어. 하지만 현대사에 일어나는 전쟁들은 강대국들의 대리전이라고도 하잖아. 한스의 아톤이 있는 러시아 쪽의 입김이 내전의 한 편에 불어져 있었고, 그 편이 하필이면 NFF의 쪽이었지. 안나가 루머라고 부정했던 NFF의 자금줄이 러시아였던거야. 그래서 의탁한지 하루 이틀 뒤에 NFF는 엘산나를 배신하고, 안나는 NFF의 수장과 부하들을 모두 죽인 다음 도주해버리고 말아. NFF의 수장은 오큰으로 설정을 해 뒀는데, 스토리가 바뀌다 보니 NFF는 안나의 과거 설정에만 존재하게 되어버렸어. 맥거핀이 되어버렸는데 난 아직 NFF란 소재를 버리진 않았어. 언급한 이상 써먹어야 한다고 생각해.

 

 

 

스토리 중반쯤, 그러니까 쓰지 않았던 에피소드에는 엘사와 안나가 자신들을 추격하는 전차와 대치하는 씬이 있었어. 엘사가 전차의 포신 속을 몽땅 얼음으로 채워버린 다음에, 안나가 연막탄을 터뜨려서 모습을 감춘 다음에 전차 위로 올라가 해치를 열고 안의 승무원들을 기관단총으로 모두 쏴 죽인다는 내용이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너무하다고 느껴졌고, 또 이 장면을 어디에 넣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뺐어. 너무 어려워서.

 

 

 

초기에 엘사의 설정을 밤에는 어른으로, 낮에는 어린이의 형체로 들쭉날쭉하는 설정이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쓰는 내가 헷갈릴 거 같고 무리한 설정이다 싶어서 쓰지 않았어. 어쩌면 엘사를 성인으로 맞추고 전개해도 딱히 어색한 점은 없었을 거 같은데, 엘사를 왜 어린이로 설정하고 썼냐면 안나가 어렸을 적에 엘사를 잃어버렸잖아. 그래서 엘사가 개체임에도, 임무를 위해 이송해야할 패키지임에도 자연스럽게 엘사를 보호하려고 한 거야. 가짜일지 몰라도, 다시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PP를 완결 낸 이후 관련한 게임들과 취미는 아예 안하고 있어. 여러 가지 의미로 멘탈이 터지다 보니까 흥미가 떨어졌는데 뒷이야기 쓰다보니까 다시 흥미생김. 인생...

 

 

 

 

 

원래 한스의 과거를 추가시키려 했는데, 자칫하면 갤에 반하는 취지로 쓰게 될까봐 설정을 좀 축소해버려서 지금의 단면적인 한스가 나와버렸어과거 설정은 원작과 비슷하지만 아톤의 회장이 되기 위해서 위의 형들을 일부 죽이고 경영에서 뛰어난 두각을 드러내서 회장직을 차지했다, 그리고 회장직이 되기 전 아버지의 눈에 들기 위해 직접 시리아로 날아가 NFF와 접촉해서 개체 프로젝트에 필요한 전쟁고아들을 차출하던 도중에 엘사에게 반해서 사비를 동원해 엘사를 사왔지. 처음에 한스는 정말로 순수하게 엘사를 좋아했지만, 회장이 되기 위해 더러운 짓을 하다보니 그녀에 대한 사랑이 조금 뒤틀려졌다, 뭐 이런 설정이 있었는데 이걸 쓰기엔 쓰는 내 기분이 너무 같아서 그냥 과감하게 잘라냈어.

 

             한스 너 인성 문제있어?

한스는 계승주의야. 회장직밖에 몰라.

 

물론 이 파트를 쓰면 더 풍성하고 깊게 쓸 수 있는데 그럴시간에 엘산나 파트로 꽉꽉 채우는게 더 낫지...

그래서 엘산나로 꽉꽉 채웠어.

 

 

 

 

 

 

 실은 정말로 오마주하고 싶은 빌런이 하나 있었는데 콜오브듀티 블랙옵스 2에 나오는 '라울 메넨데즈'였어. 정말로 철학적이면서, 분명한 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선이 깨끗한가? 그리고 진실한가? 같은 철학적인 생각을 가지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인데, 일단 PP로 오마주하는데 실패해버렸네. 하지만 만약 다른 글을 쓰게 된다면 라울 메넨데즈같은 빌런을 오마주한 캐릭터를 등장시켜보고 싶어.

또 다크나이트, 조커(2019)에 나온 조커 같은 개성을 지닌 빌런, 그러니까 한스처럼 무조건적인 악이 아니라, 선과 악의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어주는 설정을 가진 빌런을 만들어 내고 싶어.

 

 

 

 

 작중에 있었던 고스트는 한 사람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단체를 지칭하는 단어야. 이건 그냥 내 개인 설정이야. 안나가 왜 1급 기밀에 해당하는 고스트에 있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안나는 몸을 내던지는 성향이 있더래도, 그 일련의 행동에는 국가를 위한 마음이 전혀 없었거든. 무엇보다도 안나는 영국 태생에, 시리아에서 내전을 겪으며 자랐고, 이후 현지 CIA 요원의 눈에 띄어 미국으로 건너가 정식 SAD로 자랐으니까. 무엇보다 안나의 조국은 미국이 아니지. 그래도 실력 하나는 출중해서 2급 기밀에 실리는 영광 아닌 영광을 누렸어.

 

아마 개체 프로젝트가 1급 기밀로 지정되면서 안나 또한 타의적으로 신분이 1급 기밀로 지정될 수도 있지. 현재로썬 좋은 의도로 진행하고 있는 CIA의 개체 프로젝트이나 누설되면 문제가 상당하고, 안나 또한 직/간접적으로 이 일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고.

당장 멀리 안 봐도 안나의 가족 중에 엘리사, 멜리사, 한나, 엘사가 있잖아.

 

 

 

 

 

원래 PP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 안나 중심의 외전을 쓰려고 했는데, 그 이전의 세월 동안 엘사의 부재가 너무 컸고, 그 외전에 수록될 사람들은 타 디즈니와 비 디즈니 인물들로 구성될 것 같아 갤 취지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냥 쓰지 않기로 했어엘산나에 엘이 없으면 되겠나.

 

이것도 한스 파트를 안 넣은것과 동일해.

 

 

 

 

에리얼과 안나는 처음부터 친했던 건 아니었어. 안나가 새내기 요원 시절에 핀란드에서 작업을 하던 도중 위조 신분증을 잃어버리는 사고가 일어났고, 핀란드에서 위조와 정보상을 겸하는 에리얼의 아버지를 찾아갔지. 하지만 에리얼의 아버진 자신의 커리어를 더 확고히 할 수 있는 CIA의 의뢰, 정확히는 그 요원인 안나가 의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절했어. 대신 안나에게 제안을 했지. 그리스에서 유학 중인 자신의 딸을 설득시켜 자신의 가업을 잇게 해달라고 말이야. 안나는 생각보다 인간적인 그의 의뢰를 수락했고, 당시의 상관이었던 메가라도 허락했지. 잠깐 작업을 중지시켜도 일주일 정도의 여유가 있으니 휴가나 가버리라는 식으로 안나를 그리스로 보내버렸어. 안나는 곧바로 에리얼을 찾아냈지만, 에리얼은 아버지가 보낸 안나를 한사코 피해다녔어. 그래봤자 안나 손바닥 안이었지만. 하지만 에리얼을 찾는 사람은 안나 뿐만이 아니었어. 안나의 아버지를 적대시하는 적대 조직의 히트맨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그리스로 파견되었고, 안나가 잠깐 짬을 내 엘사의 머리카락을 연상시키는 문신을 박았을 때, 에리얼은 히트맨들에게 납치되서 죽을 위기를 겪지. 하지만 메가라와 현지 정보통의 도움으로 안나는 에리얼이 납치된 곳으로 가 히트맨들을 모두 처리하고 에리얼을 구해줬어. 이때까지 한 일주일 주에서 3일 정도 소비했을 거야. 그리고 에리얼은 안나에게 구해지면서 생각을 거의 바꾸기로 했어. 아버지의 업으로 인해 자신까지 위험해졌고, 이 위험이 앞으로 사라지진 않을 테니까. 결국 에리얼은 안나와 이틀 동안의 그리스 여행을 다니고 5일째 밤이 되는 날 안나의 설득을 받아들여. 에리얼이 핀란드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은퇴하셨고, 에리얼은 아버지가 남긴 기술들과 자본, 그리고 인맥들을 토대로 자신만의 인포카르텔을 구축했어. 그리고 유럽이 아니라 러시아 국경에 카르텔 겸 거래소를 세우라고 추천한 사람이 바로 안나였지. 몸을 사릴 수 있으면서도, 에리얼이 만든 인포카르텔의 영향력을 믿고 찾아오는 '의뢰인''작업자'는 여전히 많을 테니까.

 

 

 

살인 면허의 개념에 대해 더 자세히 써보고 싶었는데 중간에 어디론가 사라진 것 같아. 작중에서 살인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안나와 크리스토프였던 거 같아. 살인 면허증은 어느 나라에서건, 작업에 관련이 있는 어느 기관에서든 발급받을 수 있어. 대신 숙련된 베테랑들만 받을 수 있지. 이것에 대해서 누군가는 CIAGRS가 있지 않냐고도 질문할 수도 있지만, 그거와 이 면허증과는 다른 개념이야. 그러니까 이 살인 면허는 민간에서 이루어지는 청부까지도 허용이 되는 개념이 더해졌다고 보면 돼. 그러니까, 기관의 일과 민간의 일을 모두 임하게 해줄 수 있는 자격증이라고 생각하면 돼.

    

 

 

딱히 이 픽에 정치색이 묻어있진 않아. 사실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좀 더 현실적인 정치적 내용을 첨가하고 싶은데 현재 우린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반감을 가지고 욕을 하는 게 당연시되는 사회가 되었지그래서 동전 던지기로 진보하고 보수 중 누가 악일지 정했어. 그렇다고 다른 한쪽이 선한 것도 아냐. 당장 근현대사를 둘러보면 어느 쪽이 좋다고 말하기 힘들거든. 이런 면에서 PP는 약간 아나키즘 관점에서 내용이 전개되는 것 같다.

            생사를 오가는 곳에선 사상과 이념이 중요하지 않거든.

 

 

 

 

처음에 기획했던 것보다 스케일은 엄청 축소해서 썼어, 위쪽 질문의 답에 썼듯이 내 역량이 부족했고, 만약 관련된 나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챙겨서 썼다면 PP는 엘산나 픽이 아닌 쪽으로 가게 되고, 아마... 91화가 아니라 150화까지도 썼을지도 몰라. 그리고 난 항상 내가 추측한 것보다 더 많이 쓰는 경향이 있지. PP를 쓰다보니 포기한 주제? 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일부를 뽑자면 '군비 경쟁', '개체들로 인해 바뀌게 될 전쟁의 패러다임', '핵무기와 개체들의 가치 비교', '새로운 냉전' 등등... 정말로 쓰고 싶은 주제들이 아주 많았는데, 아까 말했다시피 PP에 모두 담기엔 너무 생소하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부분 투성이들이라서 시간을 지켜가며 넣기엔 불가능했어. 그래서 못넣었어...

 

 

 

 

 

픽에 나온 디즈니 관련하지 않은 인물들이 나온 계기가 좀 특이한데, 원래는 디즈니 관련 캐릭터로 넣으려 했어. 근데 내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끝까지 본 게 겨울왕국을 제외하곤 전무하고, 라푼젤도 중반부까지 보다 모종의 이유로 뒷이야기를 못보고... 그러다 보니까 넣을 수 있는 데엔 한계가 있었어. 후에 디즈니 덕질을 하면서 다른 디즈니 캐릭터도 알게 되긴 했는데, 내 기준으로 '특정 상황에 나올만한 등장인물'에 디즈니 캐릭터를 넣는게 어울려 보이지 않는거야. 그래서 디즈니와 관련되지 않은 캐릭터들을 넣었어. 이름하고 설정도 현실에 실존한 사람들과 단체들을 그대로 옮기거나 조금 허구를 섞어서 썼지예를 들면 필립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캡틴 필립스]의 리처드 필립스 분의 이름을 땄고, 랩터의 경우에는 그냥 스토리를 구상하다 보니까 '존나 무뚝뚝하면서 할 건 다 하는 조력자'가 보고 싶었고, 그냥 랩터 얼굴을 공룡처럼 생각하고 쓰다 보니까 말 그대로 공룡 랩터에서 이름을 따왔어.

 

 

 

극후반부에 나왔던 ''은 내가 15년에 탈갤하고 19년 프2개봉 직전까지 구상했고, 실제로 60여 페이지 정도 썼던 창작 소설에서 따온 '사직몽'에서 따왔어. 직접적인 영감은 영화 인셉션에서 따왔고. 사직몽이란 개념은 주마등과 성격은 같지만, 영화처럼 지나가는 주마등과 다르게 인셉션의 꿈처럼 죽음에 이른 사람들이 '들판 위의 오두막', 카빈(cabin)으로 와 일정시간 머물다가 살아날 가능성이 아주 충분할 때, 들판 너머에 생기는 포탈로 들어가기 전까지 카빈과 들판에서 머무르게 돼. 만약 죽는다면, 그대로 오두막에 영원히 머무르게 돼. 그리고 이건 작중에 나온 엘리사와 멜리사의 능력에서 파생된 능력이라고 볼 수 있어. 그리고 이 설정을 맥거핀으로 남겨두고 싶진 않네. 물론 인셉션의 색이 짙게 깔리긴 해도, '''가상 현실'은 나같은 해석충들에게는 정말로 매력적인 소재라고 생각하고 있어. 일론 머스크가 하고 있는 뉴럴링크도 비슷하게 관심이 생겼고.

 

 

사실 진짜 엘사의 능력을 자연? 그러니까 식물에 관련된 능력을 부여해 주고 싶었는데, 왠지 모르게 물로 하고 싶어졌어. 멜리사의 얼음, 엘리사의 눈, 그리고 엘사의 물처럼 뭔가 동일한 물질을 다뤄서 공통된 점을 만들어주고 싶었어.

 

 

 

 

처음 한나에게 주려던 능력은 염동력이었는데, 염동력을 생각해보니까 그 뭐지, 마블 영화에 나오는 완다?를 떠올리니까 너무 먼치킨스러웠어. 그러다가 문득 프2에서 이두나의 곁에서 노는 게일을 떠올렸고,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한 영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 바람을 다루는 설정을 줬지.

 

 

안나의 예명인 '스칼렛 위커'는 마블 영화에 나오는 완다? 스칼렛 위치를 조금 바꿔서 쓴거야. 이름만 비슷하지 비슷한 설정 같은 건 없고, 그냥 이름 짓기가 오픈베타한 게임 닉네임 짓기만큼 힘들어서 나온 결과물이 스칼렛 위커야.

 

 

작중 엘리사가 하는 발음 실수의 70%는 실제로 내가 영어를 하면서 삑사리낸 것들을 가져다 썼어. 예를 들어 슈베르트는 영어로 하면 schubert인가 되는데 난 이 단어를 처음 읽을 때 스츄버트라고 읽었다. 참고로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나한테 '스츄버트'라는 별명을 안겨주었어.

 

 

 

작중에 나온 지명과 위치, 건물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야. 물론 후반부 가서는 좀 허구를 섞긴 했어. 위에 썼다시피 20화 직후로 정신상태가 안 좋아서 고증을 챙길 여력이 안 됐거든.

 

 

 

 

아마 이 말은 거의 흘려 들어야 할 것 같은데, PP[구원], 셰필드의 아렌은 [행복], 오르톨랑은 [추락]. 이렇게 큰 키워드이자 하나씩 압축할 수 있는 주제로 생각하고 있어.  

 

 

 

 

 

 

https://youtu.be/_xR8ixUas2I

 

 

 

 

235.

 

 

 

["싸장님! 안녕하세요!"

1층의 현관으로 나온 엄마와 제인 씨를, 나를 포함한 모두가 바라보았다. 그 중에서, 양 손에 케이크 상자를 들고 있는 오로라가 엄마에게 외쳤다.I]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리는 안나의 손가락은 여느 때보다 분주했다. 지난 번 유진과의 미팅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그녀는 이야기의 마지막을 적어나갔고, 억지로 시작하게 된 부끄러운 동화를 쓰는 것보다 순조롭게 이어졌다. 쓰고 싶은 1인칭 소설이자, 안나의 다사다난한 1년을 담은 일종의 자서전 같은 아리송한 글은 어느덧 마지막 챕터의 시작까지 다다르고 말았다. 안나는 잠시 손가락을 풀고 스크롤을 올려보기로 했다. 챕터 234, 안나는 어떻게 저런 세 자리수의 챕터를 써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진짜 신기해."

 

 

 

 

 

안나가 등을 뒤로 쭉 내밀며 기지개를 하자 의자 또한 자신의 허리를 따라 힘껏 젖혀나갔다. 안나는 조금 쉬기로 하면서, 문 밖에서 들려오는 다정한 소음과 시몬스에게서 얻게 된 구식 라디오를 틀어 지금 이 행복한 순간을 즐기고자 했다. 처음 받았을 때 모서리마다 붉은칠이 지워져 회색 철이 드러났지만 엘리사와 멜리사가 근처 잡화점에서 사온 아기자기한 동물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안나는 그 중 리트리버가 붙여진 부분을 어루만지며 에리얼에게서 받았던 두 번째 예명인 리트리버를 떠올렸다. 겨우 1년이 조금 지난, 사선이란 외줄에서 곡예하는 생활은 안나에겐 이젠 아득히 먼 옛날이었다. 안나는 옛 일을 회상해볼까 싶어 서랍장을 열었다. 안에는 두 개의 면허증, 그리고 한 발씩만 삽탄된 탄창 두 개와 잘 손질된 콜트 권총이 들어 있었다. 안나는 그 중 면허증들을 꺼내 색이 바랜 붉은 표지를 펴 보았다. 날카로운 눈빛, 샴푸를 잘못 써서 조금은 푸석푸석한 붉은 양갈래를 한 당시의 사진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무심코 책상 위에 놓인, 눈송이 스티커가 오른쪽 밑에 붙여진 손거울에 얼굴을 비추며 면허증의 안나와 비교해 보았다. 왜 사람들이 겨우 10대의 후반에 접어든 안나 브라이트에게 울프독이라는 이름을 지었었는지 드러날 만큼 지금의 안나 아렌의 눈매는 상당히 풀어져 있었다. 이따금 엘리사와 멜리사가 장난을 담아 "싸나운 망망이!" 라고 집안을 방방 뛰어다니며 안나를 약올리려 했지만, 번번히 안나의 손에 잡히는 그런 일상이 지긋이 눈을 감은 암흑 속 흑백 영화처럼 지나갔다. 안나는 손거울을 책상에, 면허증을 서랍에 다시 넣어 두었고, 이번엔 책상 위에 거치된 작은 액자에 시선을 돌렸다. 크리스마스 때 찍은, 공식적으로 안나의 소설에 방점을 찍게 될 그 순간이 담겨 있었다. 대부분의 참여진들은 각자의 눈매, 입매가 드러나듯 웃고 있었다. 오로라는 엘리사와 멜리사보다 더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고, 제인은 그저 입꼬리에만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벨은 약간 다급하게 촬영에 임해 어설프게 웃었고, 이두나는 참여진 중에서 가장 웃음다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안나는 마치 구겨진 종잇장처럼, 어쩌면 벨보다도 더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 위로 걸터 앉은 엘리사는 유일하게 웃음을 짓지 않고 당황스러워했으며, 멜리사는 한나의 볼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웃고있었다. 한나는 그것도 즐거웠는지,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벌써 그 아름다운 순간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2/31일의 저녁이었다. 안나는 무심코 집중에 묻혀진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하하! 캐서린, 이제 곧 있으면 우린 또 한살을 먹게 되는군요! 하아, 난 아직도 이 나이가 되도록 애인이 없는 총각인데, 아주 씁쓸한 새해입니다.]

 

 

[어머나, 로리, 여긴 자기상담 코너가 아니라는 거, 당신도 잘 아시잖아요. 여긴 새해로 축하하는 다른 채널과 다른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있어요. 주의 좀 부탁해요.]

 

 

 

라디오 쇼의 진행자들이 서로에게 만담을 건넸다. 채널을 돌리면 모두 새해의 마지막을 기리는 말들로 범벅이 된 기쁨들이 들릴 것이다. 하지만 안나는 이 채널을 좋아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그다지 기쁘지 않은 불편한 소식들을 전해주는, 괴상한 나라의 괴상한 채널이었다. 블루라운드 산하 구호단체 EML의 대표인 안나는 이 코너를 자주 청취하면서 불행한 사연들의 주인공들에게 지원을 하곤 했었으며, 이는 한 해의 마지막인 날 또한 변함이 없었다. 안나는 어서 두 진행자의 만담이 끊어지고 사연들을 청취하고자 창밖 너머로 보이는, 안나의 스탠드 불빛에 희끗하게 모습을 날리는 눈송이들을 바라보았다. 똑 똑도 똑 똑. 그때, 문 밖에서 이 순간과 이질적인 다섯 번의 노크가 울렸다.

 

 

"들어오세요."

 

 

평소라면 발소리의 무게감으로 누구인지 맞출 수도 있던 안나였지만, 그날따라 라디오의 볼륨을 조금 더 높게 조정해 듣고 있었다. 잠시 뒤, 문을 천천히 열고 들어온 사람은 컵 모양의 쿠키 다섯 개를 들고 위태롭게 걸어오는, 모조 수염을 차고 산타모자를 쓴 푸른 잠옷 차림의 엘리사였다.

 

 

"엘리사, 이젠 크리스마스는 지나갔잖아."

 

 

안나는 핀잔을 주며 쿠키 컵 접시를 받아들었다. 고소한 내를 풍기는 컵 안에는 찰랑거리는 흰 우유가 들어있었다.

 

 

"아니-예요. 겨울이 지나기 전까진 매일매일 크리스마스예요."

 

 

접시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안나에게 엘사가 두 팔을 벌렸다. 안나는 엘리사의 의도를 알고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들어올렸다. 안나의 무릎에 앉혀진 엘리사는 겨우 작은 일인데도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생활들을, 엘리사 그리고 멜리사는 하루하루를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쁨을 잃지 않으며 보내고 있었다.

 

 

"엄마가 조금 이따가 나오시라고 전해달랬어요. 곧 있으면 새해니까요."

 

 

엘리사의 말을 들은 안나는 눈을 흘끗 돌려 노트북 우측 하단의 시계를 확인했다. 20201231, 오후 1143분의 텍스트가 띄워져 있었다.

 

 

"무슨 글 쓰시길래 밖에 안 나오시는 거예요?"

 

 

엘리사가 올려다보며 안나에게 물었고, 안나는 쿠키 컵 하나를 엘리사의 손에 쥐어주었다.

 

 

", 우리에게 있었던 일들의 마지막 부분을 쓰고 있어."

 

 

"지금 이 쿠키 컵 말인가요?"

 

 

엘리사는 쿠키 컵에 담겨있는 우유를 조금 마신 뒤, 끝부분을 베어먹으며 물었다. 안나는 고개를 저으며 쿠키 컵 하나를 들었다. 조금 찰랑거려진 우유가 쿠키의 겉면에 새어들었지만,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 도리어 그것을 포착한 엘리사가 손가락으로 눈송이를 날려 우유가 적셔진 쿠키 부분을 성에가 끼듯 얼려 놓았다.

 

 

"아니, 우리가 크리스마스 저녁때 만났잖아? 그 때 사진을 찍었던 순간까지가 이야기의 마지막으로 하려고 해."

 

 

엘리사는 안나의 말을 듣고 으흠흠, 알겠다고 콧노래를 불렀다. 안나도 쿠키 컵 속 우유를 마시면서, 엘리사가 얼린 쿠키 부분을 조금씩 베어먹었다.

 

 

[, 오늘도 안타까운 소식이 전 세계에 포진되어 있습니다. 먼저, 남아프리카 공화국 내전부터 시작할까요? 내전이 심화됨에 따라 내륙 곳곳에서 하얀 헬멧들이 열심히 구호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반군이 '실수로' 하얀 헬멧 구호소에 포격을 해버려 수백명의 사상자가 생겼다는 소식입니다.]

 

 

", 불쌍해..."

 

 

엘리사가 얼굴을 찡그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반쯤 남긴 쿠키 컵을 접시에 올려놓았다. 재회한지 겨우 엿새 만이었지만, 그 이전, 올해 초에 안나와의 만남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라디오에서 들려온 말과 함께 떠올린 듯 했다. 안나는 엘사가 남의 불행에 공감해 주고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겼다. 직접, 그리고 간접적으로도 사람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였다. 안나가 엘리사의 나이 정도 되었을 때, 안나는 NFF의 소년병으로 몸담고 있었고, 같은 동기들 대부분은 모두 PTSD로 미쳐버리거나, 훈련과 전쟁의 광기에 젖어 감정을 봉해 버리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전자건 후자건, 곱게 죽는 것을 기대할 순 없는 운명들이었다.

 

 

"언니가 저 사람들 도와주면 안 돼요?"

 

 

엘사가 묻자,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안나의 직원들이 샐리맨더와 국경 없는 의사회와의 협업 하에 보츠와나 국경에 파견시켜 난민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엘리사가 말하지 않아도, 그저께 사람들을 시켜서 도와주고 있으니까, 우리 공주님은 마음 편히 있으렴?"

 

 

"제 능력을 쓰면 다 나을텐데..."

 

 

엘사는 묻어 녹은 초콜릿이 번져있는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엘리사의 말은 분명 맞았다. 엘리사와 멜리사는 사람의 정신과 상처를 치유해주는 마법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안나도 엘리사와 같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으나, 이 일과 연루된 관련 기관들의 제지로 능력은 세상에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이따금 서방권에서 회수하지 못한 개체들이 적성, 그리고 동구권에서 통제하지 못하는 능력을 써대며 부득이한 인명 살상을 벌인다는 소문, 개체들의 장기가 정기에 좋고, 이식에 전혀 부작용이 없다는 근거없는 헛소문은 아시아권, 나아가 남미와 중동의 부호들의 관심을 좋든 나쁘든 이끌어 내었다. 건드리기엔 재력이 있는 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개체들을 찾는다는 등 갖가지 불편한 소문들이 인터넷의 데이터 파도를 타고 퍼져나가 있었다. CIA, 그리고 일부 FBI 정보부서와 협력해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개체들이 언급되는 실마리까지 찾아내 지워내고 있었다. 하지만 딥웹에도 들어가 본 적이 있었던, 엘사를 찾기 위한 안나의 여정에 잠깐 탑승했던 오로라는 어제 안나와 통화를 하면서 아이들이 능력을 쓰지 않게 조심히 키우라고 당부를 할 정도였다. 아이들의 능력은 따뜻했지만, 이들을 받아들일 세상은 그만큼 차가웠다. 적어도 개체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성명이 나올 때까지는, 아이들과 한나, 그리고 엘사는 개체가 아닌 '일반인'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억울하지 않다면, 그것은 위선이었다.

 

 

"어서 다른 친구들도 만나고 싶어요."

 

 

겨우 연락이 닿은 메가라는 자신의 두 크리스마스 선물을 의식하듯 안나에게 자랑하면서도, 안나가 알지 못한 새로운 정보들-누설된다면 모가지가 날아갈-을 귀띔해 주었다. 아톤에게서 빼낸 정보들을 토대로 엘리사와 같은 개체들을 육성하는 연구소들, 그리고 아이들을 공급하기 위한 고아원들을 여럿 찾아내었고, 아톤의 본국인 러시아와의 관계에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은밀하게 요원들를 세계 각지에 설치된 연구소로 파견시켰다. 하지만 메가라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연구소들은 안나가 엘리사를 구출할 때 보았던 것과 비슷한 양상의 '말소 프로토콜'을 진행시켰으며, 구출해낸 개체들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예상 구출 규모에 비해 초라한 숫자들을 유지했다. 이들은 엘리사와 멜리사처럼 능력을 통제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일종의 열성 개체였기에 따로 마련된 시설에서 치료를 받으며 엘리사와 멜리사의 혈청을 통해 능력을 통제시켰고, 이끌어냈다. 그 아이들은 직접 만나지 않았어도, 엘리사와 멜리사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메가라는 덧붙여 설명했다. 안나는 왜 그런가 곰곰히 생각했다가, 엘리사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사방이 피와 살로 토막난 조각들이 어질러 있고 프로토콜에 의해 죽은 아이들의 마지막 발악으로 만들어낸 능력들이 곳곳에 기괴하게 피어있는 상황에서 구해졌고, 자신들의 근심거리였던 '통제 불능 능력'을 진정시킨 혈청의 주인들이었으니까. 안나는 나중에 메가라의 승인이 떨어진다면 가족들을 데리고 아이들을 만나볼 계획도 세우기로 했다. 능력 때문에 아이들은 방첩기관의 감시를 계속 받아야 했지만, 그래도 사람의 손길은 필요했기에, 믿을만한 사람들을 찾아 최대한 아이들을 입양시키는 방향으로 생각해 두고 있었다. 더 나아가 자본이 된다면, 아이들이 그른 길로 가지 않게 가까이에 두면서 지켜보고 싶었다. 개체들을 위한 학교.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무대 위의 연극처럼 어설플 것이다. 이런 흐릿한 망상은 엘리사를 내려다보면서 더 뚜렷해졌다.

 

 

[따낸 예산이 많았기에 망정이지...]

 

 

1226일의 메가라는 안나에게 소식을 전하면서도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곧바로 남아공 내전으로 인한 자국민 구출 작전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그녀의 전화가 없었고, 해외 뉴스에서 남아공 내전에 대한 소식은 갱신되지 않았기에, 안나는 아직 자국민 구출 작전에 대한 엠바고가 풀리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칫하다간 백악관의 미군 철수 정책이 실책으로 변질되어 수면 위로 올라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보이지 않는 정책에 불구하고, SNS는 재갈을 씌울 수 없었다. 현지에 살던 미국인이 SNS를 쓰지 않는다는 법은 없었다. 안나는 SNS를 모니터링하면서도 EML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남아공의 소식을 받아낼 수 있었다. 샐리맨더가 불안정한 치안을 위해 정부군과 계약을 맺었고, 빠른 속도로 반군의 기세가 잦아들고 있음과 동시에, 반군은 외국인들을 인질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메가라에게 있어 진땀을 뺄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지금 안나가 메가라를 위해 해줄 일은, 그저 국경과 거의 맞닿은 보츠와나의 가보로네에서 구호하고 있는 난민들 중 미국인들을 샐리맨더 루트와 EML 루트를 통해 미국으로 송환시켜야 할 뿐이었다. 안나는 이메일 창을 띄워 EML 아프리카 지부장인 '라울'에게 난민 중에서 미국인들을 선별해 하루 빨리 보츠와나 루트를 통해 미국으로 송환시킬 것,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블루라운드의 사장이자 안나의 어머니인 이두나의 결정에 따라 보츠와나 정부와의 단기 계약을 통해 국경에 보충 인력을 파견할 것이라는 내용을 빠르게 적어나갔다.

 

 

"우와..."

 

 

자판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안나의 손가락을, 엘리사는 쿠키 컵 표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초코칩들이 녹아 손에 들러붙는 것도 잊은채로 안나의 작은 업무를 경탄하며 바라보았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야. 엘리사, ."

 

 

메일 전송을 마친 안나가 손가락으로 엘리사의 손등을 쿡 찔렀다. 엘리사는 그제서야 쿠키 컵에 들어있는 우유를 꼴깍꼴깍 소리내며 다 마셨고, 우유가 사라진 쿠키 컵의 절반을 쩝쩝거리며 먹었다.

 

 

"이제 1147분 정도 됬네. 13분 안에 남은 쿠키 컵들을 모조리 먹어치우고 나가야겠지? 누가 만들었는지 아니?"

 

 

"비밀이예요."

 

 

엘리사가 검지손가락을 자신의 입술 위에 대며 말했다. 어차피 멀리 생각할 필요도 없이, 현재 셰필드의 집에는 아렌들밖에 없었으니, 엘리사와 안나를 제외한 네 사람 중에 있겠거니 하고 안나는 생각했다. 안나는 한나가 엊그제 휴대폰으로 쿠키 레시피를 보고 있었고, 멜리사가 한나의 무릎에 앉아 미어캣처럼 그녀의 휴대폰을 들여다 보았던 것을 기억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안나는 자신의 손에 들린 쿠키 컵을 먹었다. 종이컵의 2/3 크기의 컵들은 안나가 두 개, 엘리사는 두 개에 안나가 양보한 하나를 더해 세 개를 먹었다. 접시를 다 비운 것을 확인한 안나는 랩톱의 디지털 시계에 시선을 돌렸다. 1150, 아직 10분이 더 남았고, 가족이 늘어나면서 새로 사 배치해둔 소파들도 있었기에 거실에 앉을 공간은 넉넉했다. 안나는 엘리사에게 접시를 들게 한 다음 밖으로 내보냈다.

 

 

"같이 안 나가실 거예요?"

 

 

 

접시를 머리에 이듯 들고나간 엘리사가 문간을 넘기 직전, 고개를 돌려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는 안나를 바라보았다.

 

 

[... 안타까운 소식 하나가 더 있습니다. 우린 고아원이 국가 내지 단체, 혹은 개인의 후원하에 운영이 되고 있다는 걸 아실 겁니다. 이번에는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그리고 리투아니아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소식입니다.]

 

 

", 그러고 싶은데, 사연 하나만 더 듣고 갈게."

 

 

짧으면 2, 길면 3분 정도의 사연일 것이었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연에 대해서 안나는 도와주려는 입장이었지만. 무작정 돕는 것보다 상대의 처지를 알고 돕는 것이 예의라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런 안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엘리사는 그녀와 산전수전을 겪어 친해졌었고, 가족이 되었다. 그러기에 안나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엘리사는 총총거리며 안나에게 다가가 안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

 

 

예측하지 못한 접촉에 안나는 뜨끔 하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보기 드문 안나의 모습에, 엘리사는 픕 하고 웃음을 참았다.

 

 

"이따가 들으면 안 돼요?"

 

 

엘리사가 물었다. 안나가 엘리사를 만나기 이전에 살았던 삶에 대한 죄책감으로 라디오를 듣는 것이고, 그것은 엘리사를 비롯한 아렌들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안나가 두 꼬마와 재회한지 1주일이 되가는 날이자, 처음으로 맞이하는 새해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여느 또래와 같은 순수함을 엘리사는 가지고 있었다. 엘리사가 지금 품고 있는 이기심은 정당했다.

 

 

 

[이 세 나라의 수도 외곽에 위치한 고아원에서 집단 아사가 벌어졌다는군요. 이건... , 제가 이 코너를 맡게 된 이후로 가장 최악의 일이예요, 캐서린. 대신 말해주시겠어요? 제가 읽다간 울어버릴 것 같아요.]

 

 

[당신이 힘들면 나도 힘든데, 알겠어요. 아무튼, 이 고아원들은 어느 한 '키다리 아저씨'의 후원으로 인해 운영되고 있던 고아원들이었어요. 하지만 작년 초부터 그 사람의 지원이 끊긴 이후, 이 고아원의 사정은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소식은 최근 두달 동안 없었다고 해요. 이 비극이 드러나게 된 건 이 일대에 정전이 일어나서 잠시 점검을 하러 온 공무원들이 유난히 조용했던 고아원 안으로 들어왔고, 그들을 맞이한 건....]

 

 

 

여성 진행자가 말하는 내용은 엘리사의 귀에도 똑똑히 들어왔다. 고아들이 모두 죽었다. 그것도 굶어서. 엘리사는 굶주림의 감정을 알고 있었다. 안나가 구해주기 전, 당시의 엘리사가 알기엔 두루뭉실한 목적으로 잠시 굶겨진 적이 있었고, 능력을 발현시키지 못한 아이들은 대개 매질을 당하거나,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슬픔, 두려움, 마지막은 체념이었다.

 

 

[싸늘하게, 백골이 된 작은 뼛조각들이었습니다.]

 

 

"."

 

 

안나는 엘리사를 내보내지 않은 것에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후회했다. 숱한 광경을 목도한 아이였지만, 진행자가 말한 것들은 상당히 자극적이고, 아이들의 정서에 '폭력적'이었다. 설령 시각 매체로 표현되어지지 않아도, 아렌들의 새 가족들은 남들과는 다르게 어두운 과거를 겪었기에 상상으로 참상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미안, 미안해."

 

 

뒤늦은 사과를 했지만, 엘리사가 바란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엘리사 또한 이름모를 아이들의 죽음을 마음 속으로 슬퍼하고 있을 것이다. 엘리사가 바라는 것은, 안나가 자신의 곁에 더 머무르는 소박한 소원이었다. 어깨를 감싸 안으려는 안나의 손을, 엘리사는 두 손으로 꼭 잡았다. 지난 일이어도, 무서운 기억은 한 번의 죽음을 겪어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럼, 라디오를 녹화하고 저랑 같이 나가요. 미안하면요... 미안하면..."

 

 

엘리사는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다. 이런 사연은 안나는 자발적으로, 자주 들어야 했고, 그 마음은 결코 가볍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엘리사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겨우 꺼낼 수 있었다. 안나는 에리사의 말을 듣고 라디오의 녹화 버튼을 눌렀다. 12시가 지나면 다른 프로그램이 시작되겠지만, 10분도 채 안되는 이 시간에도 사연들은 지나갈 것이고, 엘리사가 그렇게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나는 엘리사의 부탁에 응해주기로 했다. 안나가 엘리사의 손을 잡았고, 엘리사는 슬픔 위로 옅은 미소를 발랐다.

 

 

"어서 나가요. 모두 언니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엘리사의 손을 잡지 않은 안나의 남은 한 손에는 엘리사의 접시가 들려 있었다. 문 너머로 희미하게 TV의 왁자지껄한 행복이 들려왔고, 이두나와 엘사의 조용한 대화, 그리고 한나와 멜리사의 시끌벅적한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이따금 그들의 말 속에는 안나가 들어있었다.

 

 

 

"그래, 가자."

 

 

안나는 엘리사의 좁은 보폭에 맞춰 천천히, 방을 나섰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진행자의 음성은 안나가 문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작아졌다.

 

 

 

[최근까지 아무도 이 세 개의 고아원을 지원한 단 한사람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얼마 전 저희 프로그램의 애청자가 이 사연과 함께 그 엄청난 후원자가 누구인지 저희 취재진에게 연락해 알려주었습니다.]

 

 

엘리사가 먼저 문을 나섰고, 그 다음으로 안나가 나섰다. 이제 라디오의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 후원자의 이름은...]

 

 

 

 

 

어두운 사연들로 얼룩진 라디오 대신, 방을 나선 안나를 거실의 소파들에 앉아 맞이하는 네 명의 아렌과 손을 잡고 있는 한 명의 아렌이 라디오의 음성을 지워버렸다. 익숙한 이름이 들려온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졌지만, 안나는 떠올리지 못했다. 아니, 떠올리지 않기로 했다.

 

 

 

 

언니, ...”

 

엘리사가 문득 발을 멈추고, 안나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 중요한 목적을 담은 듯한, 입을 앙다문 표정은 안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조금 쉬면 좋겠어요.”

 

 

?”

 

 

 

 

엘리사의 눈에는 안나의 눈에 피로가 묻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엘리사가 보기에, 크리스마스의 재회 이후의 안나는 거의 쉴새 없이 가족 행사에 참여하고, 한편으론 엘리사와 멜리사 같은 아이들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한 천사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엘리사는 이러다가 안나가 또 다시 꿈 속의 오두막으로 사라질까 두려웠다. 안나의 체력이 엘리사에 비하면 아주 좋은 건 분명했다. 하지만, 만나지 못했던 근 1년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별의 공백을 메꿔나가고 싶었다.

 

 

언니, 엄청 피곤해 보이는 거 알아요?”

 

 

엘리사가 안쓰럽게 웃으며 손에서 눈가루를 만들어 입으로 호 하고 불었다. 하늘하늘 날아오르는 작은 눈의 요정가루가 이내 안나의 목덜미에 내려앉았고, 몸에 스며들었다. 안나의 흐리멍덩한 눈빛이 다시금 또렷해진 걸 확인한 엘리사는 눈가루를 들었던 손으로 안나의 손을 다시 잡았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안나가 무어라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엘리사가 검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안나에게 뻗었다. 안나의 얼굴에 닿지 않았지만, 안나는 그 제스처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그냥 잊어버리고, 우리랑 함께 있어요.”

 

 

엘사에게 잡혔던 안나의 손에 미약한 악력이 느껴졌다. 안나는 생각했다. 엘리사의 말이 맞다고, 엘리사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안나 아렌은 여기 없고, 엘사 아렌, 엘리사 아렌, 그리고 멜리사 아렌도 여기에 없었을 것이었다. 사실상, 엘리사가 흩어졌던 아렌을 다시 모아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엘리사의 말에는 가시가 없지만, 호소가 가득했다. 안나는 엘리사의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눈을 보며, 사나흘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가족들과 함께 쉬어보기로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잠깐의 휴가 정도는 필요하다고 안나는 이내 결론을 내었다.

 

 

그래, 그러자. 맛있는 것도 먹고, 좀 어디 놀러가고 싶기도 해. 캠핑이건, 피카딜리에서 쇼핑을 하건, 아니면 한나의 게임기를 몰래 가져가서 논다던가...”

 

 

우리가 날아갈지도 몰라요.”

 

 

걱정하면서도, 엘리사는 풀어진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안나는 엘리사가 짓고 있는 그 웃음을 기억 속에 담아두었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데... , 엘리사, 잠깐만 여기 서 있어주겠니? 몇 초면 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무슨 일인데요?”

 

 

 

엘리사가 묻자, 안나는 비밀이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안나는 이내 몸을 숙여 엘리사의 이마에 입술을 짧게 맞추고, 가족들이 들리지 않게 조용히 방문 앞으로 돌아왔다. 심호흡을 한 뒤, 안나는 문을 천천히 열었다. 하지만 완전히 열지 않았다. 그 틈새로 안나는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윽고 안나는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리의 눈과, 안나의 눈이 마주쳤다.

 

조금만 쉬다 올게.”

 

겨우 짧은 한 마디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은 안나는, 곧바로 문에서 모습을 감췄다.

 

 

 

 책장의 마지막 문이 종이가 스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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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3             두 사람이 떠난 공간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안나는 멍하니 서서 거실을 눈으로 훑었다. 창가 협탁 위를 장식한 태피스트리와 쇼파에 놓인 담요가 정... 히히 2020.10.25 1732
199 외동딸 아포칼립스 8 *삽입행위/도구/강압 주의. 누구나 하나씩은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지 않은가. 엘사의 경우엔 그게 크리스마스 이브의 일이었다. 비록 안나에게 ... 고동 (58.140) 2020.10.25 1178
198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2           "그쪽은 안나 테일러, 맞나요? 아직 식전일 텐데, 이리 와서 먹어요."     ​엘사가 수플레 팬케이크가 담긴 접시와 홍차 티팟을 아일랜드 위에 옮기고... 2 히히 2020.10.21 2083
197 Short Story 화해 생수     "저리 가."     안나는 여전히 뒷모습을 보인 채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기며 '나 아직 화났어'를 온몸으로 표현중이었다. 꺼져도 아니고 '저리 가'라니.... 1 ㅇㅅㄴㅂㅇ 2020.10.14 1643
» Long Story Praying prey Q&A + 비하인드 설정 +@@       ※답변이 좀 많이 두서없을 거야. 나도 최대한 정리해가면서 쓰고 싶은데 완결 이후로 내 머리가 꽃밭이라서 제대로 손가락이 안가 으히히 뉴치게 발싸     ... 개구리 2020.08.31 693
195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6 (完)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1 모카. 2020.08.13 861
194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5 - 下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모카. 2020.08.04 618
193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5 - 上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모카. 2020.08.04 856
192 Long Story 결혼 계약서(21) - 수위   안나의 말이 신호탄이 된 것처럼 두 사람은 거칠 것 없이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오랜 시간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향부터 음미하듯이 서로의 살 내음... ㅇㅇㅇㅇ 2020.08.04 3256
191 Short Story [오피스위크/수위] 너라면 괜찮아 원작 쥬미의 부탁으로 대신 올린거임 수위 *사수 안나, 부사수 엘사 *엘공 *오피스물이지만 오피스가 메인이 아닌 *떡단편픽 오피스위크길래 썼는데 오피스는 쬐... 케찹2 2020.06.28 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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