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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떠난 공간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안나는 멍하니 서서 거실을 눈으로 훑었다. 창가 협탁 위를 장식한 태피스트리와 쇼파에 놓인 담요가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간밤에, 혹은 새벽녘에 엘사가 정리해두었을 터였다. 그 깔끔한 정리벽마저 그녀와 잘 어울려서, 안나는 엘사의 손길이 닿은 곳을 볼 때마다 혼자 웃곤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울고 싶었다. 이제서야 눈앞에 닥친 현실이 실감되기 시작했다. 엘사가 다 들었어.


안나는 쇼파 앞에 놓인 다리가 낮은 테이블 앞으로 다가가 자세를 굽혔다. 습관적인 일과를 처리하듯 주저없이 펜을 들었지만 손길은 숫자들 위에서 한참이나 망설였다. 천천히 두 개의 선을 긋는 동안 속에서부터 무언가 치밀어 올랐다. ​안나는 두 눈을 굳게 감고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삼켰다. ​그게 무슨 상관인데? 어차피 엘사는 다 알고있었잖아. 매일 밤 내가 무얼하고 있었는지.​ 끝까지 모르는 척해주길 바란 걸까. 엘리자베스에게 울먹이며 용서를 비는 나를 구해주길 바라기라도 한 것일까.


안나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자베스의 방으로 향했다. 어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침대 시트를 보자 눈동자 위로 눈물이 번졌다.


정오가 지나면 침대를 정돈하고 냉장고를 채워줄 관리인이 올 터였지만 안나는 그때까지 견딜 자신이 없었다. 시트를 억지로 끌어당겨 방 한 구석에 처박았다. ​지금까지 잘 참았잖아. 이제와서 이 짓거리가 후회되기라도 하는 거야? ​안나는 스스로를 향해 조소했다. 정작 엘사는 아무 생각도 없을 터였다.

 

교정국으로 걸어들어온 가이드는 가이딩 보충제가 들지 않는 센티넬들에게 보급되는 살아있는 의료품 같은 것일 뿐이다. 칫솔이나 슬리퍼 같은, 물건에 불과한 존재. 몇만 아덴에 센티넬의 개가 되길 자처한 자들, 교정국에 머무는 모든 센티넬이라면 가이드를 그처럼 생각할 것이고, 엘사라고 그러지 않을 이유는 없다.


엘사는 꼭 제가 아니더라도 그녀의 공간을 드나드는 가이드라면 그게 누가됐든 다정했을 것이고, 그런 엘사의 성정을 관심으로 착각하여 속앓이를 하는 스스로가 우습기 짝이 없었다. 들켜서는 안 될 수치스러운 일을 발각당한 사람처럼 무너질 필요가 있을까? 그게, 네 일이잖아. 넌 그걸 하기 위해 여기로 온 거잖아. 센티넬이 원하면 다리를 벌려주는 게 네 역할이야. ​엘사도, 엘리자베스도, 너도 다 알고있는 사실이잖아. 안나는 소매 끝으로 눈가를 닦으며 감상에 젖은 스스로를 비난했다. 그럼에도 비참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얼마간 침묵 속에 앉아있던 안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


안나는 주방 아일랜드에 놓인, 싱싱함이 사그라든 카프레제 샐러드를 보고 헛웃음을 뱉었다. 이게, 엘사가 저를 위해 만들어준 마지막 식사일 것 같아서, 안나는 억지로 샐러드를 씹어삼켰다.















일찍 오겠다는 말과 달리 그날 엘리자베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하지만 그때까지도 안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리지의 귀가가 기약없이 늦춰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음에도 안나는 리지의 빈자리를 의식하지 못 했다. 오히려 혼자서 초라한 식사를 준비하고 혼자서 정원을 산책하는 내내 안나는 엘사를 생각했다.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본 적 없던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서 자주 멍해졌다. 며칠동안 가이딩으로부터 해방되어 몸은 편했지만 그럼에도 안나는 밤잠을 이루기가 어려웠다. 생각해보니 이곳에서 저와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주던 사람은 엘사가 유일했고, 그 일상적인 감각을 일깨워주던 사람과 마주치지 못 하자 안나는 이곳이 하얀 감옥처럼 느껴졌다. 안나는 레크레이션 홀에 모여앉아 티비를 보던 가이드들의 죽어있는 눈동자를 상기했다. 알 것 같았다. 그들이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담당 센티넬들을 보지 못 한 지 사흘째 되는 날, 안나는 복도를 정처없이 걸었다. 시간이 너무 더디게 갔다. 안나의 발걸음은 이내 레크레이션 홀에 닿았다. 그녀는 티비 앞에 모여든 가이드 무리쪽으로 가서 한켠에 앉았다. 바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궁금했다기보다는 끔찍할 정도로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생각없이 가만히 앉아있으려던 의도와 달리 안나는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의 목소리에 주의를 빼앗겼다. 뉴스에선 3상 임삼시험 중인 가이딩 신약이 시장 판매 적합도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누가 볼륨을 키웠는지 앵커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뒤로 몇 센티넬이 다가왔고 안나는 그들의 파장이 거칠어지는 걸 눈치챘다. 그들은 무어라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말소리가 점점 사나워지는 찰나에 브라운관이 시꺼멓게 변했다. 그러자 뒤에 서있는 센티넬들의 목소리가 더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그들은 누가 티비를 껐냐고 윽박을 질러댔다. 저를 보호해줄 담당 센티넬들이 없는 상황에서 괜한 일에 엮일까 두려워 안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를 걸었다.



모퉁이를 돌기 전, 교정국 직원들이 소리를 죽여 소근대는 대화 내용이 안나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러다 우리 다 잘리는 거 아니에요? 안그래도 교정국에 들어가는 예산을 감축하지 못해 안달이라고 하던대... 신약이 출시되면 이곳 센티넬들한테 제일 먼저 배급하겠죠?"

"그게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아. 약을 배급하겠다 뭐다하면서 이미 유대감이 생긴 센티넬과 가이드를 억지로 갈라놓으려다가 예전에도 사람 여럿이 죽었다고."

"죽, 죽어요? 왜요?"




안나는 대화 소리 틈으로 익숙한 목소리를 알아차렸다. 한달 전, 행정실에서 제게 계약서 사본을 보여주었던 신참이었다. 그는 얼마간 볼멘소리를 하였다. ​겨우 취직했는데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걸릴 게 뭐람.​ ​그럼, 지금 시판중인 보충제가 출시되기 전에도 이렇게 어수선했다는 말씀이세요? ​그의 목소리가 커지자 다른 이가 입단속을 하라는 듯이 작게 꾸짖었다. 안나는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벽에 기댄 자세로 대화를 훔쳐들었다.




"신약이 시장에 풀리는 걸 제일 싫어하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바로 여기 센티넬들이라고. 자네라면 매일 끼고 살던 애인을 하루 아침에 강제로 빼앗기면 무슨 기분이 들겠나?"

"화가 나겠죠. 억울하기도 하고. 그런 불공평한 일에 순순히 따르지도 않을 것 같고요."

"그래, 그게 정상이지. 하물며 우리 같은 노멀도 그런 기분이 드는 판국에 센티넬들은 어떻겠어."




​올해 교정국 채용인원을 늘린 이유가 뭐겠나. 게다가 퇴역 군인 센티넬들을 경비 인력으로 채워넣기까지 했지. 윗사람들도 경험으로 알고있는 거야. 신약 출시 이후, 이곳에 생길 혼란을. ​사내는 교정국에 근무한 지가 꽤 되었는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듯했다. 우선 전에는 없던 C블럭을 새로 구성하는 게 신호탄이라고, 그가 말을 이었다. 가이딩 보충제가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가게 되면 당국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교정국에 쏟아붓는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라 하였다. 그럼 교정국에선 비교적 온순한 센티넬들을 선별하여 2인이 가이드 한 명을 공유하게끔 내부 정리를 한다. 그게, C블럭의 정체였다.


안나는 거리를 굴러다니던 전단지를 상기해보았다. 왜, 1년 단기 계약직을 구하던 것이었을까. 왜, 서류를 조작하여 저를 C블럭에 배정했던 것일까. 왜, 픽업 트럭에 오르면서 안대를 껴야했을까. 안나는 알 것 같았다. 그날 트럭에 탔던 사람들은 아마도 모두 C블럭에 배정되었을 것이다. 서로 얼굴을 알아봤다면 서류가 무더기로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일찍 눈치챘겠지.


이것은 계획적인 함정이었다. C블럭 가이드들은 신약이 출시되기 전까지 헐거워진 예산의 틈을 조이는 작은 나사들이었다. 어지럼증이 머리를 덮쳤다.




"올해 C블럭을 새로 구성했다는 말은 신약 출시일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증거야. 이전 C블럭이 없어진 지... 딱 10년 만인 것 같네."

"10년 전이라면..., 지금 시판중인 보충제가 출시되던 때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때도 지금처럼 어수선했나요? ​신참의 물음에 사내는 얼마간 정적만을 지켰다. 그러다 사내는 센티넬이 가이드에게 품는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소유욕을 모르는 윗사람들의 탁상행정을 비난했다. 오랜 기간 이곳에 몸담아 일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그가 낮게 읊조렸다.



"내가 여기서 근무하면서 느낀 건 단 하나야. 센티넬은 가이드가 없으면 살 수 없어. 그건 중독이야. 우리 같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스런 중독. 이곳 센티넬 모두를 구원할 수 있는 약 같은 건 없다고."











안나는 텅 빈 방으로 돌아와 어둠에 잠긴 침대에 몸을 뉘었다. 심장이 거세게 두방망이질 쳤다. 방금 전 훔쳐들은 대화 내용이 뇌리를 가득 메웠다. ​C블럭 센티넬들이 온순하다고 생각하나? 신약을 출시한 뒤 교정국 센티넬 인원을 솎아내기 시작할 때, 그들은 시한 폭탄이 될 거야. 정신 민감도가 A,B블럭 센티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약은 C블럭에 가장 먼저 투입될 게 뻔하니까. 큰일 한다는 사람들은 센티넬들이 약을 넙죽 받아먹을 줄 아는데, 천만에. 센티넬 둘이 가이드 한 명을 갖기 위해 서로를 죽이고, 제가 갖지 못 할 바엔 가이드를 죽일 수도 있는 게 그들이라고. ​



침대가 중력을 가지기라도 한 듯 몸이 아래로 한없이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 저를 속박한 계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거라 생각했었다. 안나가 정해둔 계약의 유효기간은 고작 석 달이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채 60일이 남지 않았다고, 안나는 당연시했다.

 

시간은 어떻게든 흐르니까. 안나는 제가 선택한 현실에 유순할 정도로 잘 적응했다. 처음 본 여자와 애정 없는 섹스를 나누면서도 안나는 저항하거나 밀어낼 생각따윈 들지 않았었다. 이곳에 들어온 이상 센티넬과 한 침대를 공유하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고, 안나는 순리를 거스르며 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정말 잘 한 일이었을까? 가이딩을 할수록 저를 향한 엘리자베스의 독점욕은 점점 강해졌다. 이곳에 온 지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리지의 지배욕은 이미 제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리지가 직원들의 대화 속 센티넬처럼 극단적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일까? 가이딩을 할 때마다 끓어오르는 소유욕을 어찌할 바 모르겠다는 듯 엘리자베스는 힘겨워 했다. 엘리자베스의 요구에 순종적으로 따를 때마다 그녀는 결핍된 욕구를 충족한 사람처럼 고양된 목소리로 낮게 읊조렸다. 내가 네 주인이야.​ ​안나는 파랗게 타오르던 엘리자베스의 청안을 떠올리고 한숨을 내뱉었다. 설령 계약 기간이 모두 끝나더라도, 그녀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사위가 지나치게 적막했고, 안나는 불도 켜지 않안 방안에서 뜬 눈으로 새벽이 오도록 잠들지 못 했다. 안나는 침대를 벗어나 얇은 슬리퍼를 신고 문밖을 나섰다. 찬바람을 맞고싶었다. 오각형 구조의 교정국 중앙엔 잔디가 잘 정돈된 너른 정원이 있었고 그곳으로 갈 때면 엘사가 자연스레 동행해주었었다. ​예전에 거기서 사고가 있었대요. 그러니까, 웬만하면 혼자 가지 말아요. ​엘사가 했던 말이 떠오른 건, 보조등만 켜있는 복도를 걸을 때였다.


얇은 슬리퍼가 삽시간에 젖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안나는 시선을 내려 발끝을 쳐다보았다. 모퉁이 너머에서 흘러나온 붉은 액체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곧 모퉁이 반대편에서 누군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와 복도 너머로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적막함 위로 거품이 부글거리는 소음이 단발적으로 울려퍼졌다. 모퉁이 너머를 보아서는 안 된다는 불길한 기운이 가슴 위로 번졌으나 안나는 누가 떠밀기라도 한 듯, 피에 젖은 발걸음을 옮겨 소란의 근원지로 향했다.

겨우 대여섯 걸음을 걸었을 뿐인데 안나는 지옥문 앞에 서있는 기분이 들었다. 손이 잘게 떨렸다. 무언가에 베였는지 목을 움켜쥔 센티넬이 피를 쿨럭거리며 경련하고 있었다. 안나는 빛을 잃어가는 센티넬의 눈동자가 제게로 향하는 광경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많은 피가 낭자한 광경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곧 복도 가득 사이렌 소리가 크게 번졌다. ​


코드 레드 발동. 코드 레드 발동. D,E,F 섹션 근무자 전원 E섹션으로 집합.​



급하게 뛰어온 의료팀과 교정국 경비대가 물어나라는 손짓을 하자 안나는 그제서야 몰려오는 구토감을 느끼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수면이 부족한 탓인지 이 모든 게 지독한 악몽같기도 하다. 안나는 그 센티넬을 알고있었다. 담당 가이드에게 진심으로 애정을 느끼는지 동원일이 끝나고 돌아오는 날마다 손에 선물 쥐고 오던 여자였다. 모퉁이 너머에서 도망치던 발소리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낮에 교정국 직원이 신참에게 경고하던 혼란의 시작점에 발목이 붙잡힌 듯 움직이지 못 하는 제 뒤로 누군가 다가왔다. 다정히 어깨를 감싸는 감촉에 안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익숙한 향기가 느껴지자 안나는 그제서야 살인현장에 서있다는 게 실감나기 시작했다. ​눈 감아요, 안나. 괜찮아요, 내가 왔어요. 방까지 부축해 줄게요. 괜찮아요.​ ​엘사의 손이 눈 위로 다가와 시야를 덮었다. 겨우 나흘이 지났을 뿐인데 엘사의 다정한 목소리가 생경해서, 안나는 얼마간 멍하니 엘사의 음성을 곱씹기만 하였다. 그녀가 저를 일으켜 세운 뒤 방으로 돌아가 욕조에 물을 받는 동안에도 안나는 고장난 사람처럼 어떤 말도, 반응도 하지 못 했다.


엘사는 몇 번이고 제가 괜찮은 지를 살폈다. 피 묻은 몸을 씻고 나올 때까지 욕실 앞에 서있던 건지 문을 열고 나오자 엘사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혼자 둬서 미안해요.​ 제 뺨을 그러잡으며 엘사가 뱉은 말에 안나는 엘사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방금 전에 본 참혹한 광경을 상기하며 몸서리치는 저를 엘사가 세게 껴안았다. 안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곧 엘사가 등을 쓸어주는 게 느껴졌다. 그러자 너무 많은 감정들이 가슴속에서 뒤엉켜 속이 울렁거렸다.

​내가 싫어졌어요? 왜 나를 피해요? 내가 천박하게 느껴지나요? 사랑 없는 섹스를 하면서 엘리자베스의 손길에 무너지는 나를 경멸하나요. 내가 엘리자베스에게 안기는 동안 당신은 무슨 생각을 했나요. 보고싶었어요. 여기서는 아무도 나를 안나 테일러로 대하지 않아요. 센티넬의 욕구를 풀어주는 가이드일 뿐이에요. 당신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나요?


​하고 싶은 말들이 엉겨붙어 입술을 봉했다. 안나는 체념에 익숙했고 타고난 성정 탓이든 자라온 환경 탓이든 그걸 불만스럽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언젠가 제 삶이 나아지길 바라면서 살아왔다면 제게 드리운 불행의 연속을 결코 견디지 못했을 터였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인간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환멸을 먼저 배웠고, 기회를 붙잡기보단 포기하는 법을 택했다.

하지만, 이 여자의 다정함만은 쉽사리 놓아주기가 힘들었다. 마음을 접겠다고 결심했던 게 무색하게도 안나는 엘사에게 경멸당하고 싶지 않았다. 타인과 닿는 걸 싫어한다던 여자가 제 머리를 매만지며 놀란 저를 다독거리는 온기가 따뜻해서 안나의 호흡에 물기가 어렸다. 좋아해주는 건 바라지도 않아. 그냥, 미움받기 싫어.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그게 무슨... 누가 누굴 미워해요. 내가, 안나를요?"

"그래서 피한 거잖아요. 같은 공간에 있기 싫으니까..."

"안나, 오해예요. 나는, 그저... 안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판단을 했을 뿐이에요."



​열이 나는 것 같은데. 얼른 누워요. 엘사가 저를 침대에 눕히고는 이마를 조심스레 만져주는 감촉이 달콤해서 안나는 방금 전에 보았던 끔찍한 광경도 잊고 눈을 감았다. 며칠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순식간에 잠기운이 몰려왔다.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주세요.​ 천천히 웅얼거리자 엘사가 작게 웃었다. ​잠들 때까지 손을 잡아 주세요.​ 그러자 엘사가, 그럴게요, 대답했다. 엘사가 제 손을 잡자 안나는 맞잡은 손을 이마께로 가져와 그곳에 얼굴을 묻었다. 엘사의 손은 서늘했지만 따뜻했다.


이건 분명 어릴 적부터 가장 노릇을 하느라 일방적인 배려와 챙김을 받아보지 못 한 탓일 거라고, 애정 결핍이 불러일으킨 의존적인 마음일 거라고, 안나는 심장 위로 번지는 명백한 애정을 합리화했다. 엘사와는 이제 두 달이 지나면 모르는 사이가 될 것이고 이 이상 애정이 깊어지면 안 된다고 안나는 스스로를 타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진심을 담은 말이 입밖으로 터져나가는 걸 멈출 수는 없었다. ​잠에서 깨면 함께 점심을 먹어 주세요.​ 눈을 감은 채로 웅얼거리는 말끝이 자신감을 잃고 늘어졌다. 엘사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안나는 철렁 내려앉는 감정을 삼키기 위해 감은 눈을 더 꾹 즈려감아야 했다. 이내 부드러운 감촉이 눈 위에 닿아왔다. 안나는 작게 떨었다. 입맞춤이 만들어낸 온기임이 분명했다. 눈 떠 봐요, 안나.​ 나긋한 목소리가 잠기운을 몰아냈고 안나는 천천히 눈꺼풀을 열었다. 밝아오는 아침의 빛깔속에서 청안과 마주치는 순간 일순 정적이 방안을 얼렸다.



"안나는, 내가 좋은 거군요."



갑작스레 허를 찔린 안나는 부정도 긍정도 못 한 채로 엘사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이내 따라붙은 엘사의 손이 턱을 그러잡고 정면을 보게 하였다. 불쾌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걱정으로 구겨지는 미간 위로 엘사가 입술을 맞대왔다.


엘사의 엄지 손끝이 제 입술을 매만지는 감촉에 안나는 작게 신음했다. 어떤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고 아주 천천히 그녀의 손끝이 입술을 열어 밀고 들어오자 안나는 눈을 감았다. 엘사의 숨결이 귓가에 내려앉았다. ​안나.​ 무언가를 억누르듯 욕망이 집약된 음성이 안나를 전율케하였다. ​안고 싶어요.​ ​


엘사의 파장은 안정적이었다. 가이딩이 필요한 상황이 결코 아니었다. 그게 안나로 하여금 더 고양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가이드를 원하는 게 아니라, 나를 원하고 있다고, 안나는 생각했고 그게 설령 착각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이게 좋은 생각인지 판단할 겨를은 없었다. 남은 두 달 동안 엘사가 없는 텅 빈 식탁과 공허한 일상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엘사가 나를 원해.​ ​엘리자베스에게 안겼던 나를 경멸하지 않아.​ ​안도감에 이끌린 안나는 팔을 뻗어 엘사의 목을 끌어안았다.


곧 뺨으로, 턱으로 이어지던 미약한 키스가 입술을 열고 들어왔다. 얽히는 혀끝이 지나치게 달았다. 매일밤 엘리자베스에게 쾌락과 고통을 배운 몸은 이어질 감각을 기다리는 것처럼 기대에 젖었다. 엘사의 손이 가운을 열고 들어왔다. 찬 공기로 인해 긴장된 몸 위로 서늘한 손이 내려앉았고 손길이 닿는 곳마다 홧홧하게 몸이 달아올랐다. 그녀의 말처럼, 열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안나는 생각했다.


엘사는 마치 깨지기 쉬운 물건을 만지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저를 다루었다. 입술과 손끝이 나긋하게 쾌감을 부추겼다. 가슴의 정점을 혀로 느긋이 쓰는 동안 손길이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안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충분히 젖었음에도 오랜만에 받아내는 이물감이 안나의 미간을 구겨지게 하였다. 그런 저를 달래듯 엘사가 손가락을 밀어넣은 채로 얼마간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그것도 잠시, 곧 입술을 맞물리면서 엘사가 불시에 깊이 들어왔다. 허리가 떠올랐고 안나는 자연스레 엘사의 허리 위로 제 다리를 교차시켰다. 신음소리는 모두 엘사의 입안으로 삼켜졌다. 엘사가 움직일 때마다 물기를 머금은 소음이 방의 정적 위로 던져졌다. 뺨으로 핏기가 몰려들어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제 표정을 보고싶은 것인지 엘사가 입술을 떼고는 시선을 고정해왔다. 이미 날이 밝아 엘사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자 안나는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빠져나갔던 엘사의 손이 다시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목 아래서부터 신음이 터져나왔다.



"얼굴 가리지 말아요."

"싫-, 아, 하윽... 부끄,러워-요, 아...!"



거칠게 하고 싶지 않아요. 내 말 들어야죠. 자, 손 내려요. 다정한 손짓과는 달리 입밖으로 내뱉는 명령이 고압적이었다. 그 부조화를 인식할 틈도 없이 엘사가 상냥하게 말을 이었다. 안나의 얼굴을 보고 싶어요. 안나는 얼굴을 감쌌던 손으로 시트를 부여잡았다. 고개를 숙인 엘사가 귓가에서 속삭였다. 예뻐요, 안나. 엘사가 다감하게, 마치 연인에게 대하듯 달콤한 말을 속삭이자 오싹한 쾌감이 등허리를 저릿하게 만들었다.


갈 것 같아요? 팔을 뻗어 엘사를 끌어안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안나는 두 손가락을 물어대는 좁은 구멍을 비집고 들어오는 또 다른 손가락을 느끼며 기어이 눈물을 터뜨렸다. 느릿하게 치고 들어오는 묵직한 감각에 안나는 절정에 올라 신음을 울먹거렸다. 공중에 띄워진 허리를 경련하면서 안나의 내벽이 엘사의 손가락을 세게 조였다. 엘사의 입술이 젖은 눈가에 닿아왔다. 아직 절정의 여운이 가지 않아 손가락을 물어대는 곳으로 엘사가 억지로 손을 더 깊게 밀어넣는 게 느껴졌다. 숨이 울대에 턱 걸려오며 동공이 수축하였다. 한계를 넘어서는 감각이 쾌락과 공포를 동시에 선사했다. 턱끝이 덜덜 떨렸다. 안 돼, 너무 깊어. 안나는 힘없이 엘사의 어깨를 밀어댔다. 미약한 저항을 웃어넘긴 엘사가 손목을 밖으로 뺐다가 방금 전보다 더 깊게 박아넣었다.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았던 곳까지 파고든 감각에 꿰뚫려 안나는 중심 잃은 호흡을 헐떡거렸다.



"아-, 아...! 엘,사.... 안 돼, 흐윽... 아직 다, 안... 아! 갔어,요 아...! 너무 깊,어....!"

"쉬, 안나. 괜찮아요. 긴장하지 말아요. 아프게 하지 않을 게요. 힘 빼요."













잠에서 깨고 나서야 안나는 제 판단이 너무 섣불렀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아마 며칠 동안 충분히 잠을 이루지 못 했기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진 탓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엘사를 향한 감상적인 애정을 숨길 수 없던 이유가 컸을 터였다. 엘리자베스와는 다르게 엘사는 섹스를 앞두고 제게 허락을 구했고, 만일 거절했다면 엘사는 물러나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몇 시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한들, 거절할 수 있었을까. 그 뒤에 따라붙을 지 모를 무관심과 냉대를 감내할 자신이 없었음은 자명한 일이었다. 어떤 접촉도 시도하지 않던 엘사가 저를 온전히 욕망하는 감각을 결코 떨쳐낼 수 없었을 터였다.


엘사와 관계를 맺었다는 걸 엘리자베스가 알아차리면 어떡하지? 한 번 몸을 섞은 이상 엘사 역시 리지처럼 소유욕에 잠식될 가능성이 컸다. 엘사와의 섹스는 단순히 좋아하는 여자와 관계를 맺은 것으로 정의 내릴 수 없었다.

C블럭의 다른 가이드들과는 다르게 이제껏 안나는 한 명의 센티넬만을 감당하는 특권을 누리던 유일한 가이드였다. 안나는 몇 시간 전에 죽어가던 센티넬을 떠올려보았다. 그 센티넬과 가이드를 공유하던 같은 방 센티넬은 제 가이드가 다른 센티넬을 가이딩 할 때마다 소란을 피우던 자였다. 안나는 한숨을 뱉었다. 단지 애정이 고파서, 피할 수 있던 수렁에 제발로 뛰어들어간 꼴이었다.


이전처럼 엘사가 준비한 식사를 마음 편히 먹을 수 없었다. 엘사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하룻밤 애정의 댓가로 안나는 제가 겨우 마음 붙일 수 있는 작은 의지처조차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간간히 키스를 나누고 다정한 눈빛을 주고 받는 내내 안나는 엘사의 눈동자 위로 소유욕의 그림자가 덧칠될까 두려웠다. 엘사가 리지처럼 저를 원한다면, 결말이 좋을 리 없는 건 분명했다.


그날 이후 엘사와 섹스를 한 적은 없으나,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안나는 엘사를 멀리할 생각은 감히 할 수 없었다. 손을 잡으면 엘사의 잔잔한 파장 위로 따뜻한 기운이 흘렀다. 그럼 엘사가 웃어주었다. 리지와의 가이딩과는 달리 엘사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 것만 같아서 기뻤다. 그녀는 마치 저를 연인처럼 소중히 대해주었다. 큰 설렘과 막연한 두려움이 동시에 가슴을 짓눌렀다. 달콤한 독약을 입안에 물고 있는 기분이었다.





리지가 돌아오지 않은 지 엿새가 되어서야 안나는 불길한 기운을 떨칠 수 없었다. 일전에 가이드로 위장한 밀정이 센티넬로부터 군 기밀을 빼돌렸던 선례가 있었기에 가이드 신분으로는 센티넬의 신변을 알 수 없었다. 안나는 리지의 행방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 지 묘연했다.

가이딩 보충제가 들지 않는 센티넬이 닷새가 넘도록 가이딩을 받지 않는다면 폭주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안나는 엘사와 입을 맞추며 엘리자베스를 떠올렸다. 복도에서 피에 젖어 죽어가던 센티넬의 얼굴 위로 리지의 얼굴이 덧씌워졌다. 그녀가 보이지 않으면 편할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안나는 초조했다. 비참함을 안겨준 여자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반가운 마음이 들어야 정상이라고 스스로를 비난해도 소용없는 짓이었다.


결국 안나는 엘사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로 리지의 행방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엘사의 온기를 느끼면서 리지를 떠올리는 게 죄스러웠으나 달리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걱정돼요? 엘사의 어조가 딱딱해서 안나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제 방 침대에 누워 함께 잠이 들어가는 중이었다. 머릿결을 쓰다듬어주던 손길이 멎고 엘사가 제 턱끝을 들어올리는 게 느껴졌다. 안나는 엘사의 눈길을 피하다가 엘사가 제 위를 타고올라 입술을 맞물리는 움직임에 맞춰 입을 열었다. 상냥한 입맞춤 끝에 엘사가 귓가에서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이군요, 안나는."

"그게 아니라..."

"예상했던 것보다 더 불쾌하네요."



이렇게 하면 내 생각만 하겠죠? 엘사의 입술이 명백한 의도를 담고 목선을 따라 입을 맞추며 내려왔다. 안 된다고,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안나는 엘사를 막을 수 없었다. 그게 마치 제 애정을 배반하는 짓처럼 느껴져서, 제 애정을 증명해야 할 것 같은 예감에 휩싸여서, 안나는 엘사의 손길이 제 젖은 곳을 파고드는 대로 착실하게 다리를 벌렸다.

엘리자베스는 괜찮을 거예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내가 제일 먼저 알았을 테니까요. 엘사가 포상처럼 잇는 말에 안나는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관계가 끝난 뒤 엘사가 뺨에 잔키스를 남겼다. 간지러운 기분이 뺨에서 느껴지는 건지 가슴에서 번지는 것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엘사는 얼마간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리지가 원한다면 안나가 가이딩을 거절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그걸 막지는 않을 게요. 안나가 다치는 걸 원하지는 않으니까."



​대신 이것만 약속해 줘요. 안나가 자발적으로 엘리자베스에게 안기지는 말아요. 리지와 가이딩을 할 땐 나를 생각해 줘요.​ 안나는 깊게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엘리자베스가 돌아온 후의 상황을 그려볼 때면 몰려오던 걱정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했다. 적어도 두 사람이 가이드 하나를 가운데에 두고 날을 세우진 않을 거란 낙관이 마음속에 들어찼다. 안나는 제가 다치지 않길 바란다는 엘사의 말에 감동하면서도 제 몸을 다른 여자가 안는 것을 쉽사리 수긍하는 그녀에게 설명 못할 서운함을 느꼈다.












저녁에 온다던 엘리자베스는 그말을 한 지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늦은 밤에 교정국으로 돌아왔다. 엘사가 이틀 동안 귀가하지 못 할 거란 말을 남기고 교정국을 비운 날이었고, 안나는 교정국 구석에 딸린 작은 도서관을 뒤적거리다 방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일전의 살인 사건 탓에 교정국 내부는 경비가 삼엄해졌다. 분위기가 냉랭했지만 그덕에 혼자서 복도를 걸어도 불안하지는 않았다. 오전엔 살인 사건의 참고인으로 소환되어 두어 시간을 붙잡혀있어야 했다. 엘사의 충고대로 안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답변만을 내어주었다. 모두가, 그 살인의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했다.



"당신을 목격자로 만들려는 속셈이에요. 웬만한 일이 아니라면, 교정국은 센티넬을 고발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거든요. 목격자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조사를 한다는 인상을 심어준 뒤에 결국 센티넬을 풀어주는 게 오랜 관행이에요. 그렇게 풀려난 센티넬은, 본인이 저지른 일은 고려도 없이 밀고자에게 증오의 화살을 돌리죠. 그러니까, 안나는 아무것도 못 본 거예요. 알겠어요?"



엘사가 제복의 단추를 꿰어매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상황에 제 옆자리를 비우는 게 걱정스러운지 문 앞에서 한참이나 발길을 떼지 못 했다. 안나는 웃으며 엘사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고, 엘사의 팔이 제 허리를 감는 구속감이 기분 좋아서 작게 신음했다. 되도록 일찍 돌아올 게요. 웬만하면 방에만 있어요. 엘사가 내민 말에 안나는 꼭 보호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건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낯선 기분이었지만, 무척 아늑하게 다가왔다.








교정국장실에서의 조사가 끝난 뒤 도서관에 들렀다가 방으로 돌아올 쯤, 바깥은 이미 어둠에 젖은 시각이었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얇은 책 두 권을 들고 안나는 문을 열어 제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어둠속에서는 어떤 인기척도 파장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안나는 쇼파에 앉아있는 인영을 눈치챘다. 열린 문틈을 타고 불빛이 사선으로 드리운 적막 안에서 엘리자베스가 죽은 사람처럼 미동도 없이 앉아있었다. 어떤 정물처럼, 고개를 숙인 채.

 

늘 날이 서있던 파장도 고요하기만 하였다. 안나는 저도 모르게 책을 놓쳤다. 책이 바닥을 때리는 소음에도 엘리자베스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안나는 문을 닫고서 주춤거리는 발걸음을 쇼파쪽으로 옮겼다. 내면이 비어버린 사람처럼 어떤 파장도 내뱉지 못 하는 센티넬이 낯설고 무서웠다. 아무일도 없을 거라면서요. 안나는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어지러움을 느끼며 엘사가 제게 했던 말을 곱씹으며 리지의 앞에 다달았다.

 


안나는 리지를 야속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녀는 제게 비참함을 안겨주었다. 당신이 아무리 내 센티넬이라도 나를 그처럼 함부로 대하는 게 온당한 일이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그녀를 미워할 수는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제 센티넬이었다. 그녀에게 안길 때마다 안나는 리지에게 어떤 유대감이 쌓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은 제 가이딩으로 가라앉지 않는 거친 파장을 더 힘껏 안아주고 싶은 욕구가 샘솟기도 했다. 그녀의 내면을 괴롭히는 속사정을 모르기에, 저를 힘들게 하는 여자를 온전히 싫어할 수도 없었다.

제가 가이드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 것처럼, 그녀 역시 마찮가지일 터였다. 타인을 온전히 소유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 하는 그 복잡한 집착과 지배욕을 안나는 모른다. 연민과 동정, 야속함과 일말의 미움 같은 감정들이, 리지를 마주할 때마다 안나를 괴롭혔다.

일찍 온다고 했잖아요. 리지를 보면 해주고 싶던 말을 안나는 내뱉을 수 없었다. 복도에서 빛을 잃어가던 센티넬의 눈동자가 불현듯 안나의 머릿속에 들어찼다.



"왜, 왜 그래요.... 왜 그래... 무섭게 그러지 말아요. 리지!"



감각이 단절된 사람처럼 엘리자베스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가이딩을 해야 해. 얼른. 가이딩을.... 안나는 리지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머리를 끌어안고 등을 다독였다. 그럼에도 리지의 파장은 조금도 생기를 띄지 않았다. 싫어. 왜 그래요.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죠. 1주일 동안 나 없이 편히 지냈냐고 기세 좋게 웃어줘야죠. 안나는 울먹이며 조금도 가이딩이 되질 않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아, 그랬지. 나는 이 여자에게 조금도 도움이 되질 않는 존재였잖아.

안나는 엘리자베스의 양뺨을 그러잡고 시선을 들어올렸다. 손에 와닿는 온기만이 그녀가 살아있음을 증거했다. 안나는 리지의 다리 양 옆으로 제 무릎을 닿게 해 그녀의 위에 앉았다.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 숨결이 따뜻하다는 게 아주 약간의 안도감을 주었다. 안나가 자발적으로 엘리자베스에게 안기진 말아줘요. 며칠 전, 엘사가 제게 남겼던 말을 상기하며 안나는 리지의 오른손을 들어 제 입가로 가져왔다. 중지와 약지를 머금어 뿌리까지 입안으로 밀어넣었다. 타액으로 충분히 적셔진 손을 제 다리 사이로 가져가 조금도 젖지 않은 곳으로 억지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목 아래서부터 고통스런 신음이 타고올랐다. 엘리자베스의 목을 끌어안고 허리를 조금씩 움직였다.



"안아줘요. 안아줘...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니까, 제발..."



곧 제 품안에서 리지가 울음을 터뜨렸다. 안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애달퍼서 안나는 가슴이 아팠다. 안나. 안나. 연거푸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를 안나는 제 입으로 삼켰다. 맞물린 입술 안에서 혀끼리 거칠게 엮였다. 리지가 한팔로 제 허리를 세게 당겨안자 그제서야 안나는 안도의 울먹임을 내뱉었다. 리지가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에 맞춰 안나는 허리를 움직거렸다. 나도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어.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아. 몸 안으로 차오르는 쾌락을 느끼며 안나는 절정에 올랐다. 젖혀진 고갯짓에 따라 눈꼬리를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둠속에서 쾌락으로 인해 시야가 하얗게 샜다. 닫혔던 문이 열리며 어둠을 가르는 빛조각이 등뒤에서부터 들어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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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복원

 

 

ㅇㅇ
흐어ㅓㅓㅓㅓㅓㅓ 와 진짜... 엘안엘이 이렇게 맛있는 거였냐구;;;;;;; 엘사도 점점 안나한테 소유욕 내비치는 거 소름이면서도 좋고 안나도 리지한테 길들여져서 동정심내지는 유대감 느낀다는 감정선도 너무 잘 읽혀서 몬가 찌찌 아픔ㅠ;;;; 리지도 너무 안쓰럽고ㅠ;;; 허어 이제 본격적으로 안나 쟁탈전이 시작되겟구마 넘나 기대됨 다음편 노양심ㅊㅊㅁ;;;;;;

10.25 23:44
 ㄴ ㅇㅇ 아 진짜 다음편 너무 보고싶고 궁금해서 잠 못자겠어 책임지셍효 유료결제 할테니까 미리보기를 달라!!!!!!

10.25 23:54

 


ㅇㅇ
아 진짜 분위기 묘하다.. 엘사랑 안나 사이에서도 뭔가 일이 하나 터져도 이상할게 없을것 같은데.. 아직은 잔잔하니 당장은 안심이 된다만 엘사한테도 언제 리지같은 소유욕이 들끓을지 몰라서 두근거린다.. 그리고 맨날 모질게 굴던 리지가 울면서 안나 이름 부르는건 뭘까 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저러는걸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 수가 없어서 다음편이 더 기대된다 ㄹㅇ

10.25 23:45

ㅇㅇ

10.26 00:10

ㅇㅇ
아이 진짜!!!!! ㅊㅊㅁㅊㅊㅁ!!!! 존나 맛집인데 내앞에서 끊겨서 못들어간 기분이야ㅠㅠㅠㅠㅠㅠㅠ 존 ㅜㅠㅠㅠㅠㅠㅠㅠㅊㅊㅁ 개잼씀
10.26 00:28

ㅇㅇ
오메 진짜 미쳤다... 미쳤어!! 엘사 원하면서도 리지한테 동정심 느끼는거 미치겠네?! 가이드도 센티넬한테 영향을 받는고만 아이고 존나 이것이 센티넬버스의 참맛??!?! 사랑 받길 원하면서도 이게 잘못된 선택일까 불안해하고 자기를 말라죽게하는 사람이 미우면서도 보고 싶어 한다니ㅠㅠㅠㅠㅠㅠㅠ 웬지 리지 오래 못 돌아오고 넋 놔버린거 엘사가 손 쓴 거 같고?! 10.26 01:26
 ㄴ ㅇㅇ 이 뒤에 일어날 일 눈에 보일 듯 하면서 모르겠는 쫄깃함 미쳐요 미쳐!!!! 빨리 이 다음을 주세요!! 내 눈으로 난장판을 직접 보고 싶다고오오옷!!!!! 갸ㅐㅐㅐㅐㅊㅊㅁ 10.26 01:27

ㅇㅇ
엘안엘 관계도 그렇고 배경도 그렇고 안팎으로 안나 옭아매는 느낌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 생각보다 엘사 더 치밀한 느낌이네 넘 좋아ㅠㅠㅠ 엘사도 소유욕 장난 아니네ㅠㅠㅠㅠ 리지 넋나가서 안나 매달리는 것도...ㅠㅠㅠㅠ 절박한게 보이는ㅠㅠㅠㅠㅠ 아 전개 너무 재밌다구ㅠㅠㅠㅠ
10.26 02:06

ㅇㅇ
아...선생님 제발요....제발 다음편좀...저 죽어욧....제발
10.26 07:04

ㅇㅇ
헐 나근데 방금 1편 다시 읽으면서 깨달은건데 1편에 안나 검문소까지 쫒아와서 다리 분질르겠다고 협박하고 범한 센티넬 엘리자베스가 아니라 엘사같은데...맞나..행동과 상반되게 다정한 말투 설명이랑 사랑한다고 말하면 책 사다주겠다고 보채는 묘사도 그렇고 빼박 집착광공루트탄 엘사아니냐 ㄷㄷㄷ 아님 조용히 짜짐..
10.26 07:18

 ㄴ ㅇㅇ
아 미친 나도 이 생각했어 개소름 돋아............
10.26 08:05

   ㄴㄴ ㅇㅇ
아 ㄹㅇ이네. 안나한테 대학 전공 관련된 책들 처음 사다주던것도 엘사잖아......
10.26 11:18
    ㄴㄴㄴ ㅇㅇ
ㅎㄷㄷ진짜네 헉헉
10.26 11:27

ㅇㅇ
엘싸 2편부터 쎄하다..어쩌면 이픽에서 제일 제정신 아니고 위험한게 엘사아닐까.
10.26 07:31


ㅇㅇ
진짜 분위기 오진다 몰입감 개쩔고 사건 전개도 빠르고.....멍멍이-갱얼쥐-여우가 됐네 이것도 너무 귀엽곸ㅋㅋㅋㅋㅋㅋ 스토리가 너무 좋아서 계속 보게 된다 혹시 몇화 정도 예상하는지 물어봐도 돼?ㅠㅠㅠ
10.26 08:06
  ㄴ ㅇㅇ(110.70)
원래는 상중하 정도 분량에 다 때려박으려고 했던 건데 쓰다보니 좀 늘어져서 구체적으로 확언은 못 하겠음! 10편이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아.
10.26 09:16

ㅇㅇ
아침부터 이 픽 읽으니까 너무너무행복하다 제발 연중은말아주라 요즘 내삶의 낙임ㅜㅜ
10.26 09:17

ㅇㅇ
분량, 스토리, 엘산나 캐릭터성 이픽의 모든부분이 갓벽하다...정말 대박적...현퀘고 뭐고 하루종일 생각날듯...아...엘안엘 섹..스.....
10.26 11:24

ㅇㅇ
앆 존나재밌다~!! 섹스중에 고압적인 명령내리는 엘사 부분 호러스릴러 같고 너무좋다..안나는 엘사와 있는 순간순간을 사랑받는다고 느끼는데 읽는사람은 살얼음판 걷는거 같음ㄷㄷ글고보니 자매가 참 쿵짝이 잘맞는다 리지가 안나의 육체도 정신도 약하게 만들면 그사이를 엘사가 파고들고.. 연중하지마 완결까지 달려조ㅜㅜ
10.26 11:51

 ㄴ ㅇㅇ
안나 더 굴려주세요 미리 감사합니다
10.26 11:51

ㅇㅇ
세상에 다시 오셨군요 감사합니다...절하고 읽겠습니다
10.26 12:20

ㅇㅇ
통한의 비추2..씹ㅋㅋㅋㅋㅋㅋㅋ그나저나 안나 한번도 관통된적 없는곳까지 깊숙이 들어왔다고 하는거 설마 피스트풕 한건가..첫잠자리부터..? 맞다먄ㅏ 여기 엘사 몬가 열심히 일코중이지만 역시 뭔가 하나 제대로 돌아있다...개꿀..
10.26 13:29

   ㄴ ㅇㅇ(110.70)
허어억 아니야 그런 건 아니야 아니 그정도로 굴릴 생각은 없어욧!ㅠㅠㅋㅋㅋ 그냥 엘사의 긴 손가락이 안나 안에 아주 깊숙이 들어갔다고 생각해줘 아직 절정 느끼는 중인데 안 기다려주고 깊게 삽입한 것,,
10.2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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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Long Story 꼭두각시의 칼 27~28   85.   "공주님도 그렇고, 수호경님도 그렇고... 왜이리 판박이신지."   엘사와 안나, 두 사람은 뒷뜰에서 새벽에 성으로 막 돌아온 게르다에게 가벼운 꾸지람을... 개구리 2021.04.12 238
223 Long Story 꼭두각시의 칼 25~26     새벽녘에 그친 비는 희끄무리한 서녘의 아침 안개를 흔적으로 남겼다. 엘사는 다시 말에 타는 동안, 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두 눈으로 직면하는 순간을 영원히... 개구리 2021.03.29 234
222 Long Story Arens of Sheffield 21~22   57.       "어, 메그. 나야 안나. 지금 뭐하고 있어?"     안나는 자신의 시각 뒤로 지나가는 나무들을 보며 말했다. 창밖을 열어 손을 내밀고 싶었지만, 이두... 개구리 2021.03.29 175
221 [장편] Lullaby - 45 새롭게 나타난 영혼은 어안이 벙벙한지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연거푸 주위를 둘러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 영혼의 겉모습은 늙고 추레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 운영 2021.03.22 235
220 Long Story 질투심 넘치는 엘사가 광적으로 집착하는 픽 - 1   "요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나요?"    "조금요. 안 좋다기 보다는 거슬리는 일이 있죠."    "어느 부분에서 그런 일이 있나요? 사적인 관계, 직장에서의 스트레... ㅊㅊㅁㅅㄱ 2021.03.22 2273
219 Text File [그림+픽] 뱀수인 엘사 이야기 한페이지용 수정 3 엘산나픽용 2021.03.21 810
218 Text File [그림+픽] 뱀수인 이야기 두페이지 버전 (수정3) 엘산나픽용 2021.03.21 302
217 Text File [그림 + 픽] 뱀수인 엘사 이야기 속지 X 버전 (수정3) 엘산나픽용 2021.03.21 306
216 Text File [그림+픽] 뱀수인 엘사 이야기 속지 O 버전 (수정3) 엘산나픽용 2021.03.21 892
215 Long Story [팬픽]꼭두각시의 칼 19~22 49.       "아오오..." 첫 번째 경기는 안나의 예상보다 훨씬 일찍 끝나 버렸다. 대기실로 돌아온 안나는 급격하게 분출된 흥분의 후유증으로 긴 의자에 드러누워... 개구리 2021.03.14 229
214 Long Story [팬픽]Arens of Sheffield 15~16       36.   "미안해 안나..." 엘사는 안나의 얼굴에 드리워진 수심을 느낄 수 있었다. 권총 부문에선 제인 팀과 안나 팀이 동점으로 공동 1등으로 점수를 마무리... 개구리 2021.03.14 171
213 Long Story Self Stalking - 0       내 삶은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180도 달라져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 1년의 장기 휴직 신청서를 제출하고 집 밖을 나서본적이 거의 없었다. 운이 좋았다.... ㅊㅊㅁㅅㄱ 2021.02.18 563
212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 5         A블럭 관리 직원 전원이 교정국을 떠난 건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C블럭에서 일어났던 센티넬 살인 사건이 희망 퇴직의 이유라는 말이 떠돌았지만 믿을 ... 1 히히 2021.01.30 1955
211 Text File 허기에 관하여 dontstarve 2021.01.18 975
210 [fic] Obsession (9)       안나/엘사       Obsession       (9)           솔직히 말하면 엘사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나는 엘사가 나에게 매달리는 것이 좋았다. 엘사의 편집증과 ... ㅇㅇ (110.8) 2021.01.10 565
209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4 64. Ski Resort     두 자매가 아렌델에 도착한 건 점심이 다 되어서였고, 부모님은 딸들을 보자마자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엘사와 안나는 둘이서만 지낼 수 있는... 1 토익빌런 2020.11.16 631
208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3 63. Texting     둘이서 아무 말 없이 걷기를 5분, 마침내 학교에 도착했다. 둘에게는 다행히도 정문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몇 번 대화를 나눈 친절한 사람이었다... 토익빌런 2020.11.16 378
207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2 62. Home Sweet Home     다음날 아침, 안나는 언니보다 먼저 눈을 떴기에 엘사를 깜짝 놀라게 만들어 주려고 했다. 둘 다 부모님에게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한... 토익빌런 2020.11.16 359
206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0 60. Preparations     다음날 아침, 엘사는 자신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위험한 행동을 했는지 실감하고 있었다. 안나의 근처에 있을 때 내가 얼마나 미쳐버리는지 ... 토익빌런 2020.11.16 355
205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59 59. Blankets     다음날 아침, 안나가 눈을 떴을 때는 정말 좋은 기분이었지만 동시에 너무나 피곤한 상태였다. 어젯밤은 정말로 멋졌지만, 그만큼 잠을 덜 자긴... 토익빌런 2020.11.16 615
204 Short Story 야한게 쓰고 싶어서 싸질러놓고 잘릴 것 같아서 백업한다 충혈되어 발갛게 달아오른 그 곳에 가져다 대면 코 끝에 못 견딜 정도로 농염한 엘사의 체취가 느껴진다. 마치 방끔 딴 석류에서 볼 법한 반들반들 한 빛깔이 촛... 설쥬미 2020.11.14 3891
203 [빼빼로데이] 양방향 딜도 ㅇㅇ (110.8) 2020.11.11 4946
202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4         안나는 절정의 여운에 젖어 멍해진 채로 얼마간 숨을 헐떡거렸다. 울대를 비집고 올라간 흐느낌이 벌어진 입밖으로 새어나갔다.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 ... 히히 2020.11.04 1738
201 #32. 왕과 정령과 마법의 이야기 (完)     , 처음 만났을 때보다야 무거워졌지만 여전히 한 손으로 가볍게 들리는 엘사의 무게에 안나는 혀를 차며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았어. 고혹적으로 미소짓는 엘... ASIS 2020.10.30 563
»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3             두 사람이 떠난 공간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안나는 멍하니 서서 거실을 눈으로 훑었다. 창가 협탁 위를 장식한 태피스트리와 쇼파에 놓인 담요가 정... 히히 2020.10.25 1750
199 외동딸 아포칼립스 8 *삽입행위/도구/강압 주의. 누구나 하나씩은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지 않은가. 엘사의 경우엔 그게 크리스마스 이브의 일이었다. 비록 안나에게 ... 고동 (58.140) 2020.10.25 1184
198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2           "그쪽은 안나 테일러, 맞나요? 아직 식전일 텐데, 이리 와서 먹어요."     ​엘사가 수플레 팬케이크가 담긴 접시와 홍차 티팟을 아일랜드 위에 옮기고... 2 히히 2020.10.21 2107
197 Short Story 화해 생수     "저리 가."     안나는 여전히 뒷모습을 보인 채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기며 '나 아직 화났어'를 온몸으로 표현중이었다. 꺼져도 아니고 '저리 가'라니.... 1 ㅇㅅㄴㅂㅇ 2020.10.14 1658
196 Long Story Praying prey Q&A + 비하인드 설정 +@@ 개구리 2020.08.31 699
195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6 (完)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1 모카. 2020.08.13 866
194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5 - 下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모카. 2020.08.04 622
193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5 - 上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모카. 2020.08.04 862
192 Long Story 결혼 계약서(21) - 수위   안나의 말이 신호탄이 된 것처럼 두 사람은 거칠 것 없이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오랜 시간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향부터 음미하듯이 서로의 살 내음... ㅇㅇㅇㅇ 2020.08.04 3284
191 Short Story [오피스위크/수위] 너라면 괜찮아 원작 쥬미의 부탁으로 대신 올린거임 수위 *사수 안나, 부사수 엘사 *엘공 *오피스물이지만 오피스가 메인이 아닌 *떡단편픽 오피스위크길래 썼는데 오피스는 쬐... 케찹2 2020.06.28 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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