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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4 20:13

[팬픽]Arens of Sheffield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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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미안해 안나..."
엘사는 안나의 얼굴에 드리워진 수심을 느낄 수 있었다. 권총 부문에선 제인 팀과 안나 팀이 동점으로 공동 1등으로 점수를 마무리했지만, 기관단총에서는 차이가 미세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안나 팀과 이두나 팀은 HK의 UMP 45를, 제인 팀과 한나 팀은 RAL8000 도료로 도색된 MP5를 택했다. 안나는 9mm 탄알을 써 반동이 상대적으로 낮은 MP5를 택하려 했지만, 각져 보이는 UMP의 이미지가 좋아보인다는 엘사의 말에 깜빡 속아넘어갔다. 하지만 45구경 탄환의 반동은 겨우 사격을 시작한 엘사에겐 무리수였고, 엘사의 차례에선 절반이 넘는 탄알이 표적지 뒤로 소리없이 사라졌다.
 
 
 
"괜찮아. 선택한 내 잘못인데. 이걸로 화난 게 아니니까 기죽지 마."
 
 
 
안나는 그나마 아프지 않은 왼손으로 엘사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주인의 눈치를 보는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뜬 엘사를 보며, 안나는 안간힘을 다해 웃었다.
 
 
"헤헤, 이러다 우리가 이기는 거 아니야?"
 
 
안나의 고통을 아는 사람은 벨과 제인 뿐이었다. 극심할 정도의 고통이었지만, 이것 때문에 가족의 첫 캠핑을 무산시킬 수 없었다. 더군다나 병원을 이용하기에도 제약이 뒤따랐다. 지역 경찰이 로몬드 주변을 순찰하고 있지만, 테러의 위험은 항상 존재했다. 공공기관 등의 하드 타겟에서 민간인 중심의 소프트 타겟으로 테러의 폭심지는 옮겨졌다. 대외적으로 사망 처리된 안나였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믿을 리 없었다.
 
 
 
단신으로 크라스노야르스크의 연구소를 털었고, 아이 두명을 데리고서 CIA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우크라이나까지 청부살인을 하러 간 그녀가 어떻게든 살아있다고 믿는 눈치였다. 무엇보다도, 두 나라는 안나의 가족이 된 최우수 개체를 여전히 노리고 있으면서, 아직 세계 곳곳에 남아있는 아톤의 개체들을 긁어모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즉, 갑작스레 일정을 바꾸면 오히려 적에게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우리가 꼴찌예요..."
 
 
엘리사가 자신의 몸 만한 UMP를 끙끙거리며 탁자 위에 놓고 이두나에게 말했다. 엄마에게 적잖은 기대를 품었지만, 예상 외의 부진한 이두나의 사격 실력은 엘리사에게 소리없는 실망을 안겨주었다. 풀이 죽은 채로 엘리사는 쪼그리고 앉아 바닥에 쌓인 눈을 쿡쿡 찔러댔다. 이두나는 그런 엘리사를 어쩔 줄 몰라하며 안아 들어 어르고 달랠 뿐이었다. "뭐... 우린 나쁘지 않네요. 벨 씨가 생각보다 잘하고 있으시고..."
 
 
 
"음, 사실 지금 여러분들께 바라고 싶은 소원이 없다 보니까, 절로 마음이 안정되더라구요."
 
 
벨이  MP5의 조정간을 안전으로 돌려 놓으며 한나에게 말했다. 한나는 벨의 말을 듣고 자신 또한 생각해둔 소원은 없다는 것을 자각했다. 지금처럼 행복한 순간이 최대한 길게 이어지는 것이 한나의 유일한 바램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새겨진 세뇌로 인해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지만, 자신에게 아렌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해준 가족의 행복이 바로 한나의 행복이었다.
 
 
"자자, 이제 다음은 소총이예요. 이 라운드에서는 열외를 둬야 할 것 같네요. 요 두 꼬맹이들이 소총을 제대로 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안나는 일행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버스의 트렁크를 열어 CQBR 소총 네 정과 삽탄된 탄창이 든 가방을 두 손으로 들고 왔다. 그 모습이 불안정했는지, 벨이 MP5를 내려놓고 안나에게 가 가방을 같이 들어주었다.
 
 
"고마워요."
 
 
안나가 최대한 태연하게 벨에게 말했다. 벨은 추운 겨울임에도 안나의 이마와 눈썹 사이에 맺힌 식은 땀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벨 또한 안나의 손에 난 종기들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엘리사와 멜리사가 만들어낸 능력의 산물에는 정신적 피해와 물리적 피해를 무마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실제로 이를 통해 이두나와 안나는 각자에게 찾아온 한 차례의 죽음을 극복할 수 있었다. 두 사례를 통해 벨이 몸담고 있는 연구부, 더 나아가 CIA는 확신했다. 개체들, 특히 엘리사와 멜리사의 능력은 치료제로 쓰이되, 환생제로 쓰이면 생사의 선과 윤리가 무너질 것이란 사실을. 그리고 한편으로는 능력이 주입된 이두나와 안나에게 찾아오는 부작용이 없는지 스카와 심바를 파견해 주기적으로 진찰하도록 했다.
 
 
'이게 부작용이면...'
 
 
벨은 막연히 자신의 딸을 치료하기 위해 스카와 심바에게 보내진 아이들의 눈과 얼음이 담긴 캡슐을 떠올렸다. 만약 지금 안나의 손에 찾아온 종기가 부작용의 시발점이라면, 당장 전화를 걸어 캡슐 사용을 금지하라고 연락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이것은 추측에 불과했다. 아렌가의 사람들을 지켜본 CIA, MI5, MI6는 지난 1년간의 결과로 얻어낸 '부작용 미검출'이란 결과를 통계로 제한적이나마 캠핑을 허락했고, 이로 인해 정밀 검사를 할 수 있는 의료 설비들은 런던에 모두 두고 왔다.
 
 
'어떡하지.'
 
 
벨은 사격 시합이 시작되기 직전, 귓속말로 안나에게 종기와 능력 투여의 부작용의 연관성에 대해 말한 바 있었다. 하지만 안나는 원칙주의자처럼 그녀의 가설을 부정했다. 부정의 근거는 없었다.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 않은 처절한 이기심이 안나의 두 손에 머물러 있었다.
 
 
"안나,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네, 물론이죠. 하지만 오래는 못 기다려요."
 
 
가까스로 소총이 든 가방이 탁자에 올려졌고, 벨은 안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대폰을 들어 스카에게 메세지를 작성해 보냈다.
 
[스카, 벨이예요. 자료가 필요해요. 아톤 서버에 있던 개체, 그리고 소련 때의 프로젝트 '오메가'에 대한 자료를 제 이메일로 보내도록 해요. 교차검증을 해야 할 일이 생겼고,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연락하겠어요.
 
※캡슐은 절대 사용하지 말아요. 절대로!]
 
 
 
 
 
 
 
37.
 
 
 
"이게 뭔 소리야."
 
 
스카는 의구심이 들 때면 왼쪽 눈에 생긴 상처를 어루만지는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 그 습관이 지금 벨의 메세지를 보는 그에게 여김없이 찾아왔다.
 
 
"왜 그래요 아저씨?"
 
 
스카와 심바는 벨라가 있는 병실에서 6시간마다 교대로 돌아가며 벨라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벨의 모습이 퍽 묻어나 있지만, 오랫동안의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없어 털모자를 쓰고 있는 벨라가 사나운 인상에 지쳐있는 스카를 빤히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란다. 집에 택배가 왔다는 문자였어. 어때, 아픈 건 나아졌니?"
 
 
바로 어제, 영국 런던에서 스카와 심바, 그리고 벨라가 있는 병실 앞으로 특수 냉동 처리된 소포가 하나 찾아왔다. 개체 1호와 2호의 능력으로 만든 눈과 얼음 캡슐이 들어있있고, 이걸 가습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벨라에게 흡입시켜 보라는 메모가 같이 있었다. 스카와 심바는 곧바로 병실에 있던 가습기의 물을 버리고 연구실에서 혈청을 만들 때 쓰던 필터를 추가시켜 그 자리에서 사제 가습기를 만들었다. 캡슐 속의 눈과 얼음은 실온에서도 쉽게 녹지 않았고, 녹기까지 하릴없이 시간 죽이기의 연속을 보내고 있었다.
 
 
"아뇨, 욱..."
 
 
벨라가 헛구역질을 하려 하자, 스카는 허둥대며 통을 벨라의 입에 가져갔다. 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스카는 벨라가 장난을 치는게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생명이 조금씩 꺼져가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벨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타들어갔을게 분명했다. 그래서 메가라는 스카와 심바를 벨라에게 보내 상태를 지켜보라고 지시하면서, 벨에게는 아렌가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위로휴가를 보냈다.
 
 
어떻게 보면 벨에게도, 스카와 심바에게도 업무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스카와 심바는 벨에게 별다른 불평을 가지지 않았다. 벨라는 죄가 없었고, 벨에게도 죄가 없었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치료를 해주어야 하고, 지켜 줘야 한다는 유토피아적인 상념을 가지고 있는 삼촌과 조카였기에, 특근 수당이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어...벨라, 괜찮아?"
 
 
현재 스카가 벨라를 간호하고 있었고, 다음 교대인 심바는 교대하기까지 약 2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벨라의 구역질 소리에 일어난 그는 삼촌이 그러했든 쪽잠에 취한 채로 링거 스위치를 조작해 항생제의 투여를 늦췄다.
 
 
"심바, 계획이 틀어진 거 같다."
 
 
"무슨 계획이요?"
 
 
기왕 일어난 김에 스카는 심바에게 벨의 메세지를 보여주었다. 음, 음? 심바는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면서 눈썹을 씰룩이는 것으로 의문을 표했다.
 
 
"캡슐 가습 테스트를 보류한다니..."
 
 
"낸들 알겠냐. 부작용이라도 나타났나 보다."
 
 
스카는 가장 확률이 높은 중단 이유를 떠올렸다. 사례의 부재와 비정확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안나 아렌과 이두나 아렌은 개체들의 능력을 확실히 투여받았고, 그에 대한 부작용은 현재까지도 전무했다. 엘사 아렌의 경우는 특이 케이스였다. 엘사 아렌은 사실상 프로젝트의 가장 첫 번째로 능력을 부여 받은 프로토타입이었으며, 부작용으로 시력과 능력의 통제를 잃었지만, 엘리사와 멜리사의 눈과 얼음을 통해 회복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장점의 한 면에 불과했다. 동물 실험에서도 부적합한 판정을 받아 정확성에 혼란이 찾아오고 있었다. 마치 백신이 누군가에겐 효력을 발휘하는가 하면,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았다. 스카는 이러한 생각을 종합해 두 가지의 결론을 도출했다. 첫 번째, 벨라를 위해 윗선이 모르게 진행하려 했던 캡슐 가습 테스트를 하려던 마음이 도중에 바뀌었다거나, 아니면 새로운 부작용이 아렌가의 사람들에게 나타난 것 중 하나였다.
 
 
"부작용이라면... 당장 캠핑을 중지시키는 게..."
 
 
심바가 벨라의 눈치를 살피며 스카에게 귓속말을 했다.
 
 
"아직 아냐, 일단 오메가 쪽 자료를 보내달라 했으니까 지켜 보자고. 벨라에겐 미안하지만... 테스트는 잠시 보류하자."
 
 
스카는 병실 냉장고에 보관된 능력 캡슐을 떠올리면서, 옆에 놓아둔 사제 가습기를 안타깝게 내려다 보았다.
 
 
 
 
 
 
38.
 
조심조심...아!
 
 
 
사격 시합은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 이두나 팀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마지막 소총 부분에선 한나, 이두나, 제인, 안나가 총을 쥐었지만 안나는 쏘던 중간에 탄이 걸려 기권을 선언했다. 한나는 별 다른 욕심을 내지 않았고, 제인은 안나의 기권에 신경을 쓰느라 제대로 사격을 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이두나만이 천천히, 방아쇠를 짧게 당겨 30발 중 30발을 표적에 명중시켰다. 눈이 부은 엘리사가 기뻐하며 이두나의 다리를 꼭 안았고, 멜리사는 아쉬워하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단단히 삐진 멜리사에게 한나가 능청스레 뭘 원했냐고 묻자, '자기 전에 안나 언니가 매일 매일 동화책 읽어주기'라고 답했고, 예상보다 소소한 소원에 몇 사람을 제외하곤 웃음을 터뜨렸다.
 
 
 
 
저녁에 들어서자 다시금 내리기 시작한 진눈깨비는 이내 함박눈이 되었고, 외식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저녁을 버스 안에서 해결했다. 안나와 엘사, 벨은 잠시 눈을 붙이러 침대에 올라갔으며, 남은 사람은 소파에 둘러앉아 젠가를 하고 있었다. 보상도 벌칙도 없는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모두들 즐겁게 블록을 빼는 데 찾아오는 위기감을 즐겼다.
 
 
"이번에도 내 차례에 무너졌어..."
 
 
멜리사는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젠가를 시작한 이후, 젠가 탑은 꼭 멜리사의 차례가 될 때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순서 바꿀래...?"
 
 
엘리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멜리사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조각들을 모아 탑을 세웠다. 얼굴을 찌푸린 멜리사는 이두나와 한나가 만들어낸 마시멜로를 녹인 코코아 잔이 앞에 놓일 때까지 풀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네가 졌나 보구나?"
 
 
한나가 싱글벙글 웃으며 멜리사의 옆에 앉아 볼을 콕콕 눌렀다. 멜리사는 한나의 손가락을 밀어내며 코코아 위에 떠오른 마시멜로 조각들 위로 새끼손톱만한 얼음 하나를 만들어 떨어뜨렸다. 엘리사는 자신의 머그잔에 눈가루를 솔솔 뿌려 코코아를 식혔다.
 
 
"다음 번에는 안 떨어뜨릴 수 있단 말야."
 
 
멜리사가 머그잔을 들어 살짝 기울여 코코아를 마셨다. 잔뜩 경직된 미간이 코코아의 달달함과 따스함으로 조금 풀어졌다. 이두나는 멜리사가 채 쌓지 않은 조각들 중 하나를 집어 작은 바벨탑의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와 한나는 뱅쇼와 밀크티 중 무엇을 마실지 사뭇 진지한 토론을 한 끝에 오늘은 밀크티, 내일은 뱅쇼를 마시기로 합의를 보았고, 제인을 포함한 세 사람의 앞에는 탁한 갈색의 밀크티가 얕은 김을 피어내고 있었다.
 
 
"그래? 그럼 언니랑 내기할까? 먼저 떨어뜨린 사람이 음... 아침 설거지 하기!"
 
 
"조오아. 할 수 있어. 점심 설거지까지 걸어!"
 
 
멜리사는 제인에게서 받은 티스푼으로 코코아를 저으면서 자신 있게 말했다. 한나는 멜리사를 완전히 골릴 심산으로, 적당한 때에 멜리사의 차례에서 미세한 바람을 만들어 무너뜨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저도 껴도 될까요?"
 
 
제인이 멜리사의 어깨를 잡으며 한나에게 물었다.
 
 
"물론이죠, 만약 멜리사가 지면 제인 씨도 설거지 당번을 맡아야 할 거예요?"
 
 
"사소한 벌칙이잖아요. 이런 것도 나름 재밌죠. 사장님도...어떻게 생각하세요?"
 
 
제인이 이두나에게 참가 의사를 내비쳤지만, 이두나는 한쪽 턱을 괴고 엘리사를 보며 거절의 손짓을 했다.
 
 
"오늘따라 많이 지치네요. 전 지켜보기만 할게요."
 
 
"저도요..."
 
 
 
이두나의 의사에 엘리사가 편승했다. 한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멜리사와 남은 탑을 마저 완성했다. 가위 바위 보! 꼬마 한 명과 성인 한 명은 가위와 주먹을 냈다. 한나는 처음부터 가장 밑바닥의 블록 중 하나를 뽑았다. 멜리사는 처음부터 공격적인 한나의 제스처를 보며 블록들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밑에서 세 번째, 가장 오른쪽 걸 뽑아보렴."
 
 
그런 멜리사를 도와주는 건 제인이었다. 한나는 그런 제인을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결과는 자신이 이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안나 언니가 오늘 피곤한가 봐요..."
 
 
세 사람이 젠가에 집중하는 동안, 엘리사는 자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어머니에게 오늘 안나에게서 느꼈던 인상을 털어놓았다. 다시금 서로를 알아가고 있는 과정이지만, 엘리사가 본 오늘의 안나는 평소와는 달랐다. 씩씩하고 활기차며, 무엇이든 잘할 것 같았던 그녀의 언니가 힘에 겨워 앓고 있는 느낌이었다. 멜리사 팀과 승리를 겨룰 것 같았던 사격 시합에서도, 엘리사는 안나의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엘사 언니에 대한 질책이 아닌, 아픔이 표정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 오늘 사격 내기부터 무언가 이상했지."
 
 
이두나가 엘리사의 말에 공감했다. 사격 시합에서 이겼을 때, 이두나는 딸들이 자길 위해서 일부러 져준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가지고 있었다. 안나는 총에 잼이 걸려 포기했다 하지만, 다른 조의 총을 빌려서 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시합이 끝난 직후 살펴본 안나의 총에는 잼이 걸린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너무 긴장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너무 설레면 잠이 안 오고, 다음 날 피곤해지는 것처럼요."
 
 
캠핑 전 날처럼 말이예요, 엘리사는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안나를 추측했다.
 
 
"일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이두나는 안나가 운영하는 구호단체 EML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니면 CIA쪽에서 설명할 수 없는 압박을 받은 것이라고도 생각했지만, 그랬다면 벨에게서 이상함을 느꼈어야 했다.
 
 
"사람들을 구하는 헤로니까 매일 피곤하겠죠...?"
 
 
"헤로가 아니라, 히-어-로."
 
 
이두나가 발음을 정정해줬으나, 엘리사의 입에선 헤-에-로! 라는 단어가 나왔다.
 
 
"아픈 건 아닐 거고... 고민이 있어서 저런 걸까? 연애 문제?"
 
 
"에, 에이. 그건 아닌거 같은데요 엄마."
 
 
멜리사의 차례에서 미약한 바람을 블록 탑에 걸은 한나가 이두나의 추측에 의문을 가졌다. 어어, 어우우... 흔들거리는 블록 탑을 멜리사가 두 손에 주먹을 쥐고 바라보았다. 불행과 다행의 사이에서 블록 탑은 간신히 균형을 유지했다.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진작 우리한테 얘기했을 거예요. 물론 우린 사랑 전문가가 아니라서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깨워서 묻는 것도 그러잖니... 부디 심각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구나."
 
 
이두나가 밀크티를 홀짝이며 넋두리를 했다. 엘리사도 이두나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아 아! 앗싸! 내가 이겼다!"
 
 
엘리사의 어깨 너머로 멜리사가 처음으로 젠가에서 작은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내 쉬-쉬-하고 지금은 자는 세 사람을 위해 손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그래도 기쁨을 참기 힘든지 터져나오는 웃음은 겨우 쿡쿡 눌러 뱉었다.
 
 
"아니지, 멜리사. 원래 게임은 삼판 이선승제라구."
 
 
 
한나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멜리사를 자극했다. 멜리사는 '내가 이겼는데~ 내가 이겼지렁~'하고 되려 한나를 약올릴 뿐이었다.
 
 
"그, 그럼 저랑 같이 해요."
 
 
엘리사가 한나의 옷자락을 잡아 끌며 말했다. 밤에 엘사 언니랑 놀면 아침이 피곤하겠지만, 엘사 언니에게 허락을 맡고 커피를 마시면 하루종일 놀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럼 오늘은 언니랑 같이 자자. 어때?"
 
 
"좋은데... 오늘은 엘사 언니랑 같이 자고 싶어요."
 
 
엘리사는 얼마 뒤에 있을 엘사와의 놀이를 생각하며 한나의 제안을 부드럽게 거절했다.
 
 
 
"흠... 너무 슬프다. 흑흑, 난 누구랑 같이 자야 하지?"
 
 
한나가 우는 시늉을 하며 멜리사를 향해 돌아보았다. 하지만 멜리사는 혀를 쭉 내밀며 메롱! 한나를 놀리며 제인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한나, 그럼 엄마랑 같이 자자꾸나. 괜찮지?"
 
 
"얼마든지요."
 
 
 
한나도 멜리사에게 질세라 똑같이 혀를 쭉 내밀었다.
 
 
 
.
 
 
 
 
39.
 
"엘리사, 엘리사..."
 
 
마지막 티타임을 즐기고 자고 있는 엘사의 품에 꼬물꼬물 들어가 누운 엘리사는 언제 잠에 들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못했다. 마치 오리털 이불같은 꿈에 덮여 있는 것처럼 엘사의 품은 포근했고, 목소리는 잠에 섞여 귓가에 은은히 울려퍼졌다. 엘리사는 두 눈을 깜빡거리며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엘사의 눈을 응시했다.
 
 
"프슷!"
 
 
엘사가 엘리사의 콧등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 두드렸다. 코끝에 몽글거리며 피어난 물방울이 어둠 속에서 선명히 보몄다.
 
 
"놀기로 했잖니, 지금 모두들 자고 있으니까, 몰래 나가자."
 
 
엘사가 속삭였고, 엘리사는 키득거리며 한밤의 일탈에 기대심을 부풀렸다. 하지만 몸은 벨트에 묶인 것처럼 피로감이 엘리사를 침대에 고정시켰다.
 
 
"피곤하면 아침에 놀아도 좋아. 마음 내키는 대로 하렴."
 
 
엘리사의 눈빛을 읽은 엘사가 엘리사의 팔을 토닥이며 안심시켰다.하지만 엘리사는 순간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침은 아침의 일정이 있을 것이고, 자신의 변덕 때문에 일정을 바뀌내고 싶지 않았다. 불현듯, 엘리사는 멜리사와 한나에게도 금지된 음료를 하나 기억했다.
 
 
"쿼피 마시고 싶어요..."
 
 
"쿼피가 아니고 커피."
 
 
엘사가 발음을 정정하며 아기를 어르듯 엘리사를 안아들었다. 살금살금, 그 누구도 깨지 않게 까치걸음으로 부엌으로 온 엘사는 커피머신에 카페오레 캡슐을 넣었다. 이윽고 머그잔에 달콤한 무언가를 태우는 내음이 퍼졌다. 엘리사는 커피의 향을 '향긋한 모닥불 냄새'라고 생각했다. 엘사가 머그잔을 엘리사에게 내밀자, 엘리사는 커피에서 뿜어져 나오는 김을 호 호 불어 쫓아낸 뒤, 한 모금 마셨다. 뜨거움보다 쓴 맛이 먼저 찾아왔고, 엘리사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으...써어..."
 
 
엘리사가 다시 잔을 내려놓고 그 위로 손가락을 휘휘 저었다. 손가락 끝에서 눈가루가 커피 위로 솔솔 떨어졌고, 모락모락 피어난 김도 차츰 줄어들었다.
 
 
"우리에겐 설탕이 필요 없겠구나. 언니 컵에도 좀 뿌려줄래?"
 
 
엘사가 자신의 잔을 내밀었다. 엘리사는 자신의 것보다 더욱 쓴 장작 타는 냄새에 조금 놀라면서도, 조금씩 눈가루를 만들어 엘사의 커피에 적셨다.
 
 
"됐어, 그만. 그만."
 
 
엘사가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부엌에 침묵이 찾아왔고, 엘사는 무안해진 듯 창을 가린 콤비블라인드 커튼의 끈을 당겼다. 차락, 소리와 함께 암청색 새벽이 두 사람을 반겼다. 부엌의 조명에 비춰진 바깥은 커피를 마시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수채화처럼 담아냈다.
 
 
"눈이 또 오고 있어요."
 
 
"내일은 눈사람이라도 만들어야겠구나."
 
 
"눈으로 샤베트 만들어 먹을 수 있죠?"
 
 
엘리사가 기대에 차 물었다. 엘사는 어린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표준적인 생각을 들어 푸스스 웃어보였다.
 
 
"안 돼, 저렇게 하얘 보여도, 사실은 안 좋은 것들을 아주 많이 담고 있어. 먹으면 나중에 배탈이 날 수도 있고."
 
 
"으, 배탈 싫어요."
 
 
엘리사가 곧바로 생각을 접었다. 커피는 이제 벌컥거리며 마셔도 될 수준으로 식어 있었다. 엘리사가 꼴깍거리며 커피를 모두 비웠고, 엘사는 엘리사가 자신과 그녀의 점퍼를 가져올 때까지 혼자만의 티타임을 즐겼다.
 
 
"언니, 여기요."
 
 
하늘색 점퍼를 엘사에게 건낸 엘리사는 두 사람의 머리색과 비슷한 아이보리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통통한 새끼펭귄이 걸어가듯 엘리사가 뒤뚱거리며 버스의 문을 콩콩 두드렸고, 엘사가 뒤에서 차폐 버튼을 눌러 문을 열었다. 열린 문으로 눈과 바람이 몰아치자, 엘리사가 손을 크게 휘저어 맞바람을 놓았다. 두 사람이 나가자, 문이 닫혔다. 발목까지 다시 쌓인 눈에 자박 자박, 발자국을 남기며 로몬드 호숫가로 향했다. 호숫가는 얼음이 맺혀 있었지만, 그것은 엘리사에게 중요치 않았다. 물을 다룰 수 있는 엘사가 자신을 직접 태워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엘리사, 잠시만 들고 있어주렴."
 
 
엘사가 플래시가 켜진 휴대폰을 엘리사에게 쥐어 주었다. 엘리사는 확 들어온 강렬한 빛을 피하고자 휴대폰을 호숫가로 향했다. 호숫가 너머는 겨우 바늘 구멍만한 불빛들이 허공을 흐르는 눈송이들 사이로 겨우 보일 뿐이었다. 그 앞으로 펼쳐진 얼음의 땅이 쩌저적 소리와 함께 수많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언니, 조금만 쉬이이..."
 
 
엘리사가 허겁지겁 엘사에게 매달렸고, 엘사는 알았다는 듯 힘을 줄였다. 그럼에도 얼음들은 상당히 부서져 있어 사이사이로 찰랑거리는 호숫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음을 모두 걸러야..."
 
 
엘리사가 손을 저어 눈가루를 만들어 얼음들을 흩어지게 하려 했지만, 엘사의 두 팔을 쭉 피자, 모세의 기적처럼 둥둥 떠다니는 얼음들의 사이로 물의 길이 하나 생겨났다.
 
 
"이렇게 힘을 쓴 건 오랜만이야."
 
 
"괜찮아요...?"
 
 
엘리사가 엘사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지만, 엘사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엘리사를 한 팔로 안아 들었다.
 
 
"안나랑 운동도 많이 해서 체력적으로 문제 없어. 그리고 방금 커피까지 먹었잖니. 걱정하지 말고..."
 
 
엘사가 물 위로 걸음을 내딛었다. 보이지 않는 계단을 딛는 것처럼 흔들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엘사는 물 위를 걷고 있었다. 이미 낮에 한 차례 보았지만, 여전히 엘리사에겐 신기한 순간이었다.
 
 
"이제 조금 속도를 낼 거야. 자..."
 
 
엘사가 몸을 조금 굽히더니, 이내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물 위를 나아갔다. 엘리사는 고개를 돌려 멀어져가는 버스를 보면서, 덜컥 겁을 먹고 엘사의 목덜미를 꼭 안았다.
 
 
"절대 떨어지면, 안, 안 돼요.."
 
 
"절대 안 떨어져. 잠깐 내려와 보겠니?"
 
 
엘사가 엘리사를 근처에 떠다니는 얼음 위에 내려 놓았다. 엘리사는 균형을 잡지 못해 엉거주춤 얼음 위에 앉아 있었다. 엘사가 손가락 두개를 물 위에 적셨다. 그러자 엘리사의 얼음을 향해 작은 물계단이 만들어졌고, 계단의 끝에는 서 있을 수 있는 물기둥 하나가 얼음처럼 둥실거리며 떠 있었다.
 
 
"천천히, 한 걸음씩."
 
 
엘사가 에스코트하듯 엘리사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엘리사는 엘사를 믿고 계단에 발을 딛었다. 딱딱한 젤리같은 질감이 발을 통해 느껴졌고, 엘리사는 물기둥 위에 서는 데 성공했다.
 
 
"우, 우와아..."
 
 
수면과의 높이 때문에, 사라졌던 엘리사의 겁이 다시 생겨났다. 엘사는 기둥을 손가락으로 휘저어 지름을 넓혔다. 엘리사의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세로 돌아서자, 엘사는 자신의 발을 구르면서 엘리사의 물기둥을 천천히 밀었다. 엘리사는 엘사가 그랬던 것처럼, 몸을 조금 굽혀 마주오는 바람에 맞섰다.
 
 
"어떠니?"
 
 
바람 속에서 기쁨에 찬 듯한 엘사의 외침이 들렸다.
 
 
"조금 무서운데...신기하고...재밌어요!"
 
 
엘리사가 외쳤다. 엘사는 천천히 물기둥의 높이를 줄이면서 엘리사를 물 위에 띄워 놓았다. 더 이상 무섭지 않은 엘리사는 이제 엘사의 손에 맞춰 움직이는 물을 타고 그들만의 특별한 서핑을 즐겼다.
 
 
 
 
 
 
40.
 
 
 
안나는 가족들에게 손을 보여주기 싫었다. 손바닥 한가운데에는 저녁 이후로 생긴 검은 반점들이 반경을 넓혀가고 있었다. 일찍 자는 것에 의아해하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안나는 잠들기 전, 벨에게 손을 보여주었다. 벨은 안나의 손을 심각하게 바라보며 새벽에 단 둘이서 응급처치를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안나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손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참아냈고, 벨은 휴대폰으로 스카가 보내온 파일들을 훑어 보며 원인을 찾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정작 새벽이 되자, 두 사람의 계획은 다른 두 사람의 외출로 물거품이 될 뻔 했다. 엘사와 엘리사가 밖으로 나간 뒤, 안나는 속으로 3분을 세고 침대 밖으로 나왔고, 거의 동시에 벨도 이불을 들춰냈다.
 
 
"아직도 통증이 심하죠?"
 
 
안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 안에서 피비린내가 날 정도로 안나는 이를 악 깨물고 아픔을 참고 있었다. 벨은 조심스럽게 안나를 부엌으로 내보내며, 자신의 짐가방 속에서 구급상자를 꺼냈다. 연구원이어도 본업은 의사였기에 챙겨와서 다행이라고 벨은 자신의 직업정신을 속으로 칭찬했다. 부엌으로 나온 벨의 눈에는 테이블보를 입에 물고 약하게 신음하는 안나가 들어왔다.
 
 
"안나, 그냥 여기서 치료하는 게..."
 
 
안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문을 가리켰다.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캠핑을 무사히 지내고자 하는 전직 CIA 요원의 보이지 않는 발악이었다. 벨은 하는 수 없이 구급낭에서 진통제 한 알을 찾아 안나에게 먹였다. 그녀가 뱉어낸 테이블 보 끝자락이 연한 빨강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벨은 테이블 보를 잡아 끌어 옆구리에 말아 끼웠다. 누가 물어 본다면, 음료수를 엎질러서 치웠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었다. 벨은 안나를 부축하면서 문 앞으로 나아갔다. 안나가 손가락으로 차폐 버튼을 겨우 눌렀고, 세찬 바람이 두 사람의 몸을 채찍을 휘두르듯 사정없이 내리쳤다.
 
 
"어서...어서..."
 
 
안나가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 벨은 일어나기 전 휴대폰에서 보았던 내용을 머릿속에 되새기며 버스에서 최대한 멀리, 호수를 등지고 숲 속으로 후레시 하나와 구급낭, 테이블 보 하나만 든 채로 나아갔다.
 
 
 
 
 
 
 
 
41.
 
 
Проект омега
 
1984/11/03
 
 
Группа Apache сообщает о результатах выполнения объектного проекта
 
Операционный директор, Bronco Westergard
 
 
На -1672 день были идентифицированы побочные эффекты «выпадения», вызванные способностями человека.
 
Было подтверждено, что способность передается широкой публике. Однако 95 из 100 субъектов, получивших «выпадение» во время эксперимента, умерли от последствий.
 
※ Статистика смерти
Плантация в корпусе: 53 человека
Окаменение в теле: 17 человек
Смерть от ожогов всего тела: 10
Глаголы: 15
 
 
Вероятность 5% в настоящее время недостаточна для продолжения эксперимента.
Соответственно, мы искренне просим приостановить проект Омега до тех пор, пока не будет проведено точное исследование.
 
 
Утверждение плана
-Леонид Ильич Брежнев
 
1984/11/06
 
 
 
 
 
42.
 
 
 
"여, 여기. 여기에 눕혀줘요."
 
 
한참을 걸어온 끝에서야, 안나는 이젠 보이지 않는 버스가 있던 곳을 보며 나무를 등지고 앉았다.
 
 
"미안해요. 미안..."
 
 
안나는 벨에게 깊은 미안함을 느꼈다. 캠핑을 무난하게 보내기 위해 벨은 안나의 통증을 제인과 함께 묵인했으며, 새벽까지 기밀 문서들을 훑어 보았고, 얼어죽기 좋은 새벽에 안나의 고집에 못 이겨 숲속까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괜찮아요. 상처 좀 봐요."
 
 
벨은 안나의 손을 조심스레 살폈다. 신음은 줄어 있었지만, 안나는 두 손을 펴지 못했다. 벨이 손전등을 비추자, 손바닥 한가운데에 권총의 슬라이드만 한 검은 이물질이 솟아올라 있었다.
 
 
"씨발... 이게 뭐야."
 
 
안나가 그제서야 이물질이 박혀있는 것을 확인하듯 욕설을 내뱉었다.
 
 
"잠깐만요."
 
 
벨은 구급낭에서 라텍스 장갑, 가위, 핀셋, 맥박측정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적출해야겠어요."
 
 
"지, 지혈대도 꺼내요. 붕대도."
 
 
안나가 손을 허우적대며 말했다. 진통제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그녀의 정신이 몽롱해져 있을 터였다. 벨은 안나가 말한 것들을 꺼내면서 핫팩들을 꺼내 흔든 다음, 안나의 겨드랑이와 이마, 그리고 가슴께에 얹어 주었다.
 
 
"몽롱하죠? 조금만 자고 있어요. 곧 적출이 끝날 테니까."
 
 
"이거....이거 비밀..."
 
 
"알겠어요. 어서 자요. 어서..."
 
 
안나가 고통과 피로에 몸을 맡기자, 벨은 가위날로 안나의 손바닥을 조금 그었다. 오메가 프로젝트 문건에 의하면, 개체에서 나온 '낙진'의 부작용으로 인해 생긴 이물질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 중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식물화의 한 과정일 수도 있었다.
 
 
'몸 안이 식물로 잠식된다니.'
 
 
벨은 몸서리를 치며 자신을 구원해준 은인이 부작용에 잠식되지 않길 바랬다. 이물질을 중심으로 손바닥에 그어진 붉은 선을 시작으로 피가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 벨은 상처를 조금 벌린 다음, 박혀 있는 이물질을 두 손으로 잡아 빼려 했다. 하지만 이물질은 마치 원래 안나의 몸 일부를 증명하듯 빠지지 않았다. 도리어 안나의 의식이 돌아와 소리 없는 비명을 이끌어낼 뿐이었다.
 
 
"대체 이게..."
 
 
벨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물질을 뽑아내려 하면서 느껴진 이물질의 질감은 고목의 그것과 거의 비슷했다.
 
 
"어떻게 됐어요?"
 
 
안나가 줄줄 흐르는 눈물을 닦지 못한 채로 벨에게 물었다.
 
 
"거의 다 끝나요. 조금만 기다려요."
 
 
"살면서 이렇게 아팠던 건 그 때가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씹..."
 
 
안나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빗발치는 하늘은 처음 엘리사를 연구소에서 구출했을 때, 그리고 한스 생포 작전을 실패했던 날의 밤과 비슷했다. 피를 흘렸고, 피를 흘리고 있다. 서걱서걱, 벨이 무언가를 자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안나의 오른팔이 허전해진 느낌이 감돌았다. 마치 무언가를 뽑아내 공허했고, 일시적으로 둔해진 감각이 잘려나간 느낌도 동시에 찾아왔다. 눈동자를 굴렸을 때, 안나의 오른팔은 여전히 팔꿈치와 어깨에 붙어 있었다. 하지만 어둠 속의 한 줄기 불빛 아래에서, 벨이 무언가를 들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 무언가는 가지가 모두 부러진 나무 줄기를 닮아 있었다.
 
 
 
 
 
 
 
43.
 
 
 
"이상하다..."
 
 
"왜 그러니 엘리사?"
 
 
한창을 호숫가에서 서핑을 즐기다 온 두 사람 중 한 꼬마는 부엌이 무언가 달라져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테이블 보자기요. 아까 전엔 있었던 거 같았는데..."
 
 
"보자기? 음....어? 어디 갔지? 바람에 날라가진 않았을 테고."
 
 
엘사가 주변을 쓱 둘러보며 말했다. 도둑이 들었나? 엘사는 문을 제대로 닫혔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엘사는 문이 닫히는 소리까지 확인했다. 하지만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테이블 보가 사라졌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불안을 조장했다.
 
 
"언니이..."
 
 
엘리사가 엘사를 올려다 보았다. 엘리사도 엘사처럼 미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엘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서, 부엌 서랍에서 고무탄이 장전된 권총을 꺼냈다. 괴한이 들었다면 고무탄으로 제압한 뒤, 능력으로 구속시킬 수 있었다.
 
 
"제발..."
 
 
하지만 불안에서 피어오른, 가족들이 죽는다는 공포는 그림자처럼 엘사의 그늘에 드리워져 있었다. 엘사가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천천히 침실로 걸어나가자, 뒤에서 엘리사가 조르르 그녀를 좇았다. 침실에 도달했을 때, 엘사는 침대들 사이로 난 통로에 사라졌던 테이블 보를 발견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생사는 확인해야 했다.
 
 
"엘리사, 왼쪽을 맡아. 난 오른쪽을 깨울게."
 
 
엘사는 가장 가까운 오른쪽에 누워있는 이두나의 어깨를 톡톡 쳤다. 이두나는 잠시 꾸물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자신을 깨운 엘사를 실눈으로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니...우리딸?"
 
 
"아뇨, 아무것도 아니예요. 잠깐 부딪혔나 봐요. 한나는 잘 자고 있죠?"
 
 
"코를 골면서 아주 잘 자고 있지. 어서들 자려무나. 내일 아침이 우릴 기다리니까."
 
 
이두나가 코를 고는 한나의 코를 손가락으로 집게를 만들어 막았다. 케, 케켕. 여우의 울음소리 비슷한 것이 한나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집게를 풀자, 한나는 찡그렸던 미간을 풀고 다시 꿈나라로 여행을 이어나갔다. 엘리사는 등을 지고 누워있는 제인의 코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호흡으로 인한 미풍이 손가락을 한 번 훑고 지나갔다. 다음은 제인의 품에 안겨 자고 있는 멜리사였지만, 멜리사는 행복한 꿈을 꾸는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은채로 우히히... 작게 웃으며 자고 있었다.
 
 
"벨, 벨?"
 
 
"음...예?"
 
 
"아 미안해요. 잠깐 궁금한게 있는데..,나중에 얘기할까요?"
 
 
"지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 아침 먹고 하면 어떨까요?"
 
 
잠에 섞인 억양으로 벨이 말하자, 엘사는 안심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안나만이 남아있었고 두 사람은 안나를 깨우려 했다.
 
 
"안나 씨 지금 곤히 자고 있어요. 아까 저랑 같이 부엌에서 와인을 몇 잔 걸쳤거든요. 의외로 주량이 약하셔서... 와인을 테이블 보에 흘려버리셨더라구요. 한참 엘사 씨라 생각하고 잡고 계시더니 여기다 놓고 자버린 모양이예요."
 
 
벨이 미안한 듯 고개를 엘사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나의 약점 중 하나죠. 다음 번에는 보드카라도 먹여봐야 하나..."
 
 
벨의 사과를 웃음으로 답한 엘사는 몸을 숙여 테이블 보를 집어들었다. 벨의 말대로라면 자연스럽게 안나는 숙면을 취하고 있을 테니, 깨서 확인할 이유는 없었다.
엘리사, 먼저 침대에 누워 있으렴. 테이블 보를 헹군 다음에 누울 테니까."
 
 
"일찍 오셔야 해요... 으... 잠이 안 와아..."
 
 
엘리사가 두 눈을 손으로 부비적거리며 점퍼를 벗고 침대에 올라갔다. 엘리사가 이불을 덮고 누운 것까지 확인한 엘사는 부엌으로 와 설거지 통에 테이블 보를 넣고 수도꼭지를 돌렸다. 따뜻한 물이 테이블 보에 흠뻑 적셔졌고, 와인으로 보이는 붉은 얼룩이 흐릿해졌다. 부엌 밑 서랍에서 세제를 찾아 얼룩을 문질러 헹군 엘사는 방 안이 상당히 건조하다고 생각해 힘껏 비틀어 짠 테이블 보를 엘리사가 누워있는 침대에 걸쳐 놓았다. 밤이 지나 아침이 되면 충분히 마를 것 같아서였다.
 
 
"오셨어요?"
 
 
엘리사가 몸을 홱 돌리며 엘사를 올려다 봤다. 커피를 마신 이상, 엘리사는 이 밤을 잠으로 보내기 힘들 거라는 사실을 체감했기에, 엘사가 재밌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길 은근히 바랬다.
 
 
"음...책을 읽을까?"
 
 
"무슨 책 말이예요?"
 
 
엘사는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엘리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한 손으로 휴대폰을 켰다.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밝기를 낮춘 그녀는 전자책 어플에 접속했다.
 
 
"안나가 만든 책. 이름이... [기도하는 먹잇감]."
 
 
"아, 그거. 저도 알아요. 우리가 겪었던 얘기였잖아요..."
 
 
크리스마스 직후, 안나는 기도하는 먹잇감의 원고를 화이트 출판사의 편집자 유진 피츠허버트에게 전했고, 약간의 수정을 거쳐 제본 작업에 들어갈 참이었다. 또한 지금껏 동화 작가로만 이름을 날렸던 안나에겐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온라인 출판 또한 준비할 것이라고 화이트가 말하면서, 안나에게 성우가 직접 더빙한 TTS 초벌 버전을 27일부터 31일까지 만들어 건내주었고, 안나는 엘사에게 미리 들어보라고 메일로 전송해 준 바 있었다. 엘사가 듣기에는 분량이 아주 길다는 것만 제외하면 부담없이 들을 수 있을 소설이었다.
 
 
"하지만 이건 달라. 성우가 직접 더빙해서 더 재밌을걸?"
 
 
"으음.... 그럼 한 번 들어볼래요."
 
 
엘리사가 눈썹을 으쓱이며 말했다. 엘사가 재생 버튼을 누르자, 초반부에 어울리듯 무겁게 내려앉은, 안나를 떠올리게 하는 여성의 시니컬한 나레이션이 두 사람 사이로 새어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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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Long Story [재업/번역]이두나의 50가지 그림자 프롤로그~챕터7 프롤로그 오직 아토할란만이 알고 있단다.           -어두운 바다에서.               폭풍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성난 검은 하늘을 번개가 치고, 곧이어 천둥... 개구리 2021.05.16 1060
224 Long Story 꼭두각시의 칼 27~28   85.   "공주님도 그렇고, 수호경님도 그렇고... 왜이리 판박이신지."   엘사와 안나, 두 사람은 뒷뜰에서 새벽에 성으로 막 돌아온 게르다에게 가벼운 꾸지람을... 개구리 2021.04.12 240
223 Long Story 꼭두각시의 칼 25~26     새벽녘에 그친 비는 희끄무리한 서녘의 아침 안개를 흔적으로 남겼다. 엘사는 다시 말에 타는 동안, 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두 눈으로 직면하는 순간을 영원히... 개구리 2021.03.29 236
222 Long Story Arens of Sheffield 21~22   57.       "어, 메그. 나야 안나. 지금 뭐하고 있어?"     안나는 자신의 시각 뒤로 지나가는 나무들을 보며 말했다. 창밖을 열어 손을 내밀고 싶었지만, 이두... 개구리 2021.03.29 191
221 [장편] Lullaby - 45 새롭게 나타난 영혼은 어안이 벙벙한지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연거푸 주위를 둘러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 영혼의 겉모습은 늙고 추레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 운영 2021.03.22 238
220 Long Story 질투심 넘치는 엘사가 광적으로 집착하는 픽 - 1   "요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나요?"    "조금요. 안 좋다기 보다는 거슬리는 일이 있죠."    "어느 부분에서 그런 일이 있나요? 사적인 관계, 직장에서의 스트레... ㅊㅊㅁㅅㄱ 2021.03.22 2308
219 Text File [그림+픽] 뱀수인 엘사 이야기 한페이지용 수정 3 엘산나픽용 2021.03.21 824
218 Text File [그림+픽] 뱀수인 이야기 두페이지 버전 (수정3) 엘산나픽용 2021.03.21 313
217 Text File [그림 + 픽] 뱀수인 엘사 이야기 속지 X 버전 (수정3) 엘산나픽용 2021.03.21 313
216 Text File [그림+픽] 뱀수인 엘사 이야기 속지 O 버전 (수정3) 엘산나픽용 2021.03.21 910
215 Long Story [팬픽]꼭두각시의 칼 19~22 49.       "아오오..." 첫 번째 경기는 안나의 예상보다 훨씬 일찍 끝나 버렸다. 대기실로 돌아온 안나는 급격하게 분출된 흥분의 후유증으로 긴 의자에 드러누워... 개구리 2021.03.14 232
» Long Story [팬픽]Arens of Sheffield 15~16       36.   "미안해 안나..." 엘사는 안나의 얼굴에 드리워진 수심을 느낄 수 있었다. 권총 부문에선 제인 팀과 안나 팀이 동점으로 공동 1등으로 점수를 마무리... 개구리 2021.03.14 174
213 Long Story Self Stalking - 0       내 삶은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180도 달라져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 1년의 장기 휴직 신청서를 제출하고 집 밖을 나서본적이 거의 없었다. 운이 좋았다.... ㅊㅊㅁㅅㄱ 2021.02.18 572
212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 5         A블럭 관리 직원 전원이 교정국을 떠난 건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C블럭에서 일어났던 센티넬 살인 사건이 희망 퇴직의 이유라는 말이 떠돌았지만 믿을 ... 1 히히 2021.01.30 1978
211 Text File 허기에 관하여 dontstarve 2021.01.18 981
210 [fic] Obsession (9)       안나/엘사       Obsession       (9)           솔직히 말하면 엘사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나는 엘사가 나에게 매달리는 것이 좋았다. 엘사의 편집증과 ... ㅇㅇ (110.8) 2021.01.10 566
209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4 64. Ski Resort     두 자매가 아렌델에 도착한 건 점심이 다 되어서였고, 부모님은 딸들을 보자마자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엘사와 안나는 둘이서만 지낼 수 있는... 1 토익빌런 2020.11.16 634
208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3 63. Texting     둘이서 아무 말 없이 걷기를 5분, 마침내 학교에 도착했다. 둘에게는 다행히도 정문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몇 번 대화를 나눈 친절한 사람이었다... 토익빌런 2020.11.16 382
207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2 62. Home Sweet Home     다음날 아침, 안나는 언니보다 먼저 눈을 떴기에 엘사를 깜짝 놀라게 만들어 주려고 했다. 둘 다 부모님에게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한... 토익빌런 2020.11.16 363
206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0 60. Preparations     다음날 아침, 엘사는 자신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위험한 행동을 했는지 실감하고 있었다. 안나의 근처에 있을 때 내가 얼마나 미쳐버리는지 ... 토익빌런 2020.11.16 359
205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59 59. Blankets     다음날 아침, 안나가 눈을 떴을 때는 정말 좋은 기분이었지만 동시에 너무나 피곤한 상태였다. 어젯밤은 정말로 멋졌지만, 그만큼 잠을 덜 자긴... 토익빌런 2020.11.16 621
204 Short Story 야한게 쓰고 싶어서 싸질러놓고 잘릴 것 같아서 백업한다 충혈되어 발갛게 달아오른 그 곳에 가져다 대면 코 끝에 못 견딜 정도로 농염한 엘사의 체취가 느껴진다. 마치 방끔 딴 석류에서 볼 법한 반들반들 한 빛깔이 촛... 설쥬미 2020.11.14 3963
203 [빼빼로데이] 양방향 딜도 ㅇㅇ (110.8) 2020.11.11 5014
202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4         안나는 절정의 여운에 젖어 멍해진 채로 얼마간 숨을 헐떡거렸다. 울대를 비집고 올라간 흐느낌이 벌어진 입밖으로 새어나갔다.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 ... 히히 2020.11.04 1751
201 #32. 왕과 정령과 마법의 이야기 (完)     , 처음 만났을 때보다야 무거워졌지만 여전히 한 손으로 가볍게 들리는 엘사의 무게에 안나는 혀를 차며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았어. 고혹적으로 미소짓는 엘... ASIS 2020.10.30 566
200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3             두 사람이 떠난 공간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안나는 멍하니 서서 거실을 눈으로 훑었다. 창가 협탁 위를 장식한 태피스트리와 쇼파에 놓인 담요가 정... 히히 2020.10.25 1764
199 외동딸 아포칼립스 8 *삽입행위/도구/강압 주의. 누구나 하나씩은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지 않은가. 엘사의 경우엔 그게 크리스마스 이브의 일이었다. 비록 안나에게 ... 고동 (58.140) 2020.10.25 1188
198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2           "그쪽은 안나 테일러, 맞나요? 아직 식전일 텐데, 이리 와서 먹어요."     ​엘사가 수플레 팬케이크가 담긴 접시와 홍차 티팟을 아일랜드 위에 옮기고... 2 히히 2020.10.21 2134
197 Short Story 화해 생수     "저리 가."     안나는 여전히 뒷모습을 보인 채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기며 '나 아직 화났어'를 온몸으로 표현중이었다. 꺼져도 아니고 '저리 가'라니.... 1 ㅇㅅㄴㅂㅇ 2020.10.14 1681
196 Long Story Praying prey Q&A + 비하인드 설정 +@@ 개구리 2020.08.31 703
195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6 (完)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1 모카. 2020.08.13 869
194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5 - 下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모카. 2020.08.04 623
193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5 - 上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모카. 2020.08.04 870
192 Long Story 결혼 계약서(21) - 수위   안나의 말이 신호탄이 된 것처럼 두 사람은 거칠 것 없이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오랜 시간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향부터 음미하듯이 서로의 살 내음... ㅇㅇㅇㅇ 2020.08.04 3320
191 Short Story [오피스위크/수위] 너라면 괜찮아 원작 쥬미의 부탁으로 대신 올린거임 수위 *사수 안나, 부사수 엘사 *엘공 *오피스물이지만 오피스가 메인이 아닌 *떡단편픽 오피스위크길래 썼는데 오피스는 쬐... 케찹2 2020.06.28 3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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