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Write

Views 2308 Votes 0 Comment 0
?

Shortcut

PrevPrev Article

NextNext Article

Larger Font Smaller Font Up Down Go comment Print
?

Shortcut

PrevPrev Article

NextNext Article

Larger Font Smaller Font Up Down Go comment Print

 

"요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나요?" 

 

"조금요. 안 좋다기 보다는 거슬리는 일이 있죠." 

 

"어느 부분에서 그런 일이 있나요? 사적인 관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가정에서의 불화? 이런식으로 범주를 나눈다면요." 

 

"굳이 말하자면 가정에서의 불화......라기 보다는 가정에서의 일이긴 하죠. 하아아. 아시잖아요 제가 이런 상담을 받기 시작한지도 한 달이 넘어요. 저와 관련된 일은 모두 안나 때문이고요. 근데 굳이 또 다시 어느 일에서 어느 것 때문이냐고 하나, 하나 짚어가야 하나요?"

 

엘사는 편안하게 기울어진 상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베이직 톤의 편안한 상담실의 인테리어와 애착 인형 같은 작은 쿠션 하나를 가슴에 안고 있었지만 도저히 편해지지 않는 질문들에 엘사는 벌떡 상체를 일으켜 소리를 질렀지만 상담사는 태연스럽게 다시 누우라고 손짓했다. 엘사는 그 무심한 태도가 고까웠지만 하는 수 없이 다시 상담 침대에 몸을 눕혔다. 나머지 답답한 마음은 손톱을 세워서 쿠션을 박박 긁어 본다. 

 

"맞아요. 안나라는 동생이 있었죠. 안나가 말을 잘 듣지 않나요?" 

 

"아니요. 안나는 언제나 너무 착한 동생이에요. 제 말을 잘 들어주고 또 저도 안나를 잘 이해하고 있고." 

 

"동생분에 대해서는 참 한결 같이 말씀하네요. 그런데 어째서요." 

 

"모르겠어요. 그냥 요즘에는 안나가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있는데. 그 애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안나는 전혀 아닌 거 같지만. 솔직히 말해서 걱정이에요. 안나가 탐탁치 않은 친구들에게 잘못 물들거나 혹은 틀어질까 봐." 

 

"엘사, 고개 떨어뜨리지 마요. 자, 나를 보세요." 

 

엘사는 불안하게 쿠션 위를 감싸 올린 손 깍지를 끼웠다 꼈다가 엄지 손가락들을 슥슥 비벼대고 있었고 그것들을 멈추지 않은채로 상담사의 말을 따랐다. 엘사는 불안함이 잔뜩 묻어 있었고 거기에 덧붙여 약간의 원망, 분노, 억울함이 곁들여져 있었다. 엘사는 미간 사이를 좁히며 살짝 인상을 쓰고 있었고 얼마 못 있어 금방 다시 시선을 흐트렸다. 상담사는 뭔가를 메모한다. 사는 그런 것들에서 자신이 나쁜 결과를 받게 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냥 좁쌀만한 부정적인 신호는 뭐가 됐든 엘사를 나쁜년으로 만들 거니까. 

 

"엘사, 정말로 이건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정말로 담백하게. 당신은 지금 너무 위험해요. 동생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보호로 인한 불안 증세가 일상 생활에까지 지장을 줄 정도잖아요. 제가 전문적인 상담사가 아니라 그냥 당신과 대화를 3분 이상 해본 아무개여도 알 수 있는 사실이죠." 

 

"네, 맞아요. 그게 사실이죠." 

 

엘사는 엄지 손톱 위의 듬성 듬성 일어난 살들을 뜯어댔다. 희고 고운 손을 꼬집어 대는 통에 금방 꼬집는 부위가 붉게 물든다. 

 

"환경적으로 조금 다른 거 때문에 그럴 수 있어요. 가족을 잃어버린다는 상심이 얼마나 큰 것인지 제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 하는 일이지만요. 엘사는 마지막 남은 안나까지 놓쳐버릴까봐 걱정이겠지만 제가 볼 때는 안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건전하고 바르게 지내고 있어요. 최소한 제가 엘사에게 들은 얘기중에 안나가 크게 탈선하는 일은 없었으니까요. 문제가 있다면 안나가 아니라 당신 혼자만의 망상이죠. 망상병은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냉정하게 말할게요. 엘사 당신은 지금 미약하지만 망상증이 있어요. 하지만 심각한 건 아니고 누구나 품어보는 의심이나 집착 정도로 작은 상태지만 이런 태도면 금방 악화 될게 뻔해요. 안나를 다시 생각해보세요. 안나가 정말로 나쁜 행동을 하고 있는거 같나요?" "

 

안나는.......맞아요. 그렇죠. 전부 맞아요." 

 

"아무리 걱정이어도 한 평생 당신이 손을 잡고 다닐 수는 없어요. 품에 안고 다닐 수도 없죠. 캥거루도 아니고요." 

 

"그럴 수만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은데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엘사. 단호하게 말하지만 아무리 소중하고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사랑한다고 하더라도요. 그걸 스스로가 받아들이셔야 해요. 본인이 그걸 인정하지 못 하고 버티고 있다면 방법이 없습니다. 저 말고 더 유능하다는 사람에게 더 많은 돈을 낸다 하더라도 고칠 수 없죠. 약은 당연히 쓸모 없어요. 처방을 중지할게요. 대신 너무 괴로워 버틸 수 없을 때만 드실 수 있게 조금 강한 수면제를 드리겠습니다. 반알씩 쪼개어져 있으니까 필요할 때 하나씩 복용하세요. 단 하나를 드시고 바로 연이어 사용하면 안됩니다. 최소한 하루에서 이틀, 권장은 일주일 혹 한 달에 한 두번씩 쓰는걸 권해요.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수면제보다 훨씬 지독한 것이에요. 가끔 동생에 대한 마음으로 잠을 못 잘 정도로 피곤해지거나 일상에 지장이 온다 싶을 때만 드세요." 

 

"네, 네네. 알겠어요." 

 

상담사 컴퓨터에 뭔가를 입력하며 엔터를 치고 나서 마우스를 움직이자 오른쪽에 놓여진 프린터기에 위잉- 철컥- 하는 소리를 내며 작동을 시작한다. 그 소리에 맞춰서 엘사는 더 초조하게 손을 꼬집어대고 살갖을 긁어대고 있었고 곧 처방전이 손에 들려지고서야 멈출 수 있었다. 엘사는 문 밖을 나오며 눈을 몇 번 깜박이며 다시 초점을 맞췄다. 제발 정신 차리자. 

 

 

 

사는 상담소를 나오자마자 핸드폰을 꺼냈다. 1시간 정도의 공백 사이에 안나에게 답장이 와 있다. 

 

- 어디야? 아직 집에 안 들어갔으면 같이 들어가자. 

 

붉은 빛의 여우 이모티콘이 꽁냥대고 있는 애교스러운 이모티콘이 붙여진 메시지를 보자마자 상담 내내 불안했던 증세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엘사는 저절로 밝은 미소가 지어졌다. 약국에서 처방전대로 약을 받아 핸드백 깊숙히 집어 넣는다. 아주 소중한 보물이나 되는 듯 깊숙히 넣어서 잡다한 물건들로 가려놓았다. 엘사는 이걸 쓸 일은 없을 것이라 다짐했다. 엘사는 핸드폰을 한시도 떨어뜨리지 않았다. 안나는 답장이 조금 늦었지만 두 사람은 메인 스트릿트 사거리에 있는 프렌차이즈 카페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사는 마지막으로 도착했다는 답장을 보내놓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안나가 언제 올지, 어디서 올지. 오늘은 뭘 할까? 시간은 딱 저녁 때니까 외식을 하는게 좋을까 아니면 집에 가서 먹을까. 내일은 마침 주말이었다. 생각해보니 금요일 오후에 번화가에서는 영 정신만 사납고 좋지 않을 듯 싶다. 약 20분 전까지 답답한 심리 상담소에서 별로 시원찮은 상담을 하며 불안하기만 했던 터라 그런 자리는 없었으면 했다. 안나랑 단둘이. 평화롭고 조용한 집에서의 아늑함. 그게 제일 효과 좋은 치료일 것이다. 그래, 그게 정말 좋겠지 싶다. 엘사는 냉장고에 차갑게 식혀 둔 와인도 하나 기억했다. 아직 한참 남아서 안나와 나눠 먹기 딱 좋겠다. 

 

생각을 정리하며 다시 시계를 보니까 5분 정도 더 지나고 있었다. 슬슬 지루해지던 엘사는 안나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통화 버튼을 누르려고 했고 그 순간 사거리 건너편의 흰색 벤츠에서 안나가 내리는 걸 목격했다. 이런 복잡한 곳에서도 안나는 정확하게 보인다. 나름 톡톡 튀는 갈색빛 머리에 멀리서 봐도 활달한 움직임이나 어딘가 밝은 기운 같은게 안나를 돋보이게 만드니까.

 

 엘사는 미간 사이를 찡그리며 대체 저 벤츠는 뭐지 싶어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안나는 차에서 내려 문을 닫고도 내려진 창문으로 운전석에 있는 남자랑 짧게 대화를 하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한스다. 안나가 요즘 푹 빠져서 지내는 놈이었다! 엘사는 자기도 모르게 몸이 떨리며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내 것을 빼앗긴 기분. 그걸로는 모자라. 하여튼간에 엘사를 덮치는건 엄청나게 큰 상실감과 열등감이었다. 뒤에 정차한 차들이 빵빵대며 신경질적인 짧은 크락션을 울릴 때쯤에서야 벤츠가 떠나고 안나도 주섬주섬 핸드폰을 집어 들고 있었다. 곧 이어 엘사의 손에 진동이 느껴진다. 

 

- 여보세요? 아, 엘사 나 이제 도착했어. 어디쯤이야?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되는데. 

- 이미 와 있어. 

- 어디지? 아, 저기 보이네! 금방 갈게! 

 

엘사는 통화를 끊고 재빨리 후끈하게 달아오른 몸을 식히려고 옷자락을 붙잡아 펄럭였다. 엘사는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며 인파들 사이에서 안나도 함께 이쪽으로 오는 걸 보면서 표정을 바꿨다. 웃으면서 맞이해야지. 안나니까. 

 

 

 

"요즘 만나는 사람 있어?" 

 

"응?" 

 

집으로 돌아가 저녁으로 뭘 먹고 싶냐는 말에 안나는 오랜만에 패스트푸드가 먹고 싶다고 했었다. 내놓은 답변이 영 석연치 않은게 엘사의 기대에는 차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그러자고 하며 집에서 가까운 맥도날드를 시킨 후였다. 안나는 피곤하다면서 옷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소파 위에 내던져 놓은채 핸드폰부터 집어들었다. 배달 주문을 하는 것 치고는 손가락이 많이 움직이는게 다른 것도 하고 있겠지 싶어서 계속 거슬렸다. 엘사는 안나에게서 직접 듣기로 했다. 일말의 희망을 가져보면서. 

 

"아까 길 건너편에서 우연히 봤어. 보려했던건 아니고." 

 

"아! 한스?" 

 

"그래 한스. 요전에도 네가 몇 번 말했던 기억이 나네." 

 

"진지하게 만나는거는 아니야. 아직은." 

 

엘사는 그 말에 일단은 안도했다. 그러면서도 '아직은'이라는 끝맺음에 움찔한다. 엘사는 수상한 기색이 느껴질까봐 재빨리 왼손으로 콜라를 집어 몇 모금 삼켰다.

 

"아직은? 그게 뭐야?" 

 

"그냥 말 그대로 아직은. 조금 유치하지만 서로 간 보는 중이라고 해야 할까? 요즘에는 이런거래. 에리얼이나 라푼젤이 그러는데 좋다고 마냥 좋다고 하지 말래. 그쪽에서 먼저 얘기가 나올 때까지는. 그래서 그렇게 하는 중이야. 나보다 걔내가 훨씬 더 잘 알잖아?" 

 

"좋은 친구들이네." 

 

엘사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어딘지 안나답다고 해야 할 것 같은 귀여움에 웃음부터 나왔다. 진짜 순수한 웃음보다는 약간 자조 띈 웃음이기도 했지만. 엘사는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정말 조금이지만 그래도 최악으로 안나가 그 한스라는 남자와 정말 연애 감정으로 진지하게 교제하고 있는게 아니면 됐다. 엘사는 조금 더 파보고 싶었다 그 한스라는 남자에 대해서. 

 

"한스는 어때?" 

 

"어떠냐고? 착하지. 배려심 있고." 

 

"벤츠 끌고 다니더라." 

 

"그러니까 말이야. 형제들이 엄청 많은데 큰 형들은 의사나 변호사래! 집도 그 부자 동네인 브렌트 우드 근처더라 솔직히 나한테는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야. 나는 고작해봐야 컨설트 회사의 막내급이니까." 

 

"네가 뭐가 아쉽다고 그런 소리를 해?" 

 

"글쎄 그냥.......가끔 그래." 

 

"안나." 

 

엘사는 안나가 자존감 낮은 티를 낼 때마다 울화가 치밀었다. 아주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서 한참 어려울 때부터. 안나는 어딘지 모르게 패배주의적인 감정이 그 어린 시절에 가슴에 남아 있었다. 어릴적에 안나는 길을 걷다가도 부모님 손을 잡고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걸음을 떼지 못 하고 멍하게 지켜보고는 했다. 하다 못해 그냥 장난감 가게 앞을 지나다가도, 아니면 티비를 보다가도. 안나는 어려운 가정 환경속에서 어렵지 않고 넉넉하게 살고 있으면서 평범한 가정이면 뭐든지 다 부러워 했었다. 그게 자기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삶을 누리고 있으면 더 심했고.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아. 특히 너는 더더욱. 그 한스라는 놈이 뭘 과시하는지 모르겠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해?" 

 

"과시하지 않아! 말이 조금 잘못 나왔어." 

 

"다음부터 이딴 패스트푸드는 먹지 말자. 이런 패스트푸드 따위를 먹어대니까 그런 마음이 드는거야. 우리는 이제 괜찮아. 아무 문제 없이 잘 살고 있어." 

 

"엘사, 그런 뜻 아니야! 나도 충분해! 물론 엘사도!" 

 

엘사는 한 두입 밖에 먹지 않은 햄버거를 내려놨다. 싸늘한 기류에 안나는 다급하게 수습해보려 했지만 이미 엘사는 표정부터 심란했다. 

 

"혹시나 하는데 배경이 좋다거나 어쩌니 해서 좋아하는거면 별로 탐탁치 않네. 한스는 알고 있어?" 

 

"어떤.....걸?" 

 

"너에 대해서. 우리 집안 사정." 

 

"글쎄." 

 

안나는 엘사의 눈치를 살피면서 감자 튀김이나 깨작거렸다. 엘사도 그제서야 날 선 기세를 감지하고 이마를 어루만지며 자책했다. 안나를 저런 소심쟁이로 만드는건 본인의 이런 태도 때문에도 이유가 있었다. 엘사는 너그러운 눈빛으로 바꾸고 말투도 가라앉혔다. 엘사의 속내에서는 짜증도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안나에게 엇나간 태도와 표정, 말투들. 그 근간에 있는건 안나가 아니라 한스에 대한 질투심이나 분노 때문이었는데 사소한거 하나 컨트롤 못 해서 안나에게 뱉은 것에 대한 짜증이었다. 

 

"미안해 안나. 너를 탓하려는게 아니였어. 걱정되니까 그래." 

 

"알아. 나도 이제 어른인걸. 맨날 좋은 신발이나 옷 사달라고 조르던 때가 아니야. 엘사가 잘 해주는거 다 알고 있어. 기 죽지 말라고 무리해서라도." 

 

"그 얘기가 아니어도 맥도날드는 그만 좀 먹자. 이런 것만 먹으니까 요새 살 찌는거 같아. 사실 오늘은 잘 차려 먹고나서 와인도 한 잔 할까 했는데." 

 

"내가? 아니면 엘사가?" 

 

"당연히 너지. 오랜만에 먹기는 무슨. 아직도 밖에서 서브웨이든 뭐든 자주 사 먹고 다니지? 볼 살 보면 다 알아." 

 

그제야 안나가 웃었다. 안나의 웃음에 전염되서 엘사도 웃는다. 안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입속에 바람을 잔뜩 넣어 볼살을 부풀려 엘사에게 들이댔다. 안나는 장난스럽게 엘사가 놓은 햄버거도 다시 집어 들고 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소리도 냈다. 

 

"나만 찔 수 없지! 엘사도 먹어!" 

 

부풀린 볼살을 유지하느라 발음은 엉망이었지만 엘사는 안나의 장난기 섞인 애교를 이기지 못 하고 그 말에 따랐다. 엘사가 기어코 다시 햄버거를 손에 들자 안나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감자 튀김을 집어서 엘사에게 툭툭 던져댔다. 엘사도 똑같이 안나에게 감자 튀김을 던졌지만 몸을 움츠리기만 하는 엘사와 다르게 안나는 입을 크게 벌려서 날아오는 감자 튀김 하나를 공중에서 낚아채 그대로 입으로 받아 우적우적 씹어 삼킨다. 엘사는 안나와의 장난에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역시 못 넘기겠어. 

 

 

일요일 점심 무렵. 

 

나른한 오후였다. 햇살도 따뜻하고 바람도 선선하고. 정말 딱 산책하기도 좋고 뭘 하든 밖에 나가고 싶은 그런 날씨. 그런 와중에 엘사만 영 상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토요일과는 사뭇 다르다. 토요일은 정말 완벽했다. 지난 밤의 살짝 어색해질 뻔한 언쟁에 안나는 먼저 사근사근 다가와 엘사에게 같이 잠들자고 어리광을 피웠다. 지금은 각자 방이 따로 있지만 옛날부터 안나는 엘사와 붙어서 잠들기를 좋아했다. 그게 익숙해져서 부모님보다도 엘사에게 안겨 있어야 잠이 잘 온다고 떼를 써댔고 부모님 사고 이후에 더 그랬었다. 작은 단칸방 같은 곳에서 어렵게 지내는 동안도 그랬었고 부모님의 사망 보험 보상금을 받고 나서 엘사가 차분하게 미래를 설계해 지금의 집에 이르러서도 초반에는 언제나 엘사의 방에서 한 침대에서 같이 잤다. 

 

성인이 되고서야 그런 일은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안나는 이따금 엘사에게 같이 잠들자고 조르고는 했다. 엘사도 내심 그걸 좋아했다. 가장 아늑하고 안전한 곳에서, 그것도 같은 침대 위에서 손만 뻗으면 안나가 닿고 조용해진 밤 공기를 타고 안나의 숨 소리까지 들리는 곳에서 있으니까. 

 

어느새 수면제 따위는 잊어버린 이후였다. 그러고나서 토요일 오전에는 늦게 일어 난 안나를 위해 갓 구운 빵을 사와 커피를 타서 아침도 점심도 아닌 애매모호한 시간에 식사를 했다. 안나는 완전히 산발이 된 머리를 정리도 하지 않고 나와서 꾸벅꾸벅 고개를 흔들면서도 버터를 한 웅큼이나 바른 빵을 우적댔다. 오후에는 둘이 산책 겸 쇼핑도 했다. 엘사가 먼저 쇼핑을 하자고 했다. 괜히 새 옷을 사자면서. 안나를 위해 새로운 셔츠와 구두를 샀다. 오피스룩에 맞춘 구두가 그 날 쇼핑의 포인트였다.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 마음에 걸린 안나에게 일부러 명품관을 추천했다.

 

남들은 이런 소비에 멍청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상관 안한다. 저녁 식사도 완벽했다. 금요일에 맥도날드로 대충 때운 허접한 식사가 아니었다. 쇼핑을 한 김에 통째로 산 연어 휠렛을 정성스럽게 제단하고 썰어서 연어 스테이크를 만들고 조금 남은 고기도 구워 말 그대로 고기 파티를 했다. 묵혀뒀던 와인도. 일부러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촛불도 밝힌채 평소와 똑같은 식탁에서도 그럴듯한 호텔 분위기를 냈다. 그리고 오늘 일요일. 안나는 약속이 있다면서 점심 무렵에 나가고 없었다. 눈치를 보아 한스를 만나러 가는 거 같았다. 엘사는 기껏 분위기 좋은 날을 지내고서 안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잘 갔다 오라며 배웅해주고 돌아섰다. 그렇게 멍하게 소파에 앉아 30분 가까이 그냥 앉아 있었다. 생각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이. 스물스물 다시 불안함이 파고든다. 

 

엘사는 멍하게 있으면서도 이따금 아랫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고 가만히 두지 못 하는 손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손톱 위를 뜯고 있었다. 끼니는 당연히 거른 엘사는 한참을 멍하게 있고서야 천천히 외출 준비를 했다. -

 

오늘 시간 괜찮아? 엘사가 보낸 메시지는 곧 바로 수신 확인이 되고 답장이 온다. 

 

- 뭐야. 

- 술 좀 먹고 싶어. 

- 얼마든지 사실 지금도 마시고 있어. 

- 6시에 갈게. 늘 보던 바에서 만나. 

 

엘사는 시계를 봤다. 4시. 

 

9시가 넘기 전에는 돌아오자고 생각했다. 그때면 안나도 돌아 올 때가 될거니까. 

 

"오랜만." 

 

"응."

 

엘사가 즐겨 찾는 바는 번화가에 있지만 중심부보다는 조금 떨어진 곳의 마치 숨겨진 것처럼 있었다. 간판도 작고 문도 육중한 철제 문이고 그렇지만 안에는 별천지 같다. 조용한 8090 옛날 브릿팝들 같은 노래가 흐르고 분위기도 차분하다. 조명도 적당히 어두워서 마음먹고 정체를 숨기려면 숨길 수도 있을 곳이었다. 느와르 영화속에서 마피아 여두목이 은신처로 쓸 법한 장소였고 실제로 그런 느낌의 컨셉이었다. 엘사는 그중에서도 바 테이블의 가장 끝자리에 앉았다. 한 자리 옆에는 이미 손님이 있었다. 

 

"별 일이네 술을 먹겠다고 하고. 범생이한테는 잘 맞지 않을거 같은데." 

 

"범생이. 훗." 

 

엘사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보통 그게 엘사의 이미지다. 말수도 적고 시크하고. 그렇지만 특별히 사고치는 일 없고 뭐가 됐든 일 처리도 깔끔하고. 인간 관계는 적당히 선 그어져 있는 선에서 남들에게 충분히 신뢰를 주는. 너무 모범적이라 재미 없는 건강 식품 같은 느낌 말이다. 

 

"조금만 먹을거야." 

 

"어떤걸로?" 

 

"코스모폴리탄." 

 

"바텐더, 내 친구는 코스모폴리탄 하나." 

 

"너도 잘 지내네 메기." 

 

엘사의 옆자리에는 늘씬하게 뻗은 다리를 꼰 채로 테이블에 반쯤 몸을 기대어 눕듯이 있는 메가라가 눈썹을 까닥였다. 메가라는 언제나 입꼬리를 샐쭉이고 있으면서 사냥감을 찾아 다니는 눈을 번뜩이고 있었고 노출이 과한 드레스 차림이나 시스루를 좋아했다. 지금도 사실상 가슴이 다 보인다고 할 정도로 푹 파인 헐렁한 옷차림이었다. 메가라는 섹스온더비치를 홀짝인다. 

 

"근황 토크는 됐고. 무슨 일? 역시 내가 그리워졌어? 너라면 내일 아침까지도 안아줄 수 있을거 같은데." 

 

"농담도." 

 

메가라는 슬며시 엘사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엘사는 눈 하나 꿈적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메가라가 거의 입술이 닿을 정도까지 다가왔는데도. 가까이 오자 메가라에게서 진득하니 색정적인 향수 냄새가 가득 피어오른다. 엘사는 그 냄새에 메가라 특유의 색기가 묻어서 어지간한 남자든 여자든 금방 홀려버리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엘사에게는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엘사는 안나가 아니라면 무서울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안나가 아니면 성욕조차도. 엘사는 자기 앞에 놓여지는 코스모폴리탄을 집어 곧 장 반이 넘게 목 안으로 삼켰다. 지켜보던 메가라도 휘파람을 불며 감탄한다. 

 

"빡치는 일이 있네. 단단히 빡쳤어." 

 

"맞아. 후, 한 잔 더." 

 

"바텐더! 같은 하나 더. 보드카를 그냥 더 넣어버려. 내 친구가 이걸로는 어림도 없을거 같네."

 

메가라는 어느새 다 마신 빈 잔을 정리하며 추가 주문을 받으러 오는 아직 어리숙한 바텐더를 보며 가지런한 치아를 보인채 실 없이 웃어보였다. 이제 막 이십대 초반 같은 그 견습 바텐더는 메가라를 의식하는 눈치가 다분했다. 

 

"맛있어 보이는데." 

 

"그럼 저 애를 꼬셔." 

 

"어머나, 그렇게 바람 잡아도 네가 내 앞에 있는데 어떻게?" 

 

"나는 너한테 관심 없어." 

 

"속상해라. 단둘이 10분만 주면 금방 온 몸이 달아올라서 가만 있지 못하게 해줄 수 있는데. 거기에 단둘이 누워 있을 수 있으면......." 

 

메가라는 혀를 낼름거렸다. 이 은밀한 바에서도 정말 아무도 없다면 메가라는 당장 엘사의 고개를 잡아 키스를 퍼부을 것만 같았다. 

 

"내 얘기 안 들을거야?" 

 

"아, 그래. 왜 빡쳤는지 궁금하네." 

 

엘사는 추가로 주문한 잔은 금방 삼키지 못 했다. 벌써부터 강렬한 보드카 냄새가 작정하고 두 배는 추가한 모양이었다. 술을 마시면 편해진다. 불안함이나 초조함을 느끼기 이전에 그냥 목구녕부터 뱃속까지 뜨겁게 지져놓는 알콜올 기운으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니까. 엘사는 안나와 한스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상담사에게는 미처 다 얘기하지 못 한 것들이다. 안나가 한스와 잘 되어가는거 같아 불편한 이야기까지 마음껏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다. 동생의 연애 소식에 부정적인 이야기는 평범한 수준이지만 엘사는 그보다 과했다. 누가 들어도 질투심 가득하고 한스를 향해 저주를 퍼붓는 느낌. 듣자마자 엘사가 안나에 대한 애정이나 집착이 평범하지는 않다는걸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남들이 그런 뉘앙스로 엘사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이상하게 생각하며 엘사를 다시 보겠지만 메가라는 들을수록 짜릿한지 큭큭대기도 하며 사랑스러운 얼굴로 엘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한스라는 남자친구한테 질투하는 얘기였네." 

 

"........맞아. 아니, 남자친구는 아니야." 

 

"아직은 아니지. 이미 되기 일보직전이고. 오늘도 만나러 나갔다며? 주말에 선남선녀 둘의 만남인데 뻔하지." 

 

"뻔하지 않아! 안나는 여태까지 다른 사람이랑 사귄다고 한 적이 없다고!" 

 

"왜 그러지? 너도 이미 안나가 한스랑 잘 풀리는거 같은 기류를 느끼고 있으니까 그렇게 얘기하는거 아니야?" 

 

엘사는 입꼬리를 씰룩이며 몇 번이나 다른 반박거리나 핑계를 생각해보려 버둥대다가 포기했다. 메가라에게는 그런 얕은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나는..........휴우, 그래 맞아. 안나에게는 미안하지만 다 망쳐버리고 싶어. 한스라는 개자식한테서." 

 

엘사는 보드카가 두 배이건 세 배인건 개의치 않고 삼켰다. 마시고나서 뜨거운 숨결을 헉헉대며 살짝 머리를 집고 테이블에 기댔다. 메가라는 여유롭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메뉴판이나 뒤적였다. 

 

"어떻게하면 콩깎지를 벗길 수 있을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너는 이런 경험이 많을거 같으니까." 

 

"그건 내 경험이랑 상관 없지. 안나가 어느 부분에서 질색할지 누가 알고 그걸 나한테 물어. 차라리 안나한테 가서 직접 물어보지 그래." 

 

엘사는 답답함이 해소되지 않아 마치 벽에 꽝꽝하고 부딪히고 싶은 기분이었다. 할 수 있다면 진짜로 무언가 될 수 있는대로 집어던지고 때리고 하면서 이 끓어오르는 감정들과 꽉 막혀 체할 거 같은 답답함을 풀고 싶다. 정작 당사자인 안나에게는 얘기할 수 없었다. 그건 아무리 위엄 있고 항상 잘해왔던 '친언니'라고 해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월권 행위 같으니까. 안나에게는 부끄러운 사춘기 짝사랑 소녀 같이 변해버리는 자신이 한심했다. 

 

"망할 상담은 필요 없어. 그건 이제 관둘거야." 

 

"나한테 하는 얘기야?" 

 

"아니, 내가 2주에 60$ 지불하는 돌팔이한테." 

 

"돈 버리는 짓을 하네. 그거면 술이 몇 잔이니." 

 

"술. 그래.......술 좋지." 

 

엘사는 원래 금욕적인 사람이었지만 요즘은 그런 선을 넘고 싶다. 그렇게 해야 다음 선을 넘는 일도 쉽게 느껴질 것만 같았고 엘사의 골인 지점은 정말 정말 동 떨어진 선 밖의 일이었다. 문제는 본인도 그걸 알고 있다는 것일까. 

 

"바보 같은거 아는데 부탁 하나 할 수 있을까?" 

 

메가라는 엘사의 말을 듣자마자 자세를 고치며 완전히 엘사쪽으로 돌아 앉았다. 드디어 올게 왔다는 듯 입꼬리를 히죽이는 메가라는 자연스럽게 엘사쪽으로 가까이 몸을 당기며 게슴츠레 뜬 눈으로 엘사를 위 아래로 쓸어올린다. 그 끈적한 시선에 엘사는 직감하는게 있었지만 지금은 이 악마 같은 년에게라도 도움을 구해야 한다. 

 

"조건을 들어보고." 

 

메가라는 고개를 숙이고 절망하고 있는 엘사를 달래듯 손을 토닥였다. 물론 그 손 끝에서는 절대 호의나 친절함이 아니라 목적이 다분한 야릇함이 가득했다. 엘사는 숙이고 있는 자신의 머리 뒤에서부터 다시금 메가라의 향수 냄새가 번져오는걸 느꼈다. 메가라가 슬며시 혀로 입술을 할짝이며 입맛을 다시는 소리도. 엘사는 계획대로 9시가 넘기 전에 집에 돌아왔다. 기억도 안 나고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건 아니다만 비틀거리는 몸과 살짝 풀린 눈가에 어지러움증이 있는게 많이 마시기는 했나 보다. 위태로운 엘사를 바 안에서부터 택시까지 태워서 메가라가 거들어줬다. 엘사는 집까지 걸어가는 몇 백 미터 정도에 최선을 다 했고 현관문 앞에서야 이런 술 기운 가득한 꼴을 안나에게 보일까봐 걱정이 됐다. 

 

"안나?" 

 

엘사는 자꾸 힘이 빠지려 하는 다리에 온 정신을 신경 쓰고 허리를 꼿꼿히 세운 이후에 크게 한 번 심호흡하고 집에 들어갔다. 하지만 불 꺼진 거실에서는 인기척이라고는 느낄 수 없이 조용했다. "안나? 안에 없어?" 엘사는 당장 안나의 방이 있는 곳부터 확인했다. 문은 닫혀 있지만 그 안에 안나가 있지 않다는 정도는 알 수 있다. 엘사는 당장 시계부터 확인했다. 9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엘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간까지 안나가 귀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심장이 미친듯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싸아- 하고 핏기가 가시면서 창백해지는 얼굴에 술 기운이 저절로 사라진다. 안나의 핸드폰으로 당장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동시에 통화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이런 늦은 시간까지 안나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본인의 실수에도 심하게 자책한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멍청한 일을! 안나는 연결음이 네 다섯번 울릴 때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엘사는 다급해진 마음에 음성 녹음으로 대신하라는 안내 음성이 나오기 전에 전화를 끊고 다시 통화 버튼을 연타했다. 

 

혹시 안나가 외박을 하려는걸까? 누구랑? 아니면 무슨 일이 생겼을까? 갑자기 사고라도? 나한테는 아무런 연락도 언지도 없었을리가 없잖아! 엘사는 불안함이 가속되면서 핸드폰을 들지 않은 반대 손의 손톱을 마구잡이로 씹어 뜯어댔다. 두번째 전화에서는 세 번째 연결음이 끊기고 다음 연결음이 들리기 전에 안나가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안나! 안나 대체 어디야! 

- 왜 그래, 엘사. 이제 집 앞이야. 

- 집 앞에 어디! 

- 1분 있으면 현관이지? 

 

엘사는 당장 현관문을 돌아봤다. 

 

탁- 탁- 탁- 하며 복도를 울리는 계단 소리가 들린다. 전화가 끊어지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현관문을 열며 안나가 들어온다. 엘사는 당장 달려가서 안나를 끌어안았다. 안나는 갑자기 이상할 정도로 다급하고 질척이는 엘사에게 깜작 놀래 손사래쳤고 더해서 엘사에게서 나는 과한 술 냄새에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래! 대체 뭐야! 술 마셨어?"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오는거야! 대체 이 시간까지 뭐 하느라고!" 

 

"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친구 만나고 오는 길이야." 엘사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았다. 안나가 조금 늦었지만 본인도 늦었으니까 할 말은 없다. 순간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지던 느낌은 사라졌다. 엘사는 안나가 질색하건 말건 한참이나 안나를 안고서 안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안나를 두 손으로 잡고 있으면 모든 시간이 멈춘다. 엘사는 흥분이 달아올라 불규칙적이게 꼬인 호흡이 서서히 가라앉고 안나를 와락 잡은 몸에서 열기 때문에 덥혀질 때까지 그러고 있었다. 

 

이런 때는 힘이 얼마나 억센지 안나도 그냥 소리지르며 그만하라고 하기 보다는 그냥 말 없이 엘사를 토닥여줬다. 엘사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이해하고 있으니까......물론 힘들지만. 

 

"이제 됐어. 나 괜찮아." 

 

"응." 

 

"갑자기 무슨 술을 마시고 온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취할 정도로 먹지도 않았어." 

 

"술 냄새가 진동해! 빨리 먼저 씻기나 해." 

 

"그럴게. 미안, 미안해. 또 유난 떨었지." 

 

"괜찮아. 내가 미리 메시지라도 넣어둘걸. 다음에는 그렇게 할게." 

 

안나는 자신을 놓아주는 엘사의 팔을 툭툭 털고서야 드디어 거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나는 먼저 방으로 들어간다. 홀로 남은 엘사는 거실에 우두커니 서서 오늘 일을 후회하고만 있었다. 확 깼던 술기운이 다시금 몰려온다. 엘사는 다시 머리가 지이잉- 하고 울려댔고 더 이상 시간 끌면 내일 다시 시작되는 한 주에 지장을 줄 것 같았다. 안나가 한스와 만나고 왔다는게 뻔해서 울컥하고 치솟았지만 지금은 물러나기로 한다. 엘사는 일주일이 다시 시작되는 동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망할 불안 증세는 안나와 역 앞에서 헤어지며 출근길에 오르는 순간부터 극심해졌다. 가능하다면 안나의 핸드폰을 가지고 싶은 기분이다. 거기에서 안나가 누구와 언제,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싸그리 살펴보지 않고서는 성이 안 풀릴 것만 같았다. 

 

안나가 학교를 다닐 때부터도 그랬다. 안나의 주변에 다른 누군가 가까이 사귀게 되는게 엄청나게 거슬렸다. 솔직히 지금 모든 관심은 한스에게 있지만 안나와 절친이라며 붙어다니는 라푼젤이나 에리얼 같은 동년배 친구들에게도 질투심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이따금 안나는 엘사에게 말하지 않는 것들을 그 애들과 나눴다. 친구와 언니 사이에는 조금 다른게 있다는 것이 엘사로서는 이해되지 않았다. 엘사가 생각하기에 안나라는 커다란 동그라미는 자기 안에 속해 있어야 했다. 그리고 또 그 안나와의 연결되는 것들은 당연히 자기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엘사에게는 안나가 모든 인간 관계의 전부니까. 

 

요즘 들어 엘사는 실수 연발이었다. 엘사는 평소답지 않게 집중력이 심하게 떨어져 있었고 월요일 아침까지 미세하게 남아 있는 술 기운으로 인한 피로감이 완전히 풀려 있지도 않았다. 하다 못해 엘사의 직속 상관인 메티어스는 엘사에게 점심 시간 말고도 30분 정도 따로 쉬고 오라며 시간을 빼주기까지 했다. 엘사는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옥상으로 나와 멍하게 시가지의 회색빛 풍경을 지켜만 봤다. 몇몇 사람들은 담배를 피고 있다. 엘사도 담배를 피워볼까 생각했다. 술도 시작은 어려웠지만 하고 나니까 간단했다. 지금은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술 때문에 도움 된적도 더러 있다. 요즘은 진짜 일평생 하지 말아야겠다고 여긴 것들을 쉽게 쉽게 해버린다. 엘사는 이런 일탈에 쾌감이나 스릴을 느끼는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본인은 그런 일을 하면서 쾌감보다는 스스로가 망가지고 있다는 절망을 느끼는데. 

 

- 점심 먹었어? 

 

안나에게 보낸 문자에는 아직 답장이 없었다. 읽었다는 표시도 뜨지 않았고. 엘사는 이미 다른 손가락보다 유달리 짧은 엄지 손톱을 이빨로 씹어댔다. 오른손의 주먹을 꽉 쥐고 손톱을 까득거리며 뜯은 이후에 퉤- 하고 뱉는다. 한스랑은? 한스랑은 더 연락하고 있는거야? 나한테는 답장도 없으면서? 엘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럴리가 없을거야. 바쁘겠지. 지금은 나만 쉬고 있다고. 엘사는 주말에 산 명품 구두를 챙겨 신으며 너무 고맙다고 애교를 떨어대던 안나를 떠올렸다. 다음에는 엘사의 구두를 사러 가자고 하면서 몇 가지 봐둔 것도 있다고 떠들던 모습들도. - 뭐하고 있어? 슬슬 들어가려던 찰나에 엘사는 손에 느껴진 진동에 1초만에 메시지 창을 확인했다. 젠장, 안나는 아니고 메가라였다. 

 

- 일 해. 

- 한스라는 애는 어딜 가면 만날 수 있는거야. 

- 안나한테 물어볼게. - 앞뒤 생각은 하나도 안 했구나? 

 

엘사는 더 이상 답장하지 않았다. 망할, 그 말대로 하나도 생각 안 했어. 내가 생각한건 9시가 되기 전에 안나 혼자 집에 들어와 있을까봐 서두른 것과 이제 다시는 망할 상담을 받으러 다니지 않겠다 이 정도라고. 

 

- 대체 뭘 똑바로 하는게 없네. 이러면서 어떻게 도와 달라는거야? 빨리 무슨 계획을 세워 봐. 그래야 나도 재미있지. 

 

엘사는 여전히 시끄럽게 울려대며 밀려드는 메가라의 메시지는 꼬박 꼬박 읽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다. 메가라가 앞에 있는 것처럼. - 점심 먹었지! 짠! 그 다음 바로 안나에게 답장이 왔다. 안나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먹은 거 같은 치킨 까르보나라 사진도 같이 보냈다. 하아, 드디어 안심이 된다. 엘사는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엘사의 메신저에는 다른 사적인 대화는 거의 없는 편이었다. 50명 남짓의 친구 목록에 언제나 최상단에는 즐겨찾기를 올려 놓은 안나 뿐이니까. 안나는 식사를 하면서도 엘사에게는 꾸준히 답장을 보내줬다. 역시 아까는 그냥 바쁜 일이 겹쳤을 것이다. 

 

일주일은 정말 지나가지 않는다. 특히 이번 주는 유달리 더 힘든 한 주가 되고 있었다. 목요일. 겨우 버틴 4일의 시간은 이 날 절정을 찍었다. 월, 화, 수. 엘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안나와 함께 만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한 차례 본적 있었기에 안나가 나타날 방향을 온 감각을 집중해서 쏘아보았지만 벤츠를 타고 나타나는 한스와 거기서 내리는 안나는 없었다. 그런데도 마음은 딱히 편해지지만 않는다. 안나가 한스를 불편해 하는 기색을 알고 미리 멀리서부터 헤어지고 돌아오는 것이라면? 이미 관계가 더 진전되어서 정말 진지하게 교제하고 있는 중이라면? 한스에게는 언니가 무섭다면서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 받을려나. 그러니까 언니를 달래주기 위해 5블록 정도 뒤쪽에서 내려달라고. 설마하니 차에서 내리기 전에 서로 입 맞춘다거나 그럴까? 엘사는 안나를 기다리는 시간이 되면 이런 망상들을 하느라 꼬리에 꼬리를 물어갔다. 그럴수록 엄지 손톱은 피가 베어 멈추는 날이 없었다. 

 

- 엘사, 다음 상담은 언제로 할까요? 저에게는 다음 수요일이나 목요일이 좋아 보이는데요. 

 

엘사는 안 그래도 울화가 치미는 날에 예약 날짜를 조율하는 빌어먹을 상담사의 연락은 가볍게 씹어버렸다. 별로 상담 받을 기분이 아니야. 그 따위로 해결 될 일이면 진작에 끝났어야 했다. 그 상담사 말대로 아무리 돈을 더 내고 아무리 더 좋은 선생을 찾아봐야 소용 없을 것이다. 

 

오후 6시. 

 

안나는 미안하다며 오늘은 조금 늦을거 같다며 엘사를 거절했다. 평소라면 그냥 그렇게 끝났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넘겨지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 온 엘사는 시계 소리가 쿵- 쿵- 쿵- 쿵- 쿵- 하면서 지나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초침 까닥이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귀를 막고 있었는데도 소리가 계속 들린다. 엘사는 그냥 빨리 잠들어 버리자는 생각을 했고 지난 주 처방을 받고 잊혀 둔 수면제를 떠올렸다. 급하게 핸드백을 뒤적이며 꺼낸 손바닥만한 노란 플라스틱 통의 수면제는 척 보기에도 조금 위험해 보이게 생겼었다. 엘사는 생각하지 않고 당장 한 알을 꺼냈다. 그 동안 안 먹었으니까 괜찮을거야. 한 번 정도는...... 딱 하루만 버티자. 엘사는 그런 생각으로 수면제를 삼켰다. 이러고 내일 하루만 넘기자고. 

 

주말에는.........

 

메가라와의 계획을 생각...... 

 

계획을..... 

 

....... 

 

 

 

"저녁 아직 안 먹었지?" 

 

금요일 저녁. 

 

안나는 부엌의 천장이나 냉장고 안을 뒤적이며 냉장 패키지로 된 만두를 꺼냈다. 금요일은 진짜 진짜 최악이었다. 수면제의 효과가 너무 강렬해서 엘사는 그대로 거실 소파에 쓰러져서 잠들었고 안나가 와서 낑낑대며 방으로 옮겨 놔도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안나의 이야기를 듣고서 희미하게 기억이 났지만 그것도 정확하지는 않았다. 결국 회사에서는 정신 안 차리고 뭘 하고 있는거냐고 미티어스에게 크게 혼이 났다. 엘사는 입사 이래로 언제나 잘 해왔고 믿음을 주는 부하 직원이었기에 다른 동료들도 신기하게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엘사의 회사 사람들 모두가 처음 보는 광경이었을 것이다. 엘사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하는 꼴은. 그치만 엘사는 회사 일로 우울하지 않았다. 

 

"맥도날드 싫다고 했지만 이거는 괜찮잖아?" 

 

안나는 제 멋대로 베이컨 말고도 스팸과 비엔나 소세지를 꺼내 양 손에 집어 들었다. 여기도 햄 반찬, 저기도 햄 반찬이네. 엘사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안나가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요리는 그게 전부다. 퇴근 전에 함께 장을 보며 사 온 양념 된 고기를 프라이팬에 볶아내고 무작정 햄과 베이컨 냉장 만두를 구워서 완전 나트륨 덩어리의 고기 반찬으로 도배하는 일 말이다. 맛은 나쁘지 않다. 굳이 표현하자면 건강에 해로울 거 같은 맛. 반대로 말하면 최고지. 여기에 너무 자극적이니까 마트 표 샐러드도 플라스틱 용기에서 찢어 그릇에 담는다. 꽤 그럴듯한 밥상이었다. 엘사는 안나가 요리를 해오는 동안 차분히 기다렸다.

 

"요리 실력은 여전하네." 

 

"그러게. 안 그래도 연습하려고. 요즘에는 유튜브에 많잖아." 

 

"나한테 알려달라고 하면 되지." 

 

"음, 하지만 엘사한테 배우면 너무 내 욕심대로 못 할거 같은데. 주말에는 제대로 해볼게. 깜작 놀랄 식사를 준비해줄거야." 

 

안나는 뭔가 있는 듯 우쭐한 표정으로 장담했다.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기대된다. 엘사는 안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 안나가 해주는 요리를 기다려볼까 생각했다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낼 수 없어. 확실히 끝내야 해. 

 

"한스는 아직도 만나? 어제 만난거 같던데." 

 

"음? 아, 그렇지. 서로 바빠서 일주일에 한 두번이야." 

 

'한 두번.' 

 

엘사는 속으로 안나의 말을 되새겼다. 한 두번이라니. 한 두번이나 된다니!!! 

 

"잘 되가고 있어?" 

 

"왜?" 

 

"추궁하는거 아니야." 

 

"으음......글쎄, 잘 되는건지 아닌건지 모르겠네. 굳이 말하자면 잘 되고는 있는 편일까?" 

 

"에리얼이나 라푼젤은 뭐라는데." 

 

"매번 똑같지. 아직도 한스한테 고백을 못 받았냐고 혼나기만 해." 

 

"답답하네. 한스라는 애도." 

 

"나는 내가 답답한거 같아. 내가 매력이 없나?" "무슨 소리. 완전히 매력적이지." 

 

"흐음. 그러면 다행이지만 엘사는 늘 좋게만 말해주잖아." 

 

"진짜로 하는 말이야." 

 

엘사는 바짝 마르는 입을 재빨리 우물거려 적셨다. 괜히 물도 한 잔 넘기며 열기를 내린다. 안나는 눈치가 빠른 편이다. 특히 엘사에 관해서는 작은 변화도 잘 알아차리니까 안나에게 그런 기색을 들켜서는 안 됐다. 

 

"한스랑은 또 언제 만나기로 했어?" 

 

"이번 주말중에 볼까 생각하고 있어. 토요일이 좋을거 같은데 그때는 너무 사람이 붐비니까 일요일 쯤?" 

 

"얘기는 해봤고?" 

 

"응, 이번 주말에 만나자고 했어. 날짜만 정하면 끝나." 

 

엘사는 얘기할수록 이를 빠득빠득 갈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으며 이성을 유지했다. 또 수면제를 삼키고 싶지는 않다. 

 

"별거는 아닌데. 여기. 우리 회사에서 회식 때 자주 갔던 곳이야. 분위기가 좋아서 기억해두고 있었거든." 

 

엘사는 명함 한 장을 꺼내서 안나에게 건네주었다. 'BAR Ane Mone' 메가라와 자주 만나는 바의 명함이었다. 검은 명함에는 딱 바의 이름과 연락처만 나와 있었고 안나는 특이한 그 명함을 받아서 앞뒤로 살폈다. "이게 뭐야? 바 아...네모네?" 

 

"몇 번 갔던 곳이야. 최근에도 갔고." 

 

"아, 술 마셨던 날! 엘사도 이런 곳을 다녀?" 

 

"가끔 어쩔 수 없을 때만. 거기 칵테일이 자꾸 생각나더라고. 주말에 한스랑 같이 가봐." 

 

안나는 엘사를 보면서 믿음직스러운 지원군이 생긴 기분을 느꼈다. 라푼젤이나 에리얼은 바보 멍충이에 도움 안 되는 잔소리쟁이지만 역시 엘사는 달랐다. 반면 꽁꽁 숨겨진 그곳에 가는 방법을 설명해주면서도 엘사는 더 이상 참지 못 할 정도로 속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안나에게는 지도 어플을 켜서 적당히 설명을 끝내고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는 말로 자리를 피했다. 세면대에서 급히 찬물을 끼얹어 화를 가라앉힌 엘사는 당장 핸드폰을 들었다. 요즘 엘사의 메신저 대화창은 단 두 명이다. 안나 아니면 그 밑에 메가라. 

 

토요일. 

 

중간에 한 번 잠에서 깬 엘사는 애매한 새벽에 더 이상 잠들지를 못 하고 있었다. 모든게 잘못되어 있다. 지금은 안나에게 그 바의 명함을 준걸 후회하는 중이다. 

 

엘사는 이제 00시가 지나 일요일로 표시되는 핸드폰 시계를 보고 다시 꺼버렸다. 힘들다. 그냥 뭐가 됐든 이유를 알 수 없이 힘든 한 주를 보내는 중이다. 엘사는 습관적으로 수면제를 떠올리고 있었다. 밤 사이에 온 메신저를 확인해본다. - 엘사 대답이 없어서 일단 다음 주 스케쥴을 비웠어요. 시간이 되는 날을 말씀해주세요. 회사 업무에 관련된 것들 사이에 상담사가 보인다. 역시 패스한다. 그리고 별 내용들은 없다. 엘사는 늘 하는 습관대로 더 확인할게 없으면 안나와 메신저 창을 켜본다. 안나에게 'BAR Ane Mone'의 위치를 찍은 사진과 함께 그럴듯한 언니 노릇을 해보려고 잘 해보라는 응원까지. 이건 보내지 말걸. 잘해보긴 개뿔! 시발!!!! 

 

엘사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으며 침대에서 발버둥쳤다. 지금 바램이 하나 있다. 그냥 한스가 뒈져버렸으면!!! 이대로 새벽이 가시고 햇빛이 떴을 때 한스 새기가 더 이상 새로운 하루의 햇빛을 보지 못 하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사인? 그딴게 알게 뭐야. 그냥 심장 마비로 급사하든, 샤워실 타일에 발을 헛디뎌 자빠져 뒤통수를 깨든, 또 유세 떤다고 벤츠를 몰고 나왔다가 교통사고가 나버리든 뭐가 됐든!!! 그냥 안나 옆에서 꺼져버렸으면 좋겠고 영원히 볼 일 없게 죽어버리면 깔끔할 것이다!!!! 엘사는 혼자서 괴로워하며 이제는 온 몸을 자해하고 있었다. 손톱을 세워 팔 여기저기를 긁고 꼬집고 일부러 더 아프게 이를 꽉 깨물고 고통을 참는다. 스스로를 자해하는 것으로 한스를 죽여버리고 있는 상상을 덧입히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내가 느끼는 고통만큼 한스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한다. 엘사는 할 수 있다면 불에 달군 철쇠로 한스의 곱상한 면상을 지져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송곳들로 한스의 온 몸에 피투성이 흉터를 남겨서 평생 흉측한 몰골로 살아가게. 누구도 호감이 가지 않게 부숴버리는 생각을 한다. 

 

"그만해 제정신이 아니야." 

 

엘사는 다급하게 수면제를 찾았다. 이런 불안 증세를 가라앉히는 정신과 약이 없으니까 수면제가 전부였다. 빨리 삼켜서 잠들어야 한다. 이대로면 진짜 큰일 날 것만 같다. 엘사는 마치 격한 운동을 한 듯 숨을 헉헉대고 있었고 머리맡에 놓아둔 물병을 열고 손에 잡힌 수면제를 까서 삼키고 다시 침대 위에 누웠다. 수면제를 먹고 나서야 상담사가 말한 주의가 떠올랐다. 지금 이건 과다복용일까? 됐고. 제발, 빨리 잠들어라. 빨리 약효가 들기를. 

 

시발 한스........안나를.......나의 안나를!!!!!! 

 

시.........ㅂ 한ㅅ............ 

 

.......안나...... 사랑해.... 

 

내가 더 사랑해.

?

팬픽

작성 혹은 번역된 팬픽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List of Articles
No. Category Subject Author Date Views
240 Short Story [재업] 레스토랑 서버 안나x싱어 엘사 겨울은 역시 재즈 아닐까... 브로드웨이의 레스토랑에서 재즈 싱어로 일하는 엘사와 거기서 서버로 일하는 배우 지망생 안나 보고 싶다 여기 싱어가 그렇게 유명... 백업용 2023.02.08 659
239 Long Story [재업] 냉미녀 배우랑 댕댕상 경호원의 취미활동 4 ※BDSM 플레이 주의 ※호불호가 갈리는 소재를 다루거나, 언급 또는 암시하고 있음 ※도구 사용 주의 ※더티토크, 노골적인 단어 사용 주의 ※긴 분량 주의 (10, 000↑... 백업용 2022.12.06 1199
238 Long Story 하수구의 뱀과 거리의 개 4+5           “날이 좋네요. 미스 그레이스. 차 바꾸셨어요?”     깔끔하게 입은 흰 셔츠와 반듯하게 다림질한 검은색 양복과는 어울리지 않는 베이지색 비니를 눌러... Lexku2 2022.10.16 611
237 Short Story [재업] 친언니 레릿엘을 욕정하는 안나의 꿈에 찾아온 몽마 정령엘     평소와 똑같은 집, 현실과 다를 바 없는 감각인데 뭔가 이상한 거지. 그건 바로 엘사가 은근한 시선을 보내오는 것. 안나는 친언니를 상대로 욕정하고 더러운... 백업용 2022.10.08 908
236 Short Story [재업]뱀파이어 엘사랑 늑대인간 안나 보고 싶다 약 200년 전에 동상에 걸려 죽어가던 인간 엘사, 뱀파이어화 시켜 살려놓았더니 죽어도 사람 피 빼먹는 짓은 못한다고 거부해서 죽지도 못하고 항상 비실비실하... 백업용 2022.10.08 618
235 Short Story 썰 돌려먹은거 백업용 *산란 *애널비즈 *3p *강제적인 요소 *투홀사용 *내가 쓴것만 백업함 *알바한테 지금까지 짤린 픽썰이 족히 30개는 넘는데 신고충 때문에 짤리는건 참을수가없어... 신고충피난처 2022.09.09 1102
234 Text File Say You Love Me 텍본 재활용 2022.08.02 510
233 Long Story 하수구의 뱀과 거리의 개3.         하수구의 뱀과 거리의 개. 뒷뒷이야기.         엘사는 내비게이션에 표시되는 길을 따라 차를 운전했다. 목적지는 안나가 보낸 주소였다. 도착해보니 높... Lexku2 2022.07.25 416
232 Long Story [재업/수정] 하수구의 뱀과 거리의 개 1, 2. 본 시리즈는 강압적이고 소재에 호불호가 있으며 도구사용으로 주의가 필요함.         하수구의 뱀과 거리의 개.     ​     ​         “아. 일어났어? 안녕, 예... Lexku2 2022.07.17 609
231 Short Story [재업] 프롬 파티날 밤에 첫경험하는 거 보고싶다 안나 프롬날 부모님이 급하게 어디 갈 일 생겨서 대학교 기숙사 사는 엘사한테 안나 케어 좀 하라 했더니 차 끌고 애프터프롬 파티에 가 있는 안나 찾으러 간 거... 백업용 2022.07.04 1506
230 Long Story Small Town Sisters. 본편+외전               서문. 같은 공간에서 산다는 것은, 하루에 몇 번이라도 마주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의도적으로 ... Lexku2 2022.04.05 760
229 Short Story 8년차 설줌은 엘산나로 빻은 게 보고 싶은 날이 있다. -기저귀, 실금, 수면 주의       싫다는 엘사 유아용 침대에 넘어뜨리듯이 눕히고 기저귀 채운 채 양손은 침대 헤드 보드에 묶어놓는 안나가 보고 싶다. 근이완제... 1 c2m5 2022.02.02 3010
228 Short Story 설표 엘사랑 보건선생님 안나가 보고싶다.   -저는 개씹 변태입니다. -도구사용 (주로 스트랩온) -애널사용 -주의문구 박을수있는만큼 박고싶은 수인세계관                   드물게도 엘사가 아침부터 헐... c2m5 2021.12.27 2750
227 Long Story [픽]마녀를 홀리는 묘약     인간 아이를 주웠을 때는 별 생각 없는 양심적인 태도에서 기인했다.  인간 아이에게는 가여운 운명, 하지만 마녀에게는 약간 동한 흥미와 유희거리?  다만 ... ㅁㄴㅇㄹ 2021.06.15 1671
226 Short Story Who's sorry now? 06           06.     회의가 있는 날, 닷새 만에 다시 만난 스벤은 마지막에 보았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숙취에 찌든 모습으로 회색 세단의 ... Lexku2 2021.06.13 615
225 Long Story [재업/번역]이두나의 50가지 그림자 프롤로그~챕터7 프롤로그 오직 아토할란만이 알고 있단다.           -어두운 바다에서.               폭풍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성난 검은 하늘을 번개가 치고, 곧이어 천둥... 개구리 2021.05.16 1060
224 Long Story 꼭두각시의 칼 27~28   85.   "공주님도 그렇고, 수호경님도 그렇고... 왜이리 판박이신지."   엘사와 안나, 두 사람은 뒷뜰에서 새벽에 성으로 막 돌아온 게르다에게 가벼운 꾸지람을... 개구리 2021.04.12 240
223 Long Story 꼭두각시의 칼 25~26     새벽녘에 그친 비는 희끄무리한 서녘의 아침 안개를 흔적으로 남겼다. 엘사는 다시 말에 타는 동안, 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두 눈으로 직면하는 순간을 영원히... 개구리 2021.03.29 236
222 Long Story Arens of Sheffield 21~22   57.       "어, 메그. 나야 안나. 지금 뭐하고 있어?"     안나는 자신의 시각 뒤로 지나가는 나무들을 보며 말했다. 창밖을 열어 손을 내밀고 싶었지만, 이두... 개구리 2021.03.29 191
221 [장편] Lullaby - 45 새롭게 나타난 영혼은 어안이 벙벙한지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연거푸 주위를 둘러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 영혼의 겉모습은 늙고 추레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 운영 2021.03.22 238
» Long Story 질투심 넘치는 엘사가 광적으로 집착하는 픽 - 1   "요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나요?"    "조금요. 안 좋다기 보다는 거슬리는 일이 있죠."    "어느 부분에서 그런 일이 있나요? 사적인 관계, 직장에서의 스트레... ㅊㅊㅁㅅㄱ 2021.03.22 2308
219 Text File [그림+픽] 뱀수인 엘사 이야기 한페이지용 수정 3 엘산나픽용 2021.03.21 824
218 Text File [그림+픽] 뱀수인 이야기 두페이지 버전 (수정3) 엘산나픽용 2021.03.21 313
217 Text File [그림 + 픽] 뱀수인 엘사 이야기 속지 X 버전 (수정3) 엘산나픽용 2021.03.21 313
216 Text File [그림+픽] 뱀수인 엘사 이야기 속지 O 버전 (수정3) 엘산나픽용 2021.03.21 910
215 Long Story [팬픽]꼭두각시의 칼 19~22 49.       "아오오..." 첫 번째 경기는 안나의 예상보다 훨씬 일찍 끝나 버렸다. 대기실로 돌아온 안나는 급격하게 분출된 흥분의 후유증으로 긴 의자에 드러누워... 개구리 2021.03.14 232
214 Long Story [팬픽]Arens of Sheffield 15~16       36.   "미안해 안나..." 엘사는 안나의 얼굴에 드리워진 수심을 느낄 수 있었다. 권총 부문에선 제인 팀과 안나 팀이 동점으로 공동 1등으로 점수를 마무리... 개구리 2021.03.14 174
213 Long Story Self Stalking - 0       내 삶은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180도 달라져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 1년의 장기 휴직 신청서를 제출하고 집 밖을 나서본적이 거의 없었다. 운이 좋았다.... ㅊㅊㅁㅅㄱ 2021.02.18 572
212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 5         A블럭 관리 직원 전원이 교정국을 떠난 건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C블럭에서 일어났던 센티넬 살인 사건이 희망 퇴직의 이유라는 말이 떠돌았지만 믿을 ... 1 히히 2021.01.30 1978
211 Text File 허기에 관하여 dontstarve 2021.01.18 981
210 [fic] Obsession (9)       안나/엘사       Obsession       (9)           솔직히 말하면 엘사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나는 엘사가 나에게 매달리는 것이 좋았다. 엘사의 편집증과 ... ㅇㅇ (110.8) 2021.01.10 566
209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4 64. Ski Resort     두 자매가 아렌델에 도착한 건 점심이 다 되어서였고, 부모님은 딸들을 보자마자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엘사와 안나는 둘이서만 지낼 수 있는... 1 토익빌런 2020.11.16 634
208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3 63. Texting     둘이서 아무 말 없이 걷기를 5분, 마침내 학교에 도착했다. 둘에게는 다행히도 정문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몇 번 대화를 나눈 친절한 사람이었다... 토익빌런 2020.11.16 382
207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2 62. Home Sweet Home     다음날 아침, 안나는 언니보다 먼저 눈을 떴기에 엘사를 깜짝 놀라게 만들어 주려고 했다. 둘 다 부모님에게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한... 토익빌런 2020.11.16 363
206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0 60. Preparations     다음날 아침, 엘사는 자신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위험한 행동을 했는지 실감하고 있었다. 안나의 근처에 있을 때 내가 얼마나 미쳐버리는지 ... 토익빌런 2020.11.16 359
205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59 59. Blankets     다음날 아침, 안나가 눈을 떴을 때는 정말 좋은 기분이었지만 동시에 너무나 피곤한 상태였다. 어젯밤은 정말로 멋졌지만, 그만큼 잠을 덜 자긴... 토익빌런 2020.11.16 621
204 Short Story 야한게 쓰고 싶어서 싸질러놓고 잘릴 것 같아서 백업한다 충혈되어 발갛게 달아오른 그 곳에 가져다 대면 코 끝에 못 견딜 정도로 농염한 엘사의 체취가 느껴진다. 마치 방끔 딴 석류에서 볼 법한 반들반들 한 빛깔이 촛... 설쥬미 2020.11.14 3963
203 [빼빼로데이] 양방향 딜도 ㅇㅇ (110.8) 2020.11.11 5014
202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4         안나는 절정의 여운에 젖어 멍해진 채로 얼마간 숨을 헐떡거렸다. 울대를 비집고 올라간 흐느낌이 벌어진 입밖으로 새어나갔다.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 ... 히히 2020.11.04 1751
201 #32. 왕과 정령과 마법의 이야기 (完)     , 처음 만났을 때보다야 무거워졌지만 여전히 한 손으로 가볍게 들리는 엘사의 무게에 안나는 혀를 차며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았어. 고혹적으로 미소짓는 엘... ASIS 2020.10.30 566
200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3             두 사람이 떠난 공간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안나는 멍하니 서서 거실을 눈으로 훑었다. 창가 협탁 위를 장식한 태피스트리와 쇼파에 놓인 담요가 정... 히히 2020.10.25 1764
199 외동딸 아포칼립스 8 *삽입행위/도구/강압 주의. 누구나 하나씩은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지 않은가. 엘사의 경우엔 그게 크리스마스 이브의 일이었다. 비록 안나에게 ... 고동 (58.140) 2020.10.25 1188
198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2           "그쪽은 안나 테일러, 맞나요? 아직 식전일 텐데, 이리 와서 먹어요."     ​엘사가 수플레 팬케이크가 담긴 접시와 홍차 티팟을 아일랜드 위에 옮기고... 2 히히 2020.10.21 2134
197 Short Story 화해 생수     "저리 가."     안나는 여전히 뒷모습을 보인 채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기며 '나 아직 화났어'를 온몸으로 표현중이었다. 꺼져도 아니고 '저리 가'라니.... 1 ㅇㅅㄴㅂㅇ 2020.10.14 1681
196 Long Story Praying prey Q&A + 비하인드 설정 +@@ 개구리 2020.08.31 703
195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6 (完)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1 모카. 2020.08.13 869
194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5 - 下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모카. 2020.08.04 623
193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5 - 上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모카. 2020.08.04 870
192 Long Story 결혼 계약서(21) - 수위   안나의 말이 신호탄이 된 것처럼 두 사람은 거칠 것 없이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오랜 시간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향부터 음미하듯이 서로의 살 내음... ㅇㅇㅇㅇ 2020.08.04 3320
191 Short Story [오피스위크/수위] 너라면 괜찮아 원작 쥬미의 부탁으로 대신 올린거임 수위 *사수 안나, 부사수 엘사 *엘공 *오피스물이지만 오피스가 메인이 아닌 *떡단편픽 오피스위크길래 썼는데 오피스는 쬐... 케찹2 2020.06.28 3789
List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