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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9 21:05

꼭두각시의 칼 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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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벽녘에 그친 비는 희끄무리한 서녘의 아침 안개를 흔적으로 남겼다. 엘사는 다시 말에 타는 동안, 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두 눈으로 직면하는 순간을 영원히 기억에 담아두어야 했다. 안나는 아침거리와 자신의 새 검을 사겠다고 나섰고, 경호원인 만큼 엘사를 데려가는 것이 필연적이었다. 카페에서 은화 두 닢이라는 비싼 값을 주고 케이크로 아침을 때운 두 사람은 곧바로 마을의 대장간으로 가 칼을 의뢰했다. 안나가 의뢰한 칼은 기병용 사브르였다.
 
 
"직접 하사를 내릴 수 있는데..."
 
 
은화 50닢을 지불하며 헐거워진 주머니를 슬피 웃으며 내려다본 안나에게 엘사가 위로 아닌 위로를 건냈다.
 
 
"여기서 영지까지 가는 데 호위할 무기 하나 정도는 있어야죠. 단도도 덤으로 끼워 주신다니까 뭐... 지금 물가로 치면 손해 볼 건 없죠.
 
 
"손해?"
 
 
"네, 제가 멍청해도 경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그 사람은 메가라였다. 그나마도 메가라가 귀족들이 찾아오지 않는 선술집에서 한 술주정에 불과했지만, 안나는 최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엘사에게 현 시국의 아렌델을 설명하고자 다시 입을 열었다.
 
 
"세금이 지금 어마어마하게 많다네요. 밀 열 포대를 수확하면 남는게 밀 한 줌 뿐이래나... 이건 지방 얘기랬어요. 지금 여기가 수도라서 멀쩡한 것 보이지만, 역병이 아니었으면 진작 무너졌을 거라고...아 참."
 
 
안나는 눈앞의 귀족에게 실례를 범했다. 귀족에게 반란이니 역병을 위시한 불편한 말을 건내버리고 말았다.
 
 
"오, 죄송해요, 죄송..."
 
 
"괜찮아. 신경쓰지 마."
 
 
엘사는 조금 차갑게 안나를 쏘아붙였다. 대장간 주인이 창고에서 나와 포장도 뜯지 않고 천에 싸인 기병용 사브르와 단도를 받을 때까지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권총하고 총알도 넉넉하고... 이건 제가 가지고 있을 게 못 되네요."
 
 
대장간을 나서서 말에 오르기 전, 안나가 3연발로 개조된 허버트의 고래기름 권총 한 정과 여분의 총알을 엘사에게 건내고, 그녀의어깨에 가슴팍까지 보호해주는 경갑을 씌워 주었다.
 
 
"사격도 귀족의 덕목이니까...가능하시죠?"
 
 
안나는 단순히 그녀에게 의사를 물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엘사의 표정엔 수치심 비슷한 것이 어려 있었다.
 
 
"못할 것 같아 보이니?"
 
 
"아뇨아뇨아뇨. 그냥 한 번 여쭤본 거였어요. 이따 그 곳을 다시 지날 예정이거든요. 아직 강도단이 남아있을지 모르니까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죠. 아, 그리고 공주님, 부탁드릴 게 하나 더 있어요."
 
 
안장에 오른 안나가 이번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엘사가 배낭에 몸을 기대어 잠들어 있는 동안 안나는 때때로 병원에 구비된 마구간에서 두 필의 말에게 여물을 먹여 충분히 쉬게 해 두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유대심이라 부를 만한 마음이 둘 사이에 생겨났다. 합스키, 안나는 견종 허스키와 비슷한 어감을 지녀 지구력이 뛰어난 그 말에게 이러한 이름을 붙일 정도였다.
 
 
"그래, 현재 수중에 있는 돈은 없는데?"
 
 
"그런 부탁이 아니예요."
 
 
안나가 단도를 엘사에게 쥐어주며, 누가 엿들을 새라 엘사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뜻하지 않은 접촉, 그리고 안나의 숨결에 엘사의 심장은 아그나르에게 혼날 때, 그리고 한스에게 업신여길 때만큼 두근거렸다. 결국 엘사는 안나가 다시 한 번 말을 해서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안나는 특히 마지막 말을 그녀에게 강조했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세요. 꼭이요."
 
 
 
 
 
 
 
 
76.
 
 
 
"한 명은 죽었고, 네 명은 뇌진탕이라... 대체 누가?"
 
 
강도단의 두목은 복면을 풀은 채 혀를 끌끌 차며 싸늘하게 식어버린 부하들 중 목검이 눈 속 깊이 박혀 죽은 자를 내려다 보았다. 그를 포함한 열댓 명의 강도단은 귀족의 마차가 새벽에 이곳 숲길을 따라 간다는 정보를 입수해 미리 매복을 하고 있었다. 귀족과 그 수행원이 아름답다는 부하의 사족에 돈도 빼앗고 재미를 보다 목을 베어 죽이고 버리려 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가 보낸 열명의 부하는 겨우 일행의 한  명에게만 부상을 입혔을 뿐 절반에 가까운 사상을 입히고 돌아왔다.
 
 
 
훗날 그가 어설프게 하는, 책임자와 위선자의 잘린 목을 케이크 위의 생크림처럼 창끝에 꼽아 공포심과 충성심을 조장하는 처형식을 부하들 중 가장 높은 부관의 목으로 대신했다. 그리고 이번엔 자신이 부하를 이끌고 그 길에서 매복을 할 심산이었다. 이 길이 아니면 숲을 이틀이나 둘러 가야 할 만큼 깊고 울창했다. 숲은 낭떠러지요, 그 숲을 겨우 가르지르는 산길은 그들에게 있어 혈관이자 밥줄이었다. 그의 생각이 마쳐지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바삐 울렸다. 두목을 포함해 총 10명, 그리고 그 중 다섯은 높은 나무 위에서 고래기름 소총으로 저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두목도 나무 위 매복팀 중 하나였고, 나머지 매복팀은 어제 이곳을 탈출한 작자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놈들이 옵니다."
 
 
부하 중 하나가 그에게 망원경을 건넸다. 망원경을 늘려 확인한 그는 말을 타고 급히 달려오는 두 여자의 외모가 상당히 수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뒤따르는 백금발의 여성은 고고하면서도 무너뜨리고 싶은 냉정한 미모가 과즙처럼 배어 있었다.
 
 
 
 
 
 
 
 
 
77.
 
 
'숨는 걸 좋아한다면 분명 위에서 기습 공격을 해올 거예요.'
 
 
안나는 숲의 입구에서 엘사에게 말했다. 안나가 사브레를 햇빛에 비추며 날이 잘 서 있음을 확인했고, 경갑에 달린 옆구리 주머니에 단검을 집어넣는 걸 보며 엘사는 의문을 표했다.
 
 
'차라리 조금 더 빙빙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것도 좋지만, 이미 예정된 것보다 하루 늦어진 거잖아요. 높으신 분이 공석이면 되겠어요? 그 밑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보겠어요.'
 
 
안나는 내심 그녀의 자존심을 건들었지만, 엘사의 마음은 안나를 만나기 전부터 넝마 쪼가리 그 자체였다. 혐오의 무저갱에서 살아온 그녀로썬 별 타격이 없는 말이었다.
 
 
'이미 평판은 안 좋으니까. 네 마음대로 하렴. 날 지켜줄 수 있다는 약속 하나만 해주면.'
 
 
자칭 공주라는 사람은 별다른 거창한 서약 없이, 안나에게 새끼손가락을 소심하게 내밀었다. 안나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몰라 장갑을 낀 그녀의 새끼손가락에 입을 맞추었다. 엘사는 서민들이 할 법한 '약속'의 표시를 나름 하려 했건마는, 안나는 되려 귀족식 인사를 하고 말았다. 퍼즐같이 서로 맞지 않는 두 여자는 그렇게 어수선한 마음을 가지면서 말을 타고 숲을 내달리고 있었다. 지난밤 내린 비로 생긴 안개는 지면 가까이에 깔렸고, 어느덧 그들은 어제 탈출했던 마차의 근처로 오는 데 성공했다.
 
 
"지금이다!"
 
 
"지금이예요!"
 
 
허공에서, 그리고 엘사의 앞에서 똑같지만 다른 의미의 두 마디가 울렸다. 엘사는 안나에게서 받은 권총을 허공에 쏘았고, 세 발 중 한 발이 나무 위의 부하의 다리를 맞추었다. 충격을 받아 나무에서 떨어진 그에게서 희미하게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엘사는 그 소름끼치는 단말마를 들으며 말에서 뛰어내린 안나를 뒤로 했다.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안나가 부탁한 두꺼운 배낭 때문에 쉽게 뒤를 볼 수 없었다. 엘사는 아직 안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강도들의 화살은 안나의 두꺼운 배낭이 막아주어 부상을 면할 수 있었지만, 상대는 수 명이고, 일대 다수와 싸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오죽하면 한 때 그녀와 안면이 있었던 매티어스 중위가 연병장에서 세 명의 병사를 상대로 검무에 가까운 검술로 제압한 것이 왕국의 공식적인 기록이었고, 비공식적으론 방관자에게서 초능력을 이어받아 쓰는 다우드의 '고래잡이' 암살자들이었다. 하지만 안나에게선 매티어스만큼의 강인함, 고래잡이들이 가진 방관자의 표식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무모하게도 안나는 계획을 강행했다. 엘사는 빠져나왔을 지라도, 저 시골뜨기 검사에겐 빠져나올 가능성은 희박했다. 괜한 바람을 불어넣었다며 엘사는 몸을 타고 흐르는 냉기에 소름이 끼치며 생각했다.
 
 
검투 대회 참가자에게 뇌물을 준 것도, 게르다를 시켜 고용 의사를 밝힌 것도, 강도 때의 습격을 받게 된 것도 모두 자신의 탓이었다. 어느덧 엘사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비명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리는 숲길까지 왔음을 확인했다.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날붙이들의 정열적인 무도회가 아침 새들의 울음소리에 섞여 이질적이었다. 아니, 새가 아니라 사람의 울음소리가 아닐까? 엘사는 한참을 자신이 다녀온 숲길 너머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싸움을 응시했다. 안나는 훗날 이 싸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건 정말 개싸움 그 자체였어요.'
 
 
 
 
 
 
 
 
 
78.
 
 
원래 계획은 이러했다. 엘사가 허공에 방아쇠를 당겨 놀래킨 다음, 안나는 방관자의 능력을 이용해 적들을 제압하거나 죽일 예정이었다. 물론, 저들도 엘사와 안나를 생포하는 쪽에 가까울 것이라 그녀는 생각했다. 귀족을 인질로 잡으면 성에 있을 친인척에게 돈을 더 요구할 수 있을 테니까. 안나는 그녀와 같은 어머니가 그녀의 성에 거주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엄격할 것 같다는 생각을 저버리긴 힘들었다.
 
 
지난 몇 시간 동안, 안나가 보아 온 엘사의 모습은 유약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것이 불안한 듯 안나의 옆에 꼭 붙어있다가도, 이내 고개를 돌리며 안나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착하다고 해야할지, 바보라고 해야할지, 소심하다고 해야할지 정의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사격은 한 강도를 명중시켜 떨어뜨렸다. 안나는 볼 수 있었다. 피를 튀기며 밑으로 떨어져 움찔대는 강도의 죽음을.
 
 
이내 안나를 향해 네 개의 화살이 날아왔고, 안나는 사브레로 그 중 두 개를 쳐낸 후 몸을 숙여 나머지 화살을 피했다. 직후, 말에서 뛰어내린 안나는 엘사가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진흙에 씻겨내려가 일부 모습을 드러낸 손등 위의 표식에 시선을 두었다. 곧바로 나무 위로 점멸을 해 오른 안나는 단도를 던져 부하 한명의 목에 캴날을 박았다. 안나는 그들이 단발형 석궁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큰 위안을 얻었다. 장전을 하려면 시간이 걸렸고, 안나는 그러는 사이에 점멸을 써 그들의 척추에 칼날을 박아넣었다. 우는 자들, 안나는 그들을 우는 자들이라고 규정했다.
 
 
 
 
죽음을 옮기는 병자가 있으니, 이들은 범죄를 옮기는 병자들이었다. 그들의 갈라진 등 틈새로 피가 줄줄 흘러나왔고, 안나는 그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축 늘어진 시체를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그들 중에서 복장이 유난히 독특한, 두목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는 나뭇가지로 건너갔다. 린든의 좁은 지붕은 안나에게 시련이 되었지만, 이곳에서는 공격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장전을 마치기도 전에, 안나는 팔꿈치를 휘둘러 그의 턱을 가격했다. 쓰러지려는 그의 목덜미를 잡고 안나는 밑에서 뼈들이 부러진 시체와, 그녀에게 뭍잡혀 목에 칼이 겨눠진 두목을 보며 동요하는 다섯 명의 강도가 있었다.
 
 
"묻는 말에 대답해 주면 절름발이로라도 살게 해줄게. 누구 사주야?"
 
 
"누구 사주? 씨발... 우리한테 사주를 줄 정도로 세상이 후했나?"
 
 
 
 
"하긴, 존나 어설픈 매복이었어, 지난 밤 매복도 너희들 짓이었지?"
 
 
안나는 그의 목에 칼을 더욱 깊숙이 들이밀며 추궁했다. 그러자 그가 팔꿈치로 그녀의 옆구리를 두어 번 내리쳤고, 안나는 나무에서 떨어질 뻔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등반 본능이 떨어지기 직전 나뭇가지를 잡게 해 주었고, 안나는 그걸 반동삼아 다시 나무 위로 올라 두목의 옆구리를 발로 찼다. 이번에는 멱살을 부여잡고 나뭇줄기로 밀어뭍인 안나는 그의 허벅지에 사브레를 찔러넣었다. 그리고 그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쉬, 쉬쉬... 조용히. 숲 속에 있는 모든 동물들을 깨울 참이야?"
 
 
안나의 눈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단창을 쥐고 있는 지상의 강도들은 총을 가지고 있었기에, 안나는 두목의 목을 베지 않고 그대로 발로 차 나무에서 떨어뜨렸다. 그들의 두목인 만큼 두 세 사람은 그를 받으려 무장을 해제할 터였다. 안나는 두목이 떨어짐과 동시에 주문을 외워 지상으로 점멸을 한 다음, 단창을 들고 찌르려는 두 강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그 중 오른쪽 강도의 목을 찔러 쓰러뜨렸다.
 
 
 
그와 동시에 두목이 그를 받으려는 세 사람의 손 위로 거칠게 떨어졌고, 안나는 왼쪽 강도의 등을 고래 살처럼 갈랐다. 피가 촤악 튀어올라 안나의 튜닉을 적셨지만, 안나는 동요하지 않았다. 작은 고래 새끼라고 생각하면 되었다. 도축장에서 일했을 당시, 새끼를 밴 암고래를 본 적이 있었다. 이미 그 새끼 고래도 다른 도축업자에 의해 내장과 뼈가 삐져나와 있었는데, 그것과 비슷할 뿐이라고 안나는 생각하며 다시 창을 고쳐잡고 횡으로 휘둘러지는 나머지 강도 중 하나의 단창을 몸을 숙여 피하자마자 무릎으로 그의 턱을 걷어 찼다. 그리고 손에서 빠진 단창을 잡고 복부를 찌른 뒤 뽑은 안나는 남은 세 사람을 응시했다. 두목은 떨어지면서 다리가 부러졌는지 거의 서 있지 못했고, 남은 사람이라곤 귀신처럼 동료들을 죽여댄 안나를 보며 벌벌 떨고 있는 두 부하들이었다.
 
 
"이대로 보내줄 수도 있어. 대신, 누가 보냈는지만 말해."
 
 
 
안나는 강도엔 목적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직 엘사가 공주란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가 법을 들먹이긴 했어도, 녹음되지 않은 말로 처벌이 될 리는 없었다. 어쩌면 황제의 심기를 건들어버린 자신을 처리하기 위해 보낸 사람들일 지도 몰랐다.
 
 
 
"없어, 없다고! 우린 우리 먹고 살기에도 바쁜 사람들이야!"
 
 
참다 못한 두목이 안나에게 외쳤다. 정신적 고통, 그리고 물질적 고통이 어우러진 외침이었다.
 
 
"난 제작년까지만 해도 큰 농장을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귀족 놈들이 모두 빼앗아 갔다고! 호수에 배를 띄우겠다고 내 땅을 뺏고, 소를 팔고, 가족들은 적은 임금, 그것도 세금을 떼면 쥐꼬리만도 못한 급료로 버티다 내 앞에서 굶어 죽었다고! 그 기분... 넌 아나? 흑마법사?"
 
 
방관자의 표식이 부려낸 마법은 흔히 흑마법이라고 불리었고, 안나가 썼던 점멸은 그런 오해와 추측을 받기 쉬웠다. 그리고 그들은 안나에게 귀족의 행패의 경험 유무를 물어보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몰라요. 내가 살았던 곳은 린든이어서."
 
 
"린든? 그 린든 말이야?"
 
 
두목이 다시 한 번 확인하자, 안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겨우 탈출해서, 어제 취업했는데 제가 세상 물정을 어떻게 알겠어요?"
 
 
안나는 잠시 뻔뻔해지기로 했다. 바깥 상황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물며 역병으로 인해 끝없는 죽음을 향해 달려간느 린든에서조차 밀수꾼이 보내온 신문으로 린든 바깥도 왕당파 주시자들의 횡포, 늘어나는 우는 자들의 기록, 그리고 엄청난 빈부격차는 안나의 기억 속에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었다.
 
 
"부하들을 죽인 건 미안해요. 보다시피 제 주인님 되는 사람이 그리 부유해 보이지 않은데...그렇게 절박했어요?"
 
 
"그래, 그만큼 절박했어. 당장 빵 한 조각 사먹을 동전 두 푼 조차도 없었다고. 그리고 그들은 내 부하가 아니야. 그냥 먹고 살기 위해 뭉친 자들이지. 이제 우린 글렀어. 난 버려질 거고, 쓸쓸히 죽게 될 거야. 씨발, 고맙수다."
 
 
자조 섞인 말이 안나에게 향했다. 안나는 품에 지니고 있던 은화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 줌 쥐어 그들에게 던졌다.
 
 
"그럼, 이걸로 빵 수백 조각은 사 먹으시면 되겠어요."
 
 
꽤 많은 동전과 은화가 흩어졌어도, 아직 안나의 주머니엔 여유가 있었다. 린든으로 보낼 돈이 부족해진다는 게 문제였지만, 여차하면 매티어스에게 배운 기술로 안나를 고용한 엘사의 가보를 몰래 팔아버릴 생각도 그녀는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당분간 어설픈 도적질은 하지 마요. 어차피 다리가 부러졌으니 못하겠지만."
 
 
또 다른 개죽음을 보기 싫으면 말을 들으라는 안나의 협박이었다. 그들은 한참을 머뭇거리다 안나가 흩뿌린 은화를 주워 자리를 떴다. 안나의 주변에는 시체가 깔려 있었다. 낯설지 않았다. 막 죽은 시체부터 썩어 문드러진 살점까지 모두 린든의 고아원 담벼락 너머에서 종종 보이는 일상이었다. 안나는 시체 속에서 그나마 상태가 멀쩡해 보이는 칼들을 챙긴 다음, 길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있는 합스키의 안장에 다시 올라탔다. 엘사의 말이 남기고 간 선명한 진흙 발자국이 남아 있었고, 안나는 그녀와 합류하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79.
 
 
째깍거리며 지저귀는 푸른 눈꽃 모양이 배경으로 나있는 시계의 긴 바늘이 두 칸 움직였다. 엘사는 말 위에 머무르면서, 마차를 새로 다시 구입해야 하는 것과, 만나기로 한 안나가 오지 않음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말 발굽이 땅을 차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안나? 아니면 도적? 엘사는 음원을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권총에 장전된 총알의 갯수는 세 개, 그 중 두 개는 강도의 것이고, 하나는 자신의 것이었다.
 
 
 
권총을 손에 든 엘사의 손이 후들후들 떨렸다. 처음 사냥을 나갔을 때, 한스는 사슴을 잡아 의기양양했고, 엘사는 토끼를 잡아 슬퍼했다. 큰 동물을 잡지 못했다는 절망이 아닌, 생명을 직접 앗아가게 하였기 때문이었고, 매일매일 혼란스러운 마음 속에서도 그 조각 하나는 유일하게 변치 않았다. 그리고 엘사는 또 다른 목숨을 가져가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 처했다. 말발굽 소리가 이제 가까워졌고,음원의 형체도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양갈래로 땋은 익숙한 갈색 머리, 하지만 얼굴 한쪽엔 부분적으로 피가 맺혀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고용인이 반가웠는지, 안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엘사는 다른 한 손을 들면서 권총을 든 손을 슬며시 내렸다.
 
 
"괜찮니? 얼굴에 피가..."
 
 
"제 피 아니예요. 도둑놈들 피고요. 당분간 그 사람들은 이곳에 얼씬도 못할 거예요."
 
 
 
죽였니?
 
 
 
겨우 한 단어의 조각일 뿐이었지만, 쉽사리 입에서 나오지 못했다. 안나는 자신을 위해서 이제 막 산 사브르와 단검에 피를 묻혔고, 자신은 죽이지 말라고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괜찮니?"
 
 
 
대신, 온화한 단어조각을 안나에게 선사했다. 안나는 멀뚱멀뚱 그녀를 쳐다보다, 이내 싸움의 여파로 자신의 얼굴에 피가 묻어 있음을 깨닫고는 허둥지둥 소매로 핏자국을 닦았다. 하지만 튜닉은 핏자국을 완벽히 지우지 못했다. 그러자 엘사가 드레스의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안나에게 내밀었다.
 
 
 
"쓰렴. 잘 닦일거야."
 
 
"하, 하지만 이렇게 귀한 걸..."
 
 
금빛 자수가 깃들은 흰 손수건이었다. 어찌 되었건 엘사는 왕족과 귀족 중 한명이었고, 무언가를 빌려준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과도 같았다. 안나가 슬금슬금 엘사의 눈치를 살피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을 동안, 그녀는 안나의 등에 비껴 매달린 서너 자루의 장검과 단창에 시선을 옮겼다.
 
 
"....이것들은 왜 챙겨왔는지 물어봐도 될까?"
 
 
엘사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물었다. 왜 무기를 더 챙겨온 걸까? 어차피 자신의 영지로 가면 안나에게 챙겨줄 수 있는 검들은 지금 차고 있는 사브르보다도 더 질이 좋고, 더 많이 존재하고 있다.
 
 
 
"아, 이것들이요. 팔으려고요. 장마당에다요."
 
 
 
안나는 순수히 대답했고, 엘사는 그 말을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80.
 
"마지막에는 돈을 줘서 보냈구나."
 
 
안나는 으흠,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각다각, 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정표를 보기 직전, 안나는 자신이 어떻게 강도단과 싸워 이겼는지 능력에 대해선 배제시킨 채 무용담을 엘사에게 들려주었다. 다행스럽게도 이후로 두 사람을 노리는 강도단은 없었다.
 
 
"네, 그래서 공주님이 주신 주머니는 많이 가벼워졌어요."
 
 
안나가 그저께의 예의 그 주머니를 보여주며 말했다. 엘사는 안나의 뒤에 맨 무기들을 보고 그녀의 사정을 알게 되었다. 사군토에서 작은 빵집을 운영해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부모님을 위해 스승이라는 사람과 같이 몰래 검술 수련을 했고, 몰리에서 사과주 만드는 법을 배운다는 거짓말을 하고 무작정 커보울로 왔다는 것이었다. 엘사는 그런 이야기가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나 같은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도 같이 떠올랐다. 둘 다 똑같은 날개를 지녔지만, 한 쪽은 어디든 갈 수 있고, 다른 한 쪽은 어디든 갈 수 없다 . 엘사는 후자의 경우였다.
 
 
"스승이란 분이 잘 가르치셨나 보구나. 어제 너의 경기는 정말 감명깊었어. 뭐라고 해야 할까..."
 
 
엘사는 어제의 기억 중 안나에 대한 기억들을 뽑아내려 했다. 하지만 뽑혀진 것은 아그나르와 한스의 비난이었고, 엘사는 갑작스레 숨을 헉 하고 크게 들이마셨다. 가슴을 콩콩 두드리며 호흡이 부자연스러워진 엘사를 보며 안나는 부리나케 넘어지려는 그녀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울 수 있었다. 표식의 힘으로 강도단과의 싸움 뒤 체력을 회복시킨 안나는 별 힘을 들이지 앟고 엘사를 자신의 말 앞에 앉혔다.
 
 
"괜찮으세요?"
 
 
엘사의 청색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안나는 그것이 공황장애라는 것을 알았다. 도대체 어떤 면이 엘사의 역린을 건들인 것일까? 물통을 달라고 했던 때? 아니면 창을 다루는 딜런이란 자에게 패배 직전까지 몰려갔을 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안나는 엘사의 사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서로를 알게 된 건 이제 한 나절이 겨우 지났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핼쑥해진 엘사의 손은 얼음장같이 차가웠고, 안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둘러싼 두꺼운 리넨 장갑을 벗기려 했다. 하지만 엘사는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잠시만... 잠시만, 벗기지 마."
 
 
"아, 네. 네... 혹시 어디가 아프시다면..."
 
 
"잠깐만... 잠깐만 쉬었다 가자꾸나."
 
 
안나는 엘사가 두 눈을 감고 혼절한 직후, 엘사의 말고삐를 함께 잡고 숲길을 기억하며 숲을 헤맨 끝에, 햇빛이 잘 드는 야트막한 등지를 발견했다. 말의 고삐를 나뭇줄기에 묶어놓은 안나는 등지에서 가장 햇볕이 잘 드는 나무 밑에 엘사를 기대어 눕혔다. 엘사의 눈은 실처럼 가늘게 뜨여져 있었고, 안나는 그녀의 옆에 쭈그려 앉아 상태를 확인했다.
 
 
"공주님, 심호흡 한 번 해보세요. 자아."
 
 
안나는 크리스토프에게서 배운 공황장애의 응급처치 기법을 기억했다. 엘사는 제 딴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가죽주머니에 바늘을 꽂은 것처럼 쌕쌕거리는 게 전부일 뿐이었다. 그저 엘사는 손을 뻗어 안나의 손을 잡으려고만 했다.
 
 
"잠시만...옆에 있어."
 
 
명령은 일단 절대적이었기에, 안나는 엘사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대신 엘사의 옆 나무를 나란히 등지고 앉아 햇살을 내리쬐었다. 습할거라 생각했던 바닥은 햇볕에 바싹 말라 있어  푹신했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고, 안나는 흘긋 옆을 쳐다보았다. 햇볕에 내리쬐인 백금의 얼굴에 플로라이트가 박힌 듯 눈이 부셨고, 그녀에게서 알 수 없는 편안함 비슷한 것이 표정으로 나타났다. 눈을 거의 감고 있는 그녀는 햇빛을 그대로 만끽하고 있었다. 주변에 들리는 소리라곤 풀과 나무 사이를 헤엄치는 바람 소리, 그리고 이따금 지저귀는 이름모를 새의 울음소리 뿐이었다. 안나는 엘사와 행동을 같이 하면서, 린든의 뒷뜰을 회상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고, 틈만 나면 한 그루의 사과나무에 달린 사과를 훔쳐먹고, 이따금 메가라에게 사과를 나눠주면서, 유난히 볕이 잘 드는뒷뜰은 지금의 이곳과 다를 게 없었다. 알 수 없는 눈물이 안나의 눈가에 맺혔다. 안나는 크게 기침을 하면서 훌쩍임을 숨겼다. 그러는 사이, 엘사는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있었다.
 
 
 
 
 
 
81.
 
 
 
고요는 그녀에게 있어 사랑이요, 한 접시의 초콜릿이자, 일련의 음악과도 같았다. 반면 그런 그녀에게서 고요를 가져가는 것들이 있었다. 아비와 오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소문들. 어제의 일을 기억하려던 그녀는 자신이 안나를 일부러 지게 하려 상대편에 뇌물을 준 것, 그리고 아그나르와 한스의 비아냥을 기억해 버리고 말았다. 바로 옆에 기대어 앉아 있는 안나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를 것이었다. 만약 들킨다면, 자신이 승부를 조작하려 했고, 추악한 마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구전된 소문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면, 과연 그 때 안나는 어떻게 생각할까.
 
 
"햇살이 좋네요."
 
 
문득, 안나가 한 마디 내뱉었다. 엘사는 고개를 조금 들어 나뭇잎 사이로 내비치는 햇빛을 응시했다. 오래 보면 눈이 멀 테지만, 엘사는 신경쓰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눈을 보호하듯 눈가에 얼음이 맻혀 있었다. 단순히 손에만 국한되는 마법이 아니었다. 팔꿈치, 눈, 무릎, 등... 마법은 무작위였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종의 뿔 같은 존재였다. 엘사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세상에서 지워진 듯한 어머니가 남겨주신 한 마디를 지금껏 기억하고 있었다.
 
 
"난 공주가 맞아..."
 
 
"네?"
 
 
"혼잣말이었어. 신경쓰지 마.    ...신경 쓰이니?"
 
 
엘사가 숨을 크개 내쉬면서 안나를 바라보았다. 막 눈물을 훔쳐낸 안나가 눈을 깜빡거리며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네, 사실... 당신이 공주라는 증거가 영 없어서 말이죠."
 
 
안나는 린든 속에서 살았지만, 왕족이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하는지 알고 있었다.  고아원의 도서관에서 본 [아렌의 연대기]에는 왕을 포함한 직계 가족들이 모두 자신만의 인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였다. 안나는 엘사의 망토에 수놓아진 수많은 눈송이들을 보면서, 엘사의 인장은 튤립 속의 눈송이 모양이 아닐까 추측했다.
 
 
"혹시 튤립 속의 눈송이 모양인가요?"
 
 
"인장을 보여주면, 믿어주겠니? 아니, 그 전에 어떻게..."
 
 
안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왕족과 귀족을 사칭하는 것이 사형이란 말은, 단순히 사람을 넘어서 서류 같은 물건에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엘사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드레스의 폼에 달린 주머니에서 인장과 인주를 꺼내 보였다. 안나는 조심스럽게 인장을 훑어보고는, 잡고있던 엘사의 손을 놓고 머리를 조아렸다.
 
 
"주, 죽을 죄를 졌습니다아..."
 
 
확실했다. 안나의 추측이 맞아떨어지고,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를 뼈와 근육이 알려주었다.
 
 
"아렌델 제국의 공주님께 무례를 드려 죽을 죄를 졌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엘사가 힘없이 덜덜 떨리고 있는 안나의 손을 잡았다.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 있어..."
 
 
엘사가 안나의 손을 잡아 끌었다. 안나의 어깨가 엘사의 어깨에 닿았고, 안나는 엉겹결에 아까처럼 앉아있는 상태로 그녀를 맞이했다.
 
 
"그냥...잠시만 이러고 있어 줘. 잠시만..."
 
 
그녀는 고요를 사랑했다. 고요를 깨뜨리는 건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고요가 깨져도 마음은 구름을 먹은 것처럼 붕 떠 있었다.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단 한 명, 모르는 사람도 단 한 명이었다.
 
 
 
 
 
 
 
 
82.
 
 
 
저녁께가 되자 영지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커보울과 비슷하게 다층 주택들과 건물들이 어우러져 있었지만, 안나의 기준으로 보면 명백한 차이가 있었다. 일단 커보울은 린든처럼 칙칙한 색채가 강했고, 빛의 벽과 아크 방사탑이 별로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영지는 달랐다. 매음굴처럼 아주 많이는 아니었지만, 적지도 않은 색채와 싱그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안나는 자기 스스로가 이런 비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놀라워했다. 저녁이 되자 조용했던 커보울과 린든과는 달리, 이곳은 소소한 대화가 집집마다 들려왔고, 가게와 노점은 대부분 열려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엔 초췌함과 기민함, 누군가를 등쳐먹으려는 뱀의 눈이 아닌 순수한 눈을 하고 있었다. 안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이 자신이 알던 유토피아가 아닌가? 어쩌면 이것이 꿈이지 않을까? 사실 딜런의 창에 찔려 내장이 뒤틀려 죽어 천국에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문을 열거라."
 
 
성아페 다다르자, 엘사가 경비대에게 인장을 내 보였다. 누군가를 험담하듯 소곤대던 경비병이 로브를 쓴 엘사의 눈을 바라보자, 바짝 긴장한 듯이 인장을 살펴보고, 걸쇠를 풀어 육중한 나무문을 열었다. 문이 닫히고, 안나는 성의 실루엣을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감옥,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감옥이라는 생각을 엘사의 성을 보고 생각했다.
 
 
"이렇게 들어가도 문제 없는 건가요?"
 
 
안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긴 뒷문이야. 저 경비대를 빼면 아무도 모르는 개구멍이라고 생각해 두렴. 정문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되고...:"
 
 
시선이 무섭거든. 엘사가 씁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그런 그녀의 웃음은 안나를 향해 있었다. 안나의 시선은 무섭지 않는다는 듯,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살그러운 웃음이 턱선을 타고 흘렀다. 그들은 나선형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다다를 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누가 먼저 제안한 것도 아니었다. 안나는 성의 구조를 확인하고 싶어 이리저리 둘러보아 정신이 팔렸고, 엘사는 안나가 머물 방이 그녀에게 맞을지 걱정하였기 때문이었다. 혹시 지금이라도 마음이 바뀌면 어떡할까 싶은 그녀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안나는 동화 속, 혹은 책의 삽화에서나 보던 아렌델 궁정의 으리으리한 모습보다 이런 아담한 성이 더 마음에 들었다. 혹자가 거닌다면 좁고 답답할 수도 있겠다고 느낄 좁은 성은, 린든의 하수도와 배수관을 타고 짧은 여행을 해 보았던 안나에겐 제격이었다.
 
 
"공주님, 오셨습니까."
 
 
 
그녀의 방문 앞에 서 있던 두 시녀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엘사는 가만히 그들에게 손짓을 했고, 손짓의 뜻을 읽은 시녀들은 다시 고개를 숙인 후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네 방은 이곳이란다."
 
 
그녀의 손 끝은 바로, 공주의 침실 바로 옆 방이었다.
 
 
"원래는 응접실이었지만, 여길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진즉 빈 방이었단다. 네가 올지도 몰라 최대한 가구들을 준비해 보았지만...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가, 감사합니다. 엘사... 공주님."
 
 
"이제 내가 공주인 걸 믿겠니?"
 
 
엘사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안나에게 웃어보였다. 안나는 그녀의 얼굴이 이제 막 만개한 목련의 꽃잎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순박하고, 더러움이 없는 그런 웃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웃음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매티어스는 사람의 심리를 알려달라는 어린 안나의 끈질긴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었다.
 
웃음은 칼과 같아서, 순수할 수록 벼려지고 날카롭다.
 
 
 
 
 
 
 
  1.  
...라고 의심했던 안나는 엘사가 있을 옆 방의 벽에 대고 조용히 용서해달라는 기도를 올렸다. 방 안은 린든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깨끗한 침대와 시트, 그리고 이불, 곰팡이가 좀먹지 않은 벽과 옷장, 칼 거치대, 그리고 오크나무로 깎아내 유광을입힌 듯한 근사한 옷장과 테이블, 그리고 의자가 안나를 맞이했다. 안나는 짐을 풀고 곧바로 옷장부터 정리하다. 문득 하루종일 배낭에 갖혀 있을 심장을 기억했다. 설마 부서진 걸까? 하고 생각한 안나는 허겁지겁 배낭에 있는 모든 물건을 꺼냈다. 다행이도, 심장은 렌즈를 통해 빛을 내며 콩닥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오, 미안해요 엄... 아니, 누디아."
 
 
심장은 당연하게도 말이 없었다. 그저 안나의 손에 쥐어진 채로, 안나의 눈을 통해 엘사의 영지 곳곳에 있는 룬들의 위치를 보여주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것들도 보였다. 삼각형을 연상케 하는 도형들이 눈에 들어왔다. 안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분명 어디서 본 적이 있을 텐데, 중요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뇌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지워진 모양이어삳. 안나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다가, 심장을 배낭에 다시 넣고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아무렴 어때, 내일부터 차차 시작하면 되는거지."
 
 
근데 무얼 하는 건지, 안나는 세부 내용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공주가 주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으며, 수수께끼의 존재나 다름 없는 유령에게 고용되 경호를 맡는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애매모호한 어설픔을 남겼다. 조금씩 피로가 몰려왔다. 원래라면 새벽에 엘사의 취침을 지켜야 했지만, 수습 기간이라 그럴 필요는 없었다. 안나가 생각한 규모보다 작앗지만, 경비대도 있으며, 무엇보다 엘사와 안나가 머무는 층은 성의 꼭대기 층이었다. 투석기라도 가져오거나 독수리처럼 날아오지 않는 이상, 암살 행동 자체가 무의미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눈꺼풀이 반절 정도 감겨진 상태였다.
 
 
'신발...벗고...자야 하는데에...'
 
 
 
안나의 의식은 신발을 벗을 새도 없이 끊어지고 말았다.
 
 
 
 
 
 
84.
 
 
안나의 눈은 닭이 울기도 전인 새벽에 눈이 떠졌다. 방관자의 표식의 힘이 깨운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나는 왼쪽 손등에 남겨진 표식을 확인하고, 크리스토프가 챙겨준 화상 크림을 위에 덧발랐다.  화상 크림을 덧바르자 표식은 의태한 도마뱀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갈 채비를 마친 안나는 문으로 향하지 않고, 곧바로 창문으로 향했다. 어젯밤, 성에 올라오기 전에 주변에 놓여진 밀짚 더미와 밀짚 수레를 보면서 그곳에 떨어져 착지하면 되겠다고 생각해서였다. 린든에서도 비슷하게 건물에서 떨어지는 착지법을 독학했던 안나로써 자살행위라고 비난받을 도약은 식은 죽 먹기였다. 안나는 두어 번 심호흡을 한 뒤 자리를 박차고 열린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정확히는, 날리려고 했다. 하지만 문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깜짝 놀란 안나는 그만 다리가 엉켜 그 자리에서 엎어지고 말았다. 짧게 정신을 잃은 탓일까, 눈을 뜨자 들어오는 얼굴은 어제의 시녀 중 한 명이었다.
 
 
 
"안나 경의 의식이 돌아오셨습니다."
 
 
'안나 경?'
 
 
"안나?"
 
 
안나는 갑작스레 찾아온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신이 왜 누워 있는지, 왜 자신의 눈앞에 시녀들, 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엘사가 있는지 궁금해했다.
 
 
"괜찮니?"
 
 
"아..."
 
 
안나는 엘사의 수심에 찬 표정을 보고서야 자신이 헛발질로 넘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안나의 귀가 순식간에 후끈거렸고, 다시 눈을 감고 기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창틀에 머리를 부딪힌 모양이더구나. 의사 말로는 일시적인 뇌진탕이라고 하던데, 몸은 어떤지 말해주겠니?"
 
 
"괜, 괜찮아요. 잠깐 다리를 삐끗했다고 할까..."
 
 
안나가 어설프게 웃으며 말했지만, 엘사는 그리 쉽게 넘어가려 하지 않았다. 조금의 수심이 얖아졌을 뿐, 엘사의 눈은 수영을 하지 못한다면 익사를 각오할 정도로 깊고, 푸르렀다.
 
 
"이, 이제 일어나도 될까요?"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안나는 자신이 침대에 눕혀 있음을 알았다. 허둥지둥 일어나려는 안나를 시녀들이 부축한 사이에, 엘사는 안나의 방안을 나와 복도에서 주저앉아 있었다. 찾아왔던 공황을 참아가며 새벽에 잠이 든 엘사였지만, 시녀들이 안나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금 공황이 재발한 터였다. 성에 사람이 많을 지라도, 교류는 거의 없던 엘사였기에, 그녀는 일면식이 거의 없는 시녀들과 같이 있는 게 무서웠다. 엘사는 헛구역질을 하며 손으로 입을 막으려던 찰나, 자신이 장갑을 끼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불안한 마음에 급한 걸음으로 자신의 침실로 발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 넘어져 의식을 잃은 사람은 안나가 아닌, 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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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fic] Obsession (9)       안나/엘사       Obsession       (9)           솔직히 말하면 엘사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나는 엘사가 나에게 매달리는 것이 좋았다. 엘사의 편집증과 ... ㅇㅇ (110.8) 2021.01.10 566
209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4 64. Ski Resort     두 자매가 아렌델에 도착한 건 점심이 다 되어서였고, 부모님은 딸들을 보자마자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엘사와 안나는 둘이서만 지낼 수 있는... 1 토익빌런 2020.11.16 634
208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3 63. Texting     둘이서 아무 말 없이 걷기를 5분, 마침내 학교에 도착했다. 둘에게는 다행히도 정문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몇 번 대화를 나눈 친절한 사람이었다... 토익빌런 2020.11.16 382
207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2 62. Home Sweet Home     다음날 아침, 안나는 언니보다 먼저 눈을 떴기에 엘사를 깜짝 놀라게 만들어 주려고 했다. 둘 다 부모님에게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한... 토익빌런 2020.11.16 363
206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0 60. Preparations     다음날 아침, 엘사는 자신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위험한 행동을 했는지 실감하고 있었다. 안나의 근처에 있을 때 내가 얼마나 미쳐버리는지 ... 토익빌런 2020.11.16 359
205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59 59. Blankets     다음날 아침, 안나가 눈을 떴을 때는 정말 좋은 기분이었지만 동시에 너무나 피곤한 상태였다. 어젯밤은 정말로 멋졌지만, 그만큼 잠을 덜 자긴... 토익빌런 2020.11.16 620
204 Short Story 야한게 쓰고 싶어서 싸질러놓고 잘릴 것 같아서 백업한다 충혈되어 발갛게 달아오른 그 곳에 가져다 대면 코 끝에 못 견딜 정도로 농염한 엘사의 체취가 느껴진다. 마치 방끔 딴 석류에서 볼 법한 반들반들 한 빛깔이 촛... 설쥬미 2020.11.14 3949
203 [빼빼로데이] 양방향 딜도 ㅇㅇ (110.8) 2020.11.11 5009
202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4         안나는 절정의 여운에 젖어 멍해진 채로 얼마간 숨을 헐떡거렸다. 울대를 비집고 올라간 흐느낌이 벌어진 입밖으로 새어나갔다.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 ... 히히 2020.11.04 1749
201 #32. 왕과 정령과 마법의 이야기 (完)     , 처음 만났을 때보다야 무거워졌지만 여전히 한 손으로 가볍게 들리는 엘사의 무게에 안나는 혀를 차며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았어. 고혹적으로 미소짓는 엘... ASIS 2020.10.30 566
200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3             두 사람이 떠난 공간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안나는 멍하니 서서 거실을 눈으로 훑었다. 창가 협탁 위를 장식한 태피스트리와 쇼파에 놓인 담요가 정... 히히 2020.10.25 1762
199 외동딸 아포칼립스 8 *삽입행위/도구/강압 주의. 누구나 하나씩은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지 않은가. 엘사의 경우엔 그게 크리스마스 이브의 일이었다. 비록 안나에게 ... 고동 (58.140) 2020.10.25 1188
198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2           "그쪽은 안나 테일러, 맞나요? 아직 식전일 텐데, 이리 와서 먹어요."     ​엘사가 수플레 팬케이크가 담긴 접시와 홍차 티팟을 아일랜드 위에 옮기고... 2 히히 2020.10.21 2129
197 Short Story 화해 생수     "저리 가."     안나는 여전히 뒷모습을 보인 채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기며 '나 아직 화났어'를 온몸으로 표현중이었다. 꺼져도 아니고 '저리 가'라니.... 1 ㅇㅅㄴㅂㅇ 2020.10.14 1675
196 Long Story Praying prey Q&A + 비하인드 설정 +@@ 개구리 2020.08.31 703
195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6 (完)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1 모카. 2020.08.13 869
194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5 - 下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모카. 2020.08.04 622
193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5 - 上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모카. 2020.08.04 868
192 Long Story 결혼 계약서(21) - 수위   안나의 말이 신호탄이 된 것처럼 두 사람은 거칠 것 없이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오랜 시간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향부터 음미하듯이 서로의 살 내음... ㅇㅇㅇㅇ 2020.08.04 3308
191 Short Story [오피스위크/수위] 너라면 괜찮아 원작 쥬미의 부탁으로 대신 올린거임 수위 *사수 안나, 부사수 엘사 *엘공 *오피스물이지만 오피스가 메인이 아닌 *떡단편픽 오피스위크길래 썼는데 오피스는 쬐... 케찹2 2020.06.28 3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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