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의 뱀과 거리의 개3.
하수구의 뱀과 거리의 개. 뒷뒷이야기.
엘사는 내비게이션에 표시되는 길을 따라 차를 운전했다. 목적지는 안나가 보낸 주소였다. 도착해보니 높은 담장이 둘러싼 곳이었다. 차를 앞에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카메라라도 있는 것인지 거대한 철문이 열렸다. 천천히 열린 문 사이로 가려져 있던 풍경이 보였다. 별장 같은 구조의 2층 저택이었다.
길은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었지만, 엘사는 일부러 문 앞 한 가운데에 가로로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 사이드브레이크 또한 끝까지 채워 올렸다. 재킷을 챙겨 입고 권총과 전기충격기가 놓인 보조석을 바라보았다.
엘사는 짧은 고민 끝에 권총을 재킷 안주머니에 넣어 챙겼다. 안에 장전된 총알은 딱 한 발이었다. 공포탄도 없이 실탄 한 발. 엘사는 티 나지 않게 옷을 여미며 차에서 내렸다. 저택으로 가는 길은 차를 탈 정도로 길었지만 걸어갈 수 있을 만한 거리였다. 엘사는 활짝 열린 대문 안으로 들어가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평평한 길을 따라 걸으며 주머니 속의 수갑을 찾아 만지작거렸다. 엘사가 영상의 마지막에 적혀 있는 주소를 발견한 건 닷새 전이었다. 처음에는 무시할 생각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안나 때문에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엘사는 형사이기 때문에 협박당한 적이 없지는 않았다.
붙잡은 용의자들은 쉽게 흥분하여 위협적인 말을 외쳐댔고, 어떤 날은 동료가 받았다며 칼을 들고 온 일도 있었다. 엘사 또한 망치를 들고 찾아온 이가 있었다. 그러나 안나는 달랐다. 안나는 조용했다. 그리고 치명적이었다. 안나가 가지고 있는, 메일로 보낸 영상은 엘사의 모든 것을 망쳐놓을 수 있는 치명적인 흉기다.
영상의 존재를 떠올리자 허리가 꼿꼿이 펴진다. 엘사는 제가 그 영상을 봤을 때 스스로 자위한 것을 떠올렸다.
‘미친년…’
엘사는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생각을 바꿨다. 안나는 왜 조용할까? 엘사는 안나가 생각보다 조용해서 더 불안했다. 영상이 담긴 메일을 받고, 영상의 마지막에 적힌 주소를 확인한 건 9일이 지난 뒤였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오겠다고 결심하기까지 5일이 걸렸으니 총 2주 동안 안나의 협박을 무시한 것이다. 그런데도 안나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여태까지 엘사가 안나를 쫓아다니면서 파악한 성격은 신중한 느낌은 아니었다.
엘사가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긴 사이, 저택의 문 앞에 도착했다. 엘사는 이번에도 열리려나 잠시 기다리다가 열리지 않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택의 안은 평범한 별장 같았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거실 옆으로 바가 있었고, 위층과 연결된 계단이 한가운데 있었다.
엘사는 숨을 들이마시고 안으로 들어갔다. 터벅터벅 걸음을 조절하며 안을 둘러보는데, 정적을 깨는 외침이 들렸다.
“언니!”
계단 위에서 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사 언니 왔어? 앉아, 아무데나 앉아. 편하게. 누워도 돼. ”
말소리가 들린 곳에서 계단으로 내려오는 안나의 모습이 보였다. 엘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 주차된 차량이 없을 때부터 짐작했지만, 다른 사람이 더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왜 이제야 왔어?”
“보고 싶었나 봐?”
안나는 보라색 티셔츠와 흰색 운동복 바지를 입고 맨발로 계단을 내려왔다. 엘사는 수갑을 꺼내 손에 쥔 채로 안나에게로 향했다.
“그럼~. 엄청~보고 싶었지~. 우리 존나 섹시한 아렌델 언니. 몸정이라는게 진짜 있더라고. 존나 시도 때도 없이 보고 싶고, 생각나고. 그치?”
안나가 능청 부리며 엘사를 도발하는 사이, 엘사는 걸어오는 중간에 놓인 소파에 재킷을 벗어 걸쳐놓고 안나를 바라봤다.
“그럼 보러 오지 그랬어? 나 일하는 곳 다 알면서?”
“가면 만날 수는 있고? 맨날 외근에 야근에…, 존나 피곤하게 살던데? 공무원들은 다 그래?”
“돈 받는 일인데 열심히 해야지. 너처럼 남의 등쳐먹고 약 팔고 다니면서 벌기엔 찌질하잖아?
”크흐흐, 시발. 한 마디도 안 지네? …씨발, 개좋아.“
안나가 작게 중얼거렸지만, 둘만 있는 공간에선 묻히지 않고 들렸다.
”그렇게 지랄했다가 내가 삔또 상하면 어쩌려고 그래? 어쩔 줄 알고?“
”뭐, 해보시던가.“
안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접촉하는 정도일 것이다. 영상을 공개하는 순간 그 카드는 더는 의미 없어질 테고, 그러면 안나는 엘사를 죌 목줄이 사라진다.
안나와 엘사의 거리가 몇 미터 되지 않았다. 엘사는 긴장했다.
”이렇게 드센 줄 몰랐네. 존나 질질 싸는 암캐인 줄로만 알았는데. 기억나지?
천천히 한 계단씩 내려오던 안나와 설전을 벌이던 안나가 손에 쥔 리모컨을 누르자 엘사의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거친 숨소리였다. 엘사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보았다. 거실에 놓인 빔프로젝터의 화면에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창에서 들어오는 빛 때문에 흐리게 보이긴 하지만 엘사도 이미 알고 있는 영상이었다. 거침 숨소리 사이에서 안나의 말소리와 엘사의 신음소리가 섞여 들렸다.
“뭐 하자는 거지?”
“즐거웠던 추억을 되새기자는 거지.”
“추억? 넌 억지로 당한 걸 추억이라고 하나 봐? 내가 하나 새겨줘?”
“꺄, 그럴 줄 알고 이미 준비했지~.”
안나는 셔츠를 위로 들어 올리며 자신의 맨가슴을 보여주더니 가슴을 주무른다. 혓바닥을 내밀고 입꼬리를 올려 엘사를 놀라던 안나가 걸음을 멈추고 손가락으로 허공에 피스톤 질을 한다.
“기억나지? 존나 박혔던 거. 프흐흐….”
안나가 멈춘 곳은 계단이 끝나기 세 칸 전이었고, 엘사가 걸음을 멈춘 곳은 계단에서 두 걸음 떨어진 곳이었다. 대화 사이사이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엘사의 신음이 공간을 채웠다. 엘사는 수치심을 미뤄두고 안나에 집중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안나는 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경계하는 엘사를 지나쳐 미니 바에 들어간 안나는 익숙하게 술과 잔을 꺼냈다. 주먹만 한 고블릿 두 잔에 위스키를 가득 따른 안나는 하나를 엘사 쪽으로 밀어주었다.
“언니는? 위아래 세트로 준비했어?”
“아니, 이것만 준비했는데?”
엘사는 쥐고 있던 수갑을 들어 흔들었다. 안나는 웃으며 무시하고는 술을 들이켰다. 한 번에 잔에 담겨있던 술이 전부 사라졌다. 안나는 완전히 비어버린 잔에 다시 한번 술을 채우며 말했다.
“백금이야? 나 쇠독 있는데.”
“네가 찰래?”
“벌써 구속플? 너무 빠른데? 아, 아니다. 우리 이미 구속플은 했지?”
“구속은 맞는데, 플레이는… 하, 시발. 그만하자. 손 줘.”
안나는 들고 있던 술을 다시 마시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하…, 나는 언니랑 하고 싶은데.”
“죗값 치르고 나오면 박아는 줄게.”
“와 씨발!”
안나는 술병과 잔을 쾅 소리 나게 바 테이블에 내려두고 엘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엘사는 물러서지 않고 안나의 말을 받아쳤다.
“그거 내가 존나게 손해 아니야?! 왜 언니는 언니 좋은 것만 하려고 해?”
“하, 뭐라는 거야…. 시발.”
안나가 가까이에 서서 엘사의 어깨에 손을 올려두고 빈정거리자 엘사는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안나는 풉, 하며 웃더니 엘사의 어깨에 매달려 몸을 굽혀 폭소를 터트렸다.
엘사는 안나에게 휩쓸리지 않고 안나가 자신의 어깨에 올려둔 오른손을 잡고 수갑을 채웠다. 한쪽이지만 엘사에게 붙잡힌 안나는 수갑을 보더니, 눈을 굴려 엘사를 바라봤다. 안나가 씩 웃었다.
“근데, 언니. 난 봤다?”
“뭐?”
엘사는 여태까지의 대화의 흐름과 다른 낌새에 안나를 경계했다. 안나는 리모컨을 들어 엘사의 얼굴 가까이 들이밀었다. 안나가 버튼을 누르자 시끄럽던 영상이 조용해진다. 아니, 다른 영상이 재생된 듯 다른 잡음이 들렸다.
“내가 보내준 걸로 자위했더라? 마스터베이션.”
엘사가 뒤돌아 영상을 확인하니 자신의 모습이었다. 엘사가 당황한 모습을 틈타 안나가 손에 든 것을 놓아버리고 팔을 휘둘러 엘사의 손을 쳐내었다. 그리고 주먹을 엘사를 향해 휘둘렀다.
“그것도 두 번이나! 씨이발,큭크,칵.”
엘사는 자신의 얼굴로 향하는 주먹을 가까스로 피했지만, 다음 공격은 피하지 못했다. 안나의 발재간에 넘어가 바닥을 구른 엘사는 재빨리 팔을 교차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달려드는 안나의 다리를 막았다. 다시 발을 움직여 엘사를 밟으려 안나가 주춤거리는 사이 엘사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나는 한쪽 팔에 채워진 수갑을 잡아 뜯으려 했지만 가능할 리 없었다. 수갑은 인터넷에서 파는 플라스틱 수갑이 아니라 공무용 진짜 쇠고랑이다. 엘사는 안나가 한눈판 사이 안나에게 달려들어 태클을 걸었다. 뒤엉킨 둘이 소파 위로 쓰러지며 거실 한가운데로 굴러떨어졌다.
“아 씨발! 타임!”
엘사는 안나의 외침을 무시하고 안나의 팔을 붙잡고 제압하려 했다. 하지만 전에 느꼈다시피 안나의 힘은 강했다. 엘사는 자신이 누르고 있을 때 안나의 수갑을 마저 채우려 했지만, 엘사의 의도를 눈치챈 안나의 움직임에 실패하고 말았다. 우위에 있을 때 한 대라도 때려야겠다 싶은 엘사가 안나의 뺨을 갈겼다.
“씨발!”
안나의 외침에도 엘사는 연이어 안나의 뺨을 갈겼다. 결국 안나가 엘사를 밀고 일어서려 하자 엘사는 넘어지기 전에 안나를 놓아주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안나의 허리에 발차기를 날렸다.
발차기에 맞은 안나가 다리를 붙잡자 엘사는 본능적으로 다른 다리로 안나의 다리를 밟았다. 혹시 몰라 단단한 등산화를 신고 온 엘사는 안나의 짜증 섞인 비명에 보람을 느꼈다. 안나는 엘사의 다리를 놓아주었고, 엘사는 다리가 풀려나자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며 안나를 경계했다. 안나가 바닥에 앉아 엘사를 보며 외쳤다.
“이 씨발! 언니! 언니!! 섹스하러 온 거 아니었어?”
“응. 아냐. 너 잡으러 온 거야.”
“씨이팔…, 언니! 씨발! 이게 뭐야!”
안나가 악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나의 코에서 코피가 흘렀다. 안나는 손으로 만져보더니 피를 확인하고 욕을 하며 코를 손으로 눌러 막았다. 그 모습 옆으로 엘사의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씨…, 솔직하게 굴자. 응? 존나 좋았잖아! 존나 딸까지 쳤으면서!”
“그래, 솔직하게. …저건 어떻게 찍었어? 해킹한 거야?”
“하…. 언니. 그게 지금 할 말이야? 분위기 파악 못 해?”
안나가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엘사를 바라봤다.
“솔직하자며? 다른 거 듣고 싶어? 하나 더 있는데.”
“뭔데?”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당신이 한 발언….”
엘사는 말하는 와중에 달려든 안나에 의해 말을 멈췄다. 안나의 주먹을 피하려다 소파에 걸려 그 위로 쓰러진 엘사의 위로 다시 안나가 올라탔다. 안나는 단순하게 엘사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그런 거 말고! 우리 즐거운 거 하자고! 어?!”
엘사는 안나의 손을 붙잡고 떼어내려 했지만, 안나의 악력은 상당히 강했다.
“언니는 내가 좋잖아. 그때 존나 흥분했잖아. 개꼴렸잖아. 응?”
안나는 엘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엘사에게 보이는 안나의 얼굴은 피투성이에 제정신이 아닌 모습이었다.
“씨발,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안나의 손이 더욱더 강하게 엘사의 목을 쥐었다. 엘사 또한 안나를 밀어내는 힘이 강해졌다. 둘의 힘 싸움은 엘사의 손이 풀리는 것으로 끝났다. 안나는 엘사의 저항이 줄자 목을 죈 손을 풀어 숨 쉴 수 있도록 했다.
“숨 셔. 하…, 시발.”
안나는 여전히 엘사의 위에 올라탄 채로 엘사의 뺨을 두드렸다. 가볍게 톡톡 두드리던 안나는 갑자기 세게 내려치기 시작했다.
“아까, 시발!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엘사는 겨우 팔을 들어 얼굴을 보호했다. 그러자 안나의 손이 멈췄고, 안나는 두 손으로 엘사의 두 손을 잡고 위로 향하게 들었다.
엘사는 뺨을 맞으며 입 안이 터졌음을 느꼈다. 피가 입 안을 적시며 쇠 맛이 느껴진다. 눈앞에는 안나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둘은 잠시 숨을 고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진짜 섹스 안 할 거야?”
둘의 정적은 안나의 말로 끝났다.
“좆같은 개소리좀 그만해….”
“시발, 내가 언니 보려고 뭘 포기했는지는 알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시발…. 한 마디도 안 져….”
안나가 엘사의 팔을 붙잡아 눌렀다. 그리고 몸을 굽혀 엘사의 입에 키스했다. 엘사는 깨물어주려 하다가 오히려 제 혀가 깨물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엘사는 가만히 안나의 뜻을 따라 혀를 움직였다.
안나의 움직임 사이사이에 숨을 고르던 엘사는 안나가 떨어지자 숨을 들이마시며 안나를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 늘어진 침이 끊어지며 엘사의 볼에 떨어진다.
“아까, 한 말 진심이야.”
“응?”
“죗값 치르라고.”
“허.”
안나가 엘사를 바라보았다. 안나는 아까 엘사가 한 말을 떠올렸다. 죗값을 치르고 나오면 박아는 주겠다는 빈정거림을 말하는 것이었다. 안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엘사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엘사의 손가락을 쥐고 입에 넣고 빨고 혀로 쓸어올렸다.
“존나 가늘은데 길쭉해서 맘엔 드네.”
“…미친년.”
안나는 엘사의 위에서 내려왔다. 소파 옆으로 앉은 안나는 킁 하더니 얼굴에 난 피를 닦았다. 엘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나를 바라봤다.
“…늦었어. 나 이제 여기 뜰 거야.”
“하, 누가 보내준대?”
“응. 누가 보내준다더라. 외국으로.”
엘사는 안나의 수갑 한쪽을 잡았다. 안나가 바라보는 사이, 엘사는 수갑을 자신의 왼쪽 손목에 찼다.
“손목 짤리고 싶어?”
“잘라 보시던가.”
안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실실대더니 엘사에게로 다가갔다. 앉아있는 엘사의 위에 올라타 엘사의 얼굴을 붙잡았다. 그리고 엘사의 입에 키스했다. 아까보다 긴 키스가 이어졌다.
“그냥 같이 갈래? 내가 밥도 주고 집도 줄게. 섹스도 하루 세 번….”
“…미친 소리 하지 마.”
“이렇게 맞는 사람 찾기도 힘들잖아. 언니도 그때 솔직히 좋았지? 몸은 거짓말 못 해.”
“하….”
안나는 엘사의 머리를 감싸 안고 매달렸다. 엘사는 눈을 감고 한숨을 쉬는데, 안나가 움직였다, 안나는 바지를 내려 엘사의 얼굴 앞에 자신의 아래를 들이댔다.
“하자.”
안나는 수갑을 나눠 찬 엘사의 손을 잡고 자신의 아래, 갈라진 사이에 오게 했다.
“…너 진짜 제정신 아니구나.”
“그런 편이야.”
엘사는 안나의 허리를 붙잡고 아래를 파고들었다. 사이에 있는 돌기를 누르고 손가락을 움직여 자극하려는데, 안나가 허리를 내밀고 엘사의 머리를 눌렀다.
엘사는 결국 입으로 안나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혀로 핥으며 손가락으로는 살을 파고들었다. 엘사는 자신의 것에도 익숙하지 않았는데, 안나는 그 서툰 손길도 마음에 들었는지 엘사의 머리를 꾹 누르며 재촉했다.
어느 순간 목이 아파진 엘사는 안나의 허리를 붙잡고 소파에 눕혔다. 순순히 물러난 안나는 다리를 벌려 엘사를 환영했다. 수갑이 불편해진 엘사는 다른 손으로 안나의 아래를 왕복하고 수갑을 찬 손으로는 안나의 허벅지를 눌렀다.
엘사가 만지기 전부터 젖어있던 안나의 아래는 몇 분 지나지 않아 절정을 느꼈다. 엘사의 손이 빠져나가자 안나는 젖은 손을 잡고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혀로 닦아주었다. 엘사는 그 모습에 자신이 흥분하는 것이 느껴졌다. 안나 또한 엘사의 발정을 눈치채고 엘사의 허리춤을 붙잡고 바지를 벗기려 했다.
“하지 마.”
“꼴린 거 아냐?”
“아니야.”
“맞는데.”
“아니.”
“흠….”
엘사는 안나의 바지를 올려 입히려 했다. 어쨌든 이러고 차까지 갈 수 있으려나. 안나가 순순히 잡혀주려나. 갖은 생각을 했다.
“무슨 생각해?”
“너를 어떻게 서까지 데려갈까 하는 생각.”
“기절시키지 않는 이상 어림없지.”
“기절시키면 가 줄 거야?”
“뭐로 가버리게 할 건데?”
엘사는 재킷에 있는 총을 떠올렸다. 차라리 전기 충격기를 챙길걸. 후회했다.
“또 할까?”
“안돼. 이제 비행기 시간 다 됐어.”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안나의 말에 대답했다. 엘사는 갑자기 등장한 여자의 존재에 당황해서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계단 쪽에서 검은 머리의 여자가 내려왔다. 선글라스를 낀 여자는 검은 정장 안에 꽃무늬 셔츠를 입고 가방을 들고 있었다.
“누구야?”
“아, 언니.”
“언니? 뭐야, 언제부터…,”
“처음부터 있었을걸? 그치?”
“옷이나 제대로 입어.”
“처음부터?”
“아직 설득 못 했는데.”
“타임 오버야. 가자.”
안나가 태연히 대답하자 엘사는 여자의 정체를 따져 물었다.
“언니, 나 이 언니랑 못 떨어지는데?”
“하….”
안나가 수갑을 찬 팔을 들며 말하자, 한숨을 쉰 검은 머리의 여자는 들고 있던 가방에서 칼을 꺼냈다. 칼집을 벗겨 가방 위로 던진 여자는 안나와 엘사에게 다가왔다.
“움직이지 마.”
엘사에게 칼을 들이밀며 여자가 경고했다. 엘사는 뭘 하려나 싶어 바라보는데, 여자가 칼을 거꾸로 쥐어 엘사의 허벅지를 내려찍었다. 순식간에 여자가 칼을 비틀어 바로 빼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엘사는 칼의 날카로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상처를 눌렀다.
“뭐야, 시발!”
안나가 여자에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여자는 안나가 달려들 것을 예측했는지 손으로 쳐내며 막았다. 안나의 움직임에 엘사의 몸이 휘둘렸다. 엘사는 몸이 움직이자 상처가 벌어져 인상을 찌푸렸다.
“얌전히 있어. 안나. 살려주려는 거니까.”
안나는 씩씩대며 여자를 지켜보았다. 여자는 안나와 엘사 둘이 차고 있던 수갑을 잡고 바닥에 두더니 수갑의 연결 부분 위로 칼을 올려두고 그 위를 발로 밟았다. 그 힘에 결국 쇠고리가 부서졌다.
“옷 입고 차에 가 있어.”
“ ….”
안나는 불만인 듯 부루퉁하게 여자를 바라봤다. 엘사는 찔린 다리를 움직여서라도 안나를 붙잡으려 했지만, 여자는 수갑을 자른 칼을 엘사의 목에 겨누고 있었기에 움직일 수 없었다.
“약속했잖아. 안나.”
“…알았어.”
안나가 뒤돌아 계단 위로 사라졌다. 여자는 안나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엘사를 바라봤다.
“얌전히 있을 거면 지혈해 줄게. 형사님.”
선택지가 없는 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칼을 치우고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쭉 찢더니 엘사의 허벅지를 지혈했다. 여자는 천으로 엘사의 두 손을 묶더니 엘사를 둘러업고 밖으로 향했다. 엘사가 걸어 올라온 길을 되돌아 걸은 여자는 엘사를 차 본넷에 내려놓고는 손을 풀어주었다.
“이제 따라오지 마세요, 형사님.”
내려오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은 여자가 마지막 말을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열려있던 대문이 닫혔다.
그렇게 엘사는 안나를 놓쳤다. 완전히 실패했다. 손으로 얼굴을 쓸어올리는데, 안나의 냄새가 남아 코를 자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