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2022.10.08 11:39
[재업]뱀파이어 엘사랑 늑대인간 안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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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0년 전에 동상에 걸려 죽어가던 인간 엘사,
뱀파이어화 시켜 살려놓았더니 죽어도 사람 피 빼먹는 짓은 못한다고 거부해서 죽지도 못하고 항상 비실비실하다.
인간사냥 하고 돌아온 다른 뱀파이어들을 살인자, 학살자라며 혐오해대니 모체 뱀파이어가 고마운 줄 모르고 주제 파악 못한다고 극대노해서 뱀파이어 가문에서도 버려진 신세겠지. 그래서 엘사는 뱀파이어화 이후 얻은 능력과 가짜 신분으로 인간들 틈바구니서 일하며 돈을 모음.
그렇게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부패한 담피르(뱀파이어와 인간 사이 혼혈) 의사와 결탁해서 혈액팩을 빼돌림 그것도 시간이 지나 폐기해야 하는 혈액팩 이런 것들만... 피를 너무 안 마시면 갈증에 눈이 돌아서 대량학살 할까봐 최소한만 섭취하는 거.
그렇게 근근히 삶 같지도 않은 삶 살며 인간들에게 피해 안 끼치기만 바라보고 사는 엘사였는데...
어느날 일 끝나고 자신의 반지하 집에 돌아가니 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친인간 진영인 늑대인간 무리가 반인간 진영인 뱀파이어들을 사냥한다더니 기어코 여기까지 들이닥친 거야.
다른 뱀파이어들은 인간을 죽이고 다닌다지만 자기는 인간 안 죽이니까 억울할 법도 한데 엘사는 그래 계속 이런 식으로 불안에 떨며 살 거 죽음이라도 선물받자 하는 마음에 능력도 쓰지 않고 터덜터덜 늑대굴이 된 자신의 집으로 걸어감.
추위를 느끼지도 못하지만 벽난로를 켜고,
카우치에 앉아서 스툴에 발을 얹고,
테이블 위에 널부러진 혈액팩을 꿀꺽꿀꺽 마신다.
그러면 파란 눈이 붉게 변하고 시체처럼 창백해서 거의 푸른빛이 도는 피부에 약하게 생기가 돌겠지. 피를 취할 때 느껴지는 쾌감에 미약하게 신음을 흘리면,
어느새 제 바로 뒤에서 훅 끼쳐오는 늑대인간 특유의 냄새.
"빨리 끝내줘. 보다시피 이게 마지막 혈액팩이었거든."
덤덤하게 말하고서 눈을 감았는데, 온 몸이 찢어발겨질 거라 생각한 것과는 달리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생각보다 더 인간 같아서 망설이는 건가?
"나도 이렇게 사는 거 지긋지긋하니까 빨리 해치우고 다른 뱀파이어한테 가봐. 좀 버둥거려도 숨이 끊기면 고마워할 거야. 장담해."
"뭐야..."
적잖이 당황한 목소리가 생각보다 앳되어서 슬쩍 파랗게 돌아온 눈을 뜨니 목소리만큼이나 어리게 생긴 붉은 머리 늑대인간 소녀. 엘사는 저 새끼늑대가 뱀파이어 사냥에 처음으로 나선 신참이라는 걸 단번에 알았어.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무방비한 모습으로 적의 앞에 나타나진 않을테니.
"아직 어려서 마음이 여린가?"
"안 어리거든! 성년도 지났어!"
꼴을 보아하니 성인식 개념으로 보낸 것 같았지. 늑대인간 성년이 몇 살이더라... 열여덟인가? 그래 나보다 한... 이백살 정도만 어리겠네.
심드렁한 눈으로 보고 있자 저도 부끄러운 걸 알았는지 횡설수설 변명을 해댄다. 그, 그게 방금은 어린애처럼 말한 게 아니라, 아니 그렇게 말한 적도 없지만, 젠장 이건 왜 말한 거야, 그러니까 내가 너를 신경 쓰는 게 아니고...
기한이 지난 혈액팩, 개중에서도 끝의 끝까지 남아있는 걸 마신 터라 효과가 그리 오래 가진 못했지. 급격하게 피곤해져서 카우치에 더 몸을 파묻었어. 어려서 그런지 쫑알쫑알 말도 많네.
"야, 너 내 말 듣고 있어?"
"들으라고 하는 거였어? 그래그래. 네가 말 많은 아가씨라는 건 잘 알겠으니까 여기까지 왔으면 해야 할 일을 해."
"진짜 안 듣고 있었네. 내가 여기에 온 건 너를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너를 살리려고 온 거야."
"... 뭐?"
그제서야 말이 통한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 안나가 설명했지.
"그동안 우리가 너무 힘만 빼고 지내지 않았겠어? 어차피 너네나 우리나 잘 안 죽는 건 매한가지고, 인간이랑 같이 살아야 하는 것도 맞잖아. 물론 우리는 인간한테서 먹을 걸 얻는 반면에 너네는 인간을 먹는다는 게 문제지만..."
"그 부분은 나한테 해당사항이 없는데, 혹시 모르고 있으면 알아둬."
"그래, 엘사. 너 같은 뱀파이어도 있지. 말하자면 착한 뱀파이어랄까? 다 알고 찾아왔어. 너네가 우리더러 맨날 무식한 개라고 멸칭하곤 하지만 우리도 꽤 똑똑하거든. 정보원들이 쫙 깔려있단 말이지. 덧붙이자면 개가 아니라 늑대니까 그런 이름으로 날 부르지 말아줬으면 해."
말. 정말. 많네.
슬슬 머리가 아파서 엘사가 없는 힘 끌어모아 확 소리를 질렀어. 본론만! 얘기해.
"아... 맞아, 너 맨날 상한 피만 먹어서 피곤에 찌들었다고 그랬지. 이건 사과할게, 내가 횡설수설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말하는 버릇이 있어서 말이야. 인지는 하는데 생각대로 잘 안 고쳐지더라고. 잠깐, 방금도 그러고 있었네. 으, 미안해. 그러니까 본론만 얘기하자면,"
너 내 피 마셔.
그리고 정말 기쁜 일이라는 듯 활짝 웃는 새끼늑대를 보니 머리가 두배로 아파왔어. 이건 또 무슨... '개'소린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봐봐. 너네가 우리를 잘못 죽이는 원인이 뭐야?"
"그런 거에 관심 없어."
"맞네, 너는 엘사니까. 그럼 내가 답을 말해줄게. 우리가 회복능력이 미친 수준이라 그런 거야. 말 그대로 상처가 나는 순간 바로 낫기 시작한다니까?"
"그래서 뭐, 내가 피를 마셔도 그만큼 피가 돈다는 거야?"
"그렇지! 역시 뱀파이어들은 똑똑해. 물론, 늑대인간들도 똑똑하지. 다른 방식일 뿐이라고 생각해."
지금 와서야 저걸 새로운 의견이라고 내놓는 꼴을 보니 역시 '무식한 개' 소리를 듣는 이유가 있네.
저런 의견은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진영에서 한동안 나왔던 의견이었겠지. 천년 넘게 살아온 원로 뱀파이어들이 쓴 역사서에도 나와있었고. 다만 서로 사이가 너무나 안 좋고, 인간이면 몰라도 뱀파이어들은 늑대인간 특유의 체취를 역하게 느끼기 때문에 성립이 불가능했던 거야.
게다가 뱀파이어가 늑대인간 피를 빨아서 탈이 없다는 보장도 없었어. 그런 시도를 한 박쥐나 늑대들은 죄다 죽었으니까.
무엇보다도, 둘의 가치관 차이가 너무 났어. 흡혈행위란 단순히 배를 채운다 같은 개념이 아니고 놀이이자 섹스에 버금가는 행위였어. 인간의 피가 주는 쾌락은 뱀파이어에겐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지.
늑대인간 측에서는 그런 뱀파이어에게 피까지 먹여서 살려봤자 어차피 기운 내서 인간 죽이러 가는 거니까 적에게 무기를 쥐어주는 꼴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힘은 들더라도 정기적으로 뱀파이어 사냥에 나서는 방향으로 꾸준히 결론이 난 거지.
"저기."
"안나. 내 이름, 안나야."
"... 그래, 안나. 그런 얘기가 여태까지 한 번도 안 나온 줄 알아? 다 이유가 있어서 안 하고 있는 거야. 보아하니 성년이랍시고 멋대로 쏘다니나 본데..."
"나도 그거 다 알고, 우리 대장도 허락했어. 지금 다른 늑대들도 너 같이 착한 뱀파이어들한테 찾아갔을 거야."
"그런 애들 없을 텐데."
"그래, 너한테만 왔다. 됐어? 아무튼! 너 아까도 상한 피 마셨지? 배고프잖아, 빨리 내 거 마셔."
안나가 제 소매를 휙 걷어서 손목을 엘사에게 내밀었어. 엘사가 인상을 팍 찡그리면서 고개를 돌렸지. 윽, 개 냄새...
"개 아니고 늑대라고!"
"늑대가 개과잖아. 그게 그거지. 그리고 진짜 개 냄새 나거든?"
"나 매일 샤워해. 냄새 안 날 텐데.."
"개, 아니 늑대들은 그냥 다 그 냄새 나. 씻든 어쩌든 상관 없어."
팔을 들어서 킁킁대며 스스로 냄새 맡는 새끼늑대의 꼴이 다른 그 무엇보다 개의 그것처럼 보여서 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 안나는 흠... 하고 고민하는 티를 내며 생각을 길게 하더니 이내 뭔가가 떠오른 듯 빙긋 웃었어.
곧 엘사의 테이블 위 빈 혈액팩 옆에 쓰러진 유리잔 중 하나를 집어들더니 바닥으로 던졌지. 엘사가 놀라서는 피 안 마신다고 협박이라도 하는 거냐며 볼멘소리를 냈어.
그러나 안나의 다음 행동을 보고서는 그저 놀라서 굳을 수밖에 없었어.
안나가 깨진 조각을 들어 스스로의 팔을 그었던 거야. 꽤 깊게.
점점 피냄새가 엘사의 후각을 잠식하기 시작해. 늑대 냄새 같은 건 신경 쓸 틈이 없었지. 박동하며 쏟아지는 신선한 혈액이 여기 있잖아.
아주 오래 전부터 해결되지 못한 채 지연되며 쌓이기만 하던 갈증이 온 감각을 지배해. 정신이 아득해지고 오로지 붉은 피만이 시야를 점령하지. 달콤한 피 냄새가 코를 타고 폐부로 넘어가면 저도 모르게 헉헉대는 숨소리를 내기 시작해. 눈동자가 다시 빨갛게 변하고, 송곳니가 솟아올라.
엘사가 카우치에서 몸을 일으켜서 피가 솟아나는 곳으로 향했어. 저는 아주 느리게 걸어갔다고 느꼈지만, 안나의 입장에선 눈 깜짝할 새였지. 결국 꿍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 안나가 중심을 못 잡고 뒤로 넘어져. 안나는 카페트에 누워있었고, 엘사는 그 위로 비스듬히 엎어져선 안나의 손목만 붙잡고 있는 모양이었어.
그리고 안나의 말이 거짓이 아닌듯 벌써부터 아물어서 피가 멎으려 하는 상처 위에 송곳니를 콰득 박아넣고 솟아나는 혈액을 마시기 시작했지.
"우와아악!! 이거 진짜 아프네!! 우와, 생각보다 더 아파!!"
살을 뚫고 동맥까지 파고드는 송곳니에 화들짝 놀란 새끼늑대가 버둥대면서 고통을 호소하지만 엘사는 흡혈행위에 집중할 뿐이었어.
과연 늑대의 피는 따뜻했어. 물론, 갓 나오기 시작한 인간의 피도 따뜻하지만 늑대는 기본적으로 체온이 높으니까 뜨겁다에 더 가까울 거야. 게다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늑대치고 맛도 향도 훌륭했어. 늑대 서식지인 숲의 풀 내음이 은은한데 맛은 달달하니 숲 속의 열매를 따먹는 느낌이 나기도 하고, 건강해서 피 특유의 철분 냄새가 강렬해도 비리지 않고 신선하다는 느낌만 줄 뿐이야.
마시는 족족 새로운 피를 만들어내는 탓에 그야말로 '뿜어내는', '범람하는' 양에 엘사가 정신없이 받아먹기 바빴지. 신선한 피를 마시니 느껴지는 쾌감의 정도도 엄청났어. 되는 대로 신음을 흘리면서 끙끙대며 받아내지만 정신이 몽롱해. 맞닿은 몸 덕에 늑대 특유의 빠르고 힘찬 심장박동이 느껴져서 더욱 흥분을 불러 일으켰어.
안나는 피를 마시는데 허겁지겁이라는 느낌이 날 수도 있는 것에 신기해하며 어, 어 그래. 많이 먹어... 하고 포슬포슬해 보이는 백금발을 슬쩍 쓰다듬었어. 오, 부드럽다. 감탄도 잠시, 제 위에서 신음을 흘려대는 뱀파이어 때문에 민망해져서 눈을 돌려 벽난로만 바라보다 흘끗흘끗 엘사를 훔쳐봐.
왜, 왜 이런 소리를 내지...? 으악 왜 왜 그렇게 움직이세여... 갓 성년이 지난 새끼늑대는 흡혈행위에 성적쾌감이 있다거나 그 자체에 성적인 의미가 있다는 걸 몰랐거든.
엘사가 자그마치 이백년 동안이나 신선한 피를 고사해온 덕분에 흡혈은 끝날 줄을 몰랐어. 자칫 인간을 대량학살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가능성 높은 일이었던 거지. 그러다보니 늑대의 '미친 회복력'에도 안나의 머리가 띵 하니 아프기 시작했어.
게다가 몸을 떨면서 쾌락에 젖은 뱀파이어의 모습을 보기가 너무 힘들고 그래서인지 저도 몸이 이상한 것 같았단 말이야. 덥기도 하고 숨도 턱턱 막히는 거 같고 뭔가가 찌릿찌릿한 것이 다리 사이를 비비적대게 되고... 물론 흡혈 당하는 쪽도 성적쾌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었지만 그걸 알고 있을리가 없지.
얼굴이 붉어진 안나가 엘사를 헥헥대는 숨으로 슬쩍 밀어내면서 "나 이제 머리 아픈 것 같은데..." 하면 엘사가 드디어 처박았던 고개를 들고 안나를 쳐다봐.
다 풀린 붉은 눈과 부어오른 채 벌어진 입술, 입가에 흘러내린 피조차 징그럽지 않고 색정적이기 그지없었어. 안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고 눈을 피했지.
"... 미안."
점점 정신을 찾은 엘사가 손으로 피를 슥 닦으며 말했어. 낮게 잠긴 목소리가 꽤나 야하게 들렸기 때문에 안나한테 도움은 못 됐지만.
아직 울컥울컥 솟아나는 피를 보며 입맛을 다신 엘사가 혀로 슬쩍 핥자 안나가 깜짝 놀라서 몸을 파드득 떨어. 엘사가 웃음을 터트리고 이제 그만 먹을게, 놀라지 마. 하고 상체를 일으켜서 바닥에 앉아.
안나에게 손을 내밀자 맞잡는데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느낄 틈이 없었지만 체온이 꽤나 뜨거워. 그리고 안나도 엘사의 꽤나 차가운 체온에 놀란듯 했지. 그러다 서로 놀란 눈을 뜬 걸 보고서 민망하게 웃고 드디어 바닥에서 몸을 일으킬 거야.
"어때, 좀 괜찮아?"
"건강해진 기분인데."
엘사가 어깨를 한 번 돌려보고 다리도 한쪽씩 들어본 뒤에 말했어. 확실히 힘이 솟고 기분도 안정된 느낌이야. 겉으로 보기에도 피부에 생기가 돌았어. 드디어 시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 같았지.
"그거야! 내 작은 실험이 성공으로 결과가 나오다니..!"
... 실험?
아까는 분명 늑대 우두머리한테 허락을 받고 왔다고 했는데, '임무' 같은 게 아니라 '내 작은 실험'이라니? 이상하잖아. 엘사가 추궁했어.
"너 아까 거짓말한 건 아니지?"
"아... 하하... 거짓말? 나 그런 거 못하는데... 그럴리가... 하하..."
"그래, 지금 그러는 거 보니까 확실히 못하는 거 같네."
우물쭈물 이어지는 안나의 설명을 들어보니 기가 막혔어.
안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늑대와 박쥐의 역사를 배우면서 그 둘이 상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엘사처럼 인간을 해치지 않는 뱀파이어도 있다는 사실이 그걸 증명하는 듯 했고. 그래서 꾸준히 방법을 모색하고, 실패원인에 대해서 연구했지.
그런 안나는 늑대 우두머리의 딸이었어. 이번에 성년을 넘긴 기념으로 회의에 참석했다지. 그런데 뱀파이어 사냥을 나서겠다는 말을 들었고, 그동안 의견이 여러차례 나온 '늑대가 박쥐를 먹여살리자' 안을 제시했는데, 다들 반대했대. 어느 뜻이 되건 간에 위험하다고. 그래서 안나가 홧김에 가출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엘사네 집에 처들어왔다는 거야!
"그러니까, 죽을지 아닐지도 모르는데 네 한 몸 바쳐서 뱀파이어가 살육자 집단이 아니란 걸 증명하러 왔다고..?"
"말하자면 그렇지?"
철이 없어도 너무 없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새끼늑대를 바라본 엘사가 허... 한숨을 쉬었어. 게다가 우두머리의 딸이라고?
"뭐 하나만 묻자."
"물어봐."
"너 처녀야?"
"그, 그런 걸 왜 물어...?"
안나가 뒷걸음질 치면서 옷을 다 입은 제 몸을 굳이 가렸어. 그러니까 맞다는 소리잖아.
좆됐네.
피를 그리도 빨아댔으니 섹스한 거나 마찬가진데, 그게 늑대 우두머리 딸이라고? 안나는 너무 어려서 그런 걸 모르는 듯 하지만, 그 늑대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러니까 자기 딸의 동정을 가져간 자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뻔 했어. 늑대 소굴로 찾아가든 어쩌든 해서 진작에 죽었어야 했는데.
"... 아까 피 빨 때 뭐 느껴진 거 없어?"
"되게 아팠지."
"그거 말고. 흥분된다거나, 쾌감이 느껴진다거나."
"그... 런 건 또 왜 물어보는데... 너 변태야?"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다, 너 흡혈행위란 게 성관계나 다름 없다는 말 안 들어봤어?"
... 뭐?
충격으로 사색이 되는 얼굴을 보고 있자 이쪽도 미칠 지경이야. 왜 늑대들은 성교육을 안 시키는 건데!
"그러니까, 네 말은, 방금 내가... 우리가..."
"섹스 한 거라고."
안나가 털썩, 또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어. 처, 처음이었는데... 그걸 박쥐랑... 엄마아빠 얼굴은 어떻게 봐... 그러다가 원망스럽게 엘사를 바라봐. 그걸 아는 네가 막았어야지! 엘사는 황당하단 얼굴로 말해. 나는 싫다고 했는데 네가 먼저 피 흘렸잖아!
안나는 다시 고개를 떨구고 한참을 생각에 잠겨. 엘사는 쟤 우나 싶어서 다가가는데 휙 고개를 든 안나가 결연한 얼굴로 그러지.
"받아들일게."
"혹시 늑대들은 정신적인 회복능력도 좋은 편이야?"
"그런 건 아냐, 자기야."
"... 뭐?"
"이렇게 된 이상, 우리가 사귀는 걸로 하자."
"내 의견은 어딨는데?"
"늑대 대장 딸의 첫경험을 가져가놓고 이대로 버리려는 거야? 우리 엄마랑 아빠가 가만있지 않으실텐데..."
그렇게 피 한 번 잘못 마셨다가 인생 꼬인 엘사... 아니, 선떡후연애 아닌 선흡혈후연애 하게 된 엘산나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