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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6 23:07

하수구의 뱀과 거리의 개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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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네요. 미스 그레이스. 차 바꾸셨어요?”

 

 

깔끔하게 입은 흰 셔츠와 반듯하게 다림질한 검은색 양복과는 어울리지 않는 베이지색 비니를 눌러쓴 남자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맞은편 의자에 앉아있던 그레이스라고 불린 여자는 마찬가지로 깔끔한 양복 차림이었지만 짙은 원색에 화려한 패턴의 셔츠가 강한 인상을 주었다. 같은 원단을 사용한 그녀의 셔츠 깃과 닿을듯한 짧은 그녀의 머리카락이 양쪽 귀 뒤로 넘겨져 왁스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아직. 다음 달에 출고 예정이야.”

“뭐로 바꾸셨어요?”

 

 

둘 사이에 놓인 테이블 위, 회색 서류 봉투와 같이 탁자 위에 놓여있던 접시에 담긴 초콜릿을 하나 집어 입에 넣어 우물거린 남자는 그녀가 어떤 차종을 선택했는지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그녀의 취향으로는 흔한 세단은 절대 타지 않을 것 같았고, 주행감이 좋지 않은 SUV 또한 그녀의 취향이 아니었기에 어떤 차를 고른 것인지 조금 기대했다. 

 

 

“흰색.”

“아하, 차종은요?”

“오토.”

“와아…. 출고되면 한번 태워주세요.”

 

 

그레이스의 대답은 그의 호기심을 해결해주지 못했지만 남자는 눈치껏 더 물어보지 않았다. 어떤 차를 선택했는지는 나중에 직접 확인하면 될 일이었다. 그의 앞에 앉은 그레이스가 팔짱을 낀 것을 보고 그녀의 기분이 나빠지기 전에 빨리 본론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들고 온 가죽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그레이스에게 건넸다. 그레이스는 태블릿을 받아 화면을 켜고 원하는 서류를 찾아 파일을 열어보았다.

 

조직, 그러니까 그레이스가 속한 회사는 그녀의 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였다. 하는 일은 다양했지만, 물류와 수입이 주를 이뤘다. 초기, 그레이스의 고조부가 밀수로 시작한 사업이 3대인 그레이스의 할아버지 대에 어엿한 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물론 시작이 밀수인 만큼, 일반 기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가졌는데, 바로 불법적인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특별한 사업은 위험한 만큼 금전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큰 이득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회장, 그레이스의 할아버지는 회사가 성장했음에도 쉽게 포기하지 못했고 아들을 통해 은밀히 유지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레이스가 뒤를 이어 사업을 맡게 되었기에 필요할 때마다 이렇게 앉아 보고 받았다. 태블릿을 든 그레이스는 자세를 고쳐 앉아 내용을 확인했다.

 

 

“전에 타시던 차, 사신 지 1년 정도 되셨었죠?”

“그래.”

 

 

남자는 적막을 견디지 못해 스몰 토크를 재개했다. 매주 두세 번씩 그레이스를 만나는 남자는 조직에서 자주 그레이스를 만나는 사람이었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비슷한 나이이기에 조금 친밀감을 느꼈다. 그래서 조금씩 사적인 대화를 건네왔기에 이 정도는 그녀의 선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의 생각이 들어맞는 것인지 그레이스는 서류를 확인하면서도 그의 말에 건성이지만 대답해주었다.

 

 

“그런데 왜 바꾸시는 거예요? 파셨어요?”

“안나 때문에.”

“아가씨요? 아가씨가 사장님한테 차 선물하시는 거예요?”

“하.”

 

 

그레이스는 부럽다는 듯 말하는 남자의 어조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 안나가 부숴놨거든.”

“예?”

 

 

남자는 그레이스의 말을 다시 되뇌며 입을 열었다.

 

 

“차를 부쉈다고요?”

“그래.”

“왜요? 술 드…, 아니. 사고라도 나신 거예요?”

“…라이더.”

 

 

라이더라고 불린 남자는 그레이스의 말에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자리를 바르게 앉았다. 선을 넘었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이라도 거슬리지 않기 위해 깍듯이 대답했다.

 

 

“네. 사장님.”

“놀러 왔어?”

“죄송합니다.”

 

 

라이더가 조용해지자 그레이스는 태블릿 화면을 넘기며 내용을 확인했다.

 

 

“라이더. 아일 스트릿 상태가 왜 이따위야?”

“아 그쪽은….”

 

 

라이더는 보고받은 내용을 이야기하며 그레이스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그녀는 이해하는 듯 별 말없이 다음 내용을 확인했다. 그레이스는 라이더에게 몇 가지 더 확인한 후 펜으로 화면에 지시사항을 적으며 라이더에게 이야기했다. 그는 그레이스의 말을 경청하며 품에서 꺼낸 수첩에 따로 메모하였다.

 

 

“안나는?”

“아가씨에 관한 내용은 같은 폴더에 올려두었습니다.”

 

 

라이더는 얼마 전 해외로 출국한 안나 아가씨를 생각했다. 부회장님, 사장님과 아가씨의 아버지인 부회장님과 문제가 생겨 출국했다고 하셨지. 아가씨를 특별히 챙기는 사장님이기에 라이더는 지시받은 사항과 처리사항을 적어 정리해두었다.

그레이스는 라이더의 말에 다시 태블릿을 확인하였다. 잠깐의 정적 후 그레이스가 다시 말을 꺼냈다.

 

 

“그리고 또 다른 내용은?”

 

 

라이더는 그레이스가 무얼 원하는 것인지 눈치챘다. 기록에 담지 못할, 남아서는 안 되는 아가씨의 개인사를 말하라는 뜻이다. 폭력, 기행, 그 외 말하기 어려운 것들은 대체로 라이더의 입을 통해 따로 보고되었기에 그는 익숙하게 머릿속에 정리해두었던 내용을 읊었다.

 

 

“아가씨께서 숙소에 도착하시자마자 여자를 찾으셨다고 합니다. 준비된 여자 중 한 명을 지명하셨다고 합니다.”

“쯧. 그래서?”

“그게, 10분도 안 돼서 그냥 나오셨다고 합니다. 방도 깨끗했고요. 드디어 아가씨께서 성장하신 걸까요?”

 

 

라이더는 말을 할수록 높아지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라이더가 조직에 들어와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이 안나 아가씨의 행동을 보고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안나 아가씨는 이래도 되나 싶을 사고를 치고 다녔고, 보고는 아버지인 부회장님이 아닌 이복 자매인 사장님에게로 보고되었으며, 어떤 심한 일이어도 괜찮다는 듯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복 자매라는 사실을 알게 된 라이더는 사장님이 곧 동생을 청소하리라 생각했다. 불륜녀의 자식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소하기 위한 명분을 찾기 위해 아가씨의 행적을 확인하고 보고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추측했고, 라이더는 안나에게 경계심과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안나 아가씨가 여자와 잠을 잘 때에는 혀를 차는 정도에 그쳤지만, 약쟁이를 데려와 직접 약을 투여한 일을 알게 되었을 때는 안나 아가씨에 대한 보고도 이제 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사장님은 직접 방을 정리하며 안나 아가씨를 감싸주었다.

 

라이더는 자신의 사장님이 안나 아가씨를 내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안나에게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건 애정도, 우정도 아니었다. 드라마 속 인물을 향한 친근감에 가까울 것이다. 

 

 

“아가씨가 여자에게 가발을 씌우고 목을 졸랐다는 보고도 함께 받았습니다만, 때리지도, 잠자리를 가지지도 않으셨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아가씨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성장하신 걸까요?”

 

 

라이더는 막장 드라마의 사고뭉치 배역의 개과천선을 보는 것처럼 기뻐하며 보고했다. 그레이스는 그런 라이더의 모습에 속으로 혀를 찼지만, 마지막 말에는 동의했다. 안나는 변했다.

 

안나가 태어날 때부터 옆에서 봐온 그레이스는 안나의 변화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알 수 있었다. 안나의 이가 흔들릴 때도, 첫 생리를 시작할 때도 전부 옆에 있었고, 본인보다 더 빨리 안나의 상태를 눈치챘었다. 그래서 그레이스는 현재 안나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원인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여자 사진은?”

“아가씨께서 데리고 들어갔던 여자요?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보고드릴까요?”

“그래.”

 

 

라이더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가서 전화를 걸었다. 그레이스는 태블릿 안에 있는 안나에 대한 소식을 읽으며 기다렸다.

 

 

“미스 그레이스. 사진을 받았습니다. 지금 확인하시겠어요?”

 

 

라이더는 이야기 속의, 안나가 선택했지만 10분 만에 쫓아낸 여자의 사진을 화면에 띄워두어 핸드폰을 건넬 준비를 마치고 그레이스를 불렀다. 그레이스가 라이더에게 손을 내밀자 라이더는 핸드폰을 건넸다. 여자의 신분증 사진이었다. 그레이스는 여자의 눈매가 얼마 전 안나가 만난 형사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쯧. 그레이스는 혀를 찼다. 가발을 씌웠다더니…. 그레이스는 안나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짐작이 갔다. 그 형사가 아니어서 욕구가 사그라든 거겠지.

 

 

“그 뒤로는 잘 지내고 계신답니다. 운동, 아 진짜 운동입니다. 운동도 하시고 식사도 던지지 않고 버리지 않고 잘 드신다고 합니다.”

“옆에서 잘하라고 해. 부족한 거 없이.”

“네. 전달하겠습니다.”

 

 

그레이스는 라이더에게 태블릿을 건네며 말했다. 

 

 

“그리고, 이거나 알아봐.”

 

 

그레이스는 태블릿을 가방에 넣어 정리하는 라이더에게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서류를 건넸다.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서류를 받아든 라이더는 바로 내용을 확인했다.

 

 

“엘사 아렌델…. 형사네요? 주소까지 알고 계시고…, 경찰 쪽 정보를 원하시는 건가요?”

“그래. 그 여자의 과거, 주변 인물까지 전부.”

“알겠습니다. 경찰 서버는 뭐, 푸딩이죠.”

“흔적 남기지 말고, 정리되는 대로 바로 보고해. 빠를수록 좋고.”

“알겠습니다. 미스 그레이스. 다른 것들보다 우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가봐.”

 

 

-

 

 

[오늘 퇴원이랬지?]

“응. 퇴원했어.”

 

 

엘사는 핸드폰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보이지 않겠지만 습관적인 끄덕임에 목발을 짚은 채로 볼과 어깨로 불안정하게 붙잡고 있던 핸드폰이 움직여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다. 목발을 놓고 팔로 황급히 붙잡자 이번에는 목발 위쪽이 바닥으로 향한다.

 

 

“조심!”

 

 

엘사의 옆에 있던 남자가 짧게 외치며 엘사의 목발을 잡아주었다. 남자는 엘사의 폰을 받아들고 귀에 대주며 목발을 건넸다. 남자의 도움에 엘사는 자세를 고쳐 전화 상대인 뮬란에게 집에 가서 다시 연락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종료했다.

 

 

“고마워. 크리스토프.”

“새 폰이죠? 조심해요.”

 

 

크리스토프라고 불린 남자는 엘사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며 말했다. 목발을 짚어 두 손이 불편한 엘사는 목발에 기대 한 손으로 핸드폰을 돌려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목발을 짚으니 여간 힘든 게 아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의료도구가 아닌 수건으로 지혈한 다리는 수술이 필요했고, 어느 정도 아물 때까지는 입원이 필요했다.

 

 

“누나. 진짜로 큰아버지한테는 말 안 할 거예요?”

“응. 너 절대로 말하지 마. 걱정하신단 말이야.”

“당연히 걱정하시죠. 스무 바늘이나 꿰맸는데요? 수혈도 이 정도면….”

“됐어! 형산데 이 정도는 다칠 수 있어, 크리스토프.”

“그래서 형사 일에 민간인인 저를 부르고요?”

“그…,”

 

 

엘사는 말문이 막혔다. 그도 그럴 것이 크리스토프의 말이 다 맞기 때문이다. 부모님에게 부상을 말하지 않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도움을 받았으면서 제멋대로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엘사는 안나를 거의 잡았다가 놓친데다 다리에 칼까지 박힌 그 날, 차 위에 버려진 채로 어떻게 돌아가야 하나 생각했다. 운전은 불가능했고, 지나가는 택시는커녕 사람조차 없는 곳이었다. 결국 엘사는 묶인 손으로 꺼낸 핸드폰의 주소록을 뒤져 만만한 이름을 찾았다.

 

그게 바로 지금 옆에 있는 크리스토프 아렌델. 엘사의 사촌 동생이었다. 그는 엘사와 같은 도시에 살고 있어 가끔 식사를 함께했는데, 지금 도움을 요청할 만한 존재였다. 엘사는 크리스토프에게 전화를 걸어 문자로 위치를 보낼 테니 바로 오라고 하였다. 차를 끌고 가야 하니 택시를 타고 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엘사는 앰뷸런스를 불러 같이 오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였지만, 이곳까지 올 택시비를 생각하면 앰뷸런스를 이용할 만큼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진통제나 하나 가져오라고 덧붙였다.

 

 

“그건 고마워.”

“왜 다쳤는지 말도 안 해주는 누나지만, 받아들일게요. 큰아버지한테도 비밀로 할게요. 이유가 있는 거죠?”

“우리 동생, 너무 착한걸. 배려심이….”

“딱 한 번이에요. 또 다치면 이야기할 거예요.”

“배려심이 있네. 있어.”

 

 

엘사는 작게 중얼거리며 다음에는 안 불러야겠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엘사의 움직임에 크리스토프도 어깨에 멘 엘사의 짐가방을 고쳐 매고 따라나섰다.

 

 

“그렇다고 숨기지 말고, 급하면 나 불러요. 누나.”

“그래. 알았어.”

 

 

병원 문밖으로 나온 엘사는 대충 대답하며 택시승강장으로 향했다. 잔소리를 끝내기 위해 빠르게 목발을 짚어 맨 앞에 서 있는 택시의 뒷좌석 문을 연 엘사는 크리스토프에게 손을 내밀었다.

 

 

“뭐에요? 악수?”

“가방 달라고.”

“허. 타기나 해요.”

 

 

크리스토프는 한숨처럼 숨을 내쉬더니 엘사를 뒷자리에 앉게 도왔다. 엘사는 앉고 난 뒤에 건네주려나 싶어 순순히 따랐지만, 크리스토프가 문을 닫고 앞자리 문을 열자 소리쳤다.

 

 

“됐어! 가방만 주고 가기나 해.”

“무슨 소리예요! 혼자 걷지도 못하면서. 주소나 말해줘요.”

“됐다니까!”

“누나. 같이 안 가면 다 이를 거예요.”

“뭐? 하…. 기사님. 네이블가 38번 길이요.”

 

 

엘사는 크리스토프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이번에도 크리스토프의 말이 맞았다. 가방을 메고 익숙하지 않은 목발을 짚으며 집에 가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지만, 다리를 다친 지금은 힘든 일이었다. 아니, 조금 힘들 뿐이지 천천히 하면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크리스토프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엘사는 모르지만, 크리스토프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엘사가 입원해있는 동안 엘사의 보호자는 크리스토프였고, 그는 엘사가 수술 후 고열이 일어 앓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간호사는 상처의 염증이 생겨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보던 사촌 누나의 아픈 모습은 그의 걱정을 사기에 충분했다.

 

결국 크리스토프는 엘사의 집 안까지 함께했다. 엘사는 목발에 기대 크리스토프가 들고 있는 가방을 열고 열쇠를 꺼냈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신발 벗는 것 좀 도와줘.”

“잡아요.”

 

 

크리스토프의 팔을 잡고 실내화로 갈아신은 엘사는 곧장 소파로 걸어갔다. 크리스토프는 신발장을 열어 실내화를 꺼내 신고 들어왔다.

 

 

“출근은 어떻게 해요? 당분간 쉴 수 있어요?”

“상처 아무는 대로 출근할 거야.”

 

 

크리스토프는 탁자에 있는 물티슈를 들고 엘사에게 다가와 내팽개친 목발을 주워 바닥면을 닦았다. 엘사의 옆에 쪼그려 앉은 크리스토프가 말을 걸었다.

 

 

“사무실에는 사실대로 말할 거예요?”

“뭘?”

“다리요.”

 

 

크리스토프가 자신의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말했다. 엘사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적어도 뮬란에게는 말을 해야겠지. 그렇다면 안나는 어쩌지? 말을 해야 할까?

 

 

“해요. 숨기지 말고.”

 

 

엘사의 생각이 들리기라도 한 듯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그래. 해야겠지. 사무실에는 비밀로 하더라도 뮬란에게는 전부 말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한숨과 함께 중얼거리는 엘사의 태도에 크리스토프는 못미더운 감정이 들었지만, 어차피 엘사의 일이었다. 크리스토프는 엘사가 닦지 않은 목발로 짚고 걸어온 바닥을 닦을까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집주인보다 신경을 쓰는 듯한 기분이 별로였기 때문이다.

엘사가 핸드폰을 들고 뮬란의 전화번호를 노려보는 사이, 쓴 물티슈를 쓰레기통에 버린 크리스토프가 자연스레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누나. 이러고 살아요? 냉장고에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요? 크래커는 왜 냉장고에 넣어두는 거예요?”

“하…, 크리스토프. 너 그만 집에 가….”

 

 

전화고 뭐고 피곤해진 엘사는 소파에 몸을 파묻으며 축객령을 내렸다. 하지만 크리스토프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아니,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음식부터 잘 먹어야죠.”

“잘 사서 먹어. 크리스토프.”

“아니, 혹시 매일 사 먹어요? 그럼 돈은 언제….”

“하! 크리스토프!”

 

 

엘사는 손에 잡히는 쿠션을 크리스토프에게 던졌다. 그의 뒤통수에 맞은 쿠션이 땅에 떨어졌다. 크리스토프는 그제야 잔소리를 멈췄다. 쿠션을 들고 엘사의 옆에 온 크리스토프는 소파에 앉았다.

 

 

“너, 여친 없지.”

“티 나요?”

“응.”

“누나는요?”

 

 

엘사는 하, 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너 진짜 집에 가라. 빨리. 내일 출근 안 해?”

“해야죠. 누나 때문에 쉬었는데 가야죠.”

“그래. 고맙다. 갈 때 택시 타고 가. 가방에 지갑 있어.”“됐어요. 나중에 밥이나 사 줘요. 비싼 거로.”

“그래. 빨리 가면 사이드도 시켜줄게.”

 

 

엘사의 농담에 크리스토프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조리 잘하고, 필요한 거 있으면 불러요. 누나.”

“그래. 조심히 가고, 고마워.”

 

 

엘사는 소파에 앉아서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그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적막이 채워졌다. 엘사는 다시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노려봤다. 뮬란의 이름이 떠 있었다. 아냐. 안 할래. 엘사는 안나의 이야기를 꺼내기 싫었다. 아무래도 당당한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뮬란은 결국 알아낼 것이다. 자신을 어떻게든 괴롭혀서 원하는 정보를 듣고 말 것임을 안 엘사는 결국 안나와의 관계를 어느 정도 숨긴 이야기를 생각했다. 조금 뒤 뮬란이 퇴근하고 이야기하면 되겠지. 집으로 부를까? 엘사가 고민하는 사이, 생각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검은 머리 여자. 안나가 언니라고 부른 여자. 선글라스 때문에 자세히 모르지만, 안나와 닮은 구석이 있어 보였는데, 자매인가? 하지만 머리카락 색이 전혀 딴판이었다. 그렇게 태어날 수도 있는 걸까? 엘사는 여자의 모습을 회상했지만, 떠오르는 것은 생김새보다 셔츠가 강렬했다는 점뿐이었다. 정장에 그런 꽃무늬 셔츠라니. 흑백영화 시절 양아치도 아니고. 아니, 맞구나. 적어도 안나와 같은 양아치겠지.

 

엘사는 안나를 찾다 보면 언니라는 그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엘사의 예상이 맞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만났지만 말이다.

 

3일의 병가, 2일의 휴일을 보낸 뒤, 다시 출근한 엘사는 만나는 동료마다 안부 인사를 받았고, 무난하게 웃어넘기며 밀린 일 처리를 했다.

 

많이 쉰 탓에 쌓인 일 때문에 해가 진 저녁에서야 늦은 퇴근을 했다. 목발 때문에 조금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경찰서 문을 나서자 낯선 검은색 차가 엘사 앞에 급정거했다.

 

 

“엘사 아렌델 형사 맞죠? 조용히 타요.”

 

 

조수석 창문으로 베이지색 비니를 쓴 남자가 얼굴을 내밀고 말했다. 어느새 엘사의 뒤로 남자 한 명이 붙었다. 엘사의 등으로 단단한 총구가 느껴졌다. 차량의 뒷좌석 문이 열렸다.

 

 

“난리 치시면 다쳐요. 타세요.”

 

 

엘사의 뒤에 선 남자가 엘사의 등을 밀쳤다. 차 안, 뒷좌석에 있던 남자들이 엘사의 팔을 붙잡고 안으로 잡아당겼다. 엘사는 버텨보려 했지만 등을 누르는 총구에 저항을 포기하고 차에 올라탔다. 엘사의 손에 수갑이 채워지고 얼굴은 헝겊으로 가려져 시야가 차단되었다.

 

 

 

 

-5-

 

엘사는 시야가 가려진 채로 앉아 덜컹거리는 느낌에 머리가 지끈댔다. 가능한 속을 진정시키며 침을 삼켰다. 양옆으로 앉은 남자들의 팔이 느껴져 답답했다. 조용한 차 안은 도로의 소음만 들렸다.

 

 

“누구야?”

 

 

엘사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상대방을 마주 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엘사는 베이지색 비니를 쓴 남자가 있을법한 방향을 생각했다. 엘사가 생각한 방향에서 조금 심드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말하면 압니까?”

“들어보면 알겠지.”

“가면 다 압니다.”

 

 

엘사는 조금 더 정보를 얻고자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니, 얼마나 더 가야 하는데?”

“얼마나 지났는지는 아십니까?”

“20분?”

“감이 좋으시네. 조금만 더 가면 돼요.”

“얼마나?”

“재촉하지 마세요. 사고 나니까. 아, 설마. 화장실 가고 싶은 거예요?. 내려드려요? 수풀에서 싸게 해 드릴 테니까.”

 

 

남자의 마지막 말에 차 안에 있던 남자들이 웃었다. SUV여서 뒷좌석은 없을 줄 알았는데, 뒤에서도 목소리가 들렸다. 운전자와 양옆에 앉은 이들까지 총 다섯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엘사는 손목이 결박된 채로 도망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나 치워봐.”

 

 

엘사가 결박된 손을 얼굴로 올리자 옆에 앉은 남자들이 빠르게 제재했다.

 

 

“당연히 안되죠. 가만히 계세요.”

“왜? 내가 너희 얼굴이라도 외울까 봐? 사람 납치한 새끼들이 그런 걸 걱정해?”

“하, 시발. 입에 재갈이라도 채워 드려요?”

“그래. 쫄보 새끼들보다는 재갈 씹는 게 더 낫겠네.”

 

 

엘사는 재갈을 채우려 헝겊을 올려야 했고, 그 순간에 몸을 움직여 탈출을 노려보고자 했다. 양옆으로 앉은 남자들에게 붙잡혀도 차 문을 열기만 하면, 일단 그렇게 탈출 하려 했다.

 

 

“야. 재갈 있어?”

“밧줄이라고 쑤셔 넣을까요?”

“그래. 없으면 니 양말이라도 넣어 드려라.”

“예. 실장님.”

 

 

하, 실장님? 조폭들이 별…. 엘사는 속으로 조소했다. 그리고 헝겊을 올리는 순간을 기다렸다. 성공 여부는 순식간에 결정될 것이다.

 

엘사는 원하는 순간이 오자 몸을 움직였고, 아래로 움직였다가 다시 올라오며 오른쪽에 앉은 남자의 턱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그리고 빠르게 손을 뻗어 차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문을 열었다. 바로 몸을 굴려 밖으로 떨어지려 했지만, 엘사를 잡기 위해 몸을 날린 남자들의 손에 붙잡혔다. 붙잡힌 엘사의 상체가 허공에 들린 채로 차는 도로를 달렸다.

 

 

“다치면 안 돼!”

 

 

엘사와 대화를 나눴던 남자의 목소리였다.

 

 

‘좋은 정보 고맙다 양아치 새끼야.’

 

 

조수석에 앉아있던 남자가 엘사의 상태를 확인하려 몸을 내밀자 엘사와 눈이 마주쳤다. 문에 가려 앞은 보이지 않았지만 바람이 엘사의 머리카락을 흩트렸다.

엘사는 다리를 움직여 자신을 붙잡고 있던 남자의 얼굴을 가격했다. 손에 힘이 빠진 것을 느끼고 다른 손에 매달려 몸을 돌렸다. 팔이 꺾이자 남자의 고통스러운 고함이 들리며 엘사를 잡은 손에 힘이 풀렸다.

 

엘사는 그대로 차에서 떨어져 도로 위를 굴렀다. 속도를 줄이고 있었기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인적이 뜸한 도로여서 다른 차에 치이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아니, 인적이 뜸한 도로였기에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엘사는 직업이 형사인 만큼 달리기 속도는 빨랐기에 차량만 따돌린다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엘사는 주변을 살피며 차량에서 멀리 달렸지만 하필이면 해안도로였기에 도망갈 길이 없었다. 산과 바다 쪽을 돌아보다가 가까운 바다 쪽으로 뛰었다. 수영을 못 하더라도 산보다는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드레일 너머를 바라보았을 때, 엘사는 도망을 포기했다. 가드레일 너머로는 바다가 바위에 부딪히고 있는 모습이 아득하게 보였다. 절벽이었다.

 

 

-

 

 

“정중하게 모시랬잖아.”

 

 

엘사는 결국 붙잡혔다. 절벽을 보고 포기한 엘사가 순순히 잡혔기에 폭력 사태는 없었다. 손목뿐만 아니라 발목과 무릎까지 좀 더 단단하게 결박된 엘사는 차에서부터 누군가에게 들려 이곳으로 옮겨졌다. 시야를 가린 헝겊이 벗겨졌을 때는 안나의 언니란 여자가 앞에 서 있었다. 가지고 있는 밧줄을 전부 엘사를 묶는 데 사용했기 때문에 재갈이 물리는 일은 없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네요. 형사님.”

 

 

손과 발이 모두 구속된 채로 의자에 놓였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정도로 물건 취급을 당한 엘사의 앞에 놓인 소파에 앉은 여자는 오늘도 눈에 띄는 희한한 옷차림이었는데, 붉은 정장 투피스에 파란 원색 바탕에 회색 새 무늬가 들어간 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상한 조합이지만 감각 있어 보였고, 그래서 더 눈에 띄었다.

 

 

“괜찮아. 내가 니들 다 깜빵 보낼 거니까.”

 

 

엘사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콘크리트가 노출된 넓은 공간이었다. 쓰지 않는 창고인 듯 부서진 나무 팔레트가 한쪽에 쌓여 있었다. 커다란 철문 옆으로 사람이 오가는 작은 문은 조직원인듯한 남자 둘이 지키고 서 있었고, 엘사의 뒤에는 조수석에 앉아있던 베이지색 비니를 쓴 남자가 서 있었다. 엘사를 제외하면 유일한 여자인 안나의 언니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의자에 앉았다.

 

 

“한 번 만나 뵙고 싶었는데. 아시다시피 당당하지 않아서요.”

“피차 바쁜데 본론이나 얘기해. 빨리 퇴근하고 쉬게.”

“그때도 느꼈는데, 입만 사셨네요.”

 

 

엘사는 여자가 말하는 그때가 안나를 잡으러 갔던 때를 말하는 것임을 알고 웃었다. 역시 다 보고 있었나 보네. 엘사가 회상에 빠져 바로 대답을 못 하자 여자가 피식 웃었다. 엘사는 그 웃음에 패배감을 느꼈지만 무슨 말을 더하기에는 늦었음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

 

 

“차 한 잔 드려요?”

 

 

여자가 손짓하자 엘사의 뒤에 있던 남자가 미리 준비한 것인지 보온병을 들고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 두 잔에 차를 따랐다.

 

 

“여긴 손님 접대를 이렇게 하나 봐? 통성명도 안 하고.”

 

 

엘사는 묶인 손을 들어 보여주었다. 말과 행동으로 빈정대며 어이가 없음을 숨기지 않는 엘사를 보며 여자가 웃었다.

 

 

“어차피 안 마실 거잖아요.”

 

 

여자의 비아냥에 엘사의 입꼬리가 비뚤게 올라갔다. 엘사를 바라보던 여자는 자신도 마실 생각이 없다는 잔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여자는 웃는 얼굴을 유지하며 엘사에게 본론을 꺼내놓았다.

 

 

“섹스 좋아하신다면서요?”

“뭐?”

“안나가 그러던데.”

 

 

안나. 안나의 이름이 나오자 엘사의 얼굴이 구겨졌다. 엘사는 여자의 의도가 도발로 느껴져서 짜증이 났다. 결국 여유 있게 내뱉던 말이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개가 그래?”

 

 

여자는 관찰하는 시선으로 엘사를 바라보았다. 엘사는 여자가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기 위해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잠깐의 정적 후에 여자가 입을 열었다.

 

 

“그럼 섹스 말고 다른 거는요?”

“누가 그딴 소릴…, 아니. 알아서 뭐 하게?”

“내가 미안하거든요. 형사님한테.”

“뭐?”

 

 

엘사는 지금 본인을 납치해놓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여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미친 건가?

 

 

“다리 괜찮아요?”

“아니. 존나 아파. 니새끼들 때문에 상처 터진 것 같아.”

“푸핫. 엄살이 심하시네요. 형사라면서요.”

“너도 칼 맞아볼래?”

 

 

여자가 입을 다물고 웃으며 엘사를 바라보았다. 또다시 정적이 생겼다. 엘사는 여자의 말에 맞장구만 치기로 했다.

 

 

“안나가 형사님을 많이 좋아해요.”

 

 

정적 끝에 우리 애가 참 씩씩하죠? 라고 자랑하는 듯이 담담히 말하는 여자의 어조에 엘사는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몇십 초 되지 않았지만, 대화 중에는 정적으로 느껴질 만한 시간이었다. 여자는 자신의 설명이 짧았다는 것을 이해한 듯 입을 열었다.

 

 

“안나가 당신을 찌른 것에 화가 났더라고요. 그래서 형사님한테 사과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나한테 사과한다고?”

“네. 사과의 의미로 좋아하는 섹스라도 해 드리려고 했죠.”

 

 

엘사는 어이가 없었다. 어이없는 이야기의 끝이 다시 시작으로 돌아갔다. 밑도 끝도 없이 섹스라니. 안나가 이런 환경에서 자라서 그따위인 건가?

 

 

“하나만 물어보자. 나한테 용서받으면 뭐가 바뀌어?”

“글쎄. 안나의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요?”

“겨우 그딴 걸로 사람을 납치해?”

“그럴만한 아이니까요.”

 

 

엘사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앞에 앉은 여자는 일반적인 사람과는 다른,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임을 느꼈다. 다행히 엘사는 형사로 일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았고, 앞에 앉아있는 여자와 같은 유형의 사람을 여럿 보았다. 형사로서 쉽게 볼 수 있는, 용의자로서 말이다.

 

 

“언니라고 불리던데, 친언니인가?”

“그게 궁금해요? …맞아요. 

 

 

여자가 자세를 고치며 턱을 쓸어내렸다. 이내 팔짱을 끼고 엘사를 바라보았다. 엘사는 대화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계속해서 질문했다.

 

 

”머리카락 색이 다른데. 염색인가?“

”수작 부리지 마세요.“

”진짜 궁금해서 그래. 납치까지 해놓고 이 정도도 못 알려줘?“

”하. 웃기는 사람이었네요. 형사님.“

 

 

여자가 작게 비웃었음에도 엘사는 말없이 대답을 기다렸다. 그 태도에 여자는 졌다는 듯 의자에 등을 편하게 기대며 다리를 꼬고는 말했다.

 

 

”염색이에요.“

”몇 살 차이?“

”글쎄…, 다섯 살 정도라고 해두죠.“

”진짜야? 차이가 꽤 나네.“

 

 

엘사는 여자의 방어적인 대답에 의식적으로 진위를 물었다. 정확한 대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여자의 반응으로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는 별다른 반응 없이 발을 까닥였다.

 

 

”그 정도 나이 차이면 귀엽겠어.“

”뭐…, 그렇죠.“

”그래서 애를 그렇게 키운 거야?“

”오냐오냐 키웠냐는 뜻이에요?“

”비슷해.“

”…대화가 산으로 가네요.“

 

 

여자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엘사는 대화의 주제가 바뀌기 전에 정보를 더 얻고자 했다.

 

 

“너 때문이구나.”

 

 

여자는 뜬금없는 엘사의 말에 설명이 필요하다는 듯 턱을 괴고 엘사를 바라보았다.

 

 

“네가 안나를 그렇게 만들었어.”

 

 

여자는 의외의 말을 들었다는 듯 숨을 길게 내쉬었다. 엘사는 이번에는 승기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여자를 몰아붙였다.

 

 

“네가 안나의 보호자인 것 같은데. 이제 알겠어. 안나가 왜 그따위로 자랐는지 말이야.”

“심리학이라도 배웠나 봐요?”

“아니. 오래되지 않았지만, 너희 범죄자 새끼들을 보면 다 비슷하거든. 잡혀서 조사하다 보면 다 원인이 같아. 뭔지 맞춰볼래?”

 

 

여자가 말없이 팔짱을 끼며 엘사를 바라보았다. 엘사는 여자의 태도에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부모가 부모 노릇을 못 해서. 너도 뭐, 소녀 가장 같은 거였어?”

 

 

엘사는 기세를 이어나가고자 말을 쏘아붙였다. 엘사는 여자가 당황하거나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는 그러지 않았다. 차분히 엘사의 말을 들은 여자는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재밌네요.”

 

 

여자는 짧게 대답했고, 엘사 또한 입을 다물었다. 잠시의 정적 후에 여자가 입을 열었다.

 

 

“엘사라고 했죠? 형사님 이름. 저는 그레이스에요.”

“그래. 반가워. 그레이스. 늦었지만 ”

 

 

엘사가 빈정대며 대답했다. 그레이스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부하를 바라보았다. 엘사의 신랄한 비판에 속으로 공감하며 티 내지 않도록 표정 관리를 하고 조용히 엘사의 뒤에 서 있던 남자, 라이더는 그레이스의 손짓에 준비해뒀던 물건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이제 딴 얘기는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그래. 안나 어디 있어?”

“어디 있는지 알면 어쩌게요? 수사권도 뺏겼으면서.”

“아는 게 많네?”

“소문 다 났던데요? 당신 지금 죽 쑤고 있다고.”

 

 

둘이 대화하는 사이에 라이더는 찻잔이 놓여있는 테이블 앞에 서서 그레이스가 미리 지시한 일을 준비했다. 엘사 쪽에 놓인 잔에 통에 들어있던 내용물을 쏟아부었다. 그 행위는 숨기지 않았고, 엘사는 그레이스와 이야기하면서도 시선은 테이블로 향해있었기 때문에 전부 알 수 있었다.

 

 

“존나 당당하네?”

“아, 손이 묶여있어서 못 드신댔죠? 어떻게, 개밥그릇에 부어드릴 수도 없고. 어이. 먹여드려.”

“알겠습니다.”

 

 

티스푼으로 찻잔을 젓던 라이더는 그레이스의 말에 짧게 대답하고는 엘사에게 다가왔다.

 

 

“뭐, ㅇ….”

“삼켜요. 호의로 주는 거니까.”

 

 

가죽 장갑을 낀 손이 엘사의 입 안으로 들어와 치아 사이를 비집고 혀를 눌렀다. 그리고 액체가 부어졌다. 엘사는 아까 남자가 탄 것이 일종의 마약임을 눈치채고 액체를 삼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엘사에게 먹이려는 남자의 노력과 절대 먹지 않으려는 엘사의 노력 때문에 찻물이 목구멍을 타고 옷을 적시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쯧. 비싼 건데.”

“죄송합니다.”

“형사님. 호의를 뱉으시면 어떡해요. 아깝게.”

“컥, 크허….”

 

 

엘사는 기도로 타고 들어간 액체 때문에 기침했다. 소량이지만 목구멍으로 들어간 액체를 뱉어내려 더욱 세게 기침하며 침과 함께 뱉어냈다.

 

 

“어이. 준비해.”

“네. 거기! 들어오라고 해!”

 

 

남자의 외침에 문밖에서 남자 넷이 들어와 엘사에게 다가왔다. 몸을 말고 기침하던 엘사를 들고 움직이더니 침대에 던지듯 내려놓는다. 단단한 침대 때문에 아픔을 느낀 엘사가 발버둥을 쳤지만, 이미 엘사의 탈출을 겪은 남자들은 방심하지 않고 엘사의 몸을 누르고 사지를 침대에 고정했다. 다리까지 단단히 묶은 사내들은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서야 엘사를 놓아주었다.

 

엘사가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자, 침대 옆 테이블과 아까 앉아있던 의자와 그레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레이스는 옆에 서 있었던 남자에게 장갑을 받아 손에 착용하며 엘사에게 다가왔다. 남자들은 그레이스가 다가오자 침대에서 멀어지더니 방 밖으로 향했다.

 

재킷을 벗고 셔츠의 소매를 걷은 그레이스의 흰 팔뚝에는 검은 가죽 장갑이 도드라졌다.

 

 

“이제야 보기 좋네.”

“뭐 하자는 거야?”

“음…. 눈치 없나 봐?”

 

 

존댓말에서 반말로 태도를 바꾼 그레이스는 침대 옆 테이블에서 가위를 꺼내 손에 쥐었다. 재단 가위인 듯 날이 큰 가위였다.

 

 

“움직이면 다쳐.”

 

 

익숙한 말이었다. 지난번에는 그 말을 하고 허벅지를 찔렀지. 엘사는 이번에는 어쩌려나 긴장했지만, 자신이 방어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몸을 굳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레이스는 엘사의 위에 올라타더니 상의를 가위로 잘랐다.

 

 

“시발…, 지랄하지 마.”

“이제야 눈치챘나 봐?”

 

 

상의 끝부분부터 올라오던 그레이스의 가위가 엘사의 목을 지나며 멈췄다. 그레이스는 완전히 벗길 생각인지 엘사의 위에 올라타 팔을 따라 자르기 시작했다.

 

 

“하…. 안나한테 배운 거야?”

 

 

나머지 팔을 자르려 할 때 엘사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지금 상황은 안나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오르게 했다. 여자는 반대쪽 팔 부분을 자르려 몸을 틀며 말했다.

 

 

“안나는 내가 가르쳤어.”

“존나 뿌듯하겠어?”

“그래. 그 애는 내가 키웠어. 모든 것을 내가 알려주었어.”

 

 

상의를 모두 자른 그레이스는 가위의 등을 엘사의 목에 가져다 댔다. 엘사는 차가운 날을 느끼며 그레이스를 올려다보았다.

 

 

“우리가 어떻게 자랐는지 궁금해?.”

 

 

그레이스는 가위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안나가 처음부터 폭력적인 건 아니었어. 내가 그렇게 만들었지. 그 애는 나밖에 없었고, 그 애는 나를 잘 따랐지.”

“으….”

 

 

가위가 쇄골을 지나 가슴께로 다가갔다. 심장 위에 멈춘 가위가 그레이스의 손에 의해 수직으로 서서 엘사의 심장께를 말뚝처럼 눌렀다.

 

 

“안나가 널 좋아한다고 했지. 그 애가 사람한테 호감을 느끼는 건 흔치 않은 일이야.”

“…그래서 고마워하라고?”

“그래. 감사하며 받아들일 순 없어?”

 

 

그레이스가 살짝 힘을 주자 가위의 끝이 살을 눌렀다. 아프지는 않지만 흉기로 느껴지는 위압감에 엘사는 침을 삼켰다.

 

 

“싫어.”

“그럴 줄 알았어.”

 

 

그레이스는 가위를 눕혀 엘사의 브래지어를 잘랐다. 엘사의 가슴이 옆으로 퍼지자 그레이스는 가위로 한쪽 가슴을 희롱했다. 그레이스는 핸드폰을 꺼내 엘사의 모습을 촬영했다. 엘사는 기시감을 느껴 진절머리 났다. 아니, 조금 어지러운 느낌이었다. 아까 강제로 먹은 약이 효과를 내는지 열감이 느껴졌다.

 

 

“웃어. 안나한테 보여줘야 하니까.”

 

 

그레이스의 말에 엘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약효가 더 드는 것인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 그것도 좋네.”

 

 

그레이스가 비아냥거리며 사진을 찍고는 엘사의 위에서 내려왔다. 핸드폰 화면을 누르더니 테이블에 둔 그레이스는 엘사의 바지 또한 가위로 잘라 맨살을 드러내게 했다.

 

 

“왜 당신 말을 다 들어주고, 친절하게 알려줬는지 알아?”

 

 

그레이스는 작업을 마치고 쓸모없어진 가위를 침대 아래로 던지고는 엘사의 머리맡에 앉았다. 엘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차피 이제 당신은 정상적으로 살지 못하거든.”

“뭐…?”

 

 

어지러움과 두통을 느낀 엘사가 입을 열자 목소리가 갈라졌다. 한 단어지만 이상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약효가 도나 봐?”

“시발….”

“그런데, 어쩌지? 하나 더 준비했는데.”

 

 

그레이스가 아까 차에 섞은 것과 같은 모양의 통을 들고 엘사의 눈앞에 보여주었다.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억지로 안 먹여.”

 

 

그레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침대에 앉았다. 이번에는 엘사의 다리 사이에 앉은 그레이스는 엘사의 배 위에 러브젤을 쭉 짰다. 달아오른 몸에 느껴지는 차가움에 엘사가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사지가 단단히 묶여 그레이스의 행동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그레이스는 통에 든 가루를 러브젤 위에 뿌리더니 손가락으로 휘저으며 섞었다.

 

 

“이건 다 좋은데, 먹으면 효과가 덜 하거든. 바르면, 아마 지금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거야.”

“시발…, 싫어.”

 

 

엘사가 몸을 비틀자 그레이스가 한쪽 다리를 붙잡고 앉았다.

 

 

“아까 말했잖아. 호의였다고. 지금이라도 먹을래?”

 

 

그레이스가 러브젤이 발린 손가락을 얼굴로 가져다 대더니 킥킥거렸다. 엘사가 입을 다물자 그레이스는 손을 치웠다.

 

 

“싫지? 나도 싫어. 이제 호의는 없어.”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어?”

“그게 궁금해?”

 

 

그레이스는 손가락으로 가루가 섞인 러브젤을 찍어 발랐다. 다른 손으로 엘사의 다른 다리를 누르던 그레이스는 엘사의 말에 생각하는 듯 행동을 멈췄다.

 

 

“처음에는 그냥 당신을 없애려고 했어. 안나가 당신 때문에 포기한 게 있거든.”

“흣, 전부터 그러는데, 그, …그게 왜 나 때문이야?”

 

 

그레이스는 손가락의 러브젤이 흐르자 손을 움직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엘사는 자신의 다리 사이에 젤이 느껴지자 반사적으로 신음을 흘리다가 정신 차리기 위해 혀를 깨물었다.

 

 

“그야, 네가 없었으면 괜찮았으니까.”

 

 

그레이스는 손가락을 움직여 점막 전체에 젤을 발랐다. 엘사의 아래를 구경하듯 바라보며 뭉친 젤을 손가락으로 훑어 돌기에 진득히 발랐다. 그 자극에 엘사가 움찔거렸다.

 

 

“시발! 나는 너희가 싫어!”

“그럼 도망쳤어야지. 왜 자꾸 안나한테 접근해?”

 

 

그레이스가 엘사의 배 위에 남은 러브젤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다른 손 엄지로 엘사의 아래를 벌려 구멍을 확인한 그레이스는 러브젤을 바른 손가락을 삽입했다.

 

엘사는 자신의 아래를 비집고 들어오는 가죽 장갑과 매끄러운 젤을 느끼며 허리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손가락 끝까지 삽입하며 엘사의 질 안쪽까지 누른 그레이스는 엘사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이 손가락을 빼지 않은 채로 엘사의 배를 꾹 눌렀다.

 

 

“당신 덕에 알게 된 게 있어.”

 

 

그레이스는 안나를 생각했다. 사랑하는 안나를 생각했다.

 

그레이스는 여태까지 자신의 마음을 가족애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엘사의 존재가 등장하고, 안나의 마음이 엘사에게로 향하자 자신의 마음이 가족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분이 어때?”

 

 

그레이스는 엘사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다만 부하를 시켜 겁탈하게 하거나 교통사고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나의 상황을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 그레이스는 안나가 엘사를 잃으면 자신 또한 버릴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차라리 엘사를 품에 안겨주기로 했다. 그런 것은 익숙하니까. 그레이스는 안나의 첫 경험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멋모르는 안나에게 여자를 안게 했다.

 

엘사는 그레이스의 손가락이 점점 커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손가락이니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약효 때문인지 점점 몽롱해지고 나른해지는 기분과 함께 모든 것이 선명해지고 감각이 예민해졌다. 햇빛이 따가워지고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는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듯이 거셌다. 약이 닿은 점막이 차갑게 녹아내리는 듯이 황홀했다. 그레이스의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맥박이 심장까지 닿았다.

 

 

“느껴지나 봐? 표정 되게 웃긴데.”

 

 

그레이스의 비웃음에도 엘사는 주체할 수 없는 감각에 휩쓸렸다. 약효는 점점 강해지고, 그런 감각을 처음 겪는 엘사는 어쩔 수 없이 휘둘렸다. 그레이스는 손가락을 움직이며 엘사를 자극했다. 약쟁이가 약물 섹스의 단계까지 이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약을 처음 경험하는 엘사에게 바로 절정을 느끼게 하면, 단번에 높아진 쾌락을 잊긴 힘들 것이다. 약쟁이들이 약을 다시 찾게 되듯이 엘사 또한 그럴 것이다.

 

 

“내 말은 들리나?”

 

 

엘사의 입에선 신음조차 나오지 않고 숨 쉬는 것 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레이스는 손가락을 빼고 러브젤과 애액으로 젖은 손을 엘사의 가슴에 닦았다. 손을 뻗어 테이블에서 도구를 가져온 그레이스는 로터를 엘사의 돌기에 누르고 전원을 켰다. 그 자극에 엘사가 비명을 지르며 자지러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실금하며 몸을 비틀자 엘사의 발목이 밧줄에 쏠려 붉게 자국이 남는다.

 

그레이스가 로터를 엘사의 안에 삽입하고 가위로 다리에 묶인 밧줄을 하나씩 잘라주자 자유를 찾은 다리가 덜덜 떨렸다. 그레이스는 약효가 떨어질 때까지 내버려 둘까 싶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그레이스는 미리 설치해둔 캠코더로 다가가 전원을 켰다. 처음에는 안나에게 보여줄 생각이었지만, 이걸 보여준다면 이번에는 자동차를 부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그레이스는 전원을 켰다. 언젠간 쓸 수 있겠지.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화면 너머의 허리를 비틀며 자극을 느끼는 엘사를 바라보았다. 녹화는 잘 되는 듯 했다. 그레이스는 침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가학심이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레이스는 그동안 안나의 잠자리를 지켜보며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안나의 손길에 닿은 여자들을 전부 벌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레이스는 엘사를 범했다. 약의 효과는 몇 시간짜리였지만, 약효가 되기 전에 그레이스의 즐거움은 끝났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엘사를 묶은 밧줄을 전부 끊어 주었지만, 탈출은커녕 정신조차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될 때까지 엘사가 느낀 절정이 몇 번인지 그레이스는 세지 않았다. 몇 번의 움직임에도 경련하며 절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절정의 감각이 사라지지 않은 채로 다시 절정이 몸 위를 덮는다. 엘사는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을 들은 듯했다. 너무 크게 울려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말들이 뒤늦게 엘사의 뇌에 들어온다.

 

 

“네 동료가 찾으러 왔어. 다음에 또 봐.”

 

 

 

엘사를 발견한 뮬란이 총을 내려놓고 달려왔다. 황급히 겉옷을 벗어 엘사의 몸을 덮자 옆의 동료가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던져주고는 다른 동료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엘사는 자신이 만들어낸 체액으로 덮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엘사는 쾌락 사이에서 절망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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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Short Story [재업] 레스토랑 서버 안나x싱어 엘사 겨울은 역시 재즈 아닐까... 브로드웨이의 레스토랑에서 재즈 싱어로 일하는 엘사와 거기서 서버로 일하는 배우 지망생 안나 보고 싶다 여기 싱어가 그렇게 유명... 백업용 2023.02.08 537
239 Long Story [재업] 냉미녀 배우랑 댕댕상 경호원의 취미활동 4 ※BDSM 플레이 주의 ※호불호가 갈리는 소재를 다루거나, 언급 또는 암시하고 있음 ※도구 사용 주의 ※더티토크, 노골적인 단어 사용 주의 ※긴 분량 주의 (10, 000↑... 백업용 2022.12.06 1000
» Long Story 하수구의 뱀과 거리의 개 4+5           “날이 좋네요. 미스 그레이스. 차 바꾸셨어요?”     깔끔하게 입은 흰 셔츠와 반듯하게 다림질한 검은색 양복과는 어울리지 않는 베이지색 비니를 눌러... Lexku2 2022.10.16 537
237 Short Story [재업] 친언니 레릿엘을 욕정하는 안나의 꿈에 찾아온 몽마 정령엘     평소와 똑같은 집, 현실과 다를 바 없는 감각인데 뭔가 이상한 거지. 그건 바로 엘사가 은근한 시선을 보내오는 것. 안나는 친언니를 상대로 욕정하고 더러운... 백업용 2022.10.08 797
236 Short Story [재업]뱀파이어 엘사랑 늑대인간 안나 보고 싶다 약 200년 전에 동상에 걸려 죽어가던 인간 엘사, 뱀파이어화 시켜 살려놓았더니 죽어도 사람 피 빼먹는 짓은 못한다고 거부해서 죽지도 못하고 항상 비실비실하... 백업용 2022.10.08 524
235 Short Story 썰 돌려먹은거 백업용 *산란 *애널비즈 *3p *강제적인 요소 *투홀사용 *내가 쓴것만 백업함 *알바한테 지금까지 짤린 픽썰이 족히 30개는 넘는데 신고충 때문에 짤리는건 참을수가없어... 신고충피난처 2022.09.09 987
234 Text File Say You Love Me 텍본 재활용 2022.08.02 462
233 Long Story 하수구의 뱀과 거리의 개3.         하수구의 뱀과 거리의 개. 뒷뒷이야기.         엘사는 내비게이션에 표시되는 길을 따라 차를 운전했다. 목적지는 안나가 보낸 주소였다. 도착해보니 높... Lexku2 2022.07.25 383
232 Long Story [재업/수정] 하수구의 뱀과 거리의 개 1, 2. 본 시리즈는 강압적이고 소재에 호불호가 있으며 도구사용으로 주의가 필요함.         하수구의 뱀과 거리의 개.     ​     ​         “아. 일어났어? 안녕, 예... Lexku2 2022.07.17 552
231 Short Story [재업] 프롬 파티날 밤에 첫경험하는 거 보고싶다 안나 프롬날 부모님이 급하게 어디 갈 일 생겨서 대학교 기숙사 사는 엘사한테 안나 케어 좀 하라 했더니 차 끌고 애프터프롬 파티에 가 있는 안나 찾으러 간 거... 백업용 2022.07.04 1373
230 Long Story Small Town Sisters. 본편+외전               서문. 같은 공간에서 산다는 것은, 하루에 몇 번이라도 마주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의도적으로 ... Lexku2 2022.04.05 681
229 Short Story 8년차 설줌은 엘산나로 빻은 게 보고 싶은 날이 있다. -기저귀, 실금, 수면 주의       싫다는 엘사 유아용 침대에 넘어뜨리듯이 눕히고 기저귀 채운 채 양손은 침대 헤드 보드에 묶어놓는 안나가 보고 싶다. 근이완제... 1 c2m5 2022.02.02 2639
228 Short Story 설표 엘사랑 보건선생님 안나가 보고싶다.   -저는 개씹 변태입니다. -도구사용 (주로 스트랩온) -애널사용 -주의문구 박을수있는만큼 박고싶은 수인세계관                   드물게도 엘사가 아침부터 헐... c2m5 2021.12.27 2574
227 Long Story [픽]마녀를 홀리는 묘약     인간 아이를 주웠을 때는 별 생각 없는 양심적인 태도에서 기인했다.  인간 아이에게는 가여운 운명, 하지만 마녀에게는 약간 동한 흥미와 유희거리?  다만 ... ㅁㄴㅇㄹ 2021.06.15 1616
226 Short Story Who's sorry now? 06           06.     회의가 있는 날, 닷새 만에 다시 만난 스벤은 마지막에 보았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숙취에 찌든 모습으로 회색 세단의 ... Lexku2 2021.06.13 597
225 Long Story [재업/번역]이두나의 50가지 그림자 프롤로그~챕터7 프롤로그 오직 아토할란만이 알고 있단다.           -어두운 바다에서.               폭풍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성난 검은 하늘을 번개가 치고, 곧이어 천둥... 개구리 2021.05.16 1017
224 Long Story 꼭두각시의 칼 27~28   85.   "공주님도 그렇고, 수호경님도 그렇고... 왜이리 판박이신지."   엘사와 안나, 두 사람은 뒷뜰에서 새벽에 성으로 막 돌아온 게르다에게 가벼운 꾸지람을... 개구리 2021.04.12 230
223 Long Story 꼭두각시의 칼 25~26     새벽녘에 그친 비는 희끄무리한 서녘의 아침 안개를 흔적으로 남겼다. 엘사는 다시 말에 타는 동안, 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두 눈으로 직면하는 순간을 영원히... 개구리 2021.03.29 220
222 Long Story Arens of Sheffield 21~22   57.       "어, 메그. 나야 안나. 지금 뭐하고 있어?"     안나는 자신의 시각 뒤로 지나가는 나무들을 보며 말했다. 창밖을 열어 손을 내밀고 싶었지만, 이두... 개구리 2021.03.29 167
221 [장편] Lullaby - 45 새롭게 나타난 영혼은 어안이 벙벙한지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연거푸 주위를 둘러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 영혼의 겉모습은 늙고 추레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 운영 2021.03.22 227
220 Long Story 질투심 넘치는 엘사가 광적으로 집착하는 픽 - 1   "요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나요?"    "조금요. 안 좋다기 보다는 거슬리는 일이 있죠."    "어느 부분에서 그런 일이 있나요? 사적인 관계, 직장에서의 스트레... ㅊㅊㅁㅅㄱ 2021.03.22 2207
219 Text File [그림+픽] 뱀수인 엘사 이야기 한페이지용 수정 3 엘산나픽용 2021.03.21 783
218 Text File [그림+픽] 뱀수인 이야기 두페이지 버전 (수정3) 엘산나픽용 2021.03.21 289
217 Text File [그림 + 픽] 뱀수인 엘사 이야기 속지 X 버전 (수정3) 엘산나픽용 2021.03.21 296
216 Text File [그림+픽] 뱀수인 엘사 이야기 속지 O 버전 (수정3) 엘산나픽용 2021.03.21 860
215 Long Story [팬픽]꼭두각시의 칼 19~22 49.       "아오오..." 첫 번째 경기는 안나의 예상보다 훨씬 일찍 끝나 버렸다. 대기실로 돌아온 안나는 급격하게 분출된 흥분의 후유증으로 긴 의자에 드러누워... 개구리 2021.03.14 216
214 Long Story [팬픽]Arens of Sheffield 15~16       36.   "미안해 안나..." 엘사는 안나의 얼굴에 드리워진 수심을 느낄 수 있었다. 권총 부문에선 제인 팀과 안나 팀이 동점으로 공동 1등으로 점수를 마무리... 개구리 2021.03.14 155
213 Long Story Self Stalking - 0       내 삶은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180도 달라져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 1년의 장기 휴직 신청서를 제출하고 집 밖을 나서본적이 거의 없었다. 운이 좋았다.... ㅊㅊㅁㅅㄱ 2021.02.18 545
212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 5         A블럭 관리 직원 전원이 교정국을 떠난 건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C블럭에서 일어났던 센티넬 살인 사건이 희망 퇴직의 이유라는 말이 떠돌았지만 믿을 ... 1 히히 2021.01.30 1905
211 Text File 허기에 관하여 dontstarve 2021.01.18 952
210 [fic] Obsession (9)       안나/엘사       Obsession       (9)           솔직히 말하면 엘사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나는 엘사가 나에게 매달리는 것이 좋았다. 엘사의 편집증과 ... ㅇㅇ (110.8) 2021.01.10 549
209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4 64. Ski Resort     두 자매가 아렌델에 도착한 건 점심이 다 되어서였고, 부모님은 딸들을 보자마자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엘사와 안나는 둘이서만 지낼 수 있는... 1 토익빌런 2020.11.16 620
208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3 63. Texting     둘이서 아무 말 없이 걷기를 5분, 마침내 학교에 도착했다. 둘에게는 다행히도 정문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몇 번 대화를 나눈 친절한 사람이었다... 토익빌런 2020.11.16 366
207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2 62. Home Sweet Home     다음날 아침, 안나는 언니보다 먼저 눈을 떴기에 엘사를 깜짝 놀라게 만들어 주려고 했다. 둘 다 부모님에게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한... 토익빌런 2020.11.16 347
206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60 60. Preparations     다음날 아침, 엘사는 자신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위험한 행동을 했는지 실감하고 있었다. 안나의 근처에 있을 때 내가 얼마나 미쳐버리는지 ... 토익빌런 2020.11.16 348
205 Long Story [번역]Only One Year, Chapter 59 59. Blankets     다음날 아침, 안나가 눈을 떴을 때는 정말 좋은 기분이었지만 동시에 너무나 피곤한 상태였다. 어젯밤은 정말로 멋졌지만, 그만큼 잠을 덜 자긴... 토익빌런 2020.11.16 602
204 Short Story 야한게 쓰고 싶어서 싸질러놓고 잘릴 것 같아서 백업한다 충혈되어 발갛게 달아오른 그 곳에 가져다 대면 코 끝에 못 견딜 정도로 농염한 엘사의 체취가 느껴진다. 마치 방끔 딴 석류에서 볼 법한 반들반들 한 빛깔이 촛... 설쥬미 2020.11.14 3782
203 [빼빼로데이] 양방향 딜도 ㅇㅇ (110.8) 2020.11.11 4856
202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4         안나는 절정의 여운에 젖어 멍해진 채로 얼마간 숨을 헐떡거렸다. 울대를 비집고 올라간 흐느낌이 벌어진 입밖으로 새어나갔다.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 ... 히히 2020.11.04 1708
201 #32. 왕과 정령과 마법의 이야기 (完)     , 처음 만났을 때보다야 무거워졌지만 여전히 한 손으로 가볍게 들리는 엘사의 무게에 안나는 혀를 차며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았어. 고혹적으로 미소짓는 엘... ASIS 2020.10.30 548
200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3             두 사람이 떠난 공간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안나는 멍하니 서서 거실을 눈으로 훑었다. 창가 협탁 위를 장식한 태피스트리와 쇼파에 놓인 담요가 정... 히히 2020.10.25 1713
199 외동딸 아포칼립스 8 *삽입행위/도구/강압 주의. 누구나 하나씩은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지 않은가. 엘사의 경우엔 그게 크리스마스 이브의 일이었다. 비록 안나에게 ... 고동 (58.140) 2020.10.25 1162
198 Long Story 엘안엘 센티넬) 가이드는 센티넬의 개야 2           "그쪽은 안나 테일러, 맞나요? 아직 식전일 텐데, 이리 와서 먹어요."     ​엘사가 수플레 팬케이크가 담긴 접시와 홍차 티팟을 아일랜드 위에 옮기고... 2 히히 2020.10.21 2061
197 Short Story 화해 생수     "저리 가."     안나는 여전히 뒷모습을 보인 채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기며 '나 아직 화났어'를 온몸으로 표현중이었다. 꺼져도 아니고 '저리 가'라니.... 1 ㅇㅅㄴㅂㅇ 2020.10.14 1623
196 Long Story Praying prey Q&A + 비하인드 설정 +@@ 개구리 2020.08.31 683
195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6 (完)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1 모카. 2020.08.13 857
194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5 - 下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모카. 2020.08.04 614
193 [번역] Min Søster Bursdagskake Ch.5 - 上 원문링크 : https://www.fanfiction.net/s/10079097/5/Min-S%C3%B8ster-Bursdagskake     Min Søster Bursdagskake 1-1 Min Søster Bursdagskake 1-2 Min Søster ... 모카. 2020.08.04 845
192 Long Story 결혼 계약서(21) - 수위   안나의 말이 신호탄이 된 것처럼 두 사람은 거칠 것 없이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오랜 시간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향부터 음미하듯이 서로의 살 내음... ㅇㅇㅇㅇ 2020.08.04 3203
191 Short Story [오피스위크/수위] 너라면 괜찮아 원작 쥬미의 부탁으로 대신 올린거임 수위 *사수 안나, 부사수 엘사 *엘공 *오피스물이지만 오피스가 메인이 아닌 *떡단편픽 오피스위크길래 썼는데 오피스는 쬐... 케찹2 2020.06.28 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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