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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똑같은 집, 현실과 다를 바 없는 감각인데 뭔가 이상한 거지.


그건 바로 엘사가 은근한 시선을 보내오는 것.


안나는 친언니를 상대로 욕정하고 더러운 상상을 해오던 자신이 드디어 현실에까지 그 망상을 덧씌우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면서 시선을 돌릴 거야.

그런데 엘사가 안나의 곁으로 바짝 다가와 앉는 거야. 그리고 느껴지는 제 손가락 사이로 엘사의 손가락이 들어와 얽히는 감각.


손깍지를 끼는 것 자체는 별 게 아닌데 이상하게 소름돋는 기분에 흠칫 놀라서 엘사를 보니 아까보다도 더 뇌쇄적인 눈빛이야.


그러고보니 엘사는 항상 머리를 하나로 땋고 있는데, 지금 옆에 붙어서 알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엘사는 머리를 풀고 있어. 그게 차이를 만들어낸 건가? 아냐, 머리 따위가 아냐. 엘사가 뭔가 달라.. 뭔가 있어.
 

 


"너무 바짝 붙은 거 아냐?"


"바짝 붙는 거 싫어?"


"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 큼, 좀... 그래."


"뭐가?"


"보통 자매끼리는 이렇게 안 있으니까."


"우린 보통 자매가 아니잖아, 안나."


"음...? 그게 무슨 말이야?"


"오, 안나. 시치미 떼는 거야? 네가 날 보면서 하는 그 더러운 상상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놀라서 굳어버린 안나의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교차하겠지. 엘사가 그걸 알고 있었어? 도대체 언제부터? 난 왜 숨기질 못한 거야! 근데 어째서 그걸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지? 이 태도는 뭘 말하는 거야? 날 조롱하는 건가? 근데 엘사는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데...?

엘사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안나의 손에서 깍지를 풀고 손바닥을 잡고서 제 볼로 가져가겠지. 안나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그걸 보고 있고, 엘사는 볼에 닿았던 손을 입술로, 턱으로, 목으로.. 천천히 끌어내리면서 제 몸에 닿게 하는 거야.

안나는 손이 가슴에 닿기 전에 뒤로 확 잡아뺌.

 

 


"뭐하는 거야...!"


"네가 원하던 거잖아. 허락해줄게, 안나."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사실 나도 너만큼이나 바라고 있었거든. 어서, 날 만져줘."
 



안나는 이 상황이 꿈이라고 생각했어. 엘사는 절대로 저런 말, 저런 행동, 저런 눈빛을 하지 않거든. 그래, 얼굴 생김새와 목소리는 엘사와 똑같지만... 다른 존재인 게 분명해. 예를 들면 제 망상이라든가, 꿈이라든가.
 



".. 넌 엘사가 아니야."
 



그 말에 엘사의 표정이 싹 굳더니 갑자기 큰 웃음을 터트려. 엄습해오는 두려움에 안나가 저도 몰래 몸을 뒤로 빼겠지.
 



"친언니를 욕정하는 것치곤 똘똘하네. 그래, 난 너의 엘사가 아니야."


"그럼 넌 뭐야...?"


"음... 네가 친언니를 따먹고 싶어하는 그 욕망을 따라 네 꿈에 흘러들어온 몽마?"
 



엘사의 얼굴을 한 몽마가 엄지와 검지를 맞부딪혀 튕기자 장소가 침실로 변경됐어. 분명 아까까지 둘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었는데, 이제는 침대 위에 다리를 겹쳐 앉아있어.

엘사는 안 그래도 키가 안나보다 더 큰데, 안나의 다리 위에 앉아있으니 더욱 내려다보는 모양새였지. 안나는 갑작스런 장소와 자세 변경에 놀라고 상황이 무서워서 자리를 벗어나려고 해보는데, 몽마가 안나의 몸을 감고 있는 허벅지에 힘을 주어서 안나를 꽉 붙잡아.

 



"어딜 가려고 그러니, 내 동생? 언니랑 같이 있지 않고."


"너는 내 언니가 아니야. 어서 날 놔줘."


"그럴 순 없지. 내가 원하는 것도 못 얻었는데. 아, 참고로 여긴 네 꿈이지만, 내가 허락해야 네가 잠에서 깰 수 있으니까 헛수고 하지 말고."
 



속으로 '이건 꿈이다, 이건 꿈이다, 일어나자, 일어나자...' 중얼거리던 안나가 들킨 것만 같아서 가슴이 뜨끔하겠지. 그럼 그런 안나 얼굴을 보고 몽마가 킥킥 웃어댈 거고. 몽마가 안나의 볼에 손을 감싸고 말했어.
 



"오, 이런 솔직한 아가씨 같으니라고. 이 멍청한 얼굴 좀 봐. 내 생각엔 엘사도 알고 있을 거 같은데? 이렇게 다 티가 나는데 모를 리가."


"거짓말 하지마."


"내가 거짓말을 왜 해? 그냥 내 의견을 말한 건데, 넌 흔들렸나봐."
 



반박할 수가 없겠지. 솔직히 제 마음을 알아차린 엘사가 저와 같은 음심을 품게 되어 결국 침대에서 뒹굴게 되는 상상을 안 한 게 아니거든. 어쩌면 그런 마음이 무의식 중에 반영돼서 좀 덜 숨겼을 수도 있으니까.

안나가 야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니까 그 기운이 몽마한테 바로 전해지겠지? 몽마는 바로 그런 정신이라며 네 욕구를 빨리 푸는 게 어떠냐고 꼬드김.

 



"뭐가 문제야? 지금의 난 네가 그렇게도 원하는 엘사랑 똑같은 모습이잖아. 죄책감 때문이면, 이건 다 꿈일 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 죄책감 드는 게 꼴리는 거면 뭐, 마음껏 자책하고."


"엘사랑 똑같다면... 그, 어디까지 똑같은... 그게, 내가 보기에도 얼굴이랑 키 같은 건 적당히 비슷해 보이긴 한데, 음..."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그런 거라고 자기합리화 하지만 얼굴이 벌개지는 건 숨길 수 없겠지. 몽마는 정말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만면에 걸치고 안나의 볼을 쓰다듬었어. 그 손길이 정말 엘사의 손길과 똑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안나는 기이함을 느끼겠지.
 



"정말 이렇게까지 숨기질 못하는데 엘사가 모르고 있다고?오, 절대 아닐걸? 그러니까 네가 말하는 건, 엘사의 보-"


"그, 그 단어는 쓰지 말고..! 아니, 단어가 아니라, 그걸 말하는 게 아니었어!"


"안나, 그렇게 절박한데 대체 왜 참는 거야. 나 같으면 벌써 몇 번이나 따먹었겠다."


"단어 선택을 꼭 그런 걸로 해야 해?"


"뭘 바라? 난 발정난 인간들 꿈 속에서 떡치는 게 삶의 전부인 존재라고. 하... 안나, 너 꼴려하는 거 다 느껴지니까 감질나게 생각만 하지 말고 빨리 따먹어줘."

 


저 저속한 언어습관은 교양이라곤 찾아볼 데가 없이 끔찍했지만 그게 엘사의 얼굴과 엘사의 목소리를 빌려 나오니 어쩐지 싫지 않아. 오히려 평소 엘사의 바르디 바른 언어습관과 맞물리며 금기를 건드리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저 몽마의 말대로... 꼴려.

몽마는 안나가 설득되어서 마음이 동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 그래서 그대로 입술을 내려 안나의 것과 맞물려 키스하겠지. 안나도 그에 적극적으로 화답해서 금세 혀가 얽히는 진하고 끈적한 키스로 변했을 거야.

그간 꾹꾹 억눌렀던 기운이라 확실히 더 강렬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몽마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겠지. 안나의 손을 이끌어 몸을 만지게 하면 굶주렸던 손이 알아서 잘 돌아다녀. 더듬더듬거리는 그 손길은 서툴렀지만 제법 가슴을 희롱하는 법도 알고 있었어.

이런 건 영상으로 본 건가? 아님 같은 성별이니까, 자기 몸을 스스로 탐구하면서 배운 것일 수도 있고? 이러나저러나 우수학생이야. 몽마가 기특한 마음으로 옷을 한꺼번에 제거해주었어.

 



"저, 자, 잠시만!"


"왜?"


"나 이 다음은 어, 어떻게 하는지 몰라..."


"하? 뭘 어떻게 하고 싶은데? 너 맨날 상상했던 대로 하면 돼."


"상상은, 상상이잖아..."


"어차피 이건 꿈이고, 난 몽마인데 뭘 걱정해? 안나, 그딴 걸로 멈추지 마. 진짜 엘사는 그런 걸 귀여워해줬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거든. 닥치고 하던 거나 마저 해."

 


우리로 따지면 이런 거야. 며칠 전부터 먹고 싶어서 꿈에 아른거리던 메뉴로다가 밥 차려서 잘 먹고 있는데 갑자기 수저 뺏는 거. 그러니까 빡치는 거지. 몽마는 안나의 손을 다시 붙잡고 제 다리 사이로 이끌었어.

뜨거워, 축축해, 미끌거려, 움찔대고 있어...!

생전 처음 만져보는 촉감에 놀라면서도 흥분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걸 느껴. 안나는 분명 이것도 엘사와 똑같다고 했음을 떠올리며 손끝으로 조심스레 탐방하다가 앞쪽의 동그랗게 부풀어오른 걸 누르면서 문지를 거야.

몽마의 배 부근에 힘이 들어가면서 근육이 꿀렁대는 게 눈으로 보여. 뜨거운 숨이 가득 차서 부푼 가슴팍이 활발한 혈액순환으로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어. 몽마의 얼굴 근육도 움찔움찔, 입가엔 미소가.

안나가 눈 앞에서 흔들리는 가슴을 입에 머금었고, 몽마는 그 뒷통수를 쓰다듬어 주었어. 역시 어리고 경험 없는데 성욕만 많은 인간의 기운이 가장 맛있다니까.

타액으로 범벅된 양 가슴이며 쇄골이며 울긋불긋한 자욱이 하나둘 생겨나고, 손이 점점 빨라지면 몽마가 첫 절정을 맞을 거야. 화들짝 놀라는 것처럼 파드득 떨리는 몸과 울컥 쏟아진 액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풀어지는 그런 반응이 모를 수가 없게 했지.

몽마는 곧바로 안나를 눕게 했어. 자신은 그런 안나의 배 위에 올라타곤 방금까지 겉을 만져대던 손가락을 자신의 안에 들어오도록 했지.

안나는 안쪽의 느낌 때문에 정신 못 차리고, 몽마는 그러거나 말거나 허리를 움직여서 스스로 쾌락점을 찾아. 그러다 한순간 확 쾌감이 몰리는 쪽이 있어서 그쪽으로 요분질을 해대겠지. 그 아찔한 광경에 넋을 놓고 있으면 경계가 풀린 안나의 기운이 왕창 밀려들어와.

스스로 맞이한 절정이 지나면 다음은 다시 안나가 위로 올라와 적극적으로 임하는 정석적인 체위로 또 한 번.

세 번에 걸친 식사가 끝나면 꽤 만족스러워 보이는 몽마가 오늘은 이쯤 해서 보내주겠다 하고, 안나는 어딘가로 밀려나는 느낌이 들다 눈을 번뜩 뜨면 현실이겠지.


 

 



지나치게 생생한 감각에 서둘러 일어나 침대를 살펴보고 제 손을 살펴봤지만 그저 보송보송하기만 한 거야. 정말 꿈인가? 그렇지만 꿈이 아니라기에도 이상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엘사가 들어와.

안나는 화들짝 놀라서 뒷걸음질 치고, 평소처럼 머리를 하나로 땋아 내린 순진한 표정의 엘사는 어리둥절하게 안나의 이름을 부르지. 진짜 엘사구나. 안나가 몸에 긴장을 풀고 대답하면 엘사가 너무 안 일어나서 깨우러 왔다고 해.

안나는 늦잠을 잤더니 늦게 일어나버렸다고 변명하고 엘사는 늦게까지 휴대폰 보고 있지 말고 일찍 좀 자라고 그러지 않았냐며 타박하겠지. 안나는 지겹다는 듯이 건성으로 대답하고 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그리고 씻고 나오라는 말만 남기고 방을 떠나겠지.

엘사가 나가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는 안나야. 꼭 엄마인 것처럼 잔소리하는 거 보면 방금은 엘사가 맞고 이건 현실이 맞아. 안나가 열다섯, 엘사가 열여덟 된 해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엘사는 안나의 부모노릇까지 제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듯 했으니까.

그니까 내가 쓰레기란 거지...

도대체 언니를 향한 욕정이 얼마나 크면 꿈에 몽마가 찾아올 정도라는 거지? 안나는 자책하면서 마른 세수를 하겠지. 그치만.. 그래도... 좋긴 했어... 그런 생각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겠지.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문 밖에서 엘사의 불호령이 떨어져. 안나! 그럼 퍼뜩 정신을 차린 안나가 어어! 나갈게! 대답하고 후다닥 세수하고서 거실로 나가겠지.

그치만 엘사 얼굴 보니까 자꾸 꿈 생각나서 미치겠는 안나..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호다닥 학교로 튀어버림. 애가 밥도 깨작거리고 방학인데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아니고 학교로 간다 하니 엘사는 걱정되기 시작하겠지.

사실 안나는 학문의 기운으로 자신의 번뇌를 누른다는, '뇌에 힘 줘서 참아보자' 뭐 그런 생각이었겠다 ㅋㅋㅋㅋ 그치만 그게 될 리가 있나? 집에 와서 엘사 얼굴 보자마자 말짱 도루묵인 걸 느끼고 그냥... 엘사를 피하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함.

근데 꿈에 자꾸 몽마가 찾아오는 거야. 네 기운이 맛있어서 다시 왔대. 평범한 인간이 그걸 알 리가 없지만 그 말은 사실일 테고. 나중엔 안나가 스스로 몽마가 찾아오길 기다리겠지. 자각몽 꾸는 법 이런 거 검색도 하고, 깨어나도 도로 자려고 하는 통에 매일 수면 시간이 늘어날 거야.

엘사는 그런 안나의 모습에 걱정이 되겠지. 시험 기간에 공부하느라 피곤했으니 한동안 많이 자도 그러려니 했건만 어째 점점 더 자려고만 하는 거야. 그리고 깨어있을 땐 멍하니 밥도 잘 안 먹고, 그래서인지 살도 나날이 빠지는 중이겠지. 요즘 기분이 안 좋냐고, 무슨 일 있는 거냐고 물어도 그런 거 없다면서 대답을 피하고는 금방 방으로 들어가버려.

이거 사춘기인가...? 그렇다기에 안나는 대학생이긴 했지만... 하필 열다섯 살 되는 해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강제로 의젓해져야 했으니 뒤늦게 온 걸 수도 있잖아. 아냐.. 무슨 사춘기가 잠만 자? 다른 문제일 거야.

절대로 증상을 구글에 검색하지 말란 모 의사의 조언을 무시하고 열심히 검색해보겠지.

식욕 저하, 체중 감소, 정신의 멍함, 수면량 증가, 무기력함, 대인관계 기피...  그리고 나온 결과는 우울증이겠지.

엘사는 전보다 더 걱정돼서 미치겠지 ㅎ 내 동생이, 그렇게나 밝고 해맑던 안나가 우울증이라니? 엘사는 부모님 돌아가시고 안나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지만 역시 혼자로는 역부족이었다고 자책하겠지.

조심스레 안나의 방문에 노크하고 대답 없이 안으로 들어가보니 역시나 잠들어있는 안나야. 심장이 쿵. 침대 가에 안나의 얼굴이 잘 보이는 위치에 앉아서 생기를 잃고 말라버린 동생의 볼을 쓰다듬어봐. 예의 말랑말랑함도 없고 매끈함도 없이 그저 거칠어진 피부에 속상해서 울컥. 눈물이 한방울 뚝 떨어지겠지. 미안해, 안나...

 

 




물론 안나는 꿈 속에서 그런 엘사의 외형과 똑닮은 몽마와 열심히 뒹구는 중이고요..ㅎ 어떤 장소든, 뭐든 만들 수 있는 몽마의 능력 덕에 여기저기서 갖가지 체위로, 갖가지 도구로 섹스하느라 너무 바쁜 거임.

오늘은 스트랩온을 차고 일어선 상태로 몽마를 들어 박는 중이었는데, 교성을 지르는 몽마의, 그러니까 엘사의 목소리 사이로 다른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안나가 놀라서 멈추니 몽마가 좋았는데 왜 멈추냬. 너 방금 나한테 뭐라고 하지 않았어? 하니 몽마가 내가 말할 정신이 있었다고 생각해? 되묻지. 안나가 생각하기에도 그건 아닌 거 같아서 하던 거 마저 함.

절정에 오른 몽마를 내려주고, 안나도 잠깐 누워서 쉬는 중에 아까 들렸던 목소리를 다시 떠올려보겠지. 그러다 그게 '미안해, 안나...' 였다는 걸 깨닫는 거야.

 



"... 너 아까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너한테 왜 미안해?"


"나도 모르지. 근데 그런 목소리가 들렸어."


"착각한 거 아냐? 너랑 떡쳐주는데 미안할 게 뭐가 있어. 너 '천만에'를 잘못 들은 거 아냐?"


"내가 너랑 무슨 얘기를 하겠냐.."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 되지, 안나. 언니가 속상하잖아..."


"엘사 흉내내지 말라고 말했잖아."


"근데 내가 엘사 흉내 낼 때마다 네가 꼴려하잖아? 그러면 난 안 할 수가 없지."
 



반박하고 싶지만 반박할 수 없는 말에 안나가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까 몽마가 웃으면서 안나의 머리를 흐트리곤 말해. 오, 내 동생, 언니의 아래에 네 손가락을 먹여줄래? 기왕이면 뒤로 해주면 좋겠어.

목소리랑 억양만 흉내내면 뭐해, 내용이 전혀 엘사가 아닌데. 안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몽마를 엎드리게 하고 척추에 입 맞추면서 애액을 뚝뚝 떨어트리는 안으로 손가락을 박아넣겠지.

한 손으론 몽마의 허리를 꾹 누르고 다른 손으론 퍽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한 추삽질을 이어가던 안나의 귀에 다시 목소리가 들렸어.


 


'안나, 일어나봐, 응?'
 



안나는 또 놀라서 움직임을 멈추고. 몽마는 아까부터 자꾸 좋을만 하면 멈추는 이 인간 때문에 짜증이 날 대로 남.
 



"너 자꾸 멈추는 이유가 뭐야? 힘들어?"


"안 힘들거든? 자꾸 무슨 소리가 들리니까 그러지. 진짜 네가 나한테 말 건 거 아니야?"


"내가 너한테 말할 게 자세 바꾸자,  더 세게 해줘 이런 거 말고 뭐가 있니."

 


음.. 맞는 말이야. 머릿속에 든 거라곤 섹스밖에 없는 몽마가 왜 그런 감성적인 말을 하겠어? 그럼 누가 자꾸 엘사 목소리로...

... 엘사?

 



"나만 만족시키면 일어나서 엘사 보게 해줄 테니까 걔 생각 그만 하고 걔 몸 따먹는 데에 집중해."

 


그래. 몽마가 원하지 않으면 안나는 영영 꿈 속에서 살아야 되니까. 안나는 엘사를 만나기 위해 엘사의 몸과 섹스하는 아이러니를 느끼며 열심히 움직였어.

겨우 한 번인데 다시 지친듯 보이는 안나를 보고 몽마는 이제 얘도 버릴 때 됐다고 생각했지. 먹을 걸 다 먹었는지 이젠 기운도 비리비리하니 영... 예전 같으면 한 번에 섭취할 양이 이젠 세 번, 네 번을 해야 하는 거야.

그래서 안나의 품을 찾아 안긴 다음 소곤소곤 속삭이겠지. 이제 너 맛없어졌으니까 찾아오지 마.

너무나 달콤한 목소리가 전하는 충격적 통보에 안나는 뭐? 잠시만, 그게 무슨 소리야? 하는데 이미 저 멀리로 떠밀리는 감각이야. 어쩐지 오늘은 아득한 기분이 더 오래 지속되는 걸 느끼며 일어나면 다시 잠드리라 맘 먹겠지.

 

 




눈 뜨니 뭔가 머리가 멍하고 가슴이 답답한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 머리에 뭔가가 가득 찼다가 한꺼번에 삭제된 거 같은 그런 헛헛한 기분. 뭔가... 대단한 꿈을 꿨던 것 같은데, 뭐지? 맞아. 몽마가 안나를 떠나면서 그간의 기억을 삭제한 거야.

잠에서 막 깨고도 뭘 생각하는지 골똘하게 눈만 굴리는 안나를 지켜보는 엘사. 안나는 그런 엘사를 뒤늦게 눈치 채고 왜 내 방에 있냐고 묻지.

 



"너랑 얘기하려고 왔는데, 네가 잠들어 있더라고.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너무 오랫동안 자길래 어쩔 수 없이 깨웠어."
"아, 그게 진짜 엘사가 한 말이구나..."


 


엥? 내가 왜 이런 말을 하지? 혼란스러운 안나의 표정. 엘사는 더 걱정돼서 또다시 눈물이 나려고 하겠지. 이젠 우울증 때문에 인지능력도 많이 떨어진 건가?
 



"안나, 무슨 일 있는 거야? 솔직하게 말해줘.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다 이해할 수 있어.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할게."


"어... 아니? 무슨 일 없는데?"


"너 요즘 자꾸 자기만 하고,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친구들 전화도 안 받고 나랑 얘기도 안 하잖아. 무슨 일 있는 거 맞지? 아니면 그냥 이유 없이 우울해서 그래?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래?"


"어.. 아니? 나 안 우울한데? 요즘 내가 그랬던 건, 어... 음... 뭐 때문에 그랬지?"


"... 안나, 언니랑 같이 병원 가볼까? 응? 요즘은 사람들 많이 간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거 없어. 몸 다친 것처럼 마음이 조금 아픈 거니까.."


"뭔 소리야, 나 몸이랑 마음 다 안 아파. 음... 그러고보니까 배는 고픈 거 같다."


"배고파? 밥 먹을래? 언니가 해줄까?"


"응. 해주라."

 


드디어 우리 안나가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생겼어! 엘사가 감격스러운 마음에 후다닥 주방으로 달려가서 요리를 할 거야. 안나는 그동안 깨작깨작 먹던 게 무색하게 엘사가 내미는 족족 그릇을 비워댈 거고 그 때문에 약을 먹어야 했을만큼 과식했겠지.

몽마에게 정력을 다 빨려서 성욕이 바닥이 된 덕분에 한동안은 엘사와 그저 좀 더 친한 자매가 되어 지냈겠지. 그동안 못 나가던 운동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고, 원래의 안나로 서서히 돌아올 거야.

그런데 안나가 모든 상태를 다 회복하니까 성욕도 슬슬 올라오기 시작한 거야. 엘사를 보고 못된 상상을 하던 것도 재개하고, 엘사를 범하는 것을 상상하면서 자위하던 것도 재개하고...

그러니까 또 엘사를 슬금슬금 피했겠지? 하지만 엘사는 그걸 한동안 괜찮아진 안나가 다시 우울해질 조짐이라 생각해서 초기에 잡으려고 하는 거임.


 


"안나, 전에도 말했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바로 말해줬으면 좋겠어. 다시 기분 조금 그래?"


"그런 거 아냐..."


"나한테는 뭐든지 말해도 돼. 정말, 어떤 말이든 해도 괜찮아. 나한테 서운했던 게 있거나, 나한테 화가 났다든가, 다 상관 없어. 기왕이면 언니가 너무 좋다는 말이 더 좋겠지만?"
 



엘사는 농담이었는데 그 말에 안나가 흔들리기 시작함.
 



"정말.. 어떤 말이든 괜찮아?"


"응. 난 널 사랑하니까."


"날... 이상하게 보지 않을거지?"


"당연히 아니지. 내가 왜 우리 안나를 이상하게 보겠어? 난 네가 사람을 죽였대도 같이 묻어줄 거야. 맹세해."

 


약간 섬뜩한 말이라 그런지 엘사의 눈빛이 잠깐 무서운 것 같았지만 어쨌든 안나는 용기를 냈어.

 


"언니가 너무 좋아."


"장난 치지 말고, 안나."


"장난 아니야. 진짜로... 너무 좋단 말이야."


"자세하게 설명해줄래?"


"엘사, 정말 미안해. 그런데 난 엘사를 보면 자꾸 야한 생각이 들어. 그런 걸 하고 싶어. 그래서 자꾸 피한 거야. 엘사는 내 언니인데,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은 표정과 무거운 침묵에 안나는 역시 말하란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거였다고 후회함. 그래도 한 번 열린 입이 멈추지 않음.
 



"미안해, 우리 관계를 이런 식으로 깨뜨리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솔직하게 말하라니 나도 말한 거야. 난 엘사와.. 그냥 단순한 자매 관계를 넘어서고 싶어. 이런 내가 역겹다고 해도 이해할게..."


"네가 날 그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어..."


"어떻게 알겠어. 동생이 언니를..."


"나만 그런 줄 알았어."


"... 뭐?"
 



안나는 귀를 의심했어. 방금 말에 다른 뜻이 있나? 아님 내 망상이 만들어낸 환청인가?
 



"나만, 널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다고, 안나. 그래서 그동안 얼마나 날 혐오했는데..."


"진짜야...? 내 기분 맞춰주려고 하는 거 아냐?"


"내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 나도 그 정도 선은 알아."
 



이게 무슨 전개야... 괴로운 듯, 기쁜 듯, 복합적인 엘사의 표정이 안나를 혼란스럽게 하겠지. 뭐야, 진짜야? 언니도 날 그런 눈으로 보고 있었다고?

엘사의 손이 안나의 볼에 닿더니 살짝 끌어당겨. 그리고 고개가 다가오더니 입술을 맞대겠지. 안나가 엘사의 손에 제 손을 얹고 다른 손으론 엘사의 상체를 끌어당겨. 엘사가 안나의 위로 올라탄 모양새로 가벼운 뽀뽀 수준이 입술을 겹치는 키스로 변하겠지.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좋기만 하네."

 


말소리는 쪽쪽대는 소리로 바뀌고, 그렇게 한참을 있다 벌린 입 사이로 혀가 얽히고 입천장을 부비면 들리는 끙끙거리는 소리. 혈류가 빠르게 돌고, 심장이 가쁘게 뛰고, 숨이 거칠어져.

안나의 손이 엘사의 티셔츠 안으로 파고 들어서 집이라고 속옷도 걸치지 않은 맨가슴을 쥐고, 안나의 입은 엘사의 목덜미와 쇄골에 입을 맞춰. 그 능숙한 움직임에 엘사가 안나를 밀치지.

 



"너 왜 이렇게 능숙해?"


"어.. 본능? 이미지 트레이닝?"
 



그간 엘사의 성감대 하나까지 똑같은 몽마와 매일같이 뒹구느라 능숙해질 수밖에 없었던 걸 둘 다 몰라. 그냥 타고났거니 하고 지나가는 거지...


그렇게 진짜 엘사와도 매일같이 뒹굴게 된 안나가 보고싶다... 사실 몽마도 다른 사람 꿈에 갔다가 안나 정력 맛 못 잊어서 다시 오려고 했는데 진짜 엘사가 독차지 하고 있어서 못 들어갔다네요..ㅎ 끝


(사실 몽마가 안나의 모습으로 엘사에게 찾아간 적 있어도 재밌겠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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